안녕하십니까?








어느 날의 일기 글/이슬초



어제 낮에는 근처 목장엘 다녀왔다.
크리스틴의 친구 집인데 헐러데이인을 가는 길목에서
왼쪽으로 난 철길 옆길로 접어들어 한 15분 정도만 가면 되는 곳이다.

이곳은 시외로써 수돗물이 공급이 안되고 자가펌프수도이며
피자 배달이 또한 안 되는 곳이란다
가는 길목엔 유채꽃밭이 아름답게 펼쳐있었고 목장 앞은
넓은 푸른 초원과 휀스로 이어진 전형적인 미국농가였다


그녀의 집은 높은 나무들 속에 서 있는 오래된 목조 집으로
옛날의 한 영화를 누렸음직한 푸르고 넓은 초원 깊숙이 자리잡은
높다란 기둥이 위풍스레 받쳐진 3층 짜리 하얀색의 부모님 집과
그 옆쪽으로 위치한 조금은 허름한 2층 농가주택이었다.


뒤쪽으론 일하는 사람들이 기거했음직한 2 베드룸 컨테이너 하우스
또한 여기 저기 지어진 높은 지붕의 말구유 간들과 닭들과 염소들의
축사들, 농기구들을 넣어두는 헛간, 광 등 그야말로 언젠가는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그런 곳이었다.


집안은 오래된 목재들로 빛 바랜 갈색들이었으며
창과 문틀, 카펫바닥과 여닫이방충망 부엌의 찬장 등은 허름했으나
집안에서 맴도는 구수한 빵 냄새와 말린꽃 향 항아리에서 나오는
은은한 향기, 오래 된 손때 묻은 피아노와 골동품 같은 가구들,
철제 페치카와 창가의 라일락 꽃병, 시골스런 커튼 등이 꾸미지 않은
편안함과 안락함을 주었다


널찍널찍하게 짜여진 아래층 생활공간들과 푹신한 카펫으로 덮여져
아이들이 미끄럼 타며 깔깔대며 오르내리는 비좁으나 정겨운 층계와 나간들,
이층의 아이들 놀이방들과 침실 다락방에는 이리저리 인형이며
장난감과 침구들이 자기들 편한 대로 널려있었고 쪽창으로 내려다보이는
마구간과 목장 안에 말들의 풍경은 창가에 늘어진 단풍나무 그림자와 함께
한 폭의 그림이었다.


안 주인인 "엔 마리아"는 30세 전후한 남미 풍의 검은 속눈썹이 유난히
고운 미인인, 알고 보니 크리스틴네 집에서와 그 밖의 장소에서 여러 번
만난 적이 있는 특별히 상냥하고 친절하였던 여자로 기억되는 여자였고,
그 남편은 블루진이 멋지게 어울리는 "커튼"이라는 훤칠한 잘 생긴 남자였다.
에니이과 케롤라인이라는 4살과 5살의 예쁜 두 딸들이 있었고
이들은 목장에 있는 동물들과 친구들이었다.


우리는 크리스틴이 가져온 외할머니 도로시의 레시피로 피자를 만들었다.
그 레시피의 피자는 나도 좋아하는 것으로 여러 번 크리스티나와 만든 적이 있었다.
아이들은 쿵쾅거리며 요리조리 드나듦이 많은 방들을 위아래 층으로 몰려다니며
재잘거리고 네 군데나 있는 밖으로의 출입문은 쉴새없이 "탕탕"거리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창 밖으로 보이는 아이들 놀이기구 뒤편 초원에선 4 마리의 건장한 말들이
줄지어 늘어 선 나무그늘아래 휀스 너머로 갈기를 휘날리며 질주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밖을 내다보는 나를 보고 앤마리아는 나가서 보라고 권한다.


그들이 피자를 만드는 동안 나는 젖소무늬의 오버롤를 입은 카멜라를 안고
정원을 둘러보았다
잘 다듬어 놓은 넓은 잔디밭 옆 긴 휀스를 따라
야생마들처럼 힘차게 오르내리는 말들 옆으로 다가가 보았다


얼마나 털이 반짝반짝 윤이 나고 건실하게 잘 생겼는지
몸집이 우람하게 큰 엉덩이와 근육의 탱탱함이 압도적이었다.
그들은 키 큰 나무로 이어진 휀스 아래 그늘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누런 황토색이 드러난 그 그늘에서 서로 목을 기댄 채 쉬고 있다가
내가 다가가니 또 한바탕 앞발을 높이 들며 달려나간다.
덩달아 나머지들도 내닫는데,
푸른 초원 언덕을 배경으로 힘차게 달리는 그들을 보며
"아! 멋있다"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나무 아래 휀스 옆으로는 천연의 작은 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넓은 정원가로 거닐며 흰색의 부모님 집 뒤쪽을 보니
오색의 파라솔과 썬텐 의자들이 놓인 넓은 야외 수영장이 있었다.
지금은 넓은 덮개로 덮여있지만, 한여름에는 온 식구가 즐거이
퐁당거리며 바비큐 파티를 열고 놀았을 그림이 그려졌다.


우리는 만들어진 피자를 먹고 바로 어젯밤에 태어났다는
망아지를 보러 케롤라인과 에니이를 따라나섰다.
그들은 얼른 자기들의 부츠를 신고 앞장서 달린다.
높은 지붕 말구유간으로 들어선 우리는 살금살금 "쉿쉿"
숨 죽여가며 다가갔다


거기에는 아기라고 보기에는 믿어지지 않는 앞머리에 흰v자가 새겨진
반들반들 윤이 나는 예쁜 망아지 한 마리가 눈만 끔벅이며 쳐다보는
엄마 옆에 붙어서 있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긴 다리는 아직은 힘이 없는지 가끔은 비척거린다.


3 살 짜리 킴벌리, 5 살 짜리 새뮤엘 에니이와 케롤라인은 4단 높이의
가로막대에 올라가 제 딴에는 조용히 한답시고 쉬쉬 거리며 눈들을 반짝인다.
그 큰 마구간에는 10여 개 이상의 마구간들이 두세 칸으로 줄줄이 있었다.


하기는 앤마리아 말로 말들이 30여 마리란다.
우리는 목장 밖의 야외우리를 따라 아이들이 안내하는 한 달 짜리
망아지를 보러 따라갔다.
이리저리 꼬불꼬불 말우리 사이의 풀밭 길로 따라가는데,
우리 속의 말들이 고개를 내밀고 다가온다.


킴벌리가 소리를 치며 무서워하여 치켜 안고 도망을 갔다.
가는 동안 에니이와 케롤라인은 고개를 내민 말 콧등을 쓰다듬으며
이름을 부르고 휀스 안으로 배도 쓰다듬고 하면서 간다.
그들도 다 이 아이들을 아는 모양이다.


한 달 짜리 망아지도 웬만한 조랑말만 하였다.
그는 아직도 엄마의 두 젖을 이리저리 번갈아 빨고 있었다.
우리는 또 한 달이 조금 지났다는 세 번째 망아지도 보았다
역시 탐나게 예뻤다.


다음은 여유롭게 드러누워 마른 짚을 씹어 먹는 젖소우리를 지나
염소우리로 갔다. 모양이 특이하게 밤색 바탕에 검은색 줄무늬가
두 줄로 머리로부터 엉덩이까지 줄쳐진 귀여운 작은 몸집들이었지만
성질은 괴팍한가 보다.
풀을 따서 디밀어주는 새뮤엘에게 머리의 두 뿔로 팡팡 휀스를 부딪친다.
휀스 구멍사이로 박힌 뿔을 빼느라 안간힘을 쓰는 염소를 보고
아이들은 좋아라 웃는다.


다음은 옆에 붙은 닭장으로 가야하는데, 아이들은 키가 작아
가로로 올려진 말 울타리 사이를 벌써 물살처럼 빠져나갔으나,
키가 큰 크리스틴과 나는 휀스를 올라가 말구유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휀스를 타고 넘는 재주를 부려야 했다.
9달 짜리 카멜라는 손에서 손으로 날아서 넘고.


닭우리의 닭들은 목이 긴 수탉 한 마리만 풀숲마당에 나와 있었으나
이 녀석이 "꼬끼오~~"하고 울어 제치니 신기하게도 닭우리의
조그만 문 하나로 한 마리씩 한 마리씩 "꼬오 꼬꼬댁" "꼬오 꼬꼬댁"하며
암탉들이 나오는 것이다.
하얀 닭, 붉은 닭, 흰줄, 검은 줄 닭, 벼슬 높은 닭, 새끼 닭, 줄줄이, 줄줄이
아마도 수탉이 무슨 말들을 전한 것 같다.
"애들아 나와라, 여기 이상한 동물들이 왔다 하고"


그 동안 앞머리 털이 길어 숏커트를 시킨 4 마리의 쫄랑쫄랑 강아지들과
우람한 몸집이지만 착하기 그지없는 누렁이 한 마리가 우리와 함께 하고 있었다.
이 녀석은 말 우리에는 들어가지 않고 앉아 있다가 눈치보며 슬금슬금 안으로
들어갈라 치며 말들이 "히히힝"하고 소리를 지른다.


그러면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을 치다가 다시 쫓아와 우리들 바짓가랑이에
머리를 부비며 알은 체를 한다.
그러다 저쪽 휀스 밖에서 그 잘 생긴 말들이 갈기를 휘날리며
"덜거덕 덜거덕" 달려갈 때면 갑자기 두 발을 힘껏 내저으며
그들을 쫓아 휀스 사이로 휭하니 사라져 버린다.


다음은 옥수수와 완두콩, 토마토와 허브들을 심어놓은 채마밭으로 갔다.
앤마리아 말로는 흙이 좋지 않아 잘 안 된단다.
보기에도 그랬었다 스프링쿨러는 두 군데나 있었지만
이 넓은 곳들을 다 관리하려면 여간 힘든 것이 아니 듯 땅이 메말랐다.


에니이와 케롤라인은 들쥐같이 민첩하였다.
아직은 꼬마숙녀들인데 착 달라붙는 칠부 바지에 부츠를 신고 잘도 높은
마구간을 오르내린다


우리는 한바퀴를 돌아서 이번에는 고양이와 개들이 함께 뒹굴며 노는
헛간으로 안내되었다.
이곳 역시 마구간같이 높고 큰집으로 오만가지 잡동사니의 집합소였다.
입구 쪽으로부터 말안장이 세월을 말해주는 듯 세어보니 10여 개가 놓여있다.
아까 처음 오다가 뵌 할아버지가 아주 깔끔하신 분인 것 같았다.
헛간이나 목장도 구석구석 아주 깔끔하게 잘 정돈된 모습이 보인다.


이곳에도 앞으로 죽 늘어선 모형말 위에 안장들과
그 뒤 벽에는 수십 개의 말기구들이 안장과 어울리게 걸려있었고
"ㅁ"자로 한바퀴 돌게 만들어진 광에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선반을 만들어
무엇에 쓰는 물건들인지는 모르나 빼곡이 가득 차 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캄캄하여 크리스틴과 더듬더듬 들어가는데
앞서간 아이들이 "ㄱ"자로 꼬부라진 한쪽에서 빨리 오라고 성화다.
우리는 더욱 캄캄한 속을 무엇인가에 머리를 부딪칠까 조심하며 가보았더니
새뮤엘과 에니이가 여러 겹으로 쌓아놓은 타이어더미 위의 난간을 붙잡고
올라가서 무언가 열심히 보며 재잘거린다.
아래선 3살배기인 킴벌리가 저도 올려달라고 안달을 하고....


멀리 뒤쪽으로 보이는 열어 논 광 문과 옆쪽에 희미하게 비치는 창문 빛
사이로 유심히 바라본 담벼락 서랍사이로 무언가 두개가 빤짝인다.
올라선 두 꼬마는 "쉿쉿"하며 미야우 새끼란다.
자세히 보니 정말 새카만 고양이 새끼였다.
킴벌리를 안아 올려 보이며 자세히 다시 보니
아니 반짝반짝 요리조리 움직이는 눈동자가 4개가 아닌가.


두 마리의 새카만 아기고양이는 갑자기 찾아 온 불청객들에 주눅이 들어
자꾸만 숨을 곳 없는 서랍사이로 파고들었다.
아이들은 신기한 듯 "와~~, 미야우, 미야우,"하고 외치고
이곳의 타이어는 에니이와 케롤라인이 자주 매달렸는지 캄캄한 중에도
반들반들 윤이 나 있었다.


우리는 "ㅁ"를 한바퀴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에니이와 케롤라인은 모형틀 위에 올려놓은 말안장 위로 올라가 부츠로
몸을 치며 달리는 놀이를 한다
할아버지가 아이들 몸에 맞게 잘 만들어 준 것 같았다.


자기들의 말채도 있고 말 이름도 있으며 아주 익숙하게 장단 맞춰
채찍질을 한다.. 아마 자주 말들을 탔을 것이다.
우리가 밖에서 말우리들을 돌며 구경할 때도 "커튼"은 말을 타고 목장을 돌며
훈련을 시키는지 원을 그리며 힘차게 달리는 것을 보았다.
크르스틴이 배고프면 피자 먹으라고 소리치니
"OK ~~~" 대답한다


마지막으로 에니이는 더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는지 컨테이너 앞에서
오라고 손짓한다. 들어가 보니 소파 하나만이 덩그렇게 놓여진
투 베드룸의 빈집이었다. 창문을 활짝 열어놓은 카펫 방들은 채광이 밝아
아이들의 놀이공간으로서는 더없이 좋은 장소였다.
밖으로 나오니 고양이와 강아지들이 문 앞에서 뒹굴고 있다.


앤마리아와 이야기를 해보니 그녀는 꽤 인텔리였다.
그녀는 대학에서 화공학을 전공했고 2년 전에 졸업했고 수학이 부전공이란다.
이곳으로는 2년 전에 이사와서 부모님들과 함께 산단다.
여름 더울 때는 아무 때나 와서 수영도 하라며 친절하다
크리스틴과 나는 다음 번에 다시 와서 사진도 찍어야겠다고 하며
작별인사를 하였다. 오는 길에 아직까지 한번도 본적이 없는 강아지풀이
있기에 반가움에 한가지를 따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돌아오며 이곳에 사는 에니이와 체롤라인 그 들은 이 다음에 커서
정말 좋은 유년시절을 추억할 마음의 보고를 간직할 것이다란 생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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