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에 여러 날 동안 발색을 하면 차츰 고운 감물빛깔이 든다.
주글주글 두게되면 햇볕 받은 곳은 진해지고 덜받은 곳은 옅게 감물이 든다.
가을일기<자유> # 1번 글,
자유!
삼식씨만 없어도 나는 자유다.
어제는 낮 진종일 나무늘보처럼 꾸무럭거리며 하루 온종일을 거실이며 안방이며 굴러다니며 잤고
너무 자버린 낮잠 때문에 걱정했던 지난 밤잠도 얼마나 잘 자고 났는지 눈을 뜨니 8시다.
실은 여행지에서 삼겹살을 몇 점 입에 댔는데...
한 밤중에 가려워서 긁다가 잠이 깼다.
씻고 더마톱연고 바르고, 레티리진 반 알 먹고~
그놈의 망할 놈 알러지약을 가능하면 먹지 않으려 노력하는데
밤중에 잠을 못자고 자꾸만 뒤척이게 되면 다른 이들에게 불편을 주게 된다.
그래서 먹은 알약인데...새벽 두 시에 깨서 씻고 약바르고 약먹고.......새벽 4시경 다시 잠들었다.
집에서는 어지간하면 약을 먹지 않고 씻고 바르기만 하면 되는데, 여행지에선 이불 부스럭대며 긁기도 그렇고 그냥 약을 먹으면
가려움증도 가라앉지만 잠도 잘 오게 된다.
그런데 그 잠이 이튿날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리긴 하지만...
이튿날 내내 병든 병아리마냥 졸다가 버스에 올라앉기만 하면 졸았다.
밤늦게 도착해서 또 죽은 듯이 잘 자고.... 다음날 낮에도 내내 졸았다.
그런 잠결에도 냉장고에 수명이 다 되어가는 가지를 과도로 찍찍 잘라서 볶아 ....먹긴 잘 먹고 ...또 잘 잤다.
정량이 한 알인데 한 알 먹었다면 아마도 사나흘은 내내 잘 것만 같은 약!!
오늘도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동네 뒷산을 올랐다.
물 내려가는 하수관에 뭔가 꼬물댄다.
<헉 쥐!!>
인간은 쥐만 보면 무섭다 더럽다 생각하는 건 조상대대로 그런 느낌을 물려받은 DNA가 흐르기 때문이라는 걸 어디서 읽었다.
일본은 예로부터 지진이다. 쓰나미다. 살만한 곳이 안 된다.
살기위한 더 나은 땅을 찾아갈 본능으로 일본인들에게는 역시 이와 같은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다른 땅에 대한 열망!!
그 열망이 침략으로 이어지는 아주 나쁜 DNA가 흐를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ㅎ 이야기를 다시 산길로 되돌려서...
배수로에 빠져 못 올라오는 동물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쥐라고 보는 순간 소스라치게 몸서리 쳐졌지만...이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라 발이 짧다. 그러자니 등을 구부리면 쥐처럼 등이 활처럼 휘어지지도 않았다.
아니다. 꼬리도 없었는 듯....
혹시? 두더지?
처음 만나보는 두더지다. 머리는 쥐 같고 덩치도 쥐 같은데 등짝이 너구리처럼 쭉 펴져있다.
네 다리는 짧고 꼬리도 없었는지 짧았는지 ,,,너무 놀란 나머지 기억에 없다.
나는 그 놈을 따라 수로를 바라보며 걸었다.
아침이라 수로엔 크다만 지렁이들이 누워있다. 낙엽이 쌓여 썩어있는 곳으로 쑤욱 들어간다.
그 속에서 꼬무락대는 모습이 마치 이불속에 어린아이들이 노는 것 같다.
이미지(다음검색)
집에 와서는 일을 벌였다.
아버님 돌아가시고 입었던 상옷들을 감물염색을 들였다. 벼르고 벼르던 일 중에 하나였다.
건강염색인 셈이다. 알러지로 고생하는 내게 좋다면야 뭔들 못 걸칠까?
얼마 전 테스트해 본 내 적삼이....
<이궁 괜히 옷만 버렸구나!>
처음엔 그랬다가 하루 이틀 지나고 발색이 되니 예쁘게 들여졌다.
<이만하면 되얐다!>
그래서 붙은 자신감으로 또 일을 저질러보는 것이다.
어머님 돌아가시고는 검은 예복으로 입었지만 고향에서 돌아가신 아버님 상옷들을 광목이라 어딘가 쓰임새가 있을 것 같아
꽁꽁 잘 챙겨 둔 것이다.
감물은 햇빛에 노출될수록 천천히 붉은빛으로 발색이 된다.
조각 천을 잇대어 커튼을 만들어도 좋고....더 늙어서 입을 내 몸뻬바지를 만들어도 좋고~~
뚱땅뚱땅 기워서 할머니처럼 단속곳을 만들어 입어도 좋을테고...
봄이면 태어날 손자녀석 이불호청을 만들어도 좋고~
알러지만 물리칠수 있다면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