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일이 네게 차려주는 마지막 생일상이었음 한다.

이 말은 곧....우리에게서 떠나 장가가라는 말이다.

되돌아오는 네 대답은 <수고롭지만 1년 만 더 차려주세요!>

<그래 딱 1년 이라믄 한 번만 더 속아보지 뭐~>

 

위에 생일상에 왜 동태전에 포카스가 맞춰졌냐고?

엄마가 동태 한 마리로 직접 포를 떠다가 만든 거여서 그랬다.

요즘은 모두 수입산으로 포가 아예 떠져서 냉동제품으로 나오길래

그나마 내가 직접 해보고 싶어서 그래봤다.

얼은 동태 칼질 하느라 손도 시렵고 삐뚤빼뚤이다.

 

엄마도 이제 예순을 넘기고 너희들 생일상 차리기도 버겁다.

이젠 나도 편히 앉아서 얻어 먹고 싶다.

내 생일이든...네 생일이든....

 

왜 모두들 결혼을 자꾸만 미루는지....이자 붙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도 친손자 얼른 안아보고 싶다.

외손자 산바라지 끝에 얻은 결론이다.

 

 

이상은 온 가족이 다 모이는 주말인 어제 생일상차림이고

정말은 낼 아침 출근할 때 바쁘니까  오늘 저녁엔 또 찰밥을 만들었다.

올해 네 생일은 양력과 음력이 똑 같이 맞물렸으니...의미 깊은 생일이지 싶다.

내일 아침엔 꼭 밥먹고 출근하렴~~

 

 

 

네 생일이 쌀쌀한 초봄이니 내년 화사한 봄날에는

새 식구를 진정 맞아들일 수 있겠구나!! 그쟈?

여태껏 키우고 기다렸는데.. 까지꺼 일 년을 더 못 기다리랴?

 

엄마가

울릉도 해상관광중 장남과 함께

자월도 가족여행중에~

 

 

 

 

 

막내 생일상 차리면서 중얼거리는 늙은 엄마의 이야기 

 

 

 한이틀 도 닦고 살았네요. 집에 들어오는 광케이블선이 톡 끊어져 있네요. 
주말이라 늦은 신고로.... 컴텨 닫고 놀아보니...참으로 갑갑하데요.

개미군단 영감은 증시에 할멈은 컴질에 빠져 있는데 잘 가꼬 놀던 소중한 장난감 빼앗기드끼...둘 다 맥읍씨 머쓱해서 .....참  나,,,,,,,,

이래서 부부는 노후에 사이가 무지 좋다거나 아니면 티걱태걱 거리거나 하는 이유를 알겠네요.

둘 중에 하나를 택하는 거지요.  협상하드끼 사이가 원만해지거나...아니면 아내의 유일무이 공간이었던 장소를 이빨빠지고 발톱빠져 설라무네 

겁도 읍시 턱-하니 점령해서는 아내의 원망과 미움을 무지 사던가  그 둘 중 하나가 노후의 여타 갈림길이 되는 거지요.

 

우린 다행이도 둘 다 각자가 바삐 사노라 딱히 정 붙일 일도 미워할 일도 없었는데 공유기로 사용하는 컴텨가 주말에 고장나서 신고가 밀려

만 하루를 넘기다 보니 고마 수월찬이 이틀을 내리 공치뿌릿네요.

고치고 난 어제는  모처럼 열린 컴텨 앞에 앉아 신나서 글을 연짱 세개나 맹글고는 오늘은 그 걸  토대로 종합편을 맹글고 앉았는데....

그라고 있는데...미국에서 딸래미 전화가 때르르르.,...

-<엄마...오늘이 종여리 생일인 거 몰랐지요?>
-<헉, 머시라...?>
-< 하이구야!! 오늘 아침따라 어제 저녁밥 퍼줬다 아니가 .  이런 이런!!.....>

 

생일아침 식은 밥멕여 아들들 출근시키고  우리 두 부부는 따순밥 해서 오손도손 먹었네요. 
급문자를 날렸지요.

 

-< 이 엄마는 우리 종열이를 마 억쑤로 사랑한대이! 생일 축하한다 저녁 때 보자~>


이일을 우짠다요?? 요리에 능하다는....<타인들) 말을 듣는 내가 막상 막막해지능거 있지요?
얼푼 전화 넣어 지 행님한테  케이크 하나 사오랬지만  에미인 난 짧은 시간안에 뭘 맹글어 줘야 좋겠능교? 

 

사설이 길지만 쪼매만 들어 보이쏘~

위로 살림밑천이라는 딸래미 하나, 직장 그만두고 만학중이라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가 있고 델꼬 있는 두 아들은

직장에 다니는데, 자랄 때부터 막내 아들은 자꾸만 형님을 의식하능기라요.

이늠은 행님 군대가고 난 뒤 부모가 면회 간 횟수도 딱 세고 있능기라요, 지늠 가서도 그렇게 해야된다나 뭐라나 중얼거리믄서....

실은 나도 자랄 때 바로 위에 언니를 경쟁상대로 의식하고 자랐능기라요. 그래서 지나가는 그 말도 에미 가슴에 닿아 고마 각인이 된기라요.

그늠이 저녁에 집에 들어서믄서 하는 말이 뭔줄 아요?  <엄마는 문자주던데...아빠는....( 안주고)...>그늠이 글쎄 요런다니깐요.

 

우리 친정오메 닮아서 난 여적지 가족식구들 생일은 허투루 해 본 적이 읍는데...경기도로 이사오니까...

서울, 경기도 양반들 웃기데요. 생일은 걍 외식하는 날! 로 알고 있더라고요.

난 절대로 아니지요. 미련스럽게 내 생일도 시장 끙긍대며 봐와서 늘 처억 차려 놓곤해요.

눈치 없는 남편 미역국에 팥찰밥만 보면 <와 오늘 누 생일이고?> <아, 맞네..버씨로 당신 생일이가? > 그라믄서 살아왔서예,

뭐 딱히 눈치줘서 알릴 필요도 없고 서운할 일도 없고....

 

그랬는데....절실한 기독교인인 시부모님덕에 언제부턴지 생일전야제가 시작된기라예~~

전날 여러가지 음식을 차리고 케잌을 준비하고....전 날밤은 케잌하나에 늦은시간 가족들이 빙 둘러앉아 기도시간을 갖지요.

주인공을 위한 기도를 가족들이 마음모아...손모아...

담날 아침이야 학교가랴 출근하랴...제대로 먹을 틈도 함께 할 자리도 없어서요.

 

그랬는데...

전날 밤에도 맹숭맹숭....담날 아침에도 전기밥솥밥 긁어서 콩나물 냉국 한 사발에....그러니 밥을 쳐다만 보고 뜨는 둥 마는 둥 나가더라고요.

그런가보다...신나게 켬텨 작업중인데...딸래미 전화를 받은 시각이  오후 3시 29분에  다 만들어 식탁 세팅만 남은  지금 시각 저녁 6시시 49분에 음식 완료!!

.....(3시간 20분) 냉장고 총정리 바겐세일....(울 막내에겐 특급비밀)

 

근데 한마디만 더.....날도 더븐데 이 에미가 저 낳느라 고생...핏덩이 한여름에 건사하느라 생고생했는데....이 나이에 내가 이 에미가 지 생일상을

또 차려줘야한다는 게 하다보이 쩌메 열받네요... 불앞에서 땀삐질 삐질 흘리는 마눌보는 영감이 그래도 낫네요.

<내년부터는 고마 달랑 미여꾹 하나만 끼리주-라~~>

 

냉장고 열고 마른저장식품고 활짝 열어제끼고 <야들아 야들아  퍼뜩 나와서 다모이~>

해봤더니 냉장고엔 오늘따라 괴기 한 점 없꼬요. 참치 한마리 남은거 어제 삼치엿장해먹었고요. 생선도 한 마리 없능기라요.

팥은 있고 찹쌀도 있는데...꽁꽁쩌멘 팡봉지가 이상한기라요. 열어보니 워메......언제 이렇게 벌레가??? ....  400g쯤 남은 늠들 물을 부어 미심쩍은 늠들

다 흘려보내니...내충  한 컵 가까스로 남네요. 

팥 부그르르 끓이고, 찹쌀과 쌀 섞어 밥솥에다 불리고 ,,,팥 삶아 물만 부어 코드만 꽂으면  밥이 자동으로 될터이고....그 건 되얏고,

아차차 글고 이자뿔 뻔 했네여....시들한 참외 두 개에 크림슨인지 존슨인지 이름도 요상한 포도가 한 팩 들었네요.

밑죽 쫘악.....대단히 중요한 디저트도 분명 있능 거 맞지요?

 

ㅡ<보쏘..야~  괴기 쫌 사다줄라요?..........소고기 한 근 하고요.  저 좋아하는 돼지고기 두루치기 할랑께 두 근만 얼푼 사다주쏘~>

 

그라니께 돈으로는 괴기값 28,000원,  케잌은 퇴근길 장남이 사왔지만  25,000원 도합 현금은 53,000원이 들었다.

하지만 쇠고기 200g 남겨놨고,,돼지고기 1근 찡박아 두었으니...대략 40,000원 든 셈이다.

 

맹장고 안에서 졸지에 내린 비상 계엄령선포에 자다가 부시시 끌려나온 늠들은  ... 판두부 2모, 애호박 2개, 콩나물 300g정도가 전부다.

마른 먹거리엔 ,,잔멸치, 표고버섯, 건새우, 미역, 말린 취나물 고사리...적어보니 에븝 되는 듯 싶다.

 

보리숭년에 이기라도 얼마나 감지덕지냐,  <오냐~ 내 오늘 냉장고 창고정리 대 바겐세일을 할꺼구마!>!

우선 미역부터 물에 담가 불리고 두부를 납작 썰어 간 없이 그냥 앞뒤로 기름 두르고 꾸벘다.

뭐가 되든 생각은 좀 있다하기로 하고....호박은 하나는 채썰고 하나는 부치기로 둥글고 납작하게 썰어 밀가루 술술 뿌려두고,,,

묵은나물 물에 불렸다가  작은 압력솥에 돌리고...  고사리는 작년 것이라 끝부분  동글말린 손이 떨어져 몽글몽글 부스러기가 많다.

취도 고사리도 삶아서 청장 ,마늘, 참기름으로 밑간해 두고 챤스봐가며 후라이팬에 덖으면 된다.(묵나물 두가지)

 

이참에 볶음멸치 밑반찬도 떨어졌는데...한 가지 보태주는 센스~  생일반찬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자리 차지는 해줄터이다. (너만 믿는다)

콩나물 삶으려다가 볶아내고 마지막 물 조금 둘러 간 슴슴하게 맞추고 건새우 넣고 호박 볶아내고 나물 두 가지 완성,

불린 미역국 한 냄비 쇠고기 400만 넣고 끓이다.  에혀 담날 (7월 9일) 비, 억쑤로 올라고 얼마나 무르익히는지...후왕 최고로 틀어도 효과도 없다.

열기가 주방에 가득 넘쳐난다.

목살 고추장 양념에 두루치기 해놓고 호박전 뽄새읍씨 구워놓고 두부 두 모 구운 것 대충 썰어 표고버섯캉 양념에도 졸여보고....

처삼촌 묘에 벌초하드끼...번갯불에 콩 볶드끼  해치아뿟따....얼레레....만들다보니 제사상인가 생일상인가 나도 모르것따.

고마 지 에미 오뉴월에 땀 뺀 것만으로도 지 늠은 만족하고 행복하리~~ 그람 되었지 뭐,,,

 

내 잘했능기요?? 

생선 한마리 없는 생일상에....이기 생일상이가? 하겠지만...보쏘,,아직 기본찬도 안올랐능기라요.

배추김치 총각김치 열무김치 물김치에 마늘 장아찌 그 거 다 올릴 데가 없거등여?

ㅎ`ㅎ`ㅎ`ㅎ`

 

이제 세팅할 일만....남았는데.....

근데 빨리 들온다던 이노무 자슥은 와이리 늦는데??

 

 

 

 

 

 

 

 

  

  

 

 

여러분은

잠시 한 서민의 집,

한 여성의 삶을 일부를 엿보셨습니다.

 

 

글/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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