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산 자재암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엊그제

김시습처럼 소요하러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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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심은 물구경하러 ,,,,소요산까지~

여기도 물, 저기도 물, 물천지속에  남들은 물난리에 난리났다는데...철부지 아이들처럼...

질벅질벅...물에 죄다 젖은 운동화를 끌고,

 

천천히 글 쓰고, 천천히 커피 마시고...

 

나는 요즈음 천천히 글을 쓰고 싶다.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마치 옛날의 스님들이
경판을 새길 때 한 자의 글을 새기고 절을 삼배 올리고,
한 권의 경전을 새기고 목욕재계하였던 것처럼...
글뿐 아니라 삶 자체도 그렇게 변화해서 살고 싶다.
천천히 커피를 마시고, 천천히 차를 몰고,
천천히 책을 읽고, 천천히 밥을 먹고,
천천히 잠을 자고, 그러나 그
천천함이 지나치지 않게.


- 최인호의《산중일기》중에서 -

 

 

우산으로도 다 피하지 못할 우중속에

작은 디카는 들었지만...채 다 담아내질 못했습니다.

물 소리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질 않습니다.

물안개가 피어서 뿌우옇게 시야를 가리는 곳도 생겨납니다.

마치 구름속에 갇힌 신선이 된 느낌입니다.

 

 디카가 비를 먹었는지....off에도 렌즈가 들어가질 않습니다.

슬퍼2얼마전에는 계곡에 갔다가 나만 발 담그기가 미안했던지 함께 시원하자고...

타블렛 PC, 아이패드도 물에다가 살째기 멱 좀 감겼는데...그만,

아이패드가 어른패드도 되기전에 다이패드가 돼버렸는데.....

 

똑딱이 카메라는 비묻은 손으로 밧데리를 잠시 빼내고 어찌어찌하니 그제사 렌즈가 들어갑니다.

 우중에 자재암 청량폭포 물소리가 담긴 동영상도 찍는다고 찍었는데....아주 짧게 나왔습니다.

 

비가 멈춘듯 잠깐 소강상태로 접어들자.

눈앞에서 산으로 물안개가 스멀스멀 기어 올라가는 모습도 보입니다.

나 또한 천천히 산등성이를 기어오르는 안개처럼 그렇게 스멀스멀....산길을 오릅니다.

 

물길인지 ...산길인지 .....

나, 시방~

원효를 만나러갑니다. 요석공주의 빙의가 되어....시간을 거스르듯~

천천히...

천천히....

 

 

 

 

 

 

 

원효폭포

 

자재암

원효가 관음보살을 친견하고 자재무애의 수행을 쌓았다해서 붙여진 이름

자재암 청량폭포

 

청량폭포

 

 

 곰취쌈밥,들깻잎쌈밥, 현미검정콩밥,마늘장아찌 고추장아찌,매실, 연근 우엉조림

 

요즘들어 집안 일, 먹거리등을 갈무리 하느라 바빴다.

블로그는 뒷전인 채로 좋은 가을볕살에 가지,호박, 고춧잎 말리기등...봄에 담근 매실 갈무리 그리고 장아찌들 갈무리 하고 추석때 먹다남은 포도도 효소를 만들기...

종종걸음 치다가 바쁜절구질에도 손 넣을 짬 있다고

누가 등산을 가재서 한적한 날 주중을 잡아 소요산도 다녀왔다.

제 2의 금강이라는 소요산은 생육신의 한 사람인 매월당 김시습이 소요했다다는 이름과는 달리 돌이 많은 악산중에 속한다고 본다.

이 번 비로 그 돌무더기들이 굴러내려 계곡을 메우고...

제대로 원상복귀되려면 아마도 자연은 십년이 넘어야 그 상흔이 아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가자는 여동생? 딸같은 지인의 전화를 받고는 부랴부랴 도시락을 샀다.마침 정리하던 매실 곰취장아찌 들깻잎...

포도 한 송이 천도복숭아 하나, 커피~~

굴러 떨어진 돌무더기가 가득한 돌산을 천천히 올랐다.

정상에 올라보니 ......바쁜 일상에서 아둥바둥 살던 내가 돌아보인다.

가을이라 하늘도 푸르고  구름도 하얗고,

직접 농사지은 건 아니지만...내 도시락을 보더니 모든 게 친환경이라기에

그러고 보니 맞다.

혹여 중국산을 살까봐 모두 흙이 묻은채로 껍질이 있는 그대로 구입 힘들게

깍고 다듬고....저장하고...현미 검정콩밥에...그러고 보니 맞는 말이다.

.....

내 도시락이 그런것처럼 가능하면 산도 그렇게 가공되어지고 다듬어진(만들어진) 산이 아니었음 좋겠다. 그냥 그 자리에서 수수하게..자연 그대로...

 

 

 

 

 

 

 

 

바로 여기 전망대 아슬아슬한 끄트머리에 앉아 싸가지고 온 점심을 먹었다.

 

하산길에는 자재암 마당도 여름 폭우에 절반이나 무너져 내린 것을 보았다.

빠른 복구가 있기를 마음으로 빌어보며, 

깨끗하고 맑은 가을...하늘!!
발 닿는대로 어디든 떠나보고 싶은 계절이다. 가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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