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4.14

 
 

 

 

 
 

해남에서 쓴 편지

 

 

지금은 해남땅, 급한일로 떠나왔다. 배낭하나 달랑메고,

 

해남땅을 밟아보기는 난생 처음이라...약간은 두렵고 또는 아름다운 남도의 첫 여행길이다.

일단 광주까지 KTX로 내려왔다.

 

3시 15분 용산에서 기차를 탔다. 점심을 걸렀다, 기차는 잘 탔는데..배가 무지 고파왔다.

얼마나 배가고팠는지, 도시락을 하나 사서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난생처음 혼자하는 여행인 셈이다.

 

용산서 광주까지도 말만 ktx 지 시간은 그저 그런 거 같았다.

부산까지가 2시간 40분

광주는 15시 15분에서 17시 45분 도착이니 2시간 30분 소요된다.

 

부리나케 해남으로 가야하는데...가는 도중에 조금 변동이 생겼다.

내일 아침까지 도착해도 될 것 같았다.

 

도착 15분 전 쯤에 지인에게 전화를 했다. 함께 저녁을 먹고, 별따로 할 일이 없어 영화를 보았다.

괜시레 멀리 떠나왔다는 야릇한 흥분의 피곤함도 풀겸, 그저 멜로물같은 편해서 좋을 것 같아 선택한 "연리지"라는 영화였다.

참으로 제작비도 얼마 들이지 않은 게으른 영화였다.

단지,  조금 이름났다는 여배우 하나 꼭두각시로 앞세워 놓고....

 

어차피 숙박할거면 자고 가라고 말렸지만...한 발이라도 앞 당겨 놓을 욕심에 터미널로 부지런히 향했더니 막차였다.....조금 기다렸다가 10시 5분 버스를 탔다.

 

 

버스에는 손님도 거의 없었고

나는 배낭을 베고 누워서 휙휙 스쳐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보름인가? 휘영청 보름달이 계속 날 따라오고 있다.

먹구름속에 가렸다가 다시금 빼꼼히 얼굴을 내비쳤다가...하기를....

 

박목월님의 나그네 시가 자꾸만  입에서 뱅뱅 감돌아 외워졌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버스가 정류장에 설 때마다 기사 아저씨가 일러주는 지역이름들....

사람들이 하나씩 간간히 타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는  낯 선 고장들!

조금씩 들어보았던 작은 소읍, 소도시들을 지나...밤 11시가 다 되어 해남에 도착했다.

 

해남터미널에 내리고 보니 시골처럼 캄캄하다.

나 역시 모든 게 캄캄하다.

잠자러 혼자서 모텔을 찾아들기도 그렇고... 택시가 줄줄이 대기중이길래 일단 올라탔다.

 

"아저씨~ 가까운 찜질방 좀 찾아 주세요~"

"바로 저긴데..."

하며 차를 슬슬 움직이는 아저씨...작은 로타리만 돌자마자 내려주고는 1,800원이다.

터미널 방향에서 고개만 조금 쭈욱-내밀면 보이는 위치다.

 

택시가 줄줄이 대기 줄을 섰으니...할 수 없는 노릇이란다.

아저씨도 난생처음 가까운데 내려줘 보신다하고.

나도 택시를 가장 최단거리로 타 봤다며 그냥 그냥 웃어주고 내렸다.

 

지금시각 1:07분

낯선 고장에 와서 나는 낯 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일이면 해남 볼일을 끝마칠 수 있으려나?

 

보길도나 들어 갈 수가 있을지 모르겠다.

부활절 주일은 꼭 올라가야 하는데...마음이 그리 넉넉하진 않다.

 

 

그만 자야겠다.

건조증에 눈이 무척 슴벅거린다.

 

 

4월14일 새벽, 이요조 (사진은 며칠 뒤 집에 가서야 올리겠음) 

 

▼ 용산역으로 향하는 전철안에서

 

 

둘째날, 낯 선 거리에서 허둥대다.

 

 

여탕(욕실옆)에 붙은 여자전용 휴게실에 들어가서 잠은 잘 잤다.

고단해서 그런지 1시30분 쯤 잠자리에 들어서 새벽 5시까지 푹-잘잤다.

이 후에 잠은 오지 않고

심심한데...죄없는 때나 밀어 볼까하니..여기 때밀이는 출퇴근이란다.

때타올을 하나 샀다.

 

물에서 한참을 놀다가 제 자리로 오니...때 타올이 없다.

아마 사오다가 어디서 흘렸나보다. 그저 물에서만 텀벙대다가 나왔다.

7:30분을 지나 나오다가 보니...좀 비싼 핀을 라커룸에 두고 나왔다.

왜 이러지?

 

허둥대고 있다.

내가,

하기사 솔직히 말해서 나홀로 여행은 처음이다.

 

어딘지 불안하고 많이 헛헛한 모양이다.

실수투성이다.

 

남편이 곁에 있으면서 알게 모르게 많이 챙겨줬던 모양이다.

얼마전 함께 영덕을 다녀온 '한미리'생각이 다 났다.

실수할라치면

"어언니이~~"

하며 나는 흘리고 줏어담는 스타일이던...

 

나는 혼자서도 아주 잘하는 줄 여태 알았는데...

실은 그 게 아니었나보다.

 

공주도 아니면서 공주병이 깊은 줄 나, 미처 몰랐으니~~~

 

 

이번 2박3일의 남도 여행은 어부지리로 떠난 여행이다.

어차피 떠났으니...

이번 여행은 고산 윤선도를 뒤쫓아 보기로 했다.

해남 녹우당서부터~~ 보길도까지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광주로해서 해남, 해남 대흥사, 두륜산, 땅끝마응, 보길도, 완도, 청산도 다시완도로 해서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얼마나 무리하게 타이트하게 다녔는지...

 

부활절 예배를 드리고 모두는 나더러 얼굴이 왜 그러느냐고 묻는다.

아마도 종려주간을 금식이나 하고 지난 줄 아는 모양이다.

 

에혀~~

그랬으면 주님이 미쁘시게나 보시지~~

 

바닷바람, 봄볕이 무서운가보다.

바다로 난 기암 절벽을 염소처럼 타고 오르내렸으니~~

 

다녀온지..벌써 사흘째 여독이 풀리지 않아 전전긍긍이다.

날씨또한 왜 이케 을씨년 스러운지, 남도 꽃소식도 그저 그렇더니만....조팝나무까지는

보았는데,

 

도화, 이화, 벚, 진달래가 피었고.....아직은  봄은 봄인데 원캉 덜 영글었나 보다.

 

두륜산 고계봉(630)에도 진달래만 만발이었다.

해남에는 터미널까지도 심겨져있던 농익은 겹동백이 인상적이었다.

 

 

 

이요조

 

 

 

열차안에 도시락

 

 

 

 

 

 

 

짐을 올려놓을 수 있는 공간이다.

맨처음엔 바로 이 유리가 반사되어서 헤프닝을 연출했었다.

저 끝에 사람까지 환히 보이던....이젠 전혀 그렇지 않게 보완된 모습이다.

http://blog.daum.net/yojo-lady/1031722  ☜  ktx 전엣글과   사진/ 반사된 유리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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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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