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젭니까?
하루진종일 가을장마처럼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저, 열녀는 삼식님을 위해 막걸리와 안주를 마련했습니다. 혹자는 제가 좋아해서 주안상을 차린 줄 아시겠지만 천만에 만만에 콩떡입니다. 그저 울 삼식님, 비오는 초가을 우울모드로 진입했을까봐 .....마련한 주안상입니다.
실은 명절을 목전에 두고 ...시장만 봐다가 냉장고에 쟁이다보니
어라! 냉동고 온도표시가 깜빡이는 겁니다. 냉동실을 열어보니....온도는 낮아져서 난리가 날 참입니다.
삼식님에게 긴급 SOS를 요청하고 날쌔가 다시 정리에 들어갑니다.
문이 열렸는지....너무 포화상태였는지 냉동실 뒤에 환기구 같은 구멍에 서리로 막혔습니다.
죄다 들어내고 남편에게는 닦아달라고 부탁하고, 나는 분류를 다시하고 정말 눈 깜빡할 사이 해치웠습니다.
그리고는 파워냉동을 시키고....그 수고로 보답인 셈입니다.
좀 빈약해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서민에게 별 다른 주안상 있습니까?
냉장고에 있는 부추도 정리차원에서 꺼냈습니다.
매운 고추 송송 썰어 넣고 오징어 다리 썰어 넣고 (삼식님은 오징어 다리를 잘 안 먹으니 이것도 분명 정리차원입니다)
그래서 비오는 날, 난데없는 전을 부치고 ...냉동실 칸칸을 씻어주고 딱아준 공으로 내린 주안상입니다. 실은.....ㅋㅋㅋ
전은 어쨌거나 칼칼한 김치가 제격입니다.
열무김치만 있으면 됩니다. 저도 이제 앉아서 부추오징어다리 전만 몇 점 떼 먹으면 됩니다. 이 게 오늘 저녁입니다.
<딩동~>
택배가 왔습니다.
어제 수협에서 주소확인을 하기에 (제가 블로그기자로 있는) 수협 택배인 줄로만 알고 있었거든요.
남편이 대문에서 받아 들어오는 택배상자 ....얼핏 보기엔 작아서 .....
수협에서 보낸 것이겠거니 전복이겠거니 하고 받다가 팔이 휘청했습니다. 남편이
<어허!! 무겁다니까~>
<아니 이게 대체 뭐기에....해산물이 이토록??>
그제야 자세히 읽어보니 갓김칩니다.
여수엑스포 서포터즈로 있을 때 여수에 가서 잠깐 가까운 교동시장에 가서 갓김치를 사서 언니 네도 보내고 우리 집에도 보낸 적이 있는 연유로 잘 알게 된 사라님입니다.
이름도 예쁘지요? "사라..."
전...:사랑"이라고 부르라고 했습니다.
한 번의 인연으로 꾸준히 이어지는 사라님의 우정, 아니 사랑!!
갓김치만 보내온 게 아닙니다. 심지어는 직접말린 무청까지도....
제가 주문을 하면 두 배 아니 세배로 많은 양이 보내지곤 했습니다.
................................................................................ㅎㅎㅎㅎㅎㅎ 제 이야기가 삼천포로 흐르는군요.
택배 아이스박스를 뜯자!! 꽁꽁 싼 비닐이 있는데도 코를 콱 찌르는 갓물김치!!
아!! 어쩜 이리도 따악 맞추는지.....지금 이 시간 바로 필요한 음식 안성맞춤인 갓물김치를~~~
울 삼식님 너무너무 방가워합니다.
우선 주안상 펴놓고 대문까지 들락이던 삼식님, 갓물 김치랑 급한 김에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킵니다.
크아~ 막거리 맛도 맛이지만 갓물김치가 코끝을 쨍 쏜답니다. ㅎㅎㅎ
<거, 갓김치도 좀 꺼내보지~~>
ㅎㅎㅎㅎㅎㅎㅎ
꾸밈없이 차례대로 그저 그렇게 찍은 사진들입니다.
난 사라님께 뭘 보내지요?
그냥 ..맛있는 김치 이야기나 쓰면 될까요??
김치는 어중간하게 남았고.....시집오고는 둘 다 첫 명절인 며늘애기들,
새 김치를 좀 담아야하나? 겉절이를 담굴까?
지금 한창 걱정인데.....전 한 시름 덜었습니다.
오히려 송편먹고 기름진 고기들 많이 먹을 때... 소화까지 책임져 줄 것 같은 갓물김치! 짱입니다.
<사라님, 넘넘 고마워요 맛있게 잘 먹을게요! 추석 명절 잘 쇠시구요!>
글ㅣ 이 요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