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산사나무는 꽤 유명해졌다. "산사자(산사나무의 열매를 그리 부른다)로 만든 …" 이라고 선전하는 약까지 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사나무의 실제 모습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산사나무는 이른 겨울, 유난히 검붉은 둥글 열매를 가득 메어 달고 밝게 웃고 있는다. 이 모습을 바라만 보아도 즐겁다.
늦은 봄, 주변이 환해지도록 하얗게 모여 피는 작은 꽃망울들은 마치 뭉개 구름처럼 순결하다. 잎새와는 달리 국화 잎처럼 길깊게 결각이 진 개성 있는 초록빛 잎새와 줄기에 달려 있는 가시는 더없이 위엄을 갖추고 있다.
아주 멋지고 아름다운 나무이다. 게다가 그 앙증맞은 열매는 약이나 술이 아니어도 씹으면 사과처럼 아삭이며 새콤달콤하게 맛이 있고 새들을 불러모으니 이땅에 산사나무만한 나무가 어디 그리 흔하랴 싶다.
그런데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산사나무를 보고 있으면 그리 행복한 것 같지 않다. 산야에 자라는 야생의 산사나무들은 숲 가장자리에 살다보니 도시에 밀려 잘려나간다.
또 우거진 숲에 치여 햇살을 제대로 받지 못하다 보니 점차 도태되어 가고, 어쩌다 살아 남은 나무들도 귀하게 여겨주지 않아 온갖 덤불들에 덮이고 다른 식물에 치이며 살아가는 것이 대부분이니 말이다.
그러니 산사나무들은 최근 산사나무에 쏟아지고 있는 인기가 자신들과 도대체 무슨 상관이냐고 되물을 것 같다.
산사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이 지는 중간 키의 나무이다. 어떤 이는 산사나무의 붉은 열매오 흰 꽃을 붉은 태양이 떠서 환해지는 아침에 비유한다. 산사수라는 한차 이름을 풀어보면 그 뜻이 나온다.
산사나무는 지방에 따라 아가위나무, 야광나무, 동배, 이광나무, 뚱광나무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곤 한다. 또 다른 한자 이름으로 산리홍, 산조홍, 홍과자, 산로 등으로 쓰기도 한다.
산사나무는 우리나라와 중국 북부, 사할린과 시베리아 등에서 자라는 북방게 식물이다. 서양에도 유럽과 북미에 유사한 종들이 수없이 많아 100여종에 이른다고 한다.
산사나무의 재배기록은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중국에서는 소화계통에 효과가 있다고 하여 명나라 때부터 과실로 재배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고궁 뜰에 자라고 있었던 사실을 미루어 볼때 일부 계층이 가꾸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일본에는 조선 영조때 우리나라에서 이 나무를 가져가서는 어약원(御藥園)에 재배했다는 기록이 있다. 특히 늙은 닭의 질긴 살을 삶을 때 산사나무 열매 몇 알을 넣으면 잘 무르고, 생선을 먹다가 중독되었을 때도 이 열매가 좋다고 한다.
산사나무 열매로 만든 음식으로 산사죽, 산사탕, 산사병 같은 것들이 있다.
이 나무의 열매를 따서 잼이나 시럽 혹은 차 등으로 달여 마셔도 맛이 좋고 향기도 좋다. 비타민도 풍부하고 소화에도 유익한다.
서양에서는 산사나무를 하쏜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벼락을 막는다는 뜻이다. 이 나무가 벼락을 막아줄 것이라는 믿은 때문인지 밭의 울타리로 애용됐다. 오월을 대표하는 나무를 매이라고도 한다.
1620년 유럽의 청교도들이 미국 신대륙으로 건너가면서 타고 간 배의 이름이 더 메이 플라워호로 여기에는 산사나무가 벼락을 막아주는 나무이르모 안전을 기원하는 뜻이 숨겨져 있다.
산사나무의 또 다른 이름인 산리홍은 호젓한 산길에서 붉은 열매를 달고 있는 나무라는 뜻일 것이다. 이 겨울, 그 열매의 은은한 향기가 나는 차 한 잔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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