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도 가을입니다.
삼베 이불도 더워 팽개치던 여름 밤,
여름이 가기 아쉬워선 지
그저께 말복날 밤은 정말 잠도 오지 않았는데..
그랬는데...
그 게 마지막 가는 여름밤이었나 봅니다.
낮엔 여전히 무덥지만... 지난밤은 베 이불 하나로 서늘한 밤 기온을 가리기엔
부족했습니다.
오늘은 외출을 했습니다.
서해안 가서 태운 자국이 반소매로 얼룩이 져서 그 얼룩을 없애 보겠다고
과감히 민 소매를 하고 나갔는데,
20분도 되지 않아 팔뚝이 쓰라려 왔습니다.
그렇게 아직 볕은 사정없이 따갑습니다.
강남 도심지, 삼성 코엑스 앞길을 지나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 년 전, 여름...축구 4강을 먹던 날...
대낮인 이 거리에서 개미 한 마리 없었던 진기한 광경을 보았습니다.
코엑스 앞에 붉은 옷 입은 사람들이 차위에 올라서서 멀티비젼을 주먹을 불끈 쥔 채
숨죽여 보던, 일순...모든 것이 정지한 듯한 그림같은 모습 외엔.. 거리는...
차가...차가 하나도 없이 텅- 비어있었습니다.
그 기억이 새로와 한 장...찍었습니다.
도심지에서도 요즘은 매미소리를 즐겨 듣는다기 보다 새로운 공해로 떠 올랐습니다.
사정없이 쏟아붓는 ...매미 소리..소리들....
제 어릴 때는 시골이나 가야 들었던 시원하게 두어 줄기 울던 매미소리가
이젠 도심에서, 그 울음소리는 질펀한 홍수로 넘쳐납니다.
볼일 보러 간 일원동 삼성 의료원,
슬픈 얼굴의 환자의 가족들을 애써..못 본 척 합니다.
.................
마음이 착잡해 옵니다. 사람 마음은 참 간사하여서 그런 슬픈 얼굴하고는 전혀 아무런
상관도 없는....그런 기억조차 없었던 사람인냥 행세하려 듭니다. 제가....
냉방과 방음이 잘 된 출입구가 한 번씩 열릴 때마다 매미 소리가 다투어
쏟아지듯 들어 옵니다.
매미소리는 어떨 때는 압력솥 추 돌아가는 소리를 내다가 동시에 시끄러울 때는
마치 전기 주전자에 물이 썰썰 끓는 소리로도 들립니다.
여름이 이리도 뜨겁게 달구어지는 것은
매미들의 사력을 다한 울음소리로 달구어져서 그런가 봅니다.
2004년 8월 11일 수요일 오후 1시경
#파아란 하늘아래 하얀 빨래
며칠 전,
유난히도 하늘이 맑았습니다.
한탄강인지..임진강인지 하여간 하늘이 좋아 내달렸습니다.
한 이태 파란 하늘만 찍겠다고 도전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큰 비가 오고 난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하늘이 맑았었는데....,
큰 비가 없어도ㅡ
역시 절기는 속이지 못하나 봅니다.
시골길을 지나치다 하얀 빨래가 펄럭이는 집 앞에서
잠시 가던 길을 멈췄습니다.
어느 바지런한 여인의 손길로 널려있는 빨래도 이리 아름다울 수가 있는 건지요?
하얗게 눈부시다 못해 ....푸릅니다.
널려있는 빨래의 그림자도 정겨운, 담장도 없는 어느 집 뜰에서...
나는 어느 손끝 야무진 한 아녀자의 해맑고도 고슬한 가을을 도둑처럼 몰래 훔치려
뷰-파인더에 담습니다.
눅눅할 것 같은 내 마음까지도 그 집 마당 빨래줄에 집게로 꽂아 널어두고 돌아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