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말랭이김치를 담으며
엄마는 괜히 울적해진다. 봄을 타는 모양이냐고?
아니다. 오늘은 붤 해볼까하고 엄마의 보물 상자를 뒤졌다.
언제나 말려두고 저장해두고 하기를 좋아하는 엄마의 화수분 상자가 텅 비었기 때문이다.
그제는 냉동된 쑥 두 덩이마저 봄 국을 미리 끓인 것 까진 좋았고 냉동해 둔 응개나물(개두릅)도 꺼내어 다 먹었고,
그래도 취나물은 아직 넉넉히 있는 줄 알았다. 고사리도...
그 중 하나만 남아있어도 허전한 맘은 덜 할 텐데....
네게 조금 보낸 고사리 쑥부쟁이나물 등을 조금 비워낸 탓도 있겠지만...
어제는 두 번이나 뒤져보고 오늘도 또 뒤져 보았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다시 봄이 오고 취나물등등..
말려서 건사하면서 <지난해 것도 아직 좀 남았네~>
적어도 첫 장마가 오고 곰팡이가 슬슬 피어서 조금은 아깝다는 생각을하며 대추나무나 감나무 아래 거름으로 버려야만 ...
마음이 편안한 만족으로 충만했는데, 그럴 꺼리가 아무리...아무리 뒤져도 없다.
엄마의 화수분이 휑 비었다.
고작 남아있는 거라고는 꺼먼 비닐봉지에 든 옻과 헛개나무 ....
그리고 차로 끓여 먹을 오가피 잎, 그리고 한 이태 넘어 못 먹을? 우뭇가사리~~황태, 미역, 다시마 그리고
내가 말려서 넣어 둔 표고버섯과 두어 종류의 콩 뿐! 나물이 없다. 아무리 찾아도 간데없다.
야금야금 어느새 다 먹어낸 그 사실이 엄마를 왜 우울하게 만드는지...
돈으로 사서 채워 넣으면 될 텐데 무척이나 무거운 마음은 나를 짓누른다.
블로그에 글도 올리기 싫을 만큼..... 겨우 건진듯한 무말랭이와 고춧잎 말린 거,
이 건 엄마 솜씨도 아니다. 앞집 아주머니가 주신 거다.
어제 마트에 갔더니 무말랭이가 이정도면 15,000어치는 될 정도로 아주 비싸더라...
호박오가리도 무지 비싸고, 곧 봄이 올 텐데...
엄마의 화수분에 차곡차곡 쟁여진 말린 나물이 없다는 사실이 괜시리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아! 지난해 봄에 늙은 호박을 따개서 아주 곱게 잘 말려둔 호박오가리는 무슨 이유로 오동나무상자에 넣어 두고는
까맣게 잊어먹었는지.....거기서 나방이 애벌레가 굼실굼실 기어 나와서 며칠 전에는 혼비백산을 했다.
곱게 말린 황금빛 호박오가리도 아깝지만 까맣게 잊은 엄마의 건망증, 그 사실 조차도 슬프다.
이러다 분명 엄마는 봄이 오면 뭐든 말리려고 기를 쓰고 덤빌 생각에 슬프다.
엄마의 화수분이 꽉 꽉 차서 내년 봄이면 곰팡이가 슬슬 피어나 여름이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땅으로 다시 되돌리는 제례를 엄숙히? 치르는.....연례행사가 차마 그립다.
시무룩해서 불려놓은 마지막 남은 무말랭이와 고춧잎을 불려 맛김치를 담는다.
아빠는 맛나다시고(여기다 골뱅이만 좀 넣으면 Good인데..) 하시는데 이 엄마는 입이 쓰다.
아무래도 봄을 타는가보다.
해토하는 봄 흙처럼 이렇게 앓고 나면 여기저기 근질거리며 새로운 싹이 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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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무 말랭이는 이웃집에서 직접 잘 말린 것을 얻었으므로 그런 냄새는 없었지만.....냄새가 날 경우에는 먼저 먼지를 씻어내고 그 다음 불리는 물에
혹, 냄새가 난다면 식초를 조금 넣어 불려주면 된다. 식초는 다시 헹궈내면 아무런 지장도 주지 않는다.
*고춧잎은 전립선에 매우 좋은 식품이란다.
재료
무말랭이 500g정도 말린 고춧잎 200g정도 오징어채 300g, 양파(대)1개, 대파2 마늘 4큰술, 까나리 액젓반컵 물엿 1/3컵, 깨3큰술, 고춧가루 2컵 쪽파를 넣으면 더 맛있다. 쪽파가 없어서 그냥 대파로 대체, 이번에는 찹쌀풀도 넣지 않았다.tip개인적인 팁은 무말랭이를 불릴 때 돼지등뼈 고운물로 불리고....그 물을 따뤄 마지막 고춧잎 불리는 데 사용했다는 점이다.
무말랭이 불리기
무말랭이를 씻은 후, 물을 부어 잠시 불린다. (이 때 원하는 만큼 불린다.)
오도독한 것이 좋은 젊은 사람이라면 몇 번 휑궈내는 것만으로도 차차 불어남 어르신들이 드실거라면 뜨거운 물을 부어 30분이상 불려둔다.
고춧잎/고춧잎도 불리고, 이번에는 오징어채를 300g 넣었다.
위에 준비된 양념을 골고루 넣고 고춧잎을 하나하나 펴주듯...천천히 골고루 묻혀주기만 하면 된다.
무말랭이김치의 매력
무말랭이김치는 봄에 먹으면 좋은 맛김치로 우리들 입맛을 사로잡는다.
기분좋게 오도독거리며 씹히는 식감과 그 소리조차 입맛을 되살린다.
지방에 따라 무오그락지김치, 골금짠지등 이름도 다양하다.
막걸리 안주로도 썩 잘 어울린다.
이런 내 맘을 아는지 사진조차 별로다.
글:사진/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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