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여행기 첫째 날에
 
광주를 거쳐, 해남에 왔더니 동백이 지천~

▲ 2006년 4월 14일  ‘해남’
 
 

해남에서 쓴 편지

 

 

급한일로 떠나왔다. 집안일의 출장길인 셈이다.

배낭하나 달랑메고, 해남땅을 밟아보기는 난생 처음이라...약간은 두렵고 또는 아름다운 남도의 첫 여행길이다.

일단 광주까지 KTX로 내려왔다.  난생 처음 낯선 곳으로  미지의 세계로 혼자, 떠난 여행인 셈이다.

용산서 광주까지도 말만 ktx 지 시간은 그저 그런 거 같았다. 부산까지가 2시간 40분 광주는 15시 15분에서 17시 45분 도착이니 2시간 30분 소요된다.

부리나케 오늘 안으로 해남으로 가야하는데...가는 도중에 조금 변동이 생겼다. 내일 아침까지 도착해도 될 것 같았다.

 

어차피 밤시간이고 여유시간이 좀 생긴 나는 도착 15분 전 쯤 동안 감감하게  잊고 살았던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역에 픽업하러 먼저 나와있었다.  정말 몇 년만인지, 친구와 마지막 본지는 여러해 되었지만 친구의 식성이 기억이나서 고깃집으로 향했다.  광주 신시가지는 둘 다 잘 몰랐지만 시청 부근을 중심으로 순회하여 고깃집을 골라 앉았다.


시청을 중심잡아 돌았더니 그럴싸한 식당이 하나 보였다.  여행길에 낯 선 타 지방에서 음식점이나 고깃집을 찾으려면 큰 관공서를 끼고 있는 곳을 찾으면 대체로 틀림이 없다.


우리가 식당에 들어갈 시간은 초저녁이었고 주차장은 거의 휑하니 비어있었다. 친구는 꽃등심이나 안심을 좋아라했는데, 오늘은 좋은 게 없으니 갈비살로 권했다.(물량이 딸려 그러는지?)그저 권하는대로 먹기로 하고, 나는 별 시장끼가 없어서 그간 어떻게 살았는지 이런저런 얘기로 꽃을 피우는데 웬걸, 무심결 씹고 있는 입안에 든 고기맛이 깔끔하다.

반찬도 그런대로 맛깔지고 특히 고기를 먹고난 뒤 냉면대신 누룽지탕을 시켰더니 속이 편안했다.

이야기 하느라..고기를 제대로 먹었는지, 말았는지 아무튼 기억에도 없다.
가격은 둘이 먹고나니 50,000원 남짓이다. 그런데 웬걸 나와보니 주차장에 차가 중첩으로 주차되어있었다.

얼마나 많은 차들이 몰려와 있는지....아무튼 손님이 많이 끓는 집은 재료 자체가 신선하니 더욱 좋다.

역시나 잘 골라 선택한 식당이 틀림없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격조했던 동안 친구는 어머님도 돌아가셨고 삶의 변화가 무척 많았다.

식사 후 어디 따로 갈 데가 마땅찮아 바라보이는 곳, 콜롬버스시네마 가까운 곳으로  슬슬 이야기꽃을 피우며 이동했다.

나는 괜스레 멀리 떠나왔다는 야릇한 흥분의 피곤함도 풀겸, 그저 멜로물같은 편해서 좋을 것 같아 선택한 "연리지"라는 영화였다. 참으로 제작비도 얼마 들이지 않은 게으른 영화였다.

단지,  조금 이름났다는 여배우 하나 꼭두각시로 앞세워 놓고....영화는 그저 그랬다.

 

영화를 보고 돌아나오는 빌딩의 계단이 나무 계단이다.

우르르 빠져 나가는 뭍 사람들의 구두 발자국 소리가 나무계단을 울리는....소리, 또각또각 꽤나 수선스럽다기 보다 명쾌한 듯 들리는 그 소리는 어느덧, 잠자는 저 기억 뒤편의 기억들....높은 하이힐을 신고 마지막 상영 영화관을 황급히 벗어나던...

나의 젊은 시절 그 때는 통금이 있어서 ....구두소리 또각거리며 바삐 귀가길을 재촉해야 했던, 그런 잊혀진 소중한 기억들이

망막에 보퉁이 한 끝,  매듭이 풀려나 듯 비쳐쳤다

 

친구는 이 시간에 해남을 가도 어차피 숙박할거면 그 곳은 시골이니 집에서 자고 가라고 말렸지만...한 발이라도 앞 당겨 놓을 욕심에 부지런히 터미널로 향했더니 막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기다렸다가 10시 5분 마지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친구는 무척 서운했나보다. 터미널을 빠져나오도록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미안했다. 맞벌이 직장만 아니라믄...

나랑 함께 남도여행을 떠나보면 좋을텐데....

흔들리는 어두운 버스에서 더듬거리며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이리 바삐 갈꺼믄 뭐다러 왔다냐?"

"뭐다러 왔다냐~"는 친구의 볼부은 말이 내내 가슴에 얹혀서 한동안 먹먹하게 막혀있었다.

친구는 함께하지 못하지만 청산도를 꼭 둘러보라는 말만 거듭 다짐시켰다.

 

 

해남가는 막차에는 손님도 거의 없었고 나는 배낭을 베고 누워서 휙휙 스쳐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보름인가? 휘영청 보름달이 계속 날 따라오고 있다.  먹구름속에 가렸다가 다시금 빼꼼히 얼굴을 내비쳤다가...하기를....

박목월님의 나그네 시가 자꾸만  입에서 뱅뱅 감돌아 외워졌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버스가 정류장에 설 때마다 기사 아저씨가 큰 소리로 일러주는 지역이름들....

사람들이 하나씩 간간히 타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는  어둔운 밤의 낯 선 고장들!

조금씩 그 이름들을 들어보았던 작은 소읍, 소도시들을 지나고 또 지나...밤 11시가 다 되어 해남땅에 도착했다.

 

해남터미널이래서, 다 왔다고 그래서 내리고 보니 시골처럼 캄캄하다. 나 역시 모든 게 캄캄하다.

잠자러 혼자서 모텔을 찾아들기도 그렇고... 택시가 줄줄이 대기중이길래 일단 올라탔다.

 

"아저씨~ 가까운 찜질방 좀 찾아 주세요~"

"바로 저긴데..."

하며 차를 슬슬 움직이는 아저씨...작은 로타리만 돌자마자 내려주고는 1,800원이다.

터미널 방향에서 고개만 조금 쭈욱-내밀면 보이는 위치다.

 

택시가 줄줄이 대기 줄을 섰으니...할 수 없는 노릇이란다.

아저씨도 난생처음 가까운데 내려줘 보신다하고. 나도 택시를 가장 최단거리로 타 봤다며 그냥 그냥 웃어주고 내렸다.

 

지금시각 1:07분 낯선 고장에 와서 나는 낯 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날이 밝으면 해남 볼 일을 끝마칠 수 있으려나?

옛날부터 가보고 싶었던 보길도나 들어 갈 수가 있을지 모르겠다.

부활절 주일은 꼭 올라가야 하는데...마음이 그리 넉넉하진 않다.

 

 

그만 자야겠다.

건조증에 눈이 무척 슴벅거린다.

 

 

4월14일 새벽, 이요조 (사진은 며칠 뒤 집에 가서 올리겠음) 

 

▲ 2006년 4월 13일  ‘광주’

 

▲ 2006년 4월 13일  ‘백화원’ 갈비살 구이

▲  ‘물김치’

 

▲ 맑은 선지국

 

▲ 쌈

 

 

▲ 머위나물

▲ 돌나물 오이무침

 

▲ 김자반

 

▲ 김치찜

▲ 고춧잎김치

▲ 멸치볶음

▲ 알타리김치

▲ 누룽지탕/연이어 카메라 흔들림

 

 

▲ 그냥 비디오 한 편 본 느낌!

 

 

 

▲ 해남 터미널 앞 정원에 핀 접동백/한 나무에 두 가지 빛깔의 꽃이 피어난다.

 

 

 

 

남도여행이 아니라 동백여행이다. 아니 춘백여행이다.

난 말로만 접동백 소리를 들어보았지 여지껏 산다화를 접동백이라 부르는 줄 알았다.

 

해남 들어서면서 부터 동백은 얼마나 숱한지,

예전에는 홑동백보다 접동백이 더 알아주던 때도 있었단다 (일명, 카네이션동백)

접동백이 훨씬 육감적이다.

 

허나 홑동백의 단아함, 그리고 열정을 숨긴듯한 매무새!

홑동백은 절대로 활짝 벙글어 피지 않는다.

미소를 입가에 빼 문 처자들(아가씨)처럼 반쯤 입을 열었다가 시들기 전에 툭! 하고 떨어진다.

불현듯 피었다가 불현듯 진다. 홑동백은....

 

접동백은 화려하고 육감적이다. 대신 나무에서 가지에서 시들어 있는 걸 종종보게된다.

접동백의 만개후 시듦이 허무하다면 홑동백의 낙화는 애처로움이다.

 

요즘엔 다시 홑동백을 쳐준다며(알아준다는) 이야기 한다.

(볼일을 마친 후, 얼마간 해남 안내를  자처하신분 말씀이...)

 

툭-툭- 떨어져 쌓이는 동백처럼 내 일도 그렇게 애처로움 속에 마무리져 졌다.

일일히 열거하여 이야기 할 수 없는 일이지만....혼돈속의 미망이다.

 

일을 마무리한 나는 이제 남도 여행을 떠나야 한다.

 

 

혼자....

 

혼자다.

 

 

마치 남쪽으로 화사하고 밝은 꽃마중을 나온 듯 하다.

 

 

 

 

 

 

2006년 4월 14일 이요조 해남에서,

 

 

접동백/해남에는 집집마다 정원에 거의 접동백을 즐겨 심었다.

 

 

 

 

 

▲ 접동백

 

 

 

 

▲ 홑동백신초

▲ 홑동백

 

단풍

청목 새순

 

▲ 할미꽃 ....(영동할미꽃?)

 

 

 

 

 

▲ 칼라 프리쟈

 

 

 

▲ 식물원 온실 종묘장


▲ 식물원 사이로 개울물은 졸졸....겨울엔 꽁공 얼었겠지?
관련업소 샵블로그 바로가기
백화원

062-381-8890
GO
콜롬버스시네마상무

00-1566-7942
GO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