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나무가 화분에?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적, 진주 살 때 일이다.

그 당시에는 진주 상평동에 촉석아파트...선학동에는 선학아파트, 뭐 그 정도였었다.

부산에서 이사를 오고 처음 방문하는 친정식구들이 촉석아파트만 알면 동을 몰라도 우리집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화분이 베란다에 가장 많은 집만 찾으면 된단다.


요즘 나는 거의 화분을 못 키우고 있다.

수경재배 두어 개에 그저 몇 개 분 정도, 마당에 있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는 셈인데

겨우내 화분을 둘 곳도 마땅찮고 흙화분이 들어오니 흙곰팡내도 나는 것 같고,

식구들 대부분이 알러지가 있으니~

 

그래도 내손으로 거쳐 간 많은 식물들!

개중에는 미운늠도, 아쉬운 늠도 차마 사랑하던 늠도 있었으니~~


몬스테라는 너무 자라 올라 어수선하고 징그러워 처단했었고

고무나무는 매력이 너무 없었고,  문주란은 너무 자라나서 척척 꺾어지는 잎사귀를 자못

귀찮아했다.


친정어머니는 선인장 종류를(예전에는 다 그랬다. 백년 초라면서) 좋아하셨는데

용설란이 자라서 그 끝이 무섭다고 행여나 아이들이 다칠세라 바늘 같은 끝을 잘라주시다가 용설란도 그런 주인마음을 읽었는지..

어쨌는지..그 뒤는 모르겠다. 사라졌다.


따뜻한 남쪽인 고향을 떠나오니..경기도는 그에 비하면 완전히 북풍한설이다.

아무리 지구 온난화라 해싸도 남과 북은 엄연히 다르다.

아이들이 탱자나무도 모르고 자란다. 

탱자의 한계선이 강화도 어느 지점인데...이 곳에선 탱자나무를 볼래야 볼 수가 없다.

남쪽에서는 텃밭 울타리도 탱자나문데,...

 

어느 날 마당에서 눈에 익은 탱자나무가 자라났다.

아마 내가 마른 탱자를 그냥 온전히 마당으로 내다버린 모양이다. 그 게 싹이 돋아난 모양이다.

고향에만 가면, 탱자만 보이면 주워 오는 습성에 그리됐나 보다.


세 그루가 나왔는데..한 그루는 지인에게 나눠주었고 한그루는 화단에서 그냥 자라다가

그 해 겨울에 얼어 죽었고 한 그루는 불상사를 예견해서 미리 옮겨진 화분에 담겨져 현관 계단, 실내에 있다.


남쪽 사람 누군가 들으면 배를 잡고 웃을 일이다.

감나무는 어찌 어찌 마당에 한그루 매년 잘 자라며 그런대로 섰다.

참, 내가 온지..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는데...처음엔 대형유통 마트가 없었으니 당연 연근 보기도 귀했다.

연밭이 없으니...연근도 귀하고 연근요리법도 잘 몰랐다. 부모가 자주 먹여야 하는데,

안그랬으니...이상한 것을 반찬으로 먹는 이상한 아이로 보더란다.

그렇게 아이가 연근을 도시락 찬으로 사가면 모두들 신기해 했단다.

ㅎㅎㅎ 참으로  작은 나라에서 너무도 다르다.

그러자니 먹는 요리도 당연히 조금씩 달라질 수 밖에.................................

 

남쪽지방에는 팔손이도 거목인 채로 한데서 자라나는데...

이 곳에선 팔손이도 년중 거의 절반을 실내에서 길러야한다.  팔손이를 화분에다 길렀다.


햇볕 잘 드는 곳, 대형화분에 두었더니 얼마나 모양좋게 잘 자라던지

이맘 때 쯤 피는 흰 꽃은 그리 크고 화려하진 않았지만 내 눈에는 예뻐 보였다.

커피를 들고 추운 마루 계단으로 나가서 팔손이 꽃을 보며 마셨으니... 어디에 그림도 그려두었는데...

 

나는 분갈이를 했다.

너 댓 화분으로 가르고 나니 더욱 단아한 멋진 가지가 돋보였다. 좋은 화분에 담아서  지인들에게도 나눴다.


아직 다른 집에서는 잘 키우고 있더라만, 나는 집을 오래 방치해 둔 사이 겨우내 말라죽었다.

아깝다. 얼마나 잘 자랐는지, 그 키나 몸매가 아주 품위가 곁들었는데...


ㅎㅎㅎ 남쪽 사람 들으면 또 배꼽을 잡을 일이다.

그냥 들판에서 아무케나 자라나는 팔손이에게 품위 운운하니 말이다.


-키우고 싶은 식물은 양지바른 곳에 파초를 심고 싶다.

남국의 정서를 나타내는 파초! 무리겠지? 동절기 간수가 만만치 않을 텐데...


지난 가을에 작은 동백을 하나 샀다.

엄격히 말하자면 동백이 아니라 산다화인 셈이다.


늘 빼조롬 물고 있던 봉우리가 눈을 뜬다. 하늘을 바라본다.

얼마나 예쁜지..산다화가 진홍의 동백 색깔이다.

어찌보면 빨간 장미가 피는 것도 같다.

무슨 꽃이든 겹꽃을 별로 좋아라고 하지 않지만 벌어지는 모습만은 예쁘고 신통하다.


부산 언니는 베란다에 허브식물을  아주 잘 키우고 있다. 부산이라 들여 놓을 필요도 없고 얼마나 온실처럼 생육발달이 잘 되는지...


에혀~  그저 나는 봄이 오면 흙이나 뚫고 힘겹게 올라오는 야생화에나 정 붙이고 살 일이다.

 

 

2006,3,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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