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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울에 먹는 시원한 동치미는 겨울 입맛을 한결 더 산뜻하게 해준다.
    우리 집 식구들은 동치미를 즐겨먹는 편이라 해마다 거르지 않고 立冬전에 잊지않고 늘 담그는 편이다.
    깨끗하고 단단하게 생긴 그리 크지 않은 무를 상처를 내지 않고 잘 씻어야 무가 쉬 무르지 않아
    동치미 맛이 오래 두어도 신선하다.
    갓과 쪽파 생강 청각 등은 주머니에 넣어서 그 맛이 우러나면 들어내면 된다.
    .........................
    방학인지라 늦게 일어난 아이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나면 돌아서서 또 먹을 것을 찾는다.
    동치미를 해마다 담가도 요즘은 좀 바쁘기도 게으르기도 해서, 추워서 꺼내기 번거럽고 해서
    잘 드려다 보지도 않았는데...며칠 전 꺼내려 보니.. 맑은 국물이 더욱 더 쨍하니 깊은 맛이 들었다.
    얼른 국수를 삶아 얼음조각이 둥둥 뜨는 동치미 국물에 설탕만 좀 넣고 말아 줬더니너무 잘 먹는다.
    "우와!! 엄마 냉면 맛이네요"국수,국수의 종류는 아마도 크게는 칼국수, 잔치국수, 메밀국수,
    비빔국수, 동치미국수, 해물칼국수, 팥국수, 콩국수가 있지 않을까 한다.
    난, 주로 뜨거운 칼국수나 잔치국수를 좋아했었는데 고향이 부산인 내가 북쪽으로 이사를 와서는
    냉면 맛을 단단히 들였다.
      사변 때 월남하여 냉면가게를 2대 째 계속하는 한 아주머니를 알게 된 것이다.
      부부끼리도 서로 잘 아는 사이가 되었는데..
      우리 부부와는 나이 차이가 좀 나지만 마치 언니처럼 잘 대해 주어서 친분을 쌓고 가까이 하다보니
      냉면 만드는 법까지도 저절로 알게 되었다.
      지하에 김치 저장고가 있어 김장을 엄청 많이 담근다는 것!
      여름에는 얼음처럼 찬 지하수로 사리를 씻어 낸다는 것!
      동치미 국물과 육수를 섞어 맛을 낸다는 것!
      이제 여름 한 철이면.. 웬만한 냉면은 냉면도 아닌 것으로 미각만 밝히게 됐으니,
      참 큰일이 아닐 수가 없다.
      한 십 년 전만 하여도 꿩고기도 많이 사용했다는데...
      꿩고기 냉면 맛은 몰라도,이젠 그 집 냉면 맛에 중독 되어버린 듯,
      문득 문득 한 겨울까지도 내 입맛은 날 채근하고,.........................
      동치미 국수를 먹다말고 막내 넘이 묻는다.
        "엄마 국수와 국시는 어떻게 다른데요?"
        "..........."
        언뜻 무슨 말인지 어리벙한 에미 대답을 가로채기라도 하듯, 제 형이
        "응..그거 국수는 서울사람이 먹고 국시는 시골사람이 먹는 거야~ 국수는 밀가루로 만들고 국시는 밀가리로 만들어"
        눈이 똥그란 제 동생이 쳐다보자 한 마디 더 하는 큰 넘 왈,
        "응~~ 밀가루는 봉투에 담겨져 있는 거고 밀까리는 봉다리에 담긴 거야~"
        "#@%$#@@*&""ㅎㅎㅎㅎ~~~"추운 겨울, 쨍한 동치미 맛처럼 신선한 웃음의 지느러미가 세 모자의 가슴에
        퍼덕인다,
        ..................................
              \추운 이 밤에 나는 또 아들 넘들이 앵콜로 요청한 동치미 국수를 만들며,
              백석님의 '국수'란 詩를 옮겨 적어본다.
              사진:글/이요조
                ..................절.....................취.....................선.................
                                         
                국수                                                            - 白 石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사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이것은 어늬 양지귀 혹은 능달쪽 외따른 산 옆 은댕이 예데가리 밭에서
                하로밤 뽀오햔 흰김 속에 접시귀 소기름불이 뿌우현 부엌에 산멍에 같은 분틀을 타고 오는 것이다.
                이것은 아득한 녯날 한가하고 즐겁든 세월로부터
                실 같은 봄비 속을 타는 듯한 녀름볕 속을 지나서 들쿠레한 구시월 갈바람 속을 지나서
                대대로 나며 죽으며 죽으며 나며 하는 이 마을 사람들의 으젓한 마음을 지나서 텁텁한 꿈을 지나서 
                지붕에 마당에 우물 둔덩에 함박눈이 푹푹 쌓이는 여늬 하로밤
                아베 앞에 그 어린 아들 앞에 아베 앞에는 왕사발에 아들 앞에는 새끼사발에 그득히 사리워오는 것이다.
                이것은 그 곰의 잔등에 업혀서 길여났다는 먼 녯적 큰 마니가 또 그 집등색이에 서서 자채기를 하면 
                산넘엣 마을까지 들렸다는 먼 옛적 큰 아바지가 오는 것같이 오는 것이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끊는 
                아루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枯淡하고 素朴한 것은 무엇인가 
                 
                *김치가재미:북쪽 지역의 김치를 넣어 두는 창고, 헛간 
                *양지귀 : 햇살 바른 가장자리
                *은댕기 : 가장자리 
                *예대가리밭 : 산의 맨 꼭대기에 있는 오래된 비탈밭
                *산멍에 : 이무기의 평안도 말 
                *큰마니 : 할머니의 평안도 말
                *집등색이 : 짚등석, 짚이나 칡덩굴로 만든 자리 
                *자채기 : 재채기
                *희수무레하고 : 희끄무레하고 *
                삿방 : 삿(갈대를 엮어서 만든 자리)을 깐 방
                *아르궅 : 아랫목 
                *고담(枯淡):(글, 그림, 인품 따위가) 속되지 아니하고 아취가 있음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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