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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때론 실수를,

 

 

 

아이야
오늘은 금요일인데도 연락이 없어 내가 먼저 전화를 하니,
네가 이번 주말은 아니 오겠다는 구나.

이제 따로 나간 오피스텔에 적응이 되어도 너무 되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그러다간 시집도 안 보낸 딸을 그저 잃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네 오면 아끼지 않고 에어컨 빵빵히 틀어주려... 에어컨 청소까지 만반의 준비도 다 했다.

명절은 명절이라 맘편히 쉬지 못하고 그나마 여름 휴가는 ...아니 여름 주말이나마

집에서 휴가지처럼 시원하게 쾌적하게 해 주려는 엄마 마음에서,
집안을 홀랑 뒤집어엎은 대청소를 했다.  아직도 한 이틀 더 할 게 남았지만,

이 번 주엔 아빠도 너도 약속이나 한 듯이 못 온다니 나는 산이나 올라야겠다.

 

그저께 일이다.
밤에 잠이 오지 않아 아예 컴텨를 만지며 새벽을 맞았고

담날 아침 국거리가 없어 준비해뒀던 미역과
(지난번에 많이 씻어서 남겨 냉동실에 두었던 것)바지락 조개를 주방에다 내어놓고  새벽이 오는 걸 보고사 잠이 들었지 뭐냐  그랬더니  늦잠을 잤구나

다른 국과는 달리 오래 끓이면 끓일수록 맛이 우러나는 미역국은 시간상 끓이지 못했다.
급하게 만든 된장찌개로 할머니 아침을 차려드리고,  설거지를 끝낸 후 미역국과 간단한  반찬을 만드는데.... 그만,

 

느네 할머니의 안과 순회 투정에 엄마가 ......  마음이 무지 많이 불편해졌다.
음식을 대충 만든 후 모시고 곧 바로 외출~~ 또 다른 안과에 가서야 확인 후 할머니나 나나 잠시동안은 한시름 놓았다만...또 언제 그러실 지,

 

의사선생님/ "할머니 뭐가 걱정이세요?"

할머니/ "야~~ 봉사 될까봐서요"
의사선생님/ "할머니 봉사되기가 그리 쉬운 게 아니니 걱정 마세요"
할머니/ "앞이 캄캄해요"
의사선생님/ "할머니 안구 건조증은 병도 아녜요. 안연고를 너무 많이 넣으셔서 안보이셨어요 이젠 잘 보이시지요?"

또 다른 내과 병원에 가셔서는 신경통약~~
할머니/ "선상님요 지발 약을 좀 강하게 지어 주이소..."

 

아!  이야기가 사뭇 다른 데로 새는구나.
느네 할머니 치매는 초기에 다잡아 치료는 했지만...

아픈 것 잘 참으시고 ...자식이 우선이시던  예전의 할머니는 이미 아니시다.
매사 우기시는 떼쟁이 고집쟁이 나만 아는 이기심뿐인 숫제 어린 아이로 변하셨구나.

 

알면서도 네 엄마는 이론으론 다 알면서도 실전은 무지 힘들구나.

 

오전에 만들었던 야채볶음, 그리고 끓여두었던 바지락 미역국,


아빠랑 서해안 승봉도에 갔을 때 바지락을 양파자루로 캐 가는 사람들을 보고 무척 부러웠다.
그다지 비싼 조개류는 아니지만 가격에 비해서 맛있고 찌게나 국에 넣으면 시원하다.

얼마 전에 내가 네 냉장고에 넣어둔 바지락을 어떻게 먹어야할지 몰라 안 먹었다고....엄마더러  챙겨 가라던 그 바지락 말이다.

그것도 냉동실에서 얼음덩이가 되었다. 전날 자정 무렵에 꺼내어 물에다 담가 두었었다.

주로 물어보는 요리초보자 질문들이..조개해감은 몇 시간이 가장 좋으냐고들 궁금해하던데,
엄마 대답은 아주 급하게는 두시간도 되었다가 길게는 여덟시간도 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혹, 바보처럼 겨울에 두시간을  여름에 여덟시간을 상온에서 두진 않겠지?

 

 

운전하다가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다.
요리이야기 프리랜서로 알고 들었다만...옛날에 상추는 흐르는 물에 씻어한다 했는데,
요즘 상추는 받아놓은 물에 씻어야 한다는 그 두 가지 방법에 대해서 기사를 써야했단다.

수돗물 절약차원도 있겠지만.....어느 게 실제로 나은지 도저히 알 길이 없어
자신의 어머님께 전화로 물어보기로 하였단다.

["어머닌 상추 어떻게 씻으세요?"]
["응..나? 두어 번은 물 받아서 씻고 마지막에는 흐르는 물에 씻는다 왜?"]
["딩동댕~~ 바로 맞추셨습니다. 역시 어머니십니다."]

하는 방송을 들었다.


무슨 학설..학설 해 싸도 어머니의 애정 어린 경험에서 나온 것 이상은 없다.

이 엄마가 어렸을 적엔 학교에서도 구충제를 나눠준 시절이었다.
상추를 씻으려면 외할머니는 마치 눈에 보이는 회충 알이 있는 것처럼
마지막 헹굼 물에 그 귀한 참기름을 아깝다 않으시고 두어 방울 넣고 헹궈내셨다.
왜 그러시냐 물어보니

["혹시나 덜 씻겨진 상추에 남은 회충 알이 있다면 기름에 질식사하라고..."]

사실이건 아니건 논하기 전에 우린 엄마의 사랑의 배려로 깨끗이 준비된 야채를 먹었고
그 덕에 상추는 참기름 물에 샤워를 끝낸 고소한 냄새와 윤기가 자르르 흐르게 되었지만 말이다.
바로 그런 것이 엄마의 마음이고 조리하는 사람의 기본 자세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엄마가 사설이 길구나,
바지락은 혹시라도 모래가 남아있을지도 모르니 먼저 따로 끓여야 좋다.
그런 다음..윗물과 건더기를 걷어내어 쓰면 반드시 모래가 두서너 알은 나오게 되어있다.
만약에 음식을 먹다가 그 게 씹힌다고 생각해 보아라

그리고 마트에 가서 그 전날 이상하게 호박처럼 생긴 가지를 보고 재밌어 하다가
함께 간 분들에게도 내가 사서 한 개씩 나눠드렸다.

 

중요한 것은...내가 말하고자 하는 욧점은

그 가지를 소금에 절여 볶은 것과  바지락 미역국을 못 먹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음식조리를 할 때,
이 엄마가 무지 화가 나 있었다. 그냥 마음이 편편치 않아서 요리를 하고 간을 보았는데 분명 간을 보았는데...웬일이니?


세상에나 맛이 그 간이 소태다. 소금하고 재판을 해도 이기게 생겨먹었다.

그냥 콱..다 부어 내다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반성했다. 음식을 만들 때는 마음에 고요와 화평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을
엄마가 마음이 부글거려 만든 음식은 분명 가족들에게 독이 될 것이다.

 

사람들이 왜 흔히 이야기하지 않느냐
사먹는 밥이 끈기가 없다는..그 말은 그 밥에는 사랑과 정성이 없다는 것이 다르다.
엄마가 예전에 책인지? 신문인지 읽은 것이다 물론 사진도...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을 일러 손맛이 좋다고들 한다,.
음식을 마련하는 손끝에서는 남들과 다른 파장이 나오는 사진을 보았다.
바로 그 게 손맛을 좌우하는 것이었다.

 

그 파장은 어느 정도 대뇌의 지시에서 많이 좌우하는 것은 아닐까? 이 건 엄마의 생각이다 만... 

 

음식은 먹을 때만 기도하는 게 아니다.

먼저 만드는 주부의 기도하는 자세로  음식이 조리되어져야 한다는 사실 잊지 말아야 한다.

부디 명심하거라.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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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처럼 생긴 가지

 

 

 

 

 

★참고로 가져온 자료/음식 재료도 음악을 들으면 더 잘 숙성된다?

 

 

 

[음악을 들으며 숙성되는 과자반죽]

 

 

신석교기자 tjrry@donga.com
얼마 전 음악을 들으며 숙성되는 과자반죽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국내의 한 업체가 자사제품인 비스켓을 반죽할 때 반죽 내 효모의 숙성을 위해 음악을 들려준다는 것이었다. 음악을 들으며 자란 젖소의 우유 산출량이나 쇠고기의 육질이 훌륭하다는 사례는 들어봤어도 빵반죽 속의 미생물인 효모까지도 음악에 반응한다는 것은 작은 충격이었다. 결국 소든 효모든 맛있는 결과물이 되기 위해서는 사랑과 관심 속에 다뤄져야 한다는 말이다.

● 부엌의 사운드트랙

음악이라는 예술의 형태는 그 줄기에 ‘박자’라는 뼈대를 두고 있다. 그 박자란 것이 바로 우리 심장고동의 일정한 울림과 같은 것으로 음악 속 빠른 박자는 심박을 덩달아 빠르게 몰아가서 흥분하게 만들며 느린 박자는 반대로 안정시킨다. 음악의 박자, 흔히 말하는 비트와 내 속의 심장박동이 다시 하나의 박자를 엇이루어 치고 받는 ‘육체적 경험’에 비하면 미술품을 감상하거나 문학작품을 읽을 때 오는 감동의 파장은 형이상학적이고 정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25, 26년전, 서울 어느 동네의 작은 부엌. 다섯 살이나 여섯 살쯤 된 나는 개수대 모서리에 올라앉아 요리하는 엄마를 바라본다. 좁은 부엌을 가득 메우는 음식냄새, 불에 지지고 볶는 스펙터클한 장면들은 친구들과의 그 어느 놀이보다도 흥미로웠다. 친구같은 회사원 남편과 두 남매를 둔 평범한 엄마는 그러나 비범한 요리솜씨로 주위의 동경을 사곤 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엄마의 부엌 한 쪽에는 늘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당신이 직접 흥얼거리던 시기가 있었고, 살림형편이 나아지면서는 작은 오디오가 부엌 옆에 놓여 ‘보헤미안 랩소디’부터 ‘가을비 우산속’까지 그야말로 장르를 넘나드는 배경음악이 부엌에 늘 흘렀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니 정식으로 요리를 배운 적 없는 엄마의 맛의 비결이 바로 그 음악에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음악으로 숙성된 김치와 직접 담그는 장들은 그 맛이 늘 특별했고 그 음악을 듣고 자란 필자는 너무 빨리 숙성되어 애늙은이가 되었다.

● 창의력을 키우는 요리학습

어린 시절에 요리를 다양하게 접한 아이들은 창의력이 발달된다고 한다. 거창한 ‘요리’가 굳이 아니더라도 밀가루반죽 따위를 밀고 조물락거리며 빚어보는 동안에 감각은 발달하기 때문인데, 실제로 많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음식만들기’를 통한 교육프로그램이 발달되어 있다.

예를 들어 오늘의 요리인 허브 비스킷을 보자. 만드는 법은 아주 간단하여 아이들도 참여하기 제격이다. 밀가루에 반죽을 위한 물 대신 막걸리를 섞어 약간의 발효를 유도한다는 원리다.

아이들에게는 밀가루를 채치도록 한다. 채를 치는 동안에 밀가루와 공기가 섞여 완성되는 빵이 더 부드럽게 된다고 설명해준다. 컵에 막걸리를 따른 뒤 냄새를 맡게 하여 새콤달콤한 맛을 후각으로 느끼게 할 수도 있다. 반죽이 완성되면 젖은 면보를 덮어서 반죽을 잠깐 쉬게하자. 이 때 막걸리 속의 효모성분이 잘 일어나 반죽도 부드럽게 부풀리고 감칠맛도 더할 수 있도록 음악 한 곡 틀어주면 어떨까? 아직 미혼인 내게 육아에 관한 수다는 좀 쑥스럽지만 요리사로서 보는 요리의 과정 하나하나는 감각발달에 좋다는 확신이 있어 하는 말이다. 적당한 크기로 구워낸 반죽은 버터나 기름이 섞이지 않아서 담백하고, 강하게 퍼지는 허브향이 봄느낌을 준다. 옛날의 봄처럼 뒷산이 온통 진달래 천지였다면 립스틱색깔같은 진한 핑크빛 진달래를 통째로 졸여 만든 시럽을 곁들였을텐데 아쉽다. 현대사회에서는 ‘탐미’가 점점 어려워진다.

● 음악이 흐르는 김치냉장고

숙성되는 식재료 이야기가 나온 김에 와인도 한번 짚고 넘어가보자. 와인이야말로 숙성과정에 따라 맛의 완성도가 현저히 달라지니까. 수확한 포도는 두 번의 발효를 거쳐 병으로 들어가는데, 와인 한 병당 적어도 1㎏ 분량의 포도가 고스란히 쓰인다고 한다. 그 속에 담긴 발효성분은 시간이 지날수록 숙성을 거듭하기 때문에 한날 한시에 태어난 와인이라도 개봉시기에 따라 다른 맛을 낸다. 우리나라에서도 와인의 수요가 점점 늘고 있는 가운데 제법 큰 셀러(와인저장실)를 갖춘 와인숍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셀러 안에 감미로운 음악을 들려주면 어떨까? 음악감상을 하며 익어가는 와인들이 10년 뒤, 20년 뒤에는 어떤 향기를 풍길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비단 와인 뿐만이 아니다. 김치나 치즈, 또는 각종 장류 역시 숙성시 음악을 들려주면 어떤 맛의 변화를 보일지 호기심을 일으키는데, 예를 들어 김치냉장고에 음향시스템이 있어서 음향을 이루는 진동파가 냉장고 내부의 김치에 전달되도록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맛’에 대한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듯하다.

사상 최고의 상금이 걸린 로또복권을 추첨하던 주말, 나는 어느 카페에 앉아 있었다. 손님 종업원 할 것 없이 온통 복권 얘기로 떠들썩했고 그 와중에 배경음악으로 흐르던 콤팩트디스크가 튀기 시작했다. 샹송의 한두마디가 열 번 넘게 반복되고 있었으나 카페를 가득 메운 누구 하나 고개들어 알아채는 이가 없었고 그렇게 몇분이 지나갔다. 빵 반죽 속 효모도 음악소리에 반응한다는데 과연 우리들은 만물의 영장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순간이었다. 잘익은 김치 먹고 봄 오는 소리를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인생이라면 오히려 ‘역전’시키지 않는 것이 행복일 수도 있을 것이다.

● 허브비스킷

밀가루 2컵, 막걸리 1컵, 달걀 1개, 소금 1/2 작은술, 허브 말린것

1. 밀가루는 소금과 함께 채친다.

2. 1에 달걀과 막걸리를 섞고 반죽한다.(반죽의 농도는 생수로 조절)

3. 2의 반죽을 동그랗게 만들어 젖은 면보를 덮어 30∼40분 둔다.

4. 살짝 부푼 반죽을 한 번 쳐서 가스를 빼 주고 다시 면보를 덮어 10분 정도 둔다.

5. 200도로 예열한 오븐에 아이들 주먹 크기로 반죽을 떼 얹고 위에 허브가루를

뿌려서 25분 내외로 굽는다.

6. 오븐에서 꺼내기 전에 달걀물을 칠해주면 노릇한 색감이 살아난다.

*이 비스킷은 크림치즈를 바르면 와인과, 과일잼을 바르면 커피나 티와, 계란과 케첩을 곁들이면 아침식사로 알맞다.

 

 

박재은 파티플래너·요리연구가

 

 

 

 

 

 

 

 

 

 







Summer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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