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물 맛은 선비같은 품격이 있다.
덜 영근 박
박이 두 덩이 생겼다.
그런데 영글어도 너무 영글었다.
박을 만들자니 덜 영글어서 안될 것 같고...먹자니 힘들겠고, 암튼 계륵이다.
박, 한 마리 잡고 보니 껍질이 쎄서 다음날 몸쌀이 다 날 지경이다.
박나물용은 껍질에 손톱을 찔러보아 자국이 나는 정도가 좋다.
하나 남은 큰 박은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아
그냥 소파에 모셔두었다.
던치가 산만해서 제법 묵직한 게 어울린다.
요즘은 먹을 복이 많은지 먹거리가 줄을 서 있어
이 박을 타도 이내 못 먹을 터~
그냥 두었다가 (어처피 못 먹는 거) 먹어야겠다.
채썰어 볶으면 된다 다 볶아지면 갖은 양념 투하하고...
아주 쉽고 간단하다.
그런데, 맛있게 먹는 단 한 가지 팁이 있다면 들기름에 볶는 것이다.
.
박나물은 참으로 귀한 맛이다.
박나물은 익으면 투명해지니까?
희게 맑게 볶는 게 원칙이다.
그러자면 집간장과 소금으로 적절히 깨끗하게 볶아내야 한다.
맛이 고급스러우며 은밀하다
무나물과는 천양지차!
.
아래 사진보다 작은 박을 하나 타 놓고
채나물 볶아내고
박속낙지탕이나 쇠고기박국을 끓이려고 나박썰기도 해두고
조금 남아서 말리기까지~~
그런데 들기름이 없다.
여름엔 들기름의 산패가 두려워 잘 먹지 않는데...
단골로 가는 기름집에서 지난겨울 들깨 팔아논 게 있다고 하자
얼른 확인해보라고 한다.
제일 잘 변하기 쉬운 계절이란다.
곰팡이도 자칫 쓸기 쉽고...
난생 처음 한 말이나 되는 들깨를 씻어보았다.
그래서 양파망에도 담아 물을 빼고...
깻자루에도 넣어 물을 빼다가
절반은 널어 말리고 절반은 그냥
고무통에서 (뜨끈뜨끈하다)말리는지...익히는지...
기름집에서 바싹 말려서 오라니
지금 연 사흘 째 말렸다.
낼모레나 기름을 짜야겠다.
아무튼 오뉴월 염천에 생고생이다.
아흑 ㅠ,.ㅠ
들기름에 볶은 박나물 맛!
가히 예술이다.
바로 요늠이다.
매일 꼰아보고만 있다가 그냥 살려두기로 했다.
더운날 안고 있으면 시원하다.
물가로 자주 놀러다니는 요즘
계곡의 자잘한 돌멩이를 밟고 아픈 발바닥...
누워서 여기다 문지르면 열나는 발바닥이 시원해진다.
ㅎㅎ
나으 여름 애인으로 등극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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