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무더기로 핀 잉크빛 슬픔

망울망울 꽃잎이 터지면

장마는 시작되고

비가 눈물로 내린다.

눈물에 어룽어룽 번져나는

잉크빛 설운 송이 꽃송이

그리움에 온 몸을 옹송그리던

달팽이 그제야 눈을 뜨고,



온몸이 저리도록 눅눅하고

굽굽한 장대비 속에서도

자기를 기다려 온

작은 친구 달팽이를 만나

살아간다는 소중한 기쁨에

소담스레 피운 분홍빛 행복

발그레~ 얼굴 붉히며

초하의 흐린 하늘 아래 서있다.



이요조

..............................................

아주 조그만 달팽이도
배가 고픈지 밥을 먹네요

먹으니..응가도 하네요.

넣어 둔 상추를 구멍이 송송 뚫리도록
제법 갉아 먹었어요

오늘 처음 달팽이를 보신
시엄니께서 그걸 뭣하러 키우냐고
당장 갖다 버리라시더니...

지금은 암말 없으시네요.

어느 분이 그랬어요
농작물을 얼마나 갉아 먹는지...해충이라구요

그런데..전 여름 장마통에 화단에서 달팽이를 만나면
한참..우산을 쓰고라도 쳐다 보았습니다.

물론 어른이 다 되어서도 그 버릇은 멈추지 못했지요

수국~
'네이비블루' 칼라와 '인디안핑크'의 신비한 고운 빛깔의 꽃 무더기~~
나중에사 토양의 산성PH 도에 따라 색이 나뉜다는 사실도 알았지만,

수국을 유난히 좋아해서 여름 장마철이 다가오면 수국이 피는데..
수국잎에는 언제나 달팽이가 즐겨 친구처럼 함께 살았지요.

인터넷을 알고 그림을 맘껏 구경 다니면서
수국만 전적으로 그린 화가의 그림을 만나 보았지요
그런데.. 조금 실망했어요

아마도 그 분은 수국을 실제로 키워보지도 않고
사진으로만 찍어 그린 그림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수국을 좋아한다면
한창 수국색이 짙어질 初夏~ 요즘,
좋아하는 수국을 자주 자주 살펴 보느라면 수국 지키미인
수국의 너른 잎에 생긴 반짝이는 달팽이 자국이라도 보았을텐데요

수국의 잎은 깻잎만하게 생겼어도 어쎄어서 달팽이가 즐겨 먹진 않습니다.
수국잎새 어디에도 달팽이가 뜯어 먹은 흔적은 없답니다.
아마 장마철에 너르고 제법 빳빳한 잎새가 좋은 우산이 되어주는 게 아닐까요?

아무려나 그 분의 그림 속, 수국~
그 어디에도 달팽이의 흔적이 전혀없어 무척 서운하더군요.

.................................

한 20년 전

江, 돌멩이를 무쟈게 많이 모아다 둔 며늘을
'이건 뭣하러 줏어놨냐고?"
맨날 퉁박만 주시더니...

마침 이사가는 어느 날,
전 그 돌 땜에 골치가 아파 그냥 다 버리고 떠나려했는데...

우리 엄니가 다 옮기신 것 있지요?

이층베란다에서 하나씩,, 아래 화단으로 던지시면서
행여나 누가 줏어 갈까봐...
망까지 보시면서..

전 그 때 엄니의 사랑을 보았지요.

말씀은 늘 그리하셔도 며늘아가 하는 짓은 다 챙겨주시는 울엄니~~

그래서 탈없이 잘 살고 있지요 뭐~~

엄니 사랑 덕분에요.

에구 달팽이나 키우는 바보~~

맑은 날, 달팽이처럼 얼른 숨어야지.


이요조





* 오늘 이미지는 네이버검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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