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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 드리는 살아가는 이야기 제3편 "민들레"


주님께

주님,
어제 하루 주님께 이야기 고하는 것을 빼 먹었습니다.
언제나 즉시 따뜻한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그만 식어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지난밤엔 잠을 안 자다시피 해서 좀 고단하지만 그래도 견뎌 보겠습니다.
안 먹어야 될 커피를 한 잔 몰래 마셨거든요.

그 날, 시험이 끝나고 집으로 오려니…
어차피 좀 있다가 결과를 보고 가야겠다고 마음을 바꾸었답니다.
아마 그제서야 지하 역에서 사 먹은 드링크 카페인 효과 탓이었나 봅니다.
그 곳에 갈 때만 해도 쓰러질 것 같았고
시험만 끝나면 뒤도 보지않고 집에 가리라 생각한 게 바뀐 걸 보면….

아무리 몸이 좋지 않아도 배는 고파왔습니다.
한 끼니를 때우려 밖으로 나가자니 현기증이 날 만큼 아득했습니다.
아마 매점도 있고 구내식당도 있을 것이다 싶어 찾아 보기로 했습니다.
엄청나게 큰 식당이 있었습니다.
직원들 식사가 거의 끝나 가는 때인가 봅니다.
흰 옷을 입은 영양사에게 다가갔습니다.
"외부인도 식사 할 수 있을까요?"
"예, 오늘은 가능하겠어요"
된장국물만 먹었습니다.
꼭 위의 충만감 보다 점심식사 자리를 갖는다는 데서 오는
충족감인 것 같습니다.
그 정도면 우유 하나로도 더 나을 텐데….
.
자리에서 일어서자 긴 통로 끝에서 제 쪽으로 마주향해 오는
그 흰옷의 영양사를 보았습니다.
전 평소에 별로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표시하는 자상한 사람이 못 된답니다.
서로 스치며, 순간적으로
" 잘 먹었습니다."
" 잘 드셨어요?"
정말 동시에 인사를 하고는 우린 동시에 우스워서 맑게 웃었습니다.

주님,
오늘은 사람과 사람사이에 원망과 그리고 신의? 아님 조그만, 가벼운 관심?
이런 것들이 어떻게 하루의 기분을 가늠하는지 알았습니다.
정원이 좋아서 가져 온 책이나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책을 보는데
등에 내리 쬐는 햇볕은 따가워도 옷 깃을 막무가내 파고드는 바람에
30분을 있지 못하고 일어 났습니다.
운동 삼아 산책이나 하려 하구요.
그래도 3시까지는 아직1시간 반이나 남았습니다.
정원을 돌다 보니… 저처럼 혼자 온 사람은 없는 듯 했습니다.

북쪽 건물 뒷편에 사람이 아무도 없는 호젓한 정원이 보였습니다.
저는 그 쪽으로 발길이 다가 갔습니다.
아무도 없는 곳이라 너무 좋았습니다.

정말 적적할 정도로 호젓한 곳입니다.
혼자 그 곳에 있다가 보니 잔디 사이로 삐죽 오라 온 쑥이 보였습니다.
그냥 캐었지요.
그러다 보니 민들레가 군데군데 많이 피어 있었습니다.

민들레란 한약재로서 그 뿌리를 포공영 이라는 것 까진 저도 알고 있습니다.
위장에 특히 좋다는 것두요.
그 잎은 써도 몸에는 참 좋다고 하더군요.
주님,
동물의 왕국에서 배웠어요.
짐승들도 주로 쓴 풀만 즐겨 먹는대요.
주님은 아셨어요?
전 초식 동물들은 아주 달콤한 열매나 맛있는 풀들만 골라 먹는 줄 알았지요.

주님,
언젠가 제가
시조모임에 나다닐 때 어느 분이 민들레, 즉 "포공구덕"
민들레의 아홉 가지 덕을 칭송 한 것을 프린터 해 주셨는데
그 게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요즘 같으면 제가 잽싸게 문서로 저장을 할 텐데 말입니다.
그 것 하나 때문에 소식도 끊고 지내다가 전활 드릴 수도 없고…
너무 좋았던 옛 선조님들의 글인데…
너무 아쉬웠습니다.
주님, 제가 언제든 찾게 되면 읽어 드릴께요.

북쪽 정원은 옹벽에다 높이 만든 것이라
사람들은 그 곳까지 갈 필요가 없는 곳이어선지…
떨어진 솔잎, 단풍잎으로 아주 부엽토 층이 좋아서 푹신푹신했습니다.
그 사이로 자라겠다고 나오는 민들레 인지라 땅바닥에
착-하니 붙은 그런 게 아니어서 뽑듯이 손만 갖다 대어도 속속 뽑혔습니다.
큰 일 났습니다.
이 곳 민들레는 제가 다 뽑아가니 내년에는 어떡하지요?
뿌리는 남겨뒀으니 또 솟아 나겠지요?
그렇겠지요?
아픈 것도 잊고 너무나 재미나게 뽑다가?(캐다가?)
시계를 보니 벌써 3시가 되었습니다.

부랴부랴 손을 씻고 게시판 앞에 가니 전 도저히
그 군중 속으로 돌진해서 볼 엄두가 나지않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복닥대는지…
그 때 그 아가씨 생각이 났습니다.
전화 번호를 제가 알고 있으니 역으로 수험 번호를 물어서
제가 가르쳐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에겐 마침 핸드폰도 없었고 공중전화는 멀고 그냥 포기하자….
다짐했는데도 이 문제가 계속 가슴에 걸렸습니다.
전 물론 한참 뒤에 가까스로 보니 합격했습니다만….
감사합니다
주님,
주님이 뒤에서 밀어주셨죠?
집에서 아픈 사람이 나갔으니 걱정하고 계실 어머니께는
밥 먹고 바로 전활 드렸는데 왜 그 아가씨에겐 전화할 생각이 안 들었는지……
참 이기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주님,되 돌아 오는 전철 안에서 피로감에 눈을 감고 있는데
바로 옆자리 아저씨, 계속 어디다 통화를 합니다.
아마 마눌님에게…하는 것 같습니다.
"저기 그 김 있지 미국형님께 보내게 얼마나 있어"
아~~ 단순한 말투에서도 형님 사랑이 묻어났습니다.
눈을 떠 봤습니다.
그 아저씨를 보는 게 아니라 형님을 생각하는
동생의 표정을 훔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손에도 들려있는 물건이 아마도 형님께 보낼 물건을 사 가는 중인 것
같았습니다.
형제는 자랄 때 아웅다웅 싸우다가도
이렇게 장성한 뒤에 뭔지 모르게 부모와는 또 다른
애틋한 끈끈함, 뭐 그런 그 귀한 情이,
요즘 항간에 간간히 유산문제로 싸울 때는 남보다 더 못한지….
참 알다가도 모를 게 사람의 일입니다.

주님
다시 눈을 감았다가 뭔가 이상한 느낌에 눈을 떴습니다.
손 등에 큰 개미 한 마리가 기어 다닙니다.
얼떨결에 탁 털어 냈습니다.

주님,
어쩌면 좋습니까?
정말 -
그러고 난 뒤의 후회하면 뭣합니까?
제 큰 가방 속 민들레 속에서 나온 개미였는데……
아무도 모르게 살그머니 화장품 케이스에다 넣었다가
우리집 마당에라도 놓아주면 될 텐데…..
이제 그 개미는 지하에서 어떻게 살아 남지요?
아니 우선 그 숱한 사람들의 구둣발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요?
갑자기 "아이들이 작아졌어요" 외화가 생각났습니다.
그 개미는 지하철을 타고….
무사했을까요.
집단에서 이탈이 문제가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생사의 판가름에 처할 운명을 제가 만들어 버렸습니다.
영국에서 광우병으로 건강한 젖소까지도 마구 태워 죽이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어제…. 그러면서…병든 어미 곁에 있던 건강한? 송아지 한 마리를 두고
축산 농가의 희망이니… 뭐라느니…하면서
그 송아지 만큼은 꼭 살려내겠다는
대단한 센세이션의 바람을 불러 일으키는 웃기는 아이러니…….
아마 산 짐승들을 마구 태워 없애다가 일말의 양심을 실 가닥처럼
그 송아지에게 부여하고 그 것으로 교묘히 수치심을
가리는 인간 양심의 최후 보루가 아니던가요?

주님,
그만 개미얘기는 잊어버리렵니다.
다음 날 이였습니다.
은근히 걱정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급히 외출은 해야겠고
그 아가씨…그래요 정미예요 김 정미,
정미에게서 전화가 오면 저, 어저께 합격했다고 얘기해요? 말아요?
이래서 거짓말이 또 거짓말을 낳나 봅니다.
구순을 바라보시는 어머님께 당부하고 또 당부했지요.
"어머니, 저 찾는 전화 오면… 잠시 나갔다고 하시고 혹 시험얘길하면
알고 있다고 그러지 마세요 네? 알려줘서 참 고맙다고 만 말씀 해주세요 네?"
이런~~ 내가 말 하나를 막으려고…. 여럿에게 못할 연기를 시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기다리던 전화는 없었습니다.
어저께야 말고 나라도 먼저 해야겠다는 생각에 전화 번호를 찾으려니….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그 날 가져 간 책 시험 문제지…노트를 아무리 뒤져도 없습니다.
전화번호가…
꼭 적어두었다고 생각한 노트에 번호가 하나 있어 돌리니까
내가 잘 아는 어떤 사람 목소리가 나옵니다.
얼떨결에 끊고 후회했습니다.
'모자라긴,,,, 그냥 궁금해서 전화 한 번 했다면…
서로간에 얼마나 듣기 좋고 보기 좋아? 나, 그러니 바보지'
혼자서 꿍얼거렸습니다.


주님,
제가 정미를 흉하자는 건 아닌데요.
전화번호를 써 줄 때부터 무언가 시원찮았습니다.
제가 생각한 그 곳에 쓰여져 있긴 있는데…..
샤프로 작게 힘없이…. 써서 거의 노트 색갈 그 자체입니다.
그 흔적이 날아갈까 두려워 거기다 너무 작은 글씨지만
우선 진하게 덧씌운 다음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 안 그래도 지금 전화 드리려고 했는데….. 축하 드려요"
"예, 나는 학원에서 전해 들었어요. 정미 씨는?--- 떨어졌다고?"
"예,…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요"
힘 없는 목소리였습니다.
누가 그랬었지요.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자신감이 실력을 배가한다고…..
예쁘고 착한 정미는 매사 자신감이 너무 없어 보였습니다.
너무 소심해 보였습니다.
글씨란 아무리 못 써도 힘이 들어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왜? 왜? 착해 보이는 정미는 언제나 뒷전에서 우물대어야 하는지요?
누구 탓인가요?

주님,
저, 집에 와서 카페인 탓인지 먼길에 시험도 치르고
왔는데 그래도 퍼지지않고 가방 속에서 숨 죽은 민들레를
꺼내서 다듬으며 자꾸만 정미생각을 했습니다.
숨죽은 민들레와 착하기만 한 예쁜 정미를……..



요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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