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경상북도 군위군 대율리 한밤마을 물안개 번져나는 풍경은  한 폭의 산수화 그대로였다.

제대로 찍지못한 사진이지만 카렌다 속의 풍경과도 흡사해서 photo 액자를 카렌다풍으로 만들어 보았다.

 

 

 # 1, 아름다운 돌담 과  길  

 

팔공산자락의 비내리는 운무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산자락 아랫동네~

그 동네는 온통 돌로 치장되어 있었다.

나무와 돌, 흙, 이 세가지가 어우러져 주거문화를 이루고

햇볕, 그리고 물, 바람과 함께 자연속에 공존하고 있는 한밤마을~

 

 

대율리 대청▲

 

도유형문화재 제 262호

경상북도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 858

 

이 마을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대청건물은 조선초기에 건립되었으나,

임진왜란때 소실되었고 그 후 효종과 숙종때 각각 다시 수리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마을의 경로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의 건물은 1632년에 다시 건립되었으며 학사로 사용되었던 곳이다.

건물구조는 정면 5칸 측면 2칸 크기의 건물로 서측퇴간(西側退間)에만 간주(間柱)가 서있는 누각형으로 보존상태가 아주 양호하다.

 

상매댁(上每宅)▼

 

문화재 자료 357호

경상북도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 768

 

아래의 사진은 돌담을 빼고는 거의가 군위에서 제일 규모가 큰 상매댁으로 그 당시 최고의 가옥으로

남천고댁 (南川古宅)으로 불렀다.

본 가옥은 250여년 전에 부림홍씨 우태(禹泰)선생의 살림집으로 그후 주손(胄孫)들로 이어지면서

수차에 걸처 중수하였으며, 사랑채 대청 상부에 "숭정후 상지즉위이년 병신삼월십칠일 신시

수주 상량"(崇禎後 上之卽位二年 丙申三月十七日 申時 竪柱 上樑)이라는 상량문으로 보아

이 시기는 헌종 2년(1836)에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원래 이 가옥의 형태는 "흥"(興)자형의 독특한 배치형태를 이루고 있었으나, 해방후 중문채와 아래채가 철거되어

현재의 모습만 남아 있고 대문채는 옮기면서 향(向)을 바꾸었다.현재는 ∩자형의 안채와 一자형의 사랑채,

사당이 있고 주위는 자연석 돌담으로 경계를 이루고있다.

 

 

 

 상매댁의 안채 앞마당

그저 무심히 보아 지나치던 돌덩이들이 이렇게 정감있게 살아 숨 쉴 줄이야~~

앞 마당에 빼곡하게 박힌 자연석돌,

대리석이나 그 어떤 화려한 타일보다 더 아름다운....

그 위에 빗물마저 적당히 흩뿌려지고 돌들은 빗물 속에 제마다 빛을 달리 내고 있었다.

군청색, 흰색, 감색, 황토색, 검은색깔의 돌들이.....서로 서로 어깨를 곁고 벙싯거리며 마당의 여백을 채우고 있었다.

 

상매댁의 후원으로 가는 길

잔디와 돌들이 서로 도드라지지 않고 공존하는 뜰 

 

 

 

이런 멋들을 제쳐두고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어디를 향해 흐르고 있는 것일까? 

고불고불하고 조붓한 돌담길이 무척이나 정겹다. 마냥 건조하지 않을 것 같은 삶의 정서를....

한국적 정원의 조경들....고즈넉한 풍경을 앞문으로 뒷문으로 바라보고 있노라니  심신의 안정감을 준다.

햇살이 들면 돌담 아래 날아온 민들레가 곧이라도 피어날 것만 같은 돌담길~

 

 

  

 

비에 댓돌이 젖고 있었다.

 신발벗어 놓는 댓돌이 길게 있고 또 하나 덧대어 놓은 돌이다.

골목길이나 마당 잔디밭에 돌을 자연스레 박아놓았는데, 그 모습이 하나도 도드라지지않고

구순하게 잘 융화되고 있었다. 

 

 

-돌멩이들은 꽃이되고 별이 되고-

 

                                                                       - 이요조- 

 

봄이되면 파릇하니 돋아나는 새싹과
계절 맞춰 피는 별꽃만 예쁜줄 알았습니다.
돌은 그저 돌인줄 알았습니다.


발뿌리에 채여 아픈 돌멩이거나
위험하게 굴러 떨어지거나 인간을 위협하는
무뚝뚝하고 재미없는 것인줄 알았습니다.


감정도 사유도 없는 줄 알았습니다.
돌멩이도 제 자리를 찾으면, 제 소임을 찾으면
아름다울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압니다.


돌들은 담장이 되어 숨을 쉬고
억겁을 두고 반짝일  별 조각이 되고
사시사철 낙화를 모르는 뜨락의 꽃으로 피어있었습니다.

 

 -한밤마을에서-

 

 

# 2, 여인네의 드러나지 않는 삶과 돌

 

 

 멧돌과 떡메를 치는 떡메판인 것 같습니다. (사각 네모난 평돌)

 이 장독대 앞에 한참을 머물면서 벗어날 줄을 몰랐습니다.

그닥 화려하거나 웅장하지도 않은 장독대의 모습을 찬찬히 보노라니 이집 맏종부의 손길을 직접 만나보는 것 같아

가슴이 잔잔히 방망이질 쳐왔습니다. 

이런 장독간 앞에 서있으면 여인들의 드러나지 않는 삶들이 보이지 않는가요?

바지런한 손놀림.. 조용히 다가와서  늘 장독대를 씻고 닦았을 그 손길을...빈 항아리를 채우던 그 수고로움을요.

여자의 살림살이....장독간의 옹기도 당대의 사람보다는 수명이 길 것입니다.

시할머니께 물려받은 옹기, 시어머니께 물려받은 거....맏종부 손녀며느리가 사 온 꼬막단지들이 옹기종기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이번 명절엔 맛있는 별미를 만들까?   좀 힘이 들겠지만 돌아오는 할아버지 제사엔 음식을 넉넉하게 해서

동네 일가 어르신들께 칭찬을 들어야지~> 여인들의 한과 소망이 장독간에서 소근거립니다.

 

 

흔히 만나지는 문화재 고택의 빈 장독간-

그냥 치장으로 둔 것이 아닌....살아있는 ,

어느 여인의 손길이 구석구석 배인 장독간 풍경,   돌확, 돌절구, 돌분마기......

필자가 사용하는 문명의 이기,

믹서기, 분쇄기, 블렌더, 핸드블렌더, 녹즙기, 쥬서기.....등등이 다 될 수 있는 돌로 만든 조리용구들!!

 

 

정지깐 위에 누마루 1는 부엌에서 제사음식을 만들어 높은 곳에 놓아두는 곳의 용도라고 합니다.

음식이 더디쉬며,  제례지낼 음식이므로 먼지도 덜 탈 뿐 아니라...금기시된 장소!!

맛있는 냄새에 철없는 어린아이나 고양이나 쥐, 그리고 강아지들로 부터 벗어나는 곳~

 

 

각종 절구도 얼마나 많은지....

누군가 애지중지하며 용도가 제각각 다르게 쓰였을 크고 작고 올망졸만한 돌그릇들,

필시 어느 여인의 일손을 덜어주는 사랑을 흠뻑 받았을 것입니다.

 

 

요즘 아주 작은 돌절구도 50,000원 가량 한답니다.

  

 

절구의 모양도 각각이지만....

어떤 용도로 쓰였길래 돌절구 안의 물 듦이 다르다.

약초를 짓찧어서  천연염색이 되었을까?  어언- 오랜세월의 사용에 돌절구도 그만  물이 들었다.

 

 

그릇에 맞는 절구공이도 어딘가에 있을텐데...

절구공이를 볼 수가 없어 아쉬웠다.

필자도 돌을 좋아라해서 대여섯점 가지고 있는데.... 한 군데 모아두어야  비로소 아름다울 수 있음을,

집에 가면 나도 장독대에 이렇게 함께 자연스레 두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 이 모양은 분마기라 부르는 게 옳을 것이다.

예전에는 숙취헤소에 쌀물을 갈아서 마시게했다.

쌀물은 체내의 독성을 중화시켜준다고 했다.

 

며느리, 즉 여인네들은 이 분마기에 곡물을 갈며 삶의 애환도 질곡도

恨과 미움도 회한도 번민도 함께 갈았을 것이다.

갈고 또 갈아서 가루가 바람에 훨훨 날릴 때까지.....

 

 

아무렇게나 던지듯 두어도 마치 오래 전 제자리인듯 어울리는 돌확~

 

 

여러 형태로 용도를 달리했었을....

숱한 이 집안의 여인 대대로 물려져 내려왔을....여인의 속내를

한숨을 다 알고 있을, 돌의 침묵들!!

 

몽당빗자루를 들어 구석구석 쓸어 쓰다듬던 여인네의 손길로

돌은 여인들과 함께 했을 것이다.

그 흔한 요리책 한 권 없어도 맛깔스런 음식으로  집안의 가족들 건강을 책임져 왔던

우리네 어머니의 어머니...그 어머니들의

한과 손때가 묻은 돌들이여~

천년을 하루처럼 이어갈.....네 자태여!!

 

 

한밤마을을 둘러보며....이요조/2008년 11월 9일

 

 

  한/밤/마/을  

팔공산순환도로 삼존석굴에서 아래로 약 1km정도 내려오면 전통문화 마을인 대율리(속칭,한밤마을)가 나온다. 부림홍씨 집성촌으로 되어 있는 이마을은 수백년된 전통가옥이 수두룩하고 집집마다 온통 돌담으로 옛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또한번 발길을 멈추게 한다. 마을 한가운데는 보물988호인 석불입상과 유형 문화재262호인 대청이 있다. 마을주변 동산계곡에는 20여개의 크고작은 폭포가 팔공산의 절경을 뽐내고 있어 자연의 진미를 느끼게 한다. 

 

교통
승용차/대구-팔공산순환도로-한티
     휴게소-부계남산리-대율리(35km,
     50분소요)
버스/대구(북부정류장)-군위효령면
     -부계면(시내버스)-대율리-남산리
      (50km,90분)
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군위IC
     -효령면-부계면-대율리-남산리

숙박   
호텔,여관,민박,야영가능 - 각종
    토산음식과 농산물 구입가능

 

 

 

 

 

 

  1. 누마루/다락처럼 높게 만든 마루. [본문으로]

 

경남 고성 하일면에 갔던 6월 하순 어느날이다.

 

나는 돌확을 지나치다가 개구리를 발견~

돌확의 물속에서 짝짓기에 열중한 개구리 한 쌍을 보았다.

개구리를 위협하자 개구리가 운다.

개골개골이 아니다. 이상한 소리를 낸다.

 

그런데....신방을 엿보는 불청객 1,

왜 그는 그 자리에서 지켜보고 있는가?

 

무당개구리였다.

 

내가 위협을 가하자

어쨌든 ......암늠은 도망치려하고 얌체같은 숫늠은

그대로 무겁게 업힌채로...36계,

생명보다는 사랑이 더 귀한 것인가?

 

무거워서 몇 번의 탈출시도 끝에 겨우

올라서긴 했다. 

 

<왜그러세여? 제발 저희들의 사랑을 방해말아 주세여~> 

 

 

<아니..그렇게 위협을 가해도 도망가지 않는 댁은 도대체 누구여유?> 

 

숫=<....임자! 쫌만 더 힘내구랴~> 

암=<끙끙~;; 말이나 시키지 말라구욧!>

 

조용한 초하의 마당 한구석에서

난데없는  침입자의 난동으로 졸지에 신방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깨굴깨굴...그러게...

<거 꼬소한지고....웬 무당개구리 자손만 잔뜩 퍼트릴  있내고라고?>

 

<에혀.....몬산다카이...> 

 

아니...미성년자 보는 앞에서 ....이런!!

올챙이 한 마리가 있다.

그럼 죽어도 아니 비켜나던 그늠이 올챙이 음마?

자식을 지키기 위하여,,,,,?

 

허겁지겁 도망가는 연인들.... 

가만보니....

개구리들도 제가끔의 영역이 있다.

<오호라 그래서 우물안 개구리란 말이 생겨난지도 모르겠다>

이 늠은 돌절구를 차지 하고 싱글로 살고 있다.

물이 하도 녹조를 띄우길래 물을 갈아주었더니...잠시 윗쪽으로 비켜 올라 앉아

내가 얼마나 잘하나 두고 보더니 물을 갈아주자 냉큼 다시 들어간다.

<우물 안 개구리같은 늠이라구.....> 

 

<짜슥이....고맙습니다 소리 좀 하면 어디가 덧나냐?> 

 

신방을 잠시 빌려줬던 돌확의 주인이시다.

무슨 연유인진 몰라도

나으 위협에도 줄창 고집쎄게 목숨까지 걸고 사수하던....

 

 

며칠 뒤....

돌확안에는 올챙이가 이렇게 자랐다.

꼬리가 아직은 무겁고 바닥에 끈적임으로 들러붙어 잘 움직이지를 못한다.

 

 

물에다 넣어주니....그제사 제대로 폼을 잡는다.

무당개구리는 아니다.

돌확을 사수하던 그 개구리 종류가 맞다.(참개구리?)

 

 

전 청개구리예요!! 

<문 좀 열어주세요~> 

<쉿! 잠깐만요!!> 

< 저 파리! ....근사한 식사를 하고 싶은데...> 

< 화중지병(畵中之餠)이겠죠?>

<두(꺼비) 씨네 집안에 태어났더라면.... 이런 비애는 없을텐데, 그쵸?>

<아! 나는 우울합니다. 정말정말 우울합니다> 

 

 

글:사진/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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