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대며 왕래하던 관광객들도 생각보다는 일찍 끊겼다.

울릉도 2박 3일 일정인 여행 첫 날 금요일 밤이다.

 

아마도 내일 관광 일정에 곤한 몸을 뉘였거나, 주말을 피해서 주중 여행을 떠나온 사람들은 복잡할 내일을 피해  먼-여정의 뱃길을 떠나가려고 일찍 잠자리에 든 모양이다.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왔다가 해안가 도로를 걷자는 바람에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나온 나는

도동항 왼편으로 난 왕복 1시간짜리 해변도로는 포기해야만 했다.

대신 오른 쪽 20분짜리를 걸어봤는데...좋다. 너른 제주도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협곡의 재미가 있고 절경이 있다.

다녀온 팀들에게 좋았냐고 물었더니...감탄 그 자체란다.

나도 그랬다고 했더니...조금 있다 두 군데 다 갔다온 이가 정답을 던졌다.

1시간짜리가 20분짜리의 3배는 낫다고...ㅎㅎㅎ

배 아파진 나는 다음 날 새벽에 다녀왔고, 또  그 날 낮에 산으로해서 저동으로 넘어가니 할 수 없이 또 갔고

그 다음 날 일출을 찍으러 또 중간 쯤 갔고...

짧은 해안도로는 그 다음날 밤에도 나갔다. /사진은 모두 오른쪽 20분짜리 해변산책도로.

 

*다음글/왕복 1시간거리 해변산책도로

 

 

울릉도 도동항, 뭍관광객들이 타고 내리는 제일 복잡한 곳이다.

배가 도착하면 차들과 사람들이 한데 엉겨 사고위험이 있으므로 한켠으로 (줄)바리케이트를 만들어 관광객들을 지나가게 했다.

좀 머쓱하지만 좋은 발상이다. 관광객들은 저마다 양옆으로 펼쳐진 푸른 계곡의 장관에 하늘을 보고 입을 벌리고 걷는다. 손님을 픽엎하러나온 복잡한 차량들과 엉켜서 무척 위험하다.

 

금요일밤이어선지 한갖지게 조용하다.

 

엉뚱하게...이 텅빈 거리에 무대처럼 군상들을 떠 올려 등장시켜보았다.

며칠째 폭우는 그치지 않고 내린다. 을씨년스럽게 퍼붓는 비내리는 밤!

폭풍우치는 작은 낯선 섬 울릉도 항구다.

기약도 없이 며칠째 배가 뜨지도 못하자 시무룩한 무표정한 모습으로 왔다갔다하는 관광객들

유령을 보듯..상상해보곤 혼자 피시식 웃었다.

 

 

뭍 어디서고 흉내낼 수 없는 가로등이 밝혀지고,

 

 

미역, 모자반, 다시마가 손만 뻗치면 걷어오게 많았다.

 

사진을 좀 밝게했더니 대낮같은가요?

 

울릉도 포차인 셈이다. 밤손님 맞을 준비에 바쁜 손길,

 

걷다가 덜렁 앉아 쉬고싶다.

항에도 불이 들어오고

 

바닷물에 흔들리는 불빛들~~~~

 

울릉도 도착과 동시에 반겨주던 뾰족산! /이름이 있을텐데,,,하기사 다 뾰족하니~~

 

항구 선착장 방파제 이게(테트라포트)양쪽으로 있으므로 파도를 다소 피할 수가...

 

 

오늘이 음력 4월 보름밤이네~

보름인지 카렌다를 보고 이제 알았다. 물론 사진에서도 달빛이라는 걸, 

나는 하늘 한 번 올려다보지 않았다. 낯 선 바다, 그 암벽으로 난 길을 걸으며, 동굴속으로 난 길을 걸으며 나는 뭐에 홀린 듯 아마 정신이 쏙 팔린게다.

 

 

달빛에 교교롭다는 생각이...

 

 

아래 사진이 왼편으로 난 왕복 1시간 해변도로의 모습을 멀리서 찍은 사진인데, 마치 사람들이 햇불을 들고 서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내일은 저 곳을 걸어야겠다.

 

 

울릉도는 뱃길을 염려했었다. 파도와 말미가 먼저 떠올라...그러나 다행으로 날씨도 쾌청했고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해주었다. 밤에는 파도도 없이 조용하게 찰싹이는 소리만....더 조용했다.

울릉도의 명동, 도동

 

새장에 갇힌새는 바깥을 그리워하고 바깥에 있는 새는 갇힌 새를 부러워한다는....말!

울릉도 사람들은 뭍을 그리워하고, 간만에 온  관광객들은 비경속에 신선놀음이라 부러워하고.....

 

도동항 야경,   길게 바다에 빛을 드리웠다.

 

오징어잡이 배가 관광객을 위한 포차도 되어주나 보다.

 

바위는 해초를 검은 머리채처럼 바다에 풀어뜨리고...

 

파도가 없어 잔잔한 밤바다.

 

바다에 빠진 산 그림자는 빛을 품고 있다.

 

그저 불빛과 조용히 찰싹이는 파도소리뿐,

 

바위 틈새로 난 길도 가야하고,

 

늦게도 배가 들어오나 보다.  묵호항 출발인가?  배가 자그마하다.

 

금요일이니 밤 늦게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겠지.

 

도동항의 초저녁은 싱싱한 회에, 술 한잔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 술렁인다.

오징어 철이 아닌지 오징어는 구경도 못했다. 참문어가 많이 잡힌다네~~ 지금 이 철에는,

 

계단 ...도동항의 몽마르뜨?  이 곳에 앉아 바다를 내려다 보며, 함께 여행을 떠나온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낮이면 버스나 관광차나 택시를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  꼭 연극무대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든다. 불빛이 ....붉은 불빛이 그런가보다.

 

 

이제 막을 내릴 시간이다.

이 곳을 지나가면 공짜로 먹어보라며 한줌씩 쥐어주며 오징어포를 팔던 아주머니들도 집으로 갔다.

배우도 관객들도 다 사라진. ....도동항은 그제서야 깊은 침묵에 빠져든다.

 

 

글/사진:이요조

 

What Child Is This/George Skaroul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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