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쓰는 엄마의 편지

                     

 

 

 

 

 

딸아 
오늘은  웃지못할 엄마의 해프닝 하나를 이야기로 전해주려 한다.
지난 주말에 아빠네(오피스텔)에 가지 않았겠니
아침 일찍 소래포구에 들러 생선과 게장꺼리 게를 좀 사고 낙지 한 접시 먹고 시화방조제에

운동 삼아 나가서 간단히 가져 간 점심을 먹으며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다...돌아왔다.

흐린 날씨에 뿌옇게 바라보이는 바다를 가둔 호수지만...그 잔잔함이...그 고요함이...

왠지 파도로 일렁이는 바다와는 또 다른 마음의 평정을 실어다 주는구나~


날씨가 흐려서 좋더구나...연을 날리는 사람~ 자전거,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

바로 눈 앞, '시화호에서' 자맥질하는 오리 같은 괭이 갈매기들...

귀가해서는 소래포구에서 얼음에 채워서 가져 온 게장을 담고..생선을 굽고....졸이고,

그렇게 봄나들이에 무척 피곤했을 텐데,  엄마는 그 날 밤, 영 잠이 오지 않더구나...
한식경을 훌쩍 넘기고 잠자리에 드려고 불은 껐는데 도저히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살그머니

티뷔를 켰다. 아빠에게 불편을 끼칠까봐....볼륨도 낮추고... 정규방송이었는데...

어느 방송인지도 나도 잘 모르겠구나~


아마 새벽 한시 반이나 되었을까?  外畵는...실로 이상한 구성이었다. (중간에 보는 것이지만)

범죄가 꿈속에서 이뤄지는....엄마는 그 잔인함에 불쾌해서 미간을 찌푸렸다.

사랑하는 딸도 여지없이 삽으로 찍어 살인하여 매장하려다가 우물 속에 던져 넣는 아버지,

그리고 살인한 사람의 뎅겅한 목을 함께 던져 넣고 우물 뚜껑을 닫는....


그런데..깨어나니 악몽이다. 그는 병원에서 꿈속에서 행해지는 의식들에 대해 실험중이란다.
일종의 몽유병잔데...꿈속에서 일어난 일들을...연구분석 한다나 뭐라나....근데 그 게 끝인 줄

알았다.  자막도 올라간 걸로 안다.


실은 그 부부는 거의 파경에 이르는 부부였다. 왜 안 그러겠니...몽유병치곤 이중성격이

완연한 남편이니...성격 파탄자인 게지~
아내는 그 남편과 헤어질 결심을 하고 다른 남자와 먼-데를 떠날 약속을 했던가봐,
영화가 그렇게 마지막인 줄 알았더니...

'어! 어??"'

에필로그처럼 다시 이어지는는 異面,의 실체~ 

 

기차표를 끊고 아내를 픽업하러 온 그 남자(아내를 유혹하던)는 남편에 의해 살해되어 연못에 차를

탄 채로 수장되어져 있더구나...그 게 정말 끝이야... 찝찝했어~`


꿈과 현실은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가 봐,  남편의 인성이 살의에 가득 찼기에...무의식으로

행해진 살인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 엄만,
아무튼 잠이 오지 않았어....온 몸이 찌뿌둥하게 마구 아파 오는 거 있지
이층으로 올라가서 혼자 잘까 하다가 겨우 겨우 참아보느라  혼자 누워서 ..살그머니, 양다리를

쭈욱 뻗대는 쭉쭉이도 해보고 양 날개죽지를 이리 비틀~ 저리 비틀~  뒤로도 꺾는 스트레칭도 하고

별 난리를 다 부려 보았단다.


근데...새벽 3시? 가 좀 넘자 '우르릉 쾅쾅~~" 번개와 천둥을 동반하고 난리도 아니었어 순간

"두두두둑,,,,"하고 우박이 세차게 떨어지기 시작했어,

창문을 마구 후들기는 소리~~ 소리~ 무서웠어,  번개의 섬광으로 방안이 환해지기를 몇 번~


'아 그래서 내가 이렇게 몸이 찌뿌듯했구나....'


그러다가 잠이 도저히 올 것 같지 않아 어둠속에 그냥 오두마니 일어나 앉았지 

그리곤 비바람치는 창문을 열었어,

펴서 쑥- 내민 오른 손바닥에  우박이 후두둑 떨어지는 게 잡혔어 신기했지 이내 문을 닫고는

나머지 왼 손으론 내 가방 속을 뒤지기 시작했어 왜냐구? 

얼른 카메라를 찾아 '우박 알갱이를 찍으려고"  카메라를 찾긴 찾았는데...

한 손으로 더디게 플래시 설정하고 어쩌고 하다가 그만 손 안에 든 우박이 금새 다 녹아 버렸어~

준비를 완료하고 일어나서 다시 새로운 우박을 손바닥에다 받았지 (딱, 여기까지)


그리곤 다시 누워서 별의별 생각을 다 했어 얼마전 쯔나미 난리 때에도 시신 중에

짐승들은 하나도 없었다는 거야, 쯔나미가 일어나기 전 집에 갇히고 묶인 가축들은

연일 울고 짖고 난리도 아니었다는 구나
인간은 천재지변은 잘 모르잖아 작은 쥐같은 미물들도 다 알고는 피신했다는데....

본시 사람도 영묘한 감응(感應)능력을 타고났었는데...옷을 입기 시작하면서 사라졌다는 구나

이젠 겨우 저기압으로 인한.... 신경통이나 아팠던 곳의 통증, 수술했던 부위의 저림증등을

'비올라'로 호소하지~

(이런 생각을 마지막으로 하며 엄만 잠을 청했어~)


그 날 아침,  아빠 출근 때에 마지못해 겨우 일어난 엄마는
"여보 지난밤에 천둥번개에 우박이 내렸어요"
"우박이? 웬 우박이?"

"소금만했어요. 왕소금...아니 것보다 좀 더 컸었나?"

지난 밤에 직접 손으로 느껴 본 기억을 되살려..그 크기를 다시 가늠해 보며 이야기 했다.

"그래에~?"

아빠도 짐짓 놀라는 표정을 지으셨다.
"한 여름에 주먹만한 우박이 내려 농사가 전부 엉망이 되었다는 우리나라 실제 기상대 기록도 있던데요 뭘~"
잠도 채 달아나지 못한,  잠에 쩔어 취한 쉰 목소리로 아는 척 너스레를 떨었다.
아빠가 나가시고...다시금 잠을 청하려니...잠이 당최 오질 않는다.
텔레비젼을 켰다.
아침뉴스에 지난밤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소나기가...중부지방을....
뭐시라? 우박을 소나기라? 그럴 리가? 바로 잠자리 곁에 있어야할 카메라를 찾았다.
없다. 내가 치우고 잤을까?  카메라를 찾아서 지난 밤, 그 생생하던 흔적을 찾아보니....없다.
사진이 없다. 무엇엔가 단단히 홀린 듯하다. 

내 손안에 오롯이 담겨 녹아내리던 그 우박 사진이 분명 없다.
그럼...내 숱한 생각들은.....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며 되뇌었던 숱한....생각들은?

그럼 그 모든 게 꿈? 창문을 쳐다보았다.
한낮에도 잘 열지 않는 저 창문을 자다말고 밤에 열다니...정말 말도 안 된다.

그러고 보니...재차 우박을 받은 손도 오른 손이었어...그런데...오른손 바닥이 모델이라면

왼 손 뿐일텐데... 손의 갯 수, 그런 개념이 없었어, 뭐랄까? 카메라를 만지는 두 손은 날렵하게

따로 따로 움직이고 있었어 마치 다른 이의 손을 모델로 한 것처럼, 그래서 잘 찍었던 기억이....
혼자서 피실피실 웃다가....지난밤에 요상스런 영화를 보다가 잠이 든 것을 그제서야 알았어~
어쩌면 그리 몽유병자 짓꺼리와 유사한 ....꿈을 꾸었는지....

그러다가 엄만 입바람 나게 소리내어 피식 웃었다.

'어쩌나?' 혹시 오늘 아빠는 대화중에 지난 밤 일기 이야기가 나오면
"지난밤에 우박 왔다며?" 하실 테고.,,,,사람들은 우박도? 하며 의아해 할 테고....

참으로 낭패로고~

 

4월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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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넌, 엄마의 장황한 프롤로그가 뭘 뜻하려는지...잘 알겠지?

그래 잠들기 전의 모든 상념이 꿈속에서도 그대로 재현되듯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무의식 상태에서 생각하는 것은 바로 그 사람이 지닌 의식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꿈이라 그다지 현실과는 무관하지 않나 보다. 꿈길에서도 엄마가 카메라를 찾았으니,

해서 밤에 잠자리에 들 때는 몸을 깨끗이 하고...잠자리를 편히 하고 머리맡에는 잡다한

물건을 두지 않으며,
옛 어른들은 머리맡에 쓸 데 없는 것을 두면 꿈자리가 뒤숭숭하다 하셨다.
해서 머리맡은 항상 정갈하게 정리해 두어야한다.
그리고 하루 지난 일들을 생각하며.....돌이켜보고, 하루를 정리하는 기도...

그리고 내일을 멋지게 시작하려는 다짐의 기도,  바로 그 기도의 중요성과, 절실함을 깨달았다.

 

보아라~
뒤숭숭한 영화를 보고 잔 엄마가...비몽사몽간에 몽유병자 흉내를 내는 비슷한 꿈을 꾸지

않았더냐?.
어쩜 그리도 선명한지....꿈속에서 여러 가지...상념들마저..발 맞추어서 말이다.


하루의 전개를 그냥 맞이하는 사람보다 기도하고 맞는 사람이 더 나음은 말해서 무엇하랴?
그렇지 않느냐?
우리 기도하자....아침에는 눈뜨기 무섭게 출근준비로 아침준비로  서로 바쁠 테지만....
얘야~
우리 어렵더라도 잠자기 전에 만은 꼭 기도하는 습관을 붙이자구나

 

요컨대  실제로는 바라거나 감당키 어려운 나(인성)의 모든 의식을 끌어 올리려는 노력을

입으로 무한히 되뇌이고 기도하다 보면 어느새 의식은 나도 모르게 성숙되어 있을 테고,


그런 좋은 습관이 몸에 배이면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져 가는 나를 언젠가는 분명코 만날 수 있을 게다.

 

 

연일 계속해서 날씨가 흐리다. 엄마도 온몸이 찌뿌듯하다.

오늘밤 역시 천둥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내린다는 구나
넌 어떠냐?

 

 

 

 

 

4월19일/좀은 피곤한 엄마

네게보다 내 스스로에게 권면의 비중을 더 두며,

 

 


자맥질하는 괭이 갈매기도 보이는 '시화호'를 바라보며 /날씨 흐림/사진 click~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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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쓰는 엄마의 편지


*사랑은



지난 겨울 김장을 하다만 남은 재료,(힘에 부쳐서) 대파를 엄만  그냥 큰 화분에다 두 군데

나눠 심었다가 무거워서 옮기지도 못한 채 그냥 죽을 테면 죽으라지 하고 바깥에 버려둔 것이

한겨울 필요할 때는 흙도, 파도 꽁꽁 얼어서 뺄 엄두도 못 냈다.
그랬더니..봄이 완연해지자 얼었던 잎새가 파릇해오면서 며칠 전에. 마침 파가 떨어져서
뽑아보니...
세상에나 모진추위를 잘 견뎌내고 하얀 뿌리 가닥이 새생명을 안고 싱싱하게 올라와 있더구나

얘야,
넌 엄마에게 그랬지?
"엄만, 도대체 감흥이 없어~ 이제 함께 구경 안 다닐래요" 라고 말이다.
엄마가 왜 감흥을 모르겠니?
파 한 뿌리에도 이렇게 즐겨 카메라를 들이대는 엄만데....

네가 어렵사리 마련한 오페라유령 로얄석, 그것도 끝나 가는 6월 마지막 어느 날,
바로 그 날이...우리가 월드컵 4강까지 진출할 줄은 우린 아무도 몰랐다.
예측이나 했던 일이냐?
스포츠 관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에미도 그 날만은 온통 바깥으로 마음이 쏠리던걸~

그 날, 하필이면 바로 그 시간에  관객들 거의가 여자였지 않더냐? 어느 남자가 이렇게 평생에 한 번 만날까 말까하는

신나는 스포츠 경기관전을 팽개치고 어두운 실내,  오페라 유령을 보러 오겠더냐?

막간에 모두들...우르르 쏟아지듯 죄다 나오면서 이구동성으로 "몇 대 몇이예요?"

그 날 오페라 감상은 완전 '꽝'이었다.  마음은 콩밭에 있고, 거금을 들인 넌 억울하고(너 역시 그랬을 테니까)

그 날 나오면서 넌 투덜댔다. "엄마랑 이제 다시는 안 와~"

ㅎㅎ 그리고 다시 [색채의 마술사 샤걀전]
역시 엄마는 담담했다.
역시 넌 똑 같은 소릴 하고...

엄마가 엄마가 말이다.
글을 즐겨 쓰던  엄마 스스로도 눌러버린 채,

초등 때부터 글짓기 상을 휩쓸던 너의 싹마저 여지없이 가위로 전지 하듯 해버린 내가 아니더냐?

여자가 글을 쓴다고 자기를 앓는 짓을 그런 자해스런 짓을 서슴없이 네가 선택한다면 상상만 해도 엄마에겐 너무나 끔찍한 일이라서 말이다.

자기가 아파 보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글로써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겠느냐?
엄마는 희미하게나마 여자들에게 있어 "글팔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黃眞伊, 허난설헌이 그래왔고...그 외...외로이 홀로 숨져간 이들,  이름을 날리는 여류문사들도 그 마음만은 그리 속속들이 행복하진 않았을 것이다.
가혹한 현실 앞에, 이상은 더없이 높기만 하고...그 gap을 극복하기가 좀 어려운 일이겠느냐?

엄마의 유일한 학창시절 친구 영숙이 아줌마 알지?
지금은 늦은 나이에 출가하여 비구니스님이 되었잖니?

그 아줌마가 그랬다.
들에 나가면 나비 한 마리에도 기뻐 놀라고...새싹 하나에도 자지러지던,
그런 넘치는 감성을 주체할 수 없어 꾸준히 글을 쓴 탓에 수필가로 시인으로 바쁘더니만 정작 아내로써 엄마로써... 그만 자리를 내어놓고 말았던...

거의 25년 만에 처음 나를 찾아와 변함없이 수선?스럽던 친구를 충고로 나무라고 영숙아줌마는 그렇게 떠나갔다.  한 달포를 함께 지나면서...나는 눈치도 없이 그녀가 늘그막에 홀로 자유로운 여행을 떠나온 것인 줄만 알고 있었다.
혼자가 된 것을 진즉 알았다면 잘 감싸 안아주고 토닥여 주었을 텐데...아직도 미안함이...아마도 평생을 갈 죄책감중에 하나일 것 같다.

얘야,
언젠가 내가 그랬지? 옛말에 "턱턱 사랑 영이별이요 실뚱머룩 장래수"라고, 너무 좋아 어쩔줄 모르게 자지러지다가... 어느 날 그 놀음에 지쳐 사랑이 떠난 양,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제각기 갈길을 가듯  바삐 헤어지는 거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이별이 잦다.

요컨대 엄마가 네게 전해주는 사랑의 정의는 사랑은 애틋하게 잔잔히 강물 흐르듯 하라는 거다.

엄마는 네 외할머니께...이런 말씀을 듣고 자랐다.

어느 남자가 본처와 애첩을 두었는데, 그 둘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하루종일 신다가 튿어진 버선을 던져주니...애첩은 꿰맨 후 남은 실밥을 가위로 싹둑 자르는 반면
본처는 더럽다 않고 입으로 가져가 이빨로 끊더라는 구나.

또 한가지 더 실험을 하려 약첩을 사다 나눠주었는데...
애첩은 약이 졸아서 양이 적으면 물을 더 타고,  많으면 부어 내버려  언제나 마시기 적당한 양으로 만들어 올리더란다.
물론 본처는 약물이 적으면 적은대로 많으면 많은대로 그대로 올리더란다.

"사랑은 그렇게 '멋'을 내지 않아도 사랑 그 자체로도 빛이 난다."

우리네 한국식 사랑은 먼-길 떠났던 남편이 돌아오면 그 모습.. 먼 빛으로 확인만 한 후
(행주치마 입에 물고 입만 빵긋~~/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가사처럼)
부뚜막으로 내닫는다. 얼른 따뜻한 밥상을 차리기 위해, 물론 부뚜막에는 항상 집 떠난 식구를 위한 밥그릇에 밥을 떠 담아 두는 것도 잊지 않는 풍습을 지닌, 우리 민족만의 사랑 법이자 고귀한 사랑의 표현이다.

집 떠나 혹여 끼니라도 제 때에 맞춰 잘 챙기는지...사랑으로 기도하듯 염려하는,

요즘 너희들이 선호하는 사랑은 서구식이다.
오랜만에 만나면 시선의식 않고 부둥켜안고 뽀뽀하고...
그런...그 사랑...물론 기름지고 맛나다.  그러나  항상 기름진 음식은 이내 식상하게 만든다.

늘 먹는 밥맛처럼 달지도 기름지지도 않은 밥맛 같은 사랑~~

까르르...쏟아내는 웃음보다
삼키는 웃음(미소)이 더 우아하고 아름답듯이~~ 

 

이 봄에는 부디 볕바른 사랑의 텃밭 하나,  충실히 가꾸려무나 알았쟈??


파 한 뿌리를 들고 네 생각에 잠긴....엄마가, 

꽃이 피기시작하는 어느 봄 날,

글/이요조

*추신

 

요즘 봄철에 나오는 파는 값이 싸서.... 거저 주듯 해도 먹기에 제일 망할(마땅찮을) 때다.

겨우내 자란 파(아랫녘)가  이제사 꽃을 피우고 씨앗을 품을 때가 되어서 늙어 거세어지기

때문이다. 대궁은 딱딱해지고 맛은 떨어진다.

 

엄마가 깊이 묻어둔 파는 흰 뿌리가 거의 다 묻히도록 모래를 덮어주었더니...

아주 연하고 부드러운 파로 다시 나는구나

 

그래...그 뿌리가 깊게 심어져 있으니...억세지 않단 말이다.

파의 속대궁으로 말하자면 꼬갱이,,,깡아리...즉 우리들의 자존심으로 생각해 보자,

뿌리가 깊으면 깊을수록 꼬갱이가 (자존심)안 생기는 것을,

 

사랑은 모름지기 뿌리를 깊이 내려야 한다.

그래야만...추운 한파에도 잘 견뎌내고....못쓰게 될, 꼬갱이도 없는 부드러운 파로 남게 되는구나

알겠느냐?

 

사랑의 뿌리가 깊어질수록 '자존심' 따위는 세우지 않는다는 것을...덧붙여 적어본다.

자존심을 앞 세우는 건 사랑이 아니라 일종의 '자기愛' 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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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죽을 지경인 곰
이요조 2004.11.24 21:06
0
엄마가 딸에게 주는 장난감

 



김종인 : 부들부들 테디다..부비~부비~ (11.25 12:57)
김혜진 : 나 지금 니싸이에 있다!!^^* (11.25 14:19)

쓰레기 분리수거..
김종인 2004.11.25 22:55
0

일반쓰레기에
음식물쓰레기를 같이 넣어 내놓으면
이제는 구청에서 수거 안 해 간다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그것도 꼭 오밤중에 경비실에서 종합방송을 해대서..

냉장고에서 새로운 곰팡이균을 생성해내는
새송이버섯을
다른 방법으로 처분하기로 했다.

화장실..변..기..
잘게 자르지도 않고
그 굵고 크은 버섯을
그냥..
퉁`
변기 속으로 던져버리고

물을 내렸다..
쏴아아아아아~~


그리고 중얼거렸다..

잘.가.라.
버섯아..
....

....

....

....

....

 

....


....

...


변.
기.
가.

막.
혔.
다.
....


아...젠장..


버리는건..

정말 힘든 일인가 보다..



 



황세원 : 으흐흐.. 하하하... (11.26 21:50) 
661 김종인 ( 2004.11.26 13:28 )






첫눈이라고
문자도 오고 쪽지도 온다..
다들 기분이 둥둥 인가보다

난 오늘 완전히 막혀버린 변기랑
일대일 대화 좀 해보려고 한다..
첫눈?..그런거 몰라..
뽁뽁이랑 뚜러뻥 두통 정도면
변기가 용서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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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유행이다.
다음(daum)에서도 한 발 늦게 플래닛으로 대응 해보지만...
싸이월드에 애 어른 할 것 없이 다 몰려 버렸다.
나처럼 가만 움직이지 않는 부동 식구외엔.. 
다들 양다리 걸치기식이 아닐까?



 

 크하하하..오늘 지지배의 쌤통인 글을 하나 읽곤 (약속시간에 바빠 급히 나가느라'

컴텨도 켜 논채로....내가 누군가?  샅샅이 뒤져 꼬옥 약쩜을 잡고 말아야쥐~~)

주말이라...놀기에 바쁜.. 지지배, 설마 음마의 이 글은 못 읽겠지?

오늘 밤에 다른 글로 얼른 넘겨야쥐~~

언능 시집이나 가서 예쁜거나 하나 안겨주믄 좀 조아??

 

↓ 모땐 지지배 글

 

 


 

 

1년 넘게 배경화면을 차지하고 있던 녀석들..

돌고래 사랑이 지나친 나머지
본인, 전생에 인어공주였을거라 조곤조곤 흘리고 다녔으나
해마였음이 분명하다고 주변인들끼리 결론을 내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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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 돌담길이다.

비오는 돌담길이 너무 좋아서 운전중에 사진을 찍으며

딸이랑 가면서 독백처럼 중얼거랬다.

나, 왜 이리 돌담이 눈에 익고 좋은고야?

혹 내가 전생에 궁에 살지 않았을까?  그래떠이...

당박에

"응 음마..아마 무수리로,...."  하던 지지배....

 

그 반전의 글을 오늘 지 미니홈피에서 흔적을 보다,

 

크하하하~~

(해마와 무수리가 이생에서 모녀지간으로?  말이 되는 소릴 해야쥐~)

우린..아주 무서운 천적같은 모녀지간이야!!

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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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도 때론 실수를,

 

 

 

아이야
오늘은 금요일인데도 연락이 없어 내가 먼저 전화를 하니,
네가 이번 주말은 아니 오겠다는 구나.

이제 따로 나간 오피스텔에 적응이 되어도 너무 되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그러다간 시집도 안 보낸 딸을 그저 잃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네 오면 아끼지 않고 에어컨 빵빵히 틀어주려... 에어컨 청소까지 만반의 준비도 다 했다.

명절은 명절이라 맘편히 쉬지 못하고 그나마 여름 휴가는 ...아니 여름 주말이나마

집에서 휴가지처럼 시원하게 쾌적하게 해 주려는 엄마 마음에서,
집안을 홀랑 뒤집어엎은 대청소를 했다.  아직도 한 이틀 더 할 게 남았지만,

이 번 주엔 아빠도 너도 약속이나 한 듯이 못 온다니 나는 산이나 올라야겠다.

 

그저께 일이다.
밤에 잠이 오지 않아 아예 컴텨를 만지며 새벽을 맞았고

담날 아침 국거리가 없어 준비해뒀던 미역과
(지난번에 많이 씻어서 남겨 냉동실에 두었던 것)바지락 조개를 주방에다 내어놓고  새벽이 오는 걸 보고사 잠이 들었지 뭐냐  그랬더니  늦잠을 잤구나

다른 국과는 달리 오래 끓이면 끓일수록 맛이 우러나는 미역국은 시간상 끓이지 못했다.
급하게 만든 된장찌개로 할머니 아침을 차려드리고,  설거지를 끝낸 후 미역국과 간단한  반찬을 만드는데.... 그만,

 

느네 할머니의 안과 순회 투정에 엄마가 ......  마음이 무지 많이 불편해졌다.
음식을 대충 만든 후 모시고 곧 바로 외출~~ 또 다른 안과에 가서야 확인 후 할머니나 나나 잠시동안은 한시름 놓았다만...또 언제 그러실 지,

 

의사선생님/ "할머니 뭐가 걱정이세요?"

할머니/ "야~~ 봉사 될까봐서요"
의사선생님/ "할머니 봉사되기가 그리 쉬운 게 아니니 걱정 마세요"
할머니/ "앞이 캄캄해요"
의사선생님/ "할머니 안구 건조증은 병도 아녜요. 안연고를 너무 많이 넣으셔서 안보이셨어요 이젠 잘 보이시지요?"

또 다른 내과 병원에 가셔서는 신경통약~~
할머니/ "선상님요 지발 약을 좀 강하게 지어 주이소..."

 

아!  이야기가 사뭇 다른 데로 새는구나.
느네 할머니 치매는 초기에 다잡아 치료는 했지만...

아픈 것 잘 참으시고 ...자식이 우선이시던  예전의 할머니는 이미 아니시다.
매사 우기시는 떼쟁이 고집쟁이 나만 아는 이기심뿐인 숫제 어린 아이로 변하셨구나.

 

알면서도 네 엄마는 이론으론 다 알면서도 실전은 무지 힘들구나.

 

오전에 만들었던 야채볶음, 그리고 끓여두었던 바지락 미역국,


아빠랑 서해안 승봉도에 갔을 때 바지락을 양파자루로 캐 가는 사람들을 보고 무척 부러웠다.
그다지 비싼 조개류는 아니지만 가격에 비해서 맛있고 찌게나 국에 넣으면 시원하다.

얼마 전에 내가 네 냉장고에 넣어둔 바지락을 어떻게 먹어야할지 몰라 안 먹었다고....엄마더러  챙겨 가라던 그 바지락 말이다.

그것도 냉동실에서 얼음덩이가 되었다. 전날 자정 무렵에 꺼내어 물에다 담가 두었었다.

주로 물어보는 요리초보자 질문들이..조개해감은 몇 시간이 가장 좋으냐고들 궁금해하던데,
엄마 대답은 아주 급하게는 두시간도 되었다가 길게는 여덟시간도 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혹, 바보처럼 겨울에 두시간을  여름에 여덟시간을 상온에서 두진 않겠지?

 

 

운전하다가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다.
요리이야기 프리랜서로 알고 들었다만...옛날에 상추는 흐르는 물에 씻어한다 했는데,
요즘 상추는 받아놓은 물에 씻어야 한다는 그 두 가지 방법에 대해서 기사를 써야했단다.

수돗물 절약차원도 있겠지만.....어느 게 실제로 나은지 도저히 알 길이 없어
자신의 어머님께 전화로 물어보기로 하였단다.

["어머닌 상추 어떻게 씻으세요?"]
["응..나? 두어 번은 물 받아서 씻고 마지막에는 흐르는 물에 씻는다 왜?"]
["딩동댕~~ 바로 맞추셨습니다. 역시 어머니십니다."]

하는 방송을 들었다.


무슨 학설..학설 해 싸도 어머니의 애정 어린 경험에서 나온 것 이상은 없다.

이 엄마가 어렸을 적엔 학교에서도 구충제를 나눠준 시절이었다.
상추를 씻으려면 외할머니는 마치 눈에 보이는 회충 알이 있는 것처럼
마지막 헹굼 물에 그 귀한 참기름을 아깝다 않으시고 두어 방울 넣고 헹궈내셨다.
왜 그러시냐 물어보니

["혹시나 덜 씻겨진 상추에 남은 회충 알이 있다면 기름에 질식사하라고..."]

사실이건 아니건 논하기 전에 우린 엄마의 사랑의 배려로 깨끗이 준비된 야채를 먹었고
그 덕에 상추는 참기름 물에 샤워를 끝낸 고소한 냄새와 윤기가 자르르 흐르게 되었지만 말이다.
바로 그런 것이 엄마의 마음이고 조리하는 사람의 기본 자세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엄마가 사설이 길구나,
바지락은 혹시라도 모래가 남아있을지도 모르니 먼저 따로 끓여야 좋다.
그런 다음..윗물과 건더기를 걷어내어 쓰면 반드시 모래가 두서너 알은 나오게 되어있다.
만약에 음식을 먹다가 그 게 씹힌다고 생각해 보아라

그리고 마트에 가서 그 전날 이상하게 호박처럼 생긴 가지를 보고 재밌어 하다가
함께 간 분들에게도 내가 사서 한 개씩 나눠드렸다.

 

중요한 것은...내가 말하고자 하는 욧점은

그 가지를 소금에 절여 볶은 것과  바지락 미역국을 못 먹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음식조리를 할 때,
이 엄마가 무지 화가 나 있었다. 그냥 마음이 편편치 않아서 요리를 하고 간을 보았는데 분명 간을 보았는데...웬일이니?


세상에나 맛이 그 간이 소태다. 소금하고 재판을 해도 이기게 생겨먹었다.

그냥 콱..다 부어 내다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반성했다. 음식을 만들 때는 마음에 고요와 화평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을
엄마가 마음이 부글거려 만든 음식은 분명 가족들에게 독이 될 것이다.

 

사람들이 왜 흔히 이야기하지 않느냐
사먹는 밥이 끈기가 없다는..그 말은 그 밥에는 사랑과 정성이 없다는 것이 다르다.
엄마가 예전에 책인지? 신문인지 읽은 것이다 물론 사진도...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을 일러 손맛이 좋다고들 한다,.
음식을 마련하는 손끝에서는 남들과 다른 파장이 나오는 사진을 보았다.
바로 그 게 손맛을 좌우하는 것이었다.

 

그 파장은 어느 정도 대뇌의 지시에서 많이 좌우하는 것은 아닐까? 이 건 엄마의 생각이다 만... 

 

음식은 먹을 때만 기도하는 게 아니다.

먼저 만드는 주부의 기도하는 자세로  음식이 조리되어져야 한다는 사실 잊지 말아야 한다.

부디 명심하거라.

 

 

 

엄마가.

 

.

호박처럼 생긴 가지

 

 

 

 

 

★참고로 가져온 자료/음식 재료도 음악을 들으면 더 잘 숙성된다?

 

 

 

[음악을 들으며 숙성되는 과자반죽]

 

 

신석교기자 tjrry@donga.com
얼마 전 음악을 들으며 숙성되는 과자반죽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국내의 한 업체가 자사제품인 비스켓을 반죽할 때 반죽 내 효모의 숙성을 위해 음악을 들려준다는 것이었다. 음악을 들으며 자란 젖소의 우유 산출량이나 쇠고기의 육질이 훌륭하다는 사례는 들어봤어도 빵반죽 속의 미생물인 효모까지도 음악에 반응한다는 것은 작은 충격이었다. 결국 소든 효모든 맛있는 결과물이 되기 위해서는 사랑과 관심 속에 다뤄져야 한다는 말이다.

● 부엌의 사운드트랙

음악이라는 예술의 형태는 그 줄기에 ‘박자’라는 뼈대를 두고 있다. 그 박자란 것이 바로 우리 심장고동의 일정한 울림과 같은 것으로 음악 속 빠른 박자는 심박을 덩달아 빠르게 몰아가서 흥분하게 만들며 느린 박자는 반대로 안정시킨다. 음악의 박자, 흔히 말하는 비트와 내 속의 심장박동이 다시 하나의 박자를 엇이루어 치고 받는 ‘육체적 경험’에 비하면 미술품을 감상하거나 문학작품을 읽을 때 오는 감동의 파장은 형이상학적이고 정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25, 26년전, 서울 어느 동네의 작은 부엌. 다섯 살이나 여섯 살쯤 된 나는 개수대 모서리에 올라앉아 요리하는 엄마를 바라본다. 좁은 부엌을 가득 메우는 음식냄새, 불에 지지고 볶는 스펙터클한 장면들은 친구들과의 그 어느 놀이보다도 흥미로웠다. 친구같은 회사원 남편과 두 남매를 둔 평범한 엄마는 그러나 비범한 요리솜씨로 주위의 동경을 사곤 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엄마의 부엌 한 쪽에는 늘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당신이 직접 흥얼거리던 시기가 있었고, 살림형편이 나아지면서는 작은 오디오가 부엌 옆에 놓여 ‘보헤미안 랩소디’부터 ‘가을비 우산속’까지 그야말로 장르를 넘나드는 배경음악이 부엌에 늘 흘렀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니 정식으로 요리를 배운 적 없는 엄마의 맛의 비결이 바로 그 음악에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음악으로 숙성된 김치와 직접 담그는 장들은 그 맛이 늘 특별했고 그 음악을 듣고 자란 필자는 너무 빨리 숙성되어 애늙은이가 되었다.

● 창의력을 키우는 요리학습

어린 시절에 요리를 다양하게 접한 아이들은 창의력이 발달된다고 한다. 거창한 ‘요리’가 굳이 아니더라도 밀가루반죽 따위를 밀고 조물락거리며 빚어보는 동안에 감각은 발달하기 때문인데, 실제로 많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음식만들기’를 통한 교육프로그램이 발달되어 있다.

예를 들어 오늘의 요리인 허브 비스킷을 보자. 만드는 법은 아주 간단하여 아이들도 참여하기 제격이다. 밀가루에 반죽을 위한 물 대신 막걸리를 섞어 약간의 발효를 유도한다는 원리다.

아이들에게는 밀가루를 채치도록 한다. 채를 치는 동안에 밀가루와 공기가 섞여 완성되는 빵이 더 부드럽게 된다고 설명해준다. 컵에 막걸리를 따른 뒤 냄새를 맡게 하여 새콤달콤한 맛을 후각으로 느끼게 할 수도 있다. 반죽이 완성되면 젖은 면보를 덮어서 반죽을 잠깐 쉬게하자. 이 때 막걸리 속의 효모성분이 잘 일어나 반죽도 부드럽게 부풀리고 감칠맛도 더할 수 있도록 음악 한 곡 틀어주면 어떨까? 아직 미혼인 내게 육아에 관한 수다는 좀 쑥스럽지만 요리사로서 보는 요리의 과정 하나하나는 감각발달에 좋다는 확신이 있어 하는 말이다. 적당한 크기로 구워낸 반죽은 버터나 기름이 섞이지 않아서 담백하고, 강하게 퍼지는 허브향이 봄느낌을 준다. 옛날의 봄처럼 뒷산이 온통 진달래 천지였다면 립스틱색깔같은 진한 핑크빛 진달래를 통째로 졸여 만든 시럽을 곁들였을텐데 아쉽다. 현대사회에서는 ‘탐미’가 점점 어려워진다.

● 음악이 흐르는 김치냉장고

숙성되는 식재료 이야기가 나온 김에 와인도 한번 짚고 넘어가보자. 와인이야말로 숙성과정에 따라 맛의 완성도가 현저히 달라지니까. 수확한 포도는 두 번의 발효를 거쳐 병으로 들어가는데, 와인 한 병당 적어도 1㎏ 분량의 포도가 고스란히 쓰인다고 한다. 그 속에 담긴 발효성분은 시간이 지날수록 숙성을 거듭하기 때문에 한날 한시에 태어난 와인이라도 개봉시기에 따라 다른 맛을 낸다. 우리나라에서도 와인의 수요가 점점 늘고 있는 가운데 제법 큰 셀러(와인저장실)를 갖춘 와인숍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셀러 안에 감미로운 음악을 들려주면 어떨까? 음악감상을 하며 익어가는 와인들이 10년 뒤, 20년 뒤에는 어떤 향기를 풍길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비단 와인 뿐만이 아니다. 김치나 치즈, 또는 각종 장류 역시 숙성시 음악을 들려주면 어떤 맛의 변화를 보일지 호기심을 일으키는데, 예를 들어 김치냉장고에 음향시스템이 있어서 음향을 이루는 진동파가 냉장고 내부의 김치에 전달되도록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맛’에 대한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듯하다.

사상 최고의 상금이 걸린 로또복권을 추첨하던 주말, 나는 어느 카페에 앉아 있었다. 손님 종업원 할 것 없이 온통 복권 얘기로 떠들썩했고 그 와중에 배경음악으로 흐르던 콤팩트디스크가 튀기 시작했다. 샹송의 한두마디가 열 번 넘게 반복되고 있었으나 카페를 가득 메운 누구 하나 고개들어 알아채는 이가 없었고 그렇게 몇분이 지나갔다. 빵 반죽 속 효모도 음악소리에 반응한다는데 과연 우리들은 만물의 영장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순간이었다. 잘익은 김치 먹고 봄 오는 소리를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인생이라면 오히려 ‘역전’시키지 않는 것이 행복일 수도 있을 것이다.

● 허브비스킷

밀가루 2컵, 막걸리 1컵, 달걀 1개, 소금 1/2 작은술, 허브 말린것

1. 밀가루는 소금과 함께 채친다.

2. 1에 달걀과 막걸리를 섞고 반죽한다.(반죽의 농도는 생수로 조절)

3. 2의 반죽을 동그랗게 만들어 젖은 면보를 덮어 30∼40분 둔다.

4. 살짝 부푼 반죽을 한 번 쳐서 가스를 빼 주고 다시 면보를 덮어 10분 정도 둔다.

5. 200도로 예열한 오븐에 아이들 주먹 크기로 반죽을 떼 얹고 위에 허브가루를

뿌려서 25분 내외로 굽는다.

6. 오븐에서 꺼내기 전에 달걀물을 칠해주면 노릇한 색감이 살아난다.

*이 비스킷은 크림치즈를 바르면 와인과, 과일잼을 바르면 커피나 티와, 계란과 케첩을 곁들이면 아침식사로 알맞다.

 

 

박재은 파티플래너·요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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