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에서 온 편지가 아니라 해남에서 쓴 편지....
지금은 해남땅, 배낭하나 달랑메고 나 홀로 여행을 떠나왔다.
해남땅은 처음이라...일단 광주까지 KTX로 내려왔다.
3시 15분 용산에서 기차를 탔다.
부랴부랴 나오느라 점심을 걸렀다,
좀체 외식을 즐겨하지 않는데...얼마나 배가고팠는지, 도시락을 하나 사서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용산서 광주까지도 말만 ktx 지 시간은 그저 그런 거 같았다.
부산까지가 2시간 40분
광주는 15시 15분에서 17시 45분 도착이니 2시간 30분 소요된다.
부리나케 해남으로 가야하는데...
조금 변동이 생겼다.
내일 아침까지 도착해도 될 것 같았다.
도착 15분 전 쯤에 지인에게 전화를 했다.
함께 저녁을 먹고, 하릴없이 영화를 보았다.
"연리지"라는 영화였다.
참으로 제작비도 얼마 들이지 않은 게으른 영화였다.
단지, 조금 이름났다는 여배우 하나 꼭두각시로 앞세워 놓고....
자고 가라고 말렸지만...한 발이라도 앞 당겨 놓을 욕심에 터미널로 부지런히 향했더니
막차?였는지....조금기다렸다가 10시 5분 버스를 탔다.
터미널까지 따라나왔던 친구는 아마도 삐졌나보다. 버스가 떠나기 직전까지 수다를 부렸다.
버스에 손님도 별로 없었고
나는 배낭을 베고 누워서 휙휙 스쳐가는 하늘을 보았다.
보름인가? 휘영청 보름달이 계속 따라오고 있다.
구름속에 가렸다가 빼꼼히 얼굴을 내비쳤다가...
박목월님의 나그네 시가 자꾸만 입에서 뱅뱅 감돌아 외워졌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버스가 정류장에 설 때마다 아저씨가 일러주는 지역이름들....조금씩 들어보았던 작은 소읍 소도시들을 지나...밤 11시가 다 되어 해남에 도착했다.
해남터미널에 내리고 보니 시골처럼 캄캄하다.
잠자러 혼자서 모텔을 찾아들기도 그렇고... 택시가 줄줄이 대기중이길래 일단 올라탔다.
"아저씨~ 가까운 찜질방 좀 찾아 주세요~"
"저긴데..."하며 차를 움직이는 아저씨...로타리를 하나 돌자마자 내려주고는 1,800원이다.
택시가 줄줄이 대기 줄을 섰으니...할 수 없는 노릇이란다.
아저씨도 난생처음 가까운데 내려줘 보신다하고.
나도 택시를 가장 최단거리로 타 봤다며 그냥 웃고 내렸다.
지금시각 1:07분
낯선 고장에 와서 나는 낯 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일이면 해남 볼일을 끝마칠 수 있으려나?
보길도나 들어 갈 수가 있을지 모르겠다.
부활절 주일은 꼭 올라가야 하는데...마음이 그리 넉넉하진 않다.
자야겠다.
건조증에 눈이 무척 슴벅거린다.
4월14일 새벽, 찜질방에서 이요조
사진은 며칠 뒤에,
낯 선 거리에서 허둥대다.
욕실옆에 붙은 여자 휴게실에 들어가서 잠은 잘 잤다.
고단해서 그런지 1시30분 쯤 잠자리에 들어서 5시까지 푹-잘잤다.
이 후에 잠은 오지 않고
심심한데...때나 밀어 볼가하고..여기 때밀이는 출퇴근이란다.
때타올을 하나 샀다.
물에서 한참을 놀다가 제 자리로 오니...샤워 타올이 없다. 어디서 흘렸나보다.
나오다가 보니...좀 비싼 핀을 라커룸에 두고 나왔다.
왜 이러지? 허둥대고 있다.
하기사 솔직히 말해서 나홀로 여행은 처음이니....이렇게 가벼운 흥분으로 허둥댄다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2006년...5년 전 봄....무턱대고 떠난 여행,
2011년 다시금 생각해봐도 너무 소중하고 잘 한 일이다.
경비는 총 30여만원 쯤 든 것 같다.
여행을 망서리는 모든 이에게 드리는 말은
'여행은 꿈 꾸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신발끈을 조여매는 것이다.'
보길도여행
http://blog.daum.net/yojo-lady/7708412
일기처럼 쓴 글이라 비공개로 잠겨있고 사진 하나도 없다.
어제 마침 EBS에서 보길도가 나오는지라 방가워서 TV를 찍었다.
우암송시열의 글 씐 바위도 아슬아슬한 벼랑길을 건너갔던 기억이 난다.
다른 공개성 글에 사진은 빼곡히 올려져 있으니....
http://blog.daum.net/yojo-lady/7708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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