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월봉에서 바라본 차귀도
나는 어려서부터 묘한 버릇이 있다.
어머니께서 고깃국을 끓여주시면 고기보태기인 내가 고기는 두고 국물만 먼저 먹었다.
좋은 건 뭐든 두고 아끼고 보자는 심산 이었던가보다.
그러던 게 습관이 되어서 이 나이되도록 국은 국물만 먹게 되고 건더기만 남기게 되었다.
제주도, 섬 안의 섬, 무인도 차귀도를 두고 웬 먹는 타령이냐고 하겠지만 ....
여행을 다니면서 내 마음에 부쩍 들었던 곳은 블로그로도 쉬 내놓고 싶지 않아 가슴 저 깊이 내 문서 깊숙이 숨겨 두었다가 흘려보낸 게 .....얼마나 많았던가?
이 거 이러다가 나중에 내가 일흔이 되고 팔순이 되어 정작 내 추억의 볼거리인 블로그를 뒤져도 별 볼일 없다면 어떡하나? 걱정이 앞선다.
참 그렇게 국물만 먹던 내가 끝내 국그릇에 남은 고기는 강아지 밥이 되고 나는 요즘 그렇게 밝히던 고기도 점차 못 먹게 되는 체질로 바뀌고 있으니.... 늙긴 늙었나보다.
아끼고 아끼던 마음의 글들이...나중엔 감흥도 사라지고 ....계절은 물론이고 세월도 시절도 다 변해가니 .....
제주도를 많이도 오갔지만 여태껏 다닌 중에 백미!!
마음이 탁 트이고 잡다한 것을 바닷바람에 파도에 다 쓸려 내버린 것만 같은
차귀도의 서두를 어렵게 꺼내보나니...
차귀도로 들어갈 계획인데 미리 전날 예약을 해둬야 한단다.
그런데 우리 예약마저 밀려나버렸다기에 포기 수준까지 다다랐는데 어쩐 일인지 가능하단다.
그런데 막상 뱃머리에 당도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풍랑이 거세어서 아마도 다른 팀들이 캔슬 놨나보다.
그 덕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바닷가에 당도해서 코앞이 차귀도지만 엄두를 내지 못했다.
가자커니 포기 하자커니..... 다 같은 날 제삿날 될꺼냐는둥
끝내 한 사람만 포기하고 파워보트라는 배에 올랐다.
대형 튜브형배다. 그러니 더 불안할 수밖에
내려서 선장출신인 친구에게 들어보니....여타 배보다 안전하단다.
지붕까지 덮치는 파도만 아니면 괜찮단다.
배는 텅텅거리며 앞으로 곧잘 나아갔다.
물보라를 흠씬 맞으며 10분 후 목적지에 다다랐다.
돌아올 때는 섬을 한 바퀴 돌아 나오므로 15분가량이 소요된단다.
아무튼 한 배의 정원이 12명? 인지라 나머지는 다른 팀들과 함께 다른 배에 올라탔다.
차귀도는 들어갈 때 배낭을 메고 들어갈 수가 없단다.
차귀도는 천연보호구역 (천연기념물 제 422호) 지정
자연석을 비롯한 식물및 수산물 채취를 훼손할 경우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처벌이..
차귀도는 천연보호구역인지라 혹여 캐어나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란다.
2000년 7월 18일 천연기념물 제422호로 지정되었다. 차귀도는 죽도·지실이도·화단섬의 세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섬들은 아조대의 동식물상이 매우 풍부하여 제주의 여러 섬 중에서도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예전에 대나무가 많았던 곳이라 죽도(竹島)라고도 불리는 이 섬 주위는 깎아세운 듯한 절벽으로 이루어졌으며 장군석이라는 돌이 우뚝 솟아 있어 그 풍치를 한결 돋운다. 특히 해질 무렵 저녁놀이 바다를 물들일 때의 빼어난 아름다움은 성산일출과 쌍벽을 이룬다. 1973년까지 사람이 살았다는 이곳 언덕배기를 오르다 보면 예전에 사람이 살았던 우물 흔적과 가옥의 형태가 남아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 가장 아열대성이 강한 지역으로 아조대 5∼10m 수심에는 수많은 미세 홍조식물이 생육하여 그 중에는 아직 공식적으로 학계에 발표되지 않은 기는비단잘록이를 비롯한 신종식물과 어깃꼴거미줄, 나도참빗살잎, 각시헛오디풀 등의 한국 미기록종들이 다수 발견되었으며,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의 아열대지역에 서식하는 홍조류의 여러 종이 이곳에서 발견되었다. 한편 이곳의 무척추동물상은 해면동물 19종 중 3종의 한국 미기록종이, 극피동물 6종 중 1종의 한국 미기록종이 알려졌고, 자포동물의 히드라충류는 3종, 산호충류는 12종, 태형동물은 8종, 피낭동물의 해초류는 3종이 알려졌다. 이 중 산호충류 2종, 태형동물 1종은 한국 미기록종이다. 또한 부족류는 8과 12종 중 9종이 한국 미기록종이고 갑각류는 17종 중 4종이 한국 미기록종이다. 이처럼 이 구역은 해조류의 분포로 볼 때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두산백과
해조류 '말'이 파도에 휩쓸리듯 춤을 추고...
독수리처럼 생겼다.
파워보트, 이 배를 타고 10분만 들어가면 된다.
에어로 된 부유선에 모터를 장착했다.
바다에 퉁퉁 부딪치며 10분 후 도착
차귀도 입구, 비탈길을 오른다.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가니 바람의 언덕이다.
어찌나 바람이 드센지 몸을 가누지 못할 지경이다.
다행히 바람은 바다 쪽에서 불어와서 벼랑으로 굴러 떨어질 염려는 안 해도 되었다.
모자는 아예 벗어들고 옷깃은 꼭꼭 여미지만 몸이 휘청거릴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사람이 살았던 흔적의 터와 우물이 있고 바람이 세어 소나무가 꺾이고 태반 죽어있었다. 나무는 자라지 못할 곳이다.
그래도 제주특별자치도에서 가장 아열대성이 강한 지역이라는데, 이름 모를 식물과 해국이 지천으로 흐드러진 차귀도 무인등대를 오르는데 비가 흩뿌린다. 풍랑에 이런 비가 와야 제대로 된 제주도지! 어련하시겠어?
했지만 비가 된통 쏟아진다면 걱정부터 앞선다.
부랴부랴 트레킹코스도 가로질러 내려오니 마침 안성맞춤 동굴이 입을 벌리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동굴 속에 비를 피하면서 초로의 친구들은 모두 황순원의 소나기를 떠올린다.
비가 왔으니 이런 동굴이라도 찾아들었지 아니면 이런 애들 같은 짓을 언제 또 해보누?
빨리 배를 보내라고 전화를 하고 ....
회귀하려는데, 풍랑이 좀 있으니 섬을 한 바퀴는 못 돌고 좌현으로 조금만 보여주겠단다.
장군바위와 울부짖는 범바위만 보고 돌아 나오는 길, 마치 울릉도 좌해안도로 느낌이 난다.
꾸미면 대단한 관광지가 될 것 같지만....절대 개발하지 말고 이대로 뒀으면 간절히 바라는 맘으로 돌아 나왔다.
차귀도에 들렀다는 기념 뺏지를 하나씩 받아들었다.
바람과 풍랑과...절경에 기가 막혀 .... 다리에 힘도 다 풀리고~
에고 정말 죽을 뻔했네 ~ ~
범바위와 장군바위
지천에 흐드러지게 핀 해국 군락지
차귀도 무인등대
주민이 살았던 흔적
소원을 비는 팻말이 길에도 등대에도
내려가서 보고싶다. 그러나 금지라니...
더 내려가 보고 싶다.
우리가 타고 나갈 배가 들어온다.
유난히 텅텅거리는 파워보트에 그만 디스크수술환자인 내 허리가 절단 나버렸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니 허리가 펴지질 않는다. 난 제주도 구경은 그 후로 포기했다.
걸을 수가 없으니,,,비상으로 가져간 강력한 진통제를 먹고 마침 제주도로 여행 온 막내를 만나 며느리에게 의지...공항을 걸어 나왔다.
...그 후로 우리 집 김장배추는 지금 이불을 둘러쓰고 내동댕이쳐져 있다. 언제나 고양이처럼 혼자 하는 습관이라 누가 해주는 것도 싫으니....거참!!
차귀도 귀경이랑 우리 집 올 겨울 김장이랑 맞바꾼 셈이다.
다음, 차귀도에 가게되면
블랙홀 같은 여기를 좀 더 살펴보고싶다.
사진에는 나왔지만....자세히 살펴보지 못한 점이 무척이나 아쉽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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