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딸 다 장성하여 내보낸 후 할아버지와 할머니 단둘만 사는 집에 식구가 늘었어요.



한 달쯤 됐을 거예요.

욕실에 들어가서 벽타일에 붙은 달팽이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어요. 

며칠 전 열무김치를 담았거든요. 아마도 그때 열무에서 탈출한 민달팽이가 분명하다고 생각했어요.

벌써 며칠 됐는데  그안 뭘 먹고살았지? 

엄청 배고플 텐데 ㅡ



 냉장고를 뒤지니 양배추가 있어요.
양배추 한 겹을 욕실 한구석에 놓아두었지요.
며칠 뒤 양배추 위에 달팽이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런~ 죽었나 봐요.
몸이 작고 쪼그라든 채로 양배추 위에서 움쩍도 안 하는 거예요.



너무나 놀라서 양 배춧잎을 들어보고는 혼자서 소리 내어 웃었지요.
달팽이가 양배추를 먹다 말고 신이 나서 그 구멍 속으로 몸을 집어넣고 꼬리 부분만 남았던 거예요.



양배추 잎사귀 아래는 오동통한 달팽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끼어 있었어요.
그런 민달팽이를 만나자 너무 기쁜 나머지 신선한 양배추 큰 잎을 옜다! 하고 또 얹어 주었어요



 겁이 많은 달팽이는 바로 어디론가 숨어버렸어요.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양배추 큰 잎마저 시들어 버렸지요.
할머니는 걱정이 앞섰어요.
죽었나?
얘가 어디로 갔나?
혹 어디가 아픈 건 아닐까?



안구건조증이 있는 할머니는 너무 귀찮아 안약을 잘 넣지도 않았는데 이제 잠자리에 들기 전 꼭 안약을 넣는대요.

밤에 자다가 화장실을 갈 때면 건조증으로 눈이 뻑뻑해서 잘 떠지질 않았는데,

안약을 잘 넣고부터는 밤에 자다가 일어나도 두 눈이 반짝 잘 떠졌대요.

할머니는 혹여 달팽이를 밟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었던 거예요!

겁많은 달팽이는 사람들 눈에 안 띄려고 한밤에만 움직이는군요.



욕실이 건식이 아니라 습식인 게 축축한 곳을 좋아하는 달팽이에겐 딱 좋은가 봐요.

샤워를 하고 김이 서린 욕실 거울에 달팽이가 꼬불꼬불 그린 그림이 보입니다.

손자가 그린 첫 그림처럼 신통해서 할머니는 사진으로 찍어 둡니다.



그러나 겁 많은 달팽이는 이런 할머니의 마음도 몰라준 채 눈에 잘 띄지도 않았어요.

며칠 뒤 화장실에 간 할머니는 깜짝 놀랐어요.
여태껏 보지 못했던 시커멓고 몸집이 둥그스럼한 큰 거미 한 마리가 가만있는 거예요.
순간 그 거미가 달팽이를 잡아먹었다는 생각에 ㅡ
화가 난 할머니 휴지를 덮어 잡은 거미를 변기 속으로 풍덩!
그만 물을 내렸지 뭐예요.  변기 물의 소용돌이에 허우적거리며 살려달라고 몸부림치다 시야에서 꼬르륵 사라진 거미 ㅡ
그렇게 거미를 보내버렸지요.



그랬는데ㅡ
이 게 웬일이지요?

뭘 먹고살았는지 부쩍 자란 달팽이가 눈에 띄었어요.
얼마나 반가웠던지 마치 살아 돌아온 아들 반기 듯 했어요.

"여보 영감 글쎄 독거미가 잡아먹었다고 생각한 달팽이가 살이 통통하게 올라 살아있어요"

그 순간 할머니는
변기 물속에서 날 살려 달라는 듯 허우적대던 거미를 보내버린 게 정말로 미안해졌습니다.



죄 없는 거미!

불쌍한 거미!

"내가 미안 쿠나!"
할머니는 시무룩 해졌습니다.


그러나

이내 달팽이를 다시 만난 기쁜 마음에

급히 냉장고를 뒤졌지만 냉장고엔 양배추도 없고 달팽이가 즐겨먹는 그 흔한 상추도 없습니다.

겨우 찾아낸 야채라고는 콩나물과 돌나물
"이걸 먹을까?"
"아무렴 배고픈데 ㅡ"
콩나물 서너 개와 돌나물 두어 개를 담아놨습니다.



한 이틀 뒤 돌나물에 코를 박고 있는 달팽이를 발견했습니다.
" 오구고 귀여워 " 할머니의 호들갑에 겁 많은 달팽이는
이내 또 종적을 감추었지요.



달팽이가 좋아하는 배추를 사러 가야겠다는 할머니 말에 할아버지는
"거 달팽이는 키워 뭐 하게?"  하고 묻자


 할머니는 이렇게 대답했어요.
"키워서 장가보내야지요?"
"그게 수놈이었소?"
"ㅎ그러게 내 대답이 그리 쑥 나오는 걸 보면 수놈이 틀림없을 거예요."



 "헛 ㅡ며느리 들여야겠구먼 민며느리 ㅡ"

할아버지 할머니가 환하게 웃었습니다.



한 달 전 날씨는 무지 추웠습니다.
때아닌 눈도 내리고 꽃샘 추위가 장난도 아니었지요

이젠 마당에 꽃도 활짝피었으니 할머니도 안심이 됩니다.

겁쟁이 달팽이를 다시 만나면 바깥으로 내보내도 얼어 죽진 않을 거란 생각을 합니다.

곧 이별 할 날이 다가옵니다.

.

.

.

.

.

.

달팽이는 그 후~

밤에도 전혀 보이지않았어요.


바깥 세상은 꽃들이 만발하고 밤 기온은 좀 내려가지만 낮 기온은 초여름 같아졌어요.

흙냄새를 맡고 찾아 간 마당 어디에서 잘 살고 있겠지요?


마당에 살고 있으면 한 식구 맞는 거지요!

비록 겁쟁이라 제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한 가족인 건 틀림없는 거 맞지요?




달팽이그림





 

달팽이(지성사출판) 권오길 이준상 박사 공저



 달팽이 도서관에 가서 달팽이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아 검색해서 책을 찾고 대출해왔다.

약 5억7천만년 전에 출현했으며 한마디로 뒤늦게 나타난 연체동물 오징어나 문어 같은  두족류가 진화한 동물인 것이다.

달팽이는 암수 한 몸이며  난소와 정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 짝짓기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달팽이는  제 것으로 수정하지 않고 서로 정자를 주고 받는다.

가까운 유전자끼리 결합하면 나쁜 자식이 나온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특히 민달팽이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며 썩은 나뭇잎 버섯...바위 이끼 나무둥치 나뭇가지 흙 등 못먹는 것이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



거미

한국에는 독거미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알았는데... 검색을 해보니 거미는 모두 미미한 독이 있는데 특히 약간의 독이 있는 거미가 3종류 있다고 한다.

단지 치명적이지 않아서 무시해도 될만한 거미 정도란다. 이런 게 왜 집안까지 들어왔는지 의문이지만 사람에게는 덤비지 않는단다.

그 중 하나가 집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깔대기거미란다.




2019년 4월17일 이요조 글


...........................................................깔대기거미검색이미지.(검색이미.............................................................................



1900


언제나 내 특이한 삶도 이해해주고,

동화 쓰기 공부를 하겠다는 저를 응원해주는

 남편에게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매화도 지고 살구꽃이 한창이더니 오늘은 흰 자두꽃이

봄 속으로 유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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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의 좌절

 

 

3 년 전 이맘 때, 나는 달팽이를 키웠었다.

거의 100일가량,

어느날

농약이 묻은 채소였는지...씻지않고 넣어준 채소로 그만 죽어 버렸다.

주검은 물처럼,,,흐므러져 있었다.

.

.

.

그 후로 채소가 얼마나 겁이 나던지...유기농을 강조하는 이유를 알았다.

.

.

.

오늘 장마전 김치를 담그느라....배추를 절이는데 제법 큰 민달팽이를 만났다.

반가웠다.

달팽이가 살아있는 채소가...

 

달팽이는 유난히도 컸었고 배추 속에서 잠자다가 놀라 깨어난 것 같이 한동안 어리둥절하던 달팽이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카메라를 가져오는 동안에 주변을 파악했는지.....

맨위의 사진...거품을 잔뜩 내어놓고 우울모드로 들어갔다.

 

한동안 좌절하고 있는 것 같더니

고개를 내민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나보다.

아! 긴 목을 쭈욱 빼던 달팽이 다시 거품을 내고 움츠러 들고 만다.

 

좌절금지!

 

일단 패트병에 잘 담아두었다.

예전 기억이 나서 '달팽이'로 검색을 했더니

블로그 글, 몇 개가 쏟아진다.....DAUM 칼럼, 체제가  몇 번 바뀌더니...사진도 대충 사라지고 몇 장만 살아있다.

옛 사진은 반갑지만,

.

.

.

 

병술년의 절반이 저물어가고 있는  유난히 붉고 뜨겁고 시끄러운 유월, 하순경의 밤이다.

 

"대~한민국!!"

 

 

온 국민의 즐거움, 월드컵 (16강)좌절은 정말 싫다.

 

 

 

 

 

 

 

 

 


#1


아주 조그만 달팽이도
배가 고픈지 밥을 먹네요

먹으니..응가도 하네요.

넣어 둔 상추를 구멍이 송송 뚫리도록
제법 갉아 먹었어요

오늘 처음 달팽이를 보신
시엄니께서 그걸 뭣하러 키우냐고
당장 갖다 버리라시더니...

지금은 암말 없으시네요.

어느 분이 그랬어요
농작물을 얼마나 갉아 먹는지...해충이라구요

그런데..전 여름 장마통에 화단에서 달팽이를 만나면
한참..우산을 쓰고라도 쳐다 보았습니다.

물론 어른이 다 되어서도 그 버릇은 멈추지 못했지요. 2003.06.30

 


#2

 

빠삐용과 나

 

내 느낌에는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네가 퍽이나 행복해 보인다.

오늘만큼은...작은 생수병에서 한달도 넘게 키워진 달팽이 용이,그저 내가 잘 디려다 보려고주방 창문곁에 두고 야채를 조금씩만 넣어주던 삐용~

엊저녁에 시든 야채를 인심 쓰는 척 많이 넣어 주었더니 맙소사! 오늘아침에는 작은 병이 초록색에 질려있다.

용이에게 야채를 늘 자주 갈아 줄 셈으로 조금씩만 주다가(청소도 그렇거니와설겆이를하다가도  용이가 어쩌고 있나...수월하게 지켜 볼 요량으로)어젠 시든 야채를 줄기 채 그냥 넣었더니병 바닥에 있는 물을 먹고 싱싱하게 되살아나서 푸르러졌다.

다시 싱싱해져서는 작은 병이 터지도록 푸르른 야채로 가득 채워졌다. 용이가 어디갔나 좀체 작은 병을 돌려도 보이질 않더니,병 하나가득 살아난 야채 그 구부러진 채소이파리 하나를 해먹삼아작은 몸을 편안하게 뉘이고 오늘 아침 늦게까지 늦잠자는 귀여운 삐용이,내 눈에는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2003.08.05

 

 

삐용이를 한 달 훨씬 넘게 잡아둔(어느 야채에서 묻어왔는지, 야채를 다듬고 난 주방 싱크대에서 생포한)동안 나는 용이의 그리움을 즙짜듯 짜내어 유린하는 잔인한 놀음이 아닌가도 생각했었다.[친구와...촉촉한 습기..신선한 먹거리...너른 초장의 품...그리운 짝... 시원한 공기..이슬,등]그래서 얼마전 시골 갈 때 놓아줄까 생각하다가 잊고는 그냥 나갔었는데, 패트병을 공기구멍은 뚫었지만 뚜껑은 닫겨있어 갑갑했는지,시원한 물갈이를 해주면 삐용이는 그 물에 잠수해서 한참 목욕을 즐긴다는 것도 알았고, 며칠 전에는 옥수수를 사와서 까보니..샴 쌍둥이처럼 두 개가 덜영근 채 들어있는 걸 "뭐 이래" 그러다가"차암! 그래 달팽이가 옥수수도 즐겨 파먹지" 하는 기억이 얼핏 나서는사탕수수처럼 달콤할 거라는 생각에 씨알도 안 박힌 여린 옥수수를 잘라 넣어주었다.

그랬더니 정말 얼마나 맛있게 먹어대는지.. 삐용이는 연신 코를 박고 있었다.기억하고 있는 맛이라서? 언제부터 알고 있는 단맛인지..?옥수수 끄트머리를 잘라서 넣어준다.

실컷 먹으라고..그러면 눈물겨운 네 그리움이 좀 상쇄될지 뉘라서 알리,/사진:이요조

 


 

#3

관념이란?

 

살아있다는 게 무언지 꾸준히 먹고 배설하네요.

달팽이~~ 어느 야채 무더기에 묻혀서 왔는지, 주방 싱크대에서 생포되어작은 생수병에 넣어져 키운지 한 스므날 남짓~오늘도 나는 물을 갈아 줍니다. 이젠 조금 싫증도 나고해서,병뚜껑을 열고 함부로 다루듯 주루룩- 물을 부어내리니 병 속에든 찌꺼기가 수루룩- 빠집니다.

달팽이야 나가든지 말든지... 그런데 웬 걸?빠삐용이 흐르는 물과 함께 빠져 나올 수도 있을텐데...절대로 빠져 나오지를 않네요.

고집이 쎈가?'빠삐용' 이란 이름을 도로 환수해 버릴라나 봅니다.오늘 시골길에 가서 숲에다 두고 올라고 했었는데, 그러다 바빠서 깜빡 잊고는 그냥 외출했었는데....여러번 헹굼질 하는 찬 물의 급류에 놀랐는지 상추잎을 타고 앉아서 죽어도 놓질 않는군요.

바보 같으니라구~ 그 게 바로 [관념]이라는 건가봐요.늘 습관처럼 그저 그래왔던....여태껏 해왔던 묵은 관념을 씻은듯이 탈피하면, 선선히 포기하면 꿈꾸던 세상이 저절로 열릴텐데...까짓 작은 상추 잎새 하나가 대단한 생명선이라도 되는 듯 부여잡은어리석은 달팽이와....우리가 뭐가 다르랴 싶어서요.

 

[내 생각과 달라요!]

♪마음이 서로 통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하노라면   코드가 다른 사람과 같이 있노라면,

♪나는 스스로 둘로 나뉩니다.   나는 하나가 아닌 둘이 됩니다.

♪내 영혼은 자꾸만 멀찌기 달아납니다   저만치 등을 보이며 갑니다.

♪영이 자꾸만 빠져 달아난 또 다른 나는 멍합니다.   빈 껍데기로 말입니다.

♪대화는 군데 군데 끊어지고 고장난 형광등처럼 깜빡거립니다. 건망증 환자처럼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정신을 차리면   잘못 합체된 로봇처럼,

♪난데없는 하품이 납니다 눈꺼풀이 게슴츠레해집니다.   구제 불능으로,

♪왜 그렇게 몸과 마음이 딱 맞게 일치가 안될까요?   게으른 탓에,

♪내 혼은 치기어린 철부지처럼 좋고 싫음이 분명합니다.   사회성 결여로,

♪어떤 세련된 화술이나 그럴듯한 표정연기를 못해냅니다.   고집 쎈 자만감,

♪바보같기도 떼쟁이 같기도 치기뿐인 저능아 같기도 한,    칠칠치 못하므로,

♪강바닥 뻘 속 깊이 묻힌 돌멩이처럼 빠져 나오질 못합니다.   노력부족으로,

♪강바닥 뻘 속에 점점 깊이 박히는 관념같은 돌멩이처럼,   쓸데없는 매너리즘에,

- 삐용이 덕에 생각하는 모처럼 나.-

 

*요즘 먹는 약때문에 기피했던 커피를 오랜만에 마시고 밤잠을 설치네요 해서 중얼거립니다.

낮에 비를 좀 맞았거든요./ 글: 이요조  2003.07.18

 

 

-----이전 글들입니다.

가만생각해보니 그 당시에는 260만화소 접사도 불가능한 소니 디카로 햇볕으로 들고 나가 눈물겹게 찍은 사진입니다.

 

어제 만난 달팽이는 자정무렵 배추를 절이며 소금묻은 손으로 아무케나 찍었군요.

 

두 개를 비교하면서도 느낍니다.

마음가짐에 있다는 것을요. 뭐든 정성어린 마음에서 달라질 수 있다는 상황을....

 

---------

 

어제 토고가 지는 바람에 우리도 16강을 접어야 한다지요?

 

제 대문 프로필도 내려야할란가 봅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아자!! 아자!!

 

잘 싸웠다. 태극전사들,  그 투혼이 진정 빛나는 경기였다.

 

 

 

2006년 6월 24일 김치 담다말고.../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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