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 ★








★동백과 프라타나스★


동백은 활짝 피지 않는다
반쯤 벌어서…
활짝 피길 기다리노라면
문득 뚝 떨어지고 만다.
어이없을 지경이다.
아쉽고……안타깝고…애절하고….

한창
무르익는가 싶을 절정에
문득 떨어지고 만다.
어느 아리따운 18세 아가씨의
운구에 얹힌 사진을 대 할 때처럼,

푸라타나스,
그는 새잎이 돋아나는 봄에도
매달려 있다.
연두 빛 새싹이 돋아나는
봄의 행렬에도
누우런 갈색의
추한 모습으로
눈치도 없이 따라 나선다.
우리 이름으로 하여
버짐나무….

전들 그러고 싶을까?
늙어도 죽을 수 조차 없는 가혹한 형벌,
각자에게 주어진
몫을 다한 후
갖는
자유로움의 홀가분한 이별,
자유란 의무를 다한 후라 했는데,
자유를 찾지 못한
내 어머니가 내 아버지가
몸도 마음도 당신이 아닐 때
어쩔 수 없이
우린 이미 지쳐 버린다.

한창 아름다울 때
떨어진 죽음처럼
안타까운 기억의 여운이 또 있을까?
가슴 에이는 채 피지도
못한 여리디 여린
새싹의 기가 찬 죽음

아직은 곱디 고운 아내의,
아직은 못다한 일 수두룩한 어머니의,
새싹을 막 피워 올리던
나무등걸이 어이없이
뽑힌 것 같은 젊은
아버지의 죽음,
그러나,

진정한
끝은 어딜까?
파티가
절정일 때 사라진
신데렐라가 아름답듯이…….
파티의 파장은 쓸쓸하고 추하다.

떠날 수 있을 때
떠날 수 있음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시간 맞추어
기차역에 나가듯
때 맞추어 갈 수 있는 인생,
약간은 아쉬운듯한
나머지 생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
그렇게 아름답게 떠나고 싶다.


화창한 봄날에
쓸쓸할 가을날을
생각하며,




글/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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