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담글 때 입었던 우의와 모자만...
비가 오네~
비가 오면 하늘은 비를 맞지 않는다는데...
하늘아래 뫼(山)도 아닌 쪼맨한 나,
(후후 요런 표현으로 쓰고나니 디게 기분 조오타. 아는 사람만 알걸)
오늘, 좀 전에 비를 맞아가며 간장을 담갔다네
(굳이 정한 음력 이월의 첫 말 날이라 한 달 전서부터 날 잡았음, 웃지마시라..
친정서부터 대대로 전수 받았음 오데 보니 과학적인 통계 근거도 있두먼))
어제 저녁 답(무렵)에 왕소금, 딥따 짜게 풀어놓고
(요즘 마트에선 발 빠르게도 "간수 잘 빠진 왕서방네 왕소금" 요렇게 홍보터만)
우비를 꺼내 입고 전쟁터(장독대)로 나갔지
우리 가족들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전쟁터 분명하지 암~~
작업 다 하고 들어오니 비 님 억수로 퍼붓네,
카파라치 있었음.. 비 맞으며 후줄근히 장 담그는 내 모습을..(우비 속에 응응~~)
몰카 찍었음 캡빵? 멋질 텐데...후후~~
아무리 잘 한다고 해싸도 장 담그는 데...
떨어지는 '봄 비 몇 cc' 섞어 넣고
빗속에 히프짝 살랑거리는 봄바람 두어 주먹 함께 넣고
비 맞으며 재재거리는 참새 수다 소리도 몇 줄거리 걷어 넣고
메주(두 되짜리)덩어리 여섯 개에 왕소금 고두 큰 되, 세 됫박 풀어 녹이고도
물은 20리터라지만 까지꺼 인심좋게?
넉넉하니 돌려 붓고 그나마 미심쩍어 계란을 동동 띄워보니~~
얼쑤! 계란 낯짝이 오백 원짜리 동전만큼 떠오르네,
아싸 가오리! 됐다구나 손바닥 탁탁 털고 나서 오늘 '장담은 날' 가정사에 기록해두려
담근 장을 찍으려니 하나도 안 예쁘네(가무잡잡한 물이 녹아나길 했나 원~ 구정물 같어,)
그리고 이내 컴텨 앞에 달랑 앉은 나...컴앞이 내겐 유일한 휴식 공간!
힛, 근데..아무도 모를 꺼이다.(혹 날더러 엄청 부지런하다고 착각하실까 봐서 미리 자수하건대)
아직 내가 잠옷 바람이라는 걸,
그 위에다 우비입고 나갔다는 걸....글고 잽싸게 다시 컴텨 앞에서 노닥인다는 걸,
굳이 처녀가 얼라를 낳아도 할 말이 있다믄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참으로 좋은 것이 발견(? ㅎㅎ~)되었다.
내가 오늘 장 담근 날을 기록하면 그 게 우리 가정의 이력사가 되고
식구들이 내게 뭘 물어오면 대충 그 날쯤..글을 뒤져보면 우리 집 행사마저 잡혀오기 때문에
누가 어느 날에 어떻게 했고... 우리 집엔 누가 방문했으며 그 날 내가 무엇을 했는지...
난, 그래서 우리 집 일등 서기관이다.
그러나 비자금 같은 삥땅은 절때로? 하지 않는 청백리상깜인디...
울 집 서방님.. 내게 큼지막한 상 안 주려나?
천날 만날 "연말정산에 보자" 터니....언제 그랬냐는 듯 입 싸-악 씻어 버리고
물론 년말 정산해서 청구할 것을 깜빡하는 이 에미나이 머리 안좋은 탓도 있지만서도,
'으이그~ 입이 시장이라믄 매일 반찬 떨어질 날 읍께따!'
"아나~~ 곶감이다!!"
**사진자료를 다 날려 먹고..../뭘 첨부하려다 실수로
요즘들어 카메라..내문서 청소를 깨끗이 해 버렸는데.... 쩝!!
3월 5일 밤에 폭설로 덮힌 장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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