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오자

입맛도 봄 투정을 하는지   풋풋하고 시큼한 물김치 생각이 간절하다. 

냉장고를 뒤져서 커다란 무 반쪽 있는 거에다가 양배추, 양파 반쪽, 생강, 마늘, 파 조금을 넣어서

감자가루를 풀어 끓인 국물에 나박김치를 담궜다.

 

김칫국물은 물을 팔팔 끓이다가 찹쌀가루가 아니라 감자전분을 넣어 풀물 국을 끓여 식혀 넣었다.

찹살풀은 어느 김치에나 어울리지만 감자가루로 풀국을 쑨다는 건... 나의 귀차니즘이 낳은 발상이다.

풋내 나는 열무김치에는 보리밥 삶은 물이나 감자를 삶아 으깬 물이 더 맛있다지 않은가?

 

그 건 그렇고...예전에는 김치에 당근을 넣었는데 요즘엔 김치에 당근은 궁합이 맞지 않는단다.

김치에 든 비타민을 당근이 파괴한다나 뭐라나~

 

당근 없지, 푸른 잎사귀로 미나리도 없지...그도 저도 아니면 오이도 없지 ...

말린 홍고추 썰어 놓은 것을 넣고, 생강과 마늘넣고 ..감미당 아주 조금만 넣어주었다.

또, 쪼그만 청량고추 4개는 썰어 넣었지만, 이래저래 아무리 봐줄래도 칼라가 심심하다.

 

한라봉을 까먹다가 불현듯 생각난  .......!!!

귤보다 그 향기가 더 강한 한라봉! 그 껍질을 잘 씻어 썰어서 넣어 보았다.

역시 생각대로 맞아 떨어졌다. 나박김치에 한라봉 향이 그윽해서 좋다.

 

바깥마루 햇살이 잘 드는 곳에 그냥 놔두었다. 얼른 익어서 새큼새큼해지기를 바라면서~~

까칠한 봄, 가출한 입맛이 얼른 돌아오기를,

                                                                           이 요조 

한라봉 한 개 껍질 분량이면 충분하고도 남는다.

 

 

익으니까 맛이 완전  강추!!

껍질은 먹어도 되고.....요리조리 피해가도 되고~

 

한국의 Water salad 라 명명하기에 손색이 없다.

나는 늘 물김치 한보시기를 끌어 안고는 야채를 건져먹기를 아주 좋아하고 있다.

그리 짠 농도가 아니므로 야채는 더 더욱 싱싱해지며 아삭거리는 식감을 준다.

이 이 상 더 행복할 수가 없다.

바깥마루에 그냥 두어도 더디익는 요즘 날씨~

뚜껑을 열 때마다 한라봉 향이 매혹적으로 번져난다.

오늘은 껍질도 부러 건져 먹어보았다.  Water salad 정말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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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script 

물김치 덜익었을때는 양배추잎을 Water salad로 건져먹고

일주일 후,

나박김치 폭익자 한라봉 향이 ....뭐라 형언할 수 없이 진하게 우러난 김칫국물맛이다.

김치 익어가면 새큼한 산에 의해 향을 내는  미나리나 돌나물은 그 빛깔이 희미해져가는데....

한라봉은 그 빛깔이 변하지 않으니  나박김치 허브로는 그저 그만이다.

다음 동치미 담글때는 통으로 넣어야겠다.

 

완연한 봄이다.

이상하지?

봄인데 사람들은 입맛이 없어 전전긍긍이고

또는 이유없이 찌뿌듯 시름시름 앓기도 한단다.

걍 춘곤증이라 몰아 부치기엔 억울하지~

 

옛말에

우수,경칩 지나면 얼어죽을 내 아들 없다. 고 했다.

봄이되면 얼었던 땅이 解土되어 바스스 바스스 무너져 내린다.

우리 인간도 흙으로 빚었거늘 어찌 봄이라고 해토되지 않으리?

그래서 여기저기 욱신욱신 쑤시고 아프다는 이야기란다.

내 몸에도 새로운 세포들이

새싹처럼  새로이 돋아나려는 아우성쯤으로 생각하면

얼른 입맛 돋구는 거 찾아 먹고 힘내야겠지?

그러려면 제 철에 나는 야채가 제 격인 셈이지~

제 철 야채를 넣고 익히면 적당히 시큼새큼한 맛이 절로 돌지~

지치고 나른한 몸에 신 것이 얼마나 지친 몸을 되살려주는지

먹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그러니 봄에 먹는

잘 익은 물김치는 열 보약 안 부러운 셈이지~~

 

 

서양에서는

하루에 야채 7접시 먹기 푸드운동이 활발하고

우리는 우리식으로 채소를 먹어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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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이 도통 없어서 어디서 꾸다라도 되돌리고 싶을 때,

이럴땐 시큼새큼하고 아삭아삭한 치감이 좋으며

거기다 봄향까지 느낄 수 있는 거 머 없을까나?

 

있다.

한국판 (water)샐러드~

물김치!!!

  

 

봄이오니 온 몸으로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다.

 

이 때가 아니고는 도저히 못 느낄 풋마늘의 알싸한 향내!

싱싱한 오이의 아삭거림~

 

얼음 미나리깡에서 겨우내 자라다 나온 향이 기가 막히는

사랑하는 임도 안 준다는 봄 미나리!

 

파릇파릇 돋아나는 저 앙징한 것이

입안을 가득 감미로운 봄 향기로 머금게 만드는 돌나물!!

 

그리고  맏사위에게만 준다는 봄 부추!!

 

부추를 물김치로 담으면 의외로 놀라운 맛과 향이 우러난다.

 

물김치 없으면 이 화사한 봄날은 입덧난 새댁마냥 축 늘어져 있을텐데....

물김치 덕에 나, 봄을 사느니~~

 

 

물김치에서 풋마늘이 익으면 기가 막힌다.

마늘대가 굵을수록 그 향이 짙다.

생강을 반드시 조금 넣고 마늘대신 풋마늘을 쫑쫑 썰어 넣어 익게되면

그 향이 아주 독특하다.

 

 

재료/돌나물, 오이, 미나리,  고운 고춧가루,  건고추 두어개만 있음 된다.

양배추도 좋고 양파도 좋고 냉장고 청소해서 날꺼로도 먹을 수 있는 짜투리 야채라면 뭐든 OK~

 

 

TIP

(물김치 풀국 만들기)

밥을 한 공기 폭폭 끓이다가 생수를 부어 체에 거른다. 아니면 브렌더로 갈아준다.

(일하기 편하고 맛도 구수하다. / 밀가루, 찹쌀풀도 더 좋지만)

것도 귀찮으면 말갛게 깨끗한 생수만 부어줘도 좋다.

(물김치 재료가 약간만 절여졌을 때) 끓인물은 따뜻할 때 부어도 개안타.

금방 먹을 것에는 따로 떠내어서 식초를 넣고 단맛을 조금 가미하면 된다.

간은 처음에 조금 짜다 싶을 정도로 맞추어야 나중에 익으면 마치맞다.

 

 

TIP

(고춧물내기)

고운 고춧가루(다대기고춧가루)가 없을 경우에는

굵은 고추를 거름망에 우려내면 된다.

 

 

물김치 재료는 무슨 야채건 날꺼로도 먹을 수 있는 채소여야한다.

재료가 넉넉하면 겉절이로 함께 무쳐내어도 GOOD~~

 

 

물김치가 떨어지기전 이내 연달아 담는다.

다 먹어가는 물김치 사진(좌)에 보니 과정은 없지만 중간에 열무 물김치였구나.

열무하면 나는 무조건하고 사온다.

열무나 부추 둘 다 아주 좋은 채소라는 건 두 말하면 잔소리다.

열무와 부추는 보이는대로 사오는 편이다.

시원한 물김치는 과음한 다음날 해장으로도 아주좋다.

비티민이 많으니~

 

TIP

앞에 먹던 물김치 국물이 좀 남았으면 버리지말고

갓 담은 물김치 건더기만 건져내어 섞어두면 이내 먹는다.

익은 국물이므로 식초나 설탕이 필요없다.

 

 

 

부추김치가 의외로 아주 맛있단다.

할머니는 예전에 무를 삐져서 넣으셨는데...

엄마는 예리공포증이 있어 칼질은 못하고 감자칼로 얇게 저며 넣었다.

아마 자세히 찾아보면 숨은 그림찾기하듯 있을게다.

무도 넣으면 역시 시원한 맛이 돌아 맛나지!

 

특히 봄부추가 몸에 좋다는데,

샐러드식으로 물김치를 만들어 부추를  실컷 먹어보면 어떨까?

화창해서 너무 좋은 봄날에

상대적으로 몸과 마음이 우울해지기 쉬울 수 있다.

모두가

상큼하고 기운나는 물김치로 입맛을 되찾고

활력있는 즐거운 봄날 되었음....

 

 

엄마의 마음으로, 이요조

 

 

부추 물김치에 대추가 보여서 이상하쟈?

부추가 정력에 좋대서 대추를 넣어 보양식물김치로 만든 게 아니고...

부추는 이상하게도 단 맛과도 잘 어우러지더라

해서 달디단 양배추, 달콤한 양파, 단맛이 도는 대추와도 잘 어우러진단다.

부추는 단 맛을 잘 수용하는 야채란다.

 

 참,보관은 냉장고에 굳이 넣지 않아도 딱 좋더라 요즘 날씨~

아파트라면 볕이 안 드는 다용도실!

주택이라면 바깥에~ 자연숙성이 딱 좋은 계절이다.

심심할 때 간식으로도 한 그릇 떠먹는....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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