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행은 실로 얼마만인가?

 

어제 아이젠을 하나 샀다.

정말 아이젠에서도 격세지감을 느꼈다.

보통 마른 땅 행보에 별달리 벗지 않아도 불편이 없는.

 

결혼 전 황매산(해인사 부근)에 갔다가 ...

그 때 나는 부산 도라지 산악회 회원이었는데,  산행을 나갈 때면 지금처럼 산행하기에 좋은 기능성, 뭐 이런 게 없었다.

등산복은 지금에 못지 않게 화려했지만...기능면에서는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하기사....30년도 훨씬 더 전이니,

 

해서 겨울 눈에 발이 푹푹빠져 걷다보니....

모든 사람들 발은 다 젖게 되었고, 시골 어느 농가에서 점심을 부랴부랴 급히 부탁해서 먹으며

밥이 될 동안 가마솥과 아궁이 주변에는 잠깐이라도 말리고자....신발을 벗어서 죽--둘러 놓았었다.

 

나는 그 때만해도  긴 양말과 등산화 사이를 덧신처럼(방수)끼워주는 .. 그렁 걸 착용했지만 젖기는 매일반이었다.

 

예전 아이젠은 한 발짜리로 4개의 이빨이 크고 미련하고 얼마나 투박스러운지....

신발 중앙에다 끈으로 묶었지만...요즘은 생고무로 만들어져 신발위에 덧 신기만하면 된다.

게다가 아이젠 이빨은 작으며 체인으로 연결되어 있어 체인은 마치 자동차 타이어의 스노우 체인 역활도  할 것 같다. ㅎㅎ~~

예전 아이젠이야  완전한 빙벽등반 아니고서야~  

아니다. 요즘 빙벽 아이젠은 앞날이 더 날카롭다. 빙벽에다 내리꽂아야 하므로,,,

 

30년 전 일반인들 아이젠은 외발로 눈길에는 별, 효과도 없었고 빙판길에나 성능발휘를 하겠지만 이빨이 커서 남자처럼 콱콱 밟아 딛지 않으면 띠뚝거리기 일쑤~

길에서는 벗어야 하던 불편!  끈을 풀었다 묶었다.....휴~

 

그 때 눈은 얼마나 많이 왔던지...나는 뺨이 빨갛게 상기되어 추운 줄도 몰랐다.

그랬는데...지금처럼 보온 모자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 뺨이, 얼었던 것이다.

눈에 반사된 자외선에 타고 뺨은 얼고, 정말 산악하는 프로의 얼굴처럼 시퍼르딩딩해서 엄마는

그렇게 얼며 눈밭에 쫓아 다니는 게 아니라고 ....내 얼굴만 보면 두고 두고 탓하셨다.

한 번 언 낯 빛은 꽤 오래갔다. 

 

그 당시 우리 엄마가 싸주시는 반찬은 얼마나 인기절정이었는지...

엄마가 정성껏 마련해 주시던 백김치(인기짱이었던) 그 외 반찬들, 

산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엄만 오늘 점심 잘 먹었냐고 물어보시는 게 그 당시 크나 큰 낙이셨다.

....

오늘, 물리치료실에서 드러 누워 엄마 생각을 했다.

아이들처럼 눈물이 찔끔났다.

수유리 이모라도 뵈러 가야지 생각하며 겨우 눈물을 참았다. 왜 그랬지? (별일이네`)

내일 내가 가져갈 몫의  반찬은 맛있는 전유어라도 부칠가 했으나, 팔도 잘 못쓰겠고 목도 아프고, 장아찌나  대충 꺼내어서 준비해 두었다.

......................

 

요즘 국내 이름깨나 있는 高山 일수록 얼마나 등산로가 잘 되어있는지....

꼭 등산화 아니더라도 제 발에 맞는 운동화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흐, 지난 번 한라산에 운동화 신고 올랐음... 다음 날, 발보다 다리가 아파서 고생했지만)

 

그 때는 폭우속이라...등산로가 냇물이 되었고 물 속으로 아예 저벅저벅 걸었으니...

 

3월 초, 언니, 형부와 한라산을 한 번 더 오르기로 예약이 되었고, (혹, 춘설이 나릴지도 모를 일,)

내일 태백 눈꽃축제에 가기 위해 아이젠을 샀다.

스틱도 하나 장만하고....(눈길이니까..더욱 필요한)

 

결혼 전에  우리 부부는 함께 산악회에 가입하고 다녔었는데...(사진을 못찾았음)

그 당시 하도 다녀선지...결혼 후엔 그다지 산에 연연해 하지 않았다.

아니..실은 그가 ...산주변만  뱅뱅거리다가 막상 힘든 산행은 늘 기피했다고 보는 게 옳다.  이백처럼 한 잔 술에 풍류는 즐겨도 늘 힘든 운동은 기피하던 남편 덕이었다.(ㅎㅎ 없을 때 실컷 흉봐야지)

산행에 쓰이는 근육은 따로 있다는데 별다른 운동없는 내가?  체력이 많이 떨어진 지금.....될까?

 

오늘 아침 자고 일어나니 어깨(날개쭉지)부근 담이 결렸다.

숨도 제대로 못 쉴 만큼,

신경이 연결되었는지 목고개도 심히 아파서 병원에 물리치료차 다녀왔지만...

 

산행은 오래 전 예정된 일이라 취소할 수도 없고,

그나저나 눈이나 나를 기다리고 있으면 좋겠다.

 

겨울 들어서자 마자 동장군이 숨가쁘도록 기승을 부리더니 요즘 기가 한풀 꺾였다.

여기저기서 겨울축제가 다들 적자라고 아우성이다.(눈꽃축제, 얼음축제)

 

여름은 여름답게 덥고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한다.

 

눈이나 실컷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제발, 새로 산 아이젠 보기에 무색하지는 않게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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