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날씨가 꽤나 쌀쌀하쟈?
버러 가실 날씨가 이러믄 어디 쓰겠냐마는 평상 기온으로 곧 회복될 것이다.
동안이라도 몸 따뜻하게 건사하고~ 차를 많이 마셔라! 부디 감기 조심하고~
고향에 가서 박을 두 덩이나 얻어왔다.
너는 아마 박이 열린 것도 아직 구경하지 못했을 것이다.
호박꽃은 알아도 박꽃도 모를 터이다.
박꽃은 호박꽃보다 희고 자태도 곱다. 그리고 석양이 지는 저녁 무렵에야 다소곳 피어난다.
초가지붕 위에서 달빛에 흰꽃을 피우는 박꽃! 생각만해도 멋스럽지 않느냐?
해지는 어스름께
'박꽃핀다 저녁밥 지어야지 물길러 가자'
라는 詩가 있듯이 하루 낮 내내 오물었던 박꽃이 저녁이면 다시 피기
시작하지~
달빛의 정기를 먹고사는 박꽃을 시인들은 여인에다 곧잘 비유했지...
아침이면 토라진 여인 같이 입을 꼭 다문
박꽃!
엄마를 보고 사람들은 요리를 꽤 하는 줄 아니까...우습다.
엄마는 잘한다기보다 무척 즐겨 노력하는 편인데,
언제나 엄마는 이런 말에 위안을 받는다고나 할까?
"어떤 일을 잘 하는 사람보다 그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낫다'는....
엄만 그저 좋아서 즐겨 할 뿐이다.
봐라 엄마 요리엔 레시피가 없잖니?
뭐 얼마에 뭐 얼마 넣고..뭐 얼마 들어가고..?
세상에나 그 게 뭔 요리니? 손맛은 어쩌라고? (ㅍㅎㅎ 엄만 이런 사람이다.)
보는 사람 창의성을 무시해도 그렇지....왜 라면을 하나 끓여도
국물이 넉넉해야 좋은 사람, 또는 면발이 쫄깃거려야 맛나는 사람...푹 퍼져 부드러운 게 더 좋은 사람,
사람마다 모습이 다르듯이...입맛도 제 각각이고...지방마다 맛도 조리법도 다르나니~
이제 살림살이...어언 30여년에 엄만 눈 감고도 척척 맞추는 달인이 되었구나.
좀 짜다 싶으면 물을 조금 더 넣고 그래도 짜다 싶으면 짠 성분을 흡수할 감자 따위를 넣고,
국물이 많다 싶으면 더 졸이면 되는 것을....
레시피가 잘 적힌 요리책은 도처에 널려있다.
그러나 그 흐름을 전수시킬 책은 아무데도 없더구나...
그냥 부담 갖지 말고 읽거라...
읽다보면 콩나물 크듯...물이 주루룩 흘러내려도 콩나물은 그 키가 쑥쑥- 몰라보게 자라날 터이니~~
왜 흥부전에 제비가 물어다 준 박을 타며 박속이나 끓여 먹으려고 큰 박을 톱으로 썰던 그 박 말이다.
사진에서도 상처가 보이잖니? 손톱이 들어 갈 정도가 되어야 한다. 상처가 바로 덜 영근 박이라는 징표다. 늦게 맺힌 박이 나물로는 제격이다.
일찍 맺힌 올 박은 단단히 익으면 속을 파서 삶아내면 바가지로 썼느니라
아직은 추석 전...덜 영글은 박(늦게 맺힌 박)속을 파내면 여러가지 담백한 야채요리로 변신 거듭난단다.
이 엄마도 실상은...50이 넘어서야 처음으로 박을 따개어 나물을 장만해 본다.
전에 두어번 그냥 썰어논 박나무새를 사다 볶아 먹은 적은 있었지만...
그런데...
궁금해서 또 열어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