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 저, 심들어유~~

쉿!..쉬잇!
* 얌전하게 그림 테두리에 레이스도 곱게 달았다*
 
      [어머니가 나를 깨어나게 한다] 
       
      여보시오-- 누구시유-- 
      예, 저예요-- 누구시유, 
      누구시유-- 아들, 
      막내아들-- 잘 안들려유-- 잘. 
      저라구요, 민보기-- 
      예, 잘 안들려유-- 
      몸은 좀 괜찮으세요-- 
      당최 안들려서-- 
      어머니-- 
      예, 애비가 동네 볼일 보러 갔어유-- 
      두 내우 다 그러니까 이따 다시 걸어유-- 
      예, 죄송합니다 안들려서 털컥. 
      어머니 저예요-- 전화 끊지 마세요-- 
      예, 애비가 동네 볼일 보러 갔어유-- 
      두 내우 다 예, 저라니까요! 
      그러니까 이따 다시 걸어유 
      어머니. 
      예, 
      어머니, 죄송합니다 어머니, 
      안들머려서리 털컥. 
      달포만에 집에 전화를 걸었네 
      어머니가 자동응답기처럼 전화를 받았네 
      전화를 받으시며 소 귀에 경을 읽어주시네 
      내 슬픔이 맑게 깨어나네 
       
      - 함민복-
       
      [최선의 방책은 쉿!]
      [네 부모를 공경하라]잘 안되기에 예로부터 권면하는 말씀이 아닌가?
      내가 어렸을 적엔...맞고 크는 아이들도 더러 있었다.
      못살고 술주정이 심한 집의 아버지였는데.. 술만 먹고 들어오면
      손에 잡히는 아이넘 하나를 혁띠를 풀어서 패던 장면을 동네 아이들 
      틈에 숨어서 지켜보았다.방정환 선생님의 [어린이날] [어린이 사랑]이.. 
      이젠 필요없는 빛 바랜 말이 되어가고아예..날자가 정해지지 않은 
      토요일로 바꾸잔다.왜? 
      이젠 어린이 사랑은 외치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그런데도 부모님..사랑하기의 강조는 예나 지금이나 끊일줄 모르고 
      이어져 내려온다.
       
      따르릉~~
      "여보세요? 아빠 계시냐? 아빠 좀 바꿔라~~"
       
      "예~"
       
      불과 십 년 전만 하여도 그런 말을 듣던 나, 
      음마...요즘..음마 목소리 아주아주 커진 것 알아요?"
      "마치 싸우는 사람 같애~~"
       
        "...어..알어...."
                난 안다. 느낀다. 통감한다. 목수술로 한 반 년은 쉰 목소리더니...
                그 핑계도 아니다.
                어머니.. 미수를(88세)사시는 울 엄니도 귀를 잡수셨다.
                아니 본 맘도 잡수셨다.
                시인 '함민복'님의 어머님처럼 그렇게는 안 잡수셔도
                커무니케이션이 잘 이뤄지질 않는다.
                지난 4월 집안 혼사, 종손녀 결혼식에 모셔갔건만...
                엉뚱한 손녀를 잡고는
                "에구 종선아... 니가 그리 아팠따메.."
                "할머니 저 종순이예요"
                "엉.."
                좀 있다가 오 분 뒤 또... 손을 잡으며
                "에구 종선아.. 니가 그리 많이 아팠따메... "
                "할무이~ 나 종순이라 케도"
                "엉~"
                잔치가 끝나고... 집안 사람들을 통 못 알아보는
                할머니에게 보다못한 모두는 내게
                지레 인삿말을 건네기 바쁘다.
                '숙모' '제수''형수''동서' 등등 호칭을 붙여가며
                [욕 본다] 는 경상도 최고의 격려를...
                에구 아서시요들.. 말들로만,

                우리 어머닌.. 정말 순한 양같은 분이셨다.
                내가 새댁일 적에 부모님 계신 방에 불이 켜져있고 문이
                열려서 보니 어머닌,, 깡통에다 뭘 뱉으시며.. 괴로워하고 계셨다.
                밤새 이가 아파서 찬물을 머금어 가며 우리들이 깰쎄라 참고
                계셨던 것이었다.
                그랬던 어머님이..이젠 피가 조금 나와도 어린아이처럼 우신다.
                것도 갖은 푸념 다 섞어,
                그러기만하면 ..아이취급이나 하지.  얼마나 고집은 드쎄지시는지,
                일일이 며느릴 쫒아 다니시며..
                그 정신에도 나무라시는 줄 아무도 모를꺼다.
                 다 잊어 버려 모르겠는데..
                어젠, 그릇 닦는 고형비누를 복판만 홈패이게 썼다고 "이기 뭐 꼬?? "
                하신다.
                "에그..어쩌다 남비 딲는거...딲딲하니 돌처럼 굳은 걸..
                그럼 엄니 함 써 보셔유~"
                오늘은 젖 떼고 데려온지 얼마 되지 않은 몽이,
                용변을 잘 못 가린다.
                그리고 그넘은 바깥으로 어차피 퇴출해야할 넘이고.
                개똥을 밟으신 것이다.
                아마도 감각도 둔하신가 보다.
                마당 수도간에서 씻으시길래..그런가 보다 했더니..
                신발 안쪽에 떵이 그대로다.

                  이불 곱게도 덮고 누워계시는 어무이 곁에 다가갔다.
                  "어무이~.. 발 한 번 보여주이쏘."
                  "와? 내 깔클케 씨써따. 와 볼라카노?"
                  " 떵이 신발 속에 그대로 있어서요"
                  " 없다. 내가 신발도 매매 씻었따."
                  " 있다니까요"
                  "읍따... 음따믄 음는 줄 알지 "
                  여차저차... 저차이차... 어머니 음성은 또랑또랑하시다.
                  전화 음성 들으면 누가 米壽라 그럴까?
                  아마도 본인이 귀를 잡수면 그리 톤이 높아가나 보다.
                  함께 사는 나..왜 근데 톤이 따라 높아가는 거지??
                  되묻는 질문에 똑 같은 답을 자꾸만 해 드리려니...

                  여름이라 문을 죄 열고 사니.. 이웃 들을까봐 두렵다.
                  부엌쪽창..그리고 다용도실 유리창에다 그림을 그려 두었다.
                  내가 젤로 잘 보이는 곳에...
                  발도 안보이려 들고 고집 부리시던 엄니... 먼저 앞장 서신다.
                  "그래..니말이 맞나,,내 말이 맞나 보자.. 그 넘이 다시 쌌겠찌"
                  틀림읍씨 떵 묻었을 발로
                  졸때루 발바닥을 안보이시던 어무이 현장검증 후 그제사...
                  "아고 내가 볼 때는 분명히 없었는데...운제 이리 묻었노.."

                  작년 요맘 때...
                  어머닌 이상하셨따.
                  가정의학에서 정신과를 소개해서 다녔다.
                  챠트가 둘이었다.
                  하나는 엄니꺼.. 하난 이요조꺼
                  이요조를 부르면..난 의사쌤님 앞에서 공부를 해야했다.
                  "치매가 오면 첫째로 회피와 변명이 늘고 해서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그 걸 이해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보호자는 늘 함께하며 대화 상대가 되어 드려야 합니다," 
                  ....
                  아, 그 때 어머님 뿐이 아니고 나도 홧병이 왔다.
                  속에 ..목에 뭐가 딱 걸려서 음음 거리거나 가씸팍을 쾅쾅 두둘기지
                  않으면 안내려갔다.
                  그리고 건강이 깨어졌다. 심신이 무력해져갔다.
                  엄니보다 내가 더 먼저 쓰러질 것 같은...
                  이사를 해야했다.
                  흙을 밟고..만지고... 강아지들을 키우고..
                  그리 옛모습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사를 감행했다.
                    늘 높으당한 씨멘트 블럭에 갇혀 살던 엄니는 그래선지 차츰 나아지시고
                    그넘의 정신과 처방약은 보험도 되지 않고 왜 그렇게 비싼지...
                    요즘은 기껏 말씀드려도 몇 번을 말씀드려도 깜빡거리시지만...
                    한 가지는 참 용케도 부여 잡고 게신다.
                    며늘, 흉 볼 것, 야단 치실 것만 가려 내시길...
                    우리엄니.. 나 없으면.. 그 일마저 손 놓으시면.. 어쩌누, 내가 계속
                    해찰만 하고 다녀?? 그래? 말어??
                    그제도 엄니.. 형님네가 이사간대요. 그래서 엄니 소원하던 고추모종
                    몇 개만 갖고 가래요
                    두 번을 말씀 드렸는데도... 못 들었단다.
                    고추모종을 갖다 놓고 옷 갈아 입는데..

                    "야야..이 건 어따다 심을 꺼고.. 빨리 안나오고 머하노? 어이?"
                    그냥 말없이 나가믄 될텐데...
                    이 모땐 며늘 꼭 한마디 되받아친다.
                    것도 큰 소리로
                    "어무이!! 고추모종 갖고 온지.. 지금 10분도 안됐어요"
                    "내가 어무이 땜에 못산다카이"
                    "모종 마를 까바 그란다 아이가"
                    "에이그... 음마, 제발 소리 좀 낮추세요."
                    순간 딸의 목소리가 환청으로 들린다.
                    "제발... 고분 고분 왈패 이요조 아줌마야!"
                    순간 하나님 아부지 음성도 들리누나!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는 네가 잘 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
                    아무리 애 써도 지는 잘 안돼유~~아부지...
                    ?




                         
                         
                        [덧 글]저승 사자님이 날 부르거든-
                         
                        회갑(回甲) : 60 / 지금 안계신다고 여쭈어라.
                        -고희(古稀) : 70 / 아직은 이르다고 여쭈어라.
                        -희수(喜壽) : 77 / 지금부터 노락(老樂)을 즐긴다고 여쭈어라.
                        -산수(傘壽) : 80 / 이래도 아직은 쓸모 있다고 여쭈어라.
                        -미수(米壽) : 88 / 쌀밥을 더 먹고 가겠다고 여쭈어라.
                        -졸수(卒壽) : 90 / 서둘지 않아도 된다고 여쭈어라.
                        -백수(白壽) : 99 / 때를 보아 스스로 가겠다고 여쭈어라.
                         
                        ★ 여기서  백수(白壽)라 함은 자칫 100歲로 혼동하는데..
                        글을 자세히 보면 일백百에서 한일 一字, 하나를 뺀 흰 白이다.
                        그러므로 백수(白壽) 는 99를 이름이다. 
                         
                        *유머글을 갖고와서 편집하다. 
                         
                         이요조* 
                  ..
                  은퇴의 노래-조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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