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만 열면 멜보다 더 먼저 들어오는 미루칼럼~

눈만 껌뻑 껌뻑 드려다 볼 뿐....

난, 아무런 글 하나 쓰질 못한다.

연소심님....그녀가 의리있게 잘 하고 있으므로....

오늘 아이를 퇴원시켰다.

퇴원 전..감기로 며칠 고열에 시달리는 통에

에미로서...그냥 입도 얼고 손도 얼고

마음마저 얼어 붙었나 보다.

아무런 생각이 없다. 텅...비었다.

백색이다. 그저 하얀 빛깔이다.

무엇에 크게 감전되었다가 벗어난 멍-한 느낌~~

내게 무슨 진력이 남아 있으리 ...

바깥 세상은 축구의 함성이 소나기 퍼붓듯

내려꽃혀도 나완 무관하다.

언제쯤이면 다 타다남은 잿빛 가슴,

그 속에 다시 빨간 불꽃을 지필 수 있으랴?





297(이요조) 2002/5/30 (Thurs.) 11:04:37 삶, 그 속의 숙제. 청산님 오에카키.



다시 바다를 닮은 그 무언가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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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강아지



바닷가에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아침에도 철썩~~

저녁에도 철썩~

해조음에 나날이 귀가 먹어서

잘 짖지도 않습니다.

"차르르르르~```````"

자갈밭에 바닷물 빠져나는

소리에도 무심합니다.

왼종일 바닷가를 헤집고 다니다가

뼈다귀처럼 바래버린

하이얀 자갈돌 하나

뒤적거려 보다가 이내 시들해서는

수평선만 멀거니 바라봅니다.

바다가 내 안에 있고

내가 바다안에 있는

보잘것 없는 작은 강아지 한 마리는

찝찔한 갯내에 쩔다 못해

뭍 속으로 사라진

또 한 마리 강아지의

향수는 전혀 알 수가 없을 것입니다.



'바다....그 파도소리의 교향곡을'






이요조


한 삼사년 전인가?
바다가 너무 고팠다.
남편은 실컷 보라고 보라고 동해시로 날 데려다 주었다.

바다를 끼고 거슬러 올라오다가
어느 곳인지
바다가 인접한 동리에서 한 끼니를 때우고는
헛헛한 마음의 끼니를 때우고자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를
멀거니 눈에다 담고 있을 때...

그 때
때에 쩔어
흰색이 변한 갈색의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바닷가 갯자갈밭 위를
천천히 산책하고 있었다.

바쁠 것도...
짖을 이유도....
아무것도 없는,
세상을 다 해탈한 듯한
강아지 한 마리를...

난 그 때....
바다를 본 게 아니라
바다를 닮아버린 강아지를
바다 대신 마음의 눈에다 담아 왔었다.





몇년전 시작노트를 뒤져 보며....
글/이요조







*미루/새는...


노래방엘 갔다.
노래가...
노래가....
목구녕에 콱 멕혔다.

노래가
명치끝에
딱 걸려서는
당췌 넘어오들 않았다.

손가락을 넣어
토악질이라도
하고 싶은
설운 삶의 마디는

또아리 튼지
너무 오래되어
삐걱이며
절름대는 슬픔

휑한 가슴을
한 바퀴
휙 돌아 나오는
마른 소리는

날개마저
젖은 오한으로
끼룩대는
새의 고통.




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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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rry, no java browser











할머니...!
귀엽고 이쁜 며느리도 이제는 아니구...낭자도 전혀 아니구..할머니라...
그렇지.. 나두 벌써 할머니가 되어있다는걸 새삼 느끼는순간,
나의 할머니가 생각났다..


나의 할머니....
작은 키,
작은 등치,
곱게 빗어 은비녀로 쪽찐 머리..


단아함이었을까?
어머니보다 더 먼저 가신 할머니지만 난 어머니보다 할머니를 더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눈이 펑펑내리는 날,
화롯불에 둘러 앉아 군밤과 고구마를 묻어놓으시구 기다리던
그 기다림 때문일까?


아니면 늘 요술방 같던 광(곶간) ...없는것이 없던 그곳..광!!
내 발자욱소리만 나도 광으로 달려사셔서 녹지근하게 익은 고염
한사발을 담아 오시던 그사랑 때문일까?


난 할머니 방은 광이라구 생각했다..
참으로 그방은 아무도 침범하지못하는 할머니만이 유일하게 방이었음을..
꼭 요술방같기도한 그광은
늘,
경이롭고 신비한 곳이었다.


그 곳에는 없는것이 없었다..
큰항아리마다 쌀이며 콩이며 온갖 잡곡과 과일이 항아리마다 그득 그득
담겨져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건 할머니 집 뒷마당에 웅장하게 버티고 있던
고염나무에서 달린 고염...
감항아리....고염항아리가 따로 따로 있엇는데 난 유달리 고염만
달라구 보챘다.


감맛하구는 구별이 쉽게 되진 않았는지 모르지만 난 왠일인지
감보다 고염을 좋아했다..
그 달콤하고 입에 착착 감기는 고염의 그 특유한 향에 반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유달리 씨가 많았지만 난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옆에서 고염씨를 하나 하나 건져내어 주시는 할머니가 계셨으므로..
난 그렇게 씨가 많은줄도 몰랐다..
이다음 세뤌이 흘러서야 고염씨가 많았음을 알았다..


할머니...늘 군불지핀 아랫묵에 펼쳐논 이불같던 할머니...
언제나 따스하구.......
늘 폭은하고...
근심 걱정은 사르르 녹여주던 곳..


우리들의 고향같은 할머니...


난 우리들의 손자 손녀에게 나의 할머니같은 사랑을 줄수 있을까?
추운겨울 날,
아랫묵의 이불같은 사랑을 줄수 있을까?
지금 곶간도 없구...
화롯불이 꺼진지도 오래인데...난 무엇으로 그들에게 아름다운
사랑으로 기억될수 있을까?


내마음 한자락에 화롯불도 지피고..
곶간도 만들어놓고.
사랑의 열매로 곶간을 가득 채운후 나의 손자..손녀들에게
하나 둘 꺼내 줘야 할텔데....


오늘은 정말 기억 저편에 계셨던 할머니를 꿈에라도 뵈올수 있음
좋겠다..
은비녀로 쪽찐 할머니를....

유경선(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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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귀엽고 이쁜 며느리도 이제는 아니구...낭자도 전혀 아니구..할머니라...
그렇지.. 나두 벌써 할머니가 되어있다는걸 새삼 느끼는순간,
나의 할머니가 생각났다..


나의 할머니....
작은 키,
작은 등치,
곱게 빗어 은비녀로 쪽찐 머리..


단아함이었을까?
어머니보다 더 먼저 가신 할머니지만 난 어머니보다 할머니를 더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눈이 펑펑내리는 날,
화롯불에 둘러 앉아 군밤과 고구마를 묻어놓으시구 기다리던
그 기다림 때문일까?


아니면 늘 요술방 같던 광(곶간) ...없는것이 없던 그곳..광!!
내 발자욱소리만 나도 광으로 달려사셔서 녹지근하게 익은 고염
한사발을 담아 오시던 그사랑 때문일까?


난 할머니 방은 광이라구 생각했다..
참으로 그방은 아무도 침범하지못하는 할머니만이 유일하게 방이었음을..
꼭 요술방같기도한 그광은
늘,
경이롭고 신비한 곳이었다.


그 곳에는 없는것이 없었다..
큰항아리마다 쌀이며 콩이며 온갖 잡곡과 과일이 항아리마다 그득 그득
담겨져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건 할머니 집 뒷마당에 웅장하게 버티고 있던
고염나무에서 달린 고염...
감항아리....고염항아리가 따로 따로 있엇는데 난 유달리 고염만
달라구 보챘다.


감맛하구는 구별이 쉽게 되진 않았는지 모르지만 난 왠일인지
감보다 고염을 좋아했다..
그 달콤하고 입에 착착 감기는 고염의 그 특유한 향에 반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유달리 씨가 많았지만 난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옆에서 고염씨를 하나 하나 건져내어 주시는 할머니가 계셨으므로..
난 그렇게 씨가 많은줄도 몰랐다..
이다음 세뤌이 흘러서야 고염씨가 많았음을 알았다..


할머니...늘 군불지핀 아랫묵에 펼쳐논 이불같던 할머니...
언제나 따스하구.......
늘 폭은하고...
근심 걱정은 사르르 녹여주던 곳..


우리들의 고향같은 할머니...


난 우리들의 손자 손녀에게 나의 할머니같은 사랑을 줄수 있을까?
추운겨울 날,
아랫묵의 이불같은 사랑을 줄수 있을까?
지금 곶간도 없구...
화롯불이 꺼진지도 오래인데...난 무엇으로 그들에게 아름다운
사랑으로 기억될수 있을까?


내마음 한자락에 화롯불도 지피고..
곶간도 만들어놓고.
사랑의 열매로 곶간을 가득 채운후 나의 손자..손녀들에게
하나 둘 꺼내 줘야 할텔데....


오늘은 정말 기억 저편에 계셨던 할머니를 꿈에라도 뵈올수 있음
좋겠다..
은비녀로 쪽찐 할머니를....

유경선(방울)













바람이 지나간 뒷 자리 *소요산*





지난 여름 폭퐁우 후


2000년 여름 '토네이도' 큰 바람 스친 후,


그 산으로 들어가는 들머리엔
키가 큰 프라타나스가 얼마나 듬직하게 서 있는지 언제나
입구서 부터 마음이 넉넉해 진다.
하늘이며,산, 나무, 모두가 세수를 하고 나선 모습이다.


큰 비, 큰 바람이 몰고 간 뒤의 소요산.....

일상에 지쳐 잠간 다녀오는 소요산도 내게는
엄연한 여행이다.
숲 길로의 여행, 혼자서, 그것도 여자 혼자서 산 길을 찾는다는게,
여느 사람의 눈에 그렇듯 평범하게는 보이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잘 찾지 못 하던 곳이었다.

오늘처럼 태풍이 한차례 몰고 간 뒤,
산은 정갈하게 몸을 씻고 일어선다.
폭풍우로 하여금 고난을 견뎌 낸 의연함이 당당해 보이기 조차 한다.

모진 바람에 그 한 몸, 견디지 못하고 와지끈 부러져서
아픈 허리를 드러내 놓고 누워있는 나무도 보인다.
나무 등걸이 버짐 핀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우리 이름 ‘버짐나무'
무엇이든 이렇게 장구한 세월 오래 자라나면 볼만하구나 생각하며
그 듬직하고 장한 나무를 손으로 어루 만져 보았다.

여름 장마가 가는 듯 하더니 곧 이어 태풍이 왔다.
얼마나 무섭게 불어대는지.... 공포를 동반한 번개.....
폭우.... 오늘 아침만해도 태풍의 여파로 비가 간간이 뿌렸는데..
지금은 거짓말처럼 맑아졌다. 침수된 곳도 더러 생겨나고....
모처럼 사람들은 분주해졌다.
그런데 나는 갑자기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폭풍우가 지나간 뒷자리를 지켜 보고 싶었다.

무시 땐 한 번 오기가 주차비에..입장료에...
별 것 아닌 것에 선뜻 내키지 않는 곳이었는데....
오늘은 그 사실이 외려 고맙다는 생각마저 든다.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자연으로의 여행을 허락함으로 이나마 깨끗한
모습으로 보존되어 나를 품어줌이....

구경꾼은 정말 아무도 없다.
아~~ 이 고즈넉함이 너무나도 좋다.
산과.. 나무들이 어려운 역경을 마악 벗어난 후즐그레한 모습이다.

그러나 부러진 나뭇가지를 치우는 공익 요원들 마저 돌아가고
아무도 없는 골짜기엔 지금부터 아무도 모르게
숲속 요정이 다시금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폭풍우가 괴로운 것이 아니라,
폭풍우로 하여금 다시 놀라운 새 얼굴로 변신하는
숲속의 마술이 시작되고 있었다.
'어치' '딱따구리' '?'등의 보호조류 구역이기도 하다.
새들도 바람에 며칠 동안 놀란 가슴을 달래느라 그러는지
더 수다스러워졌다.


매월당 김시습이 시를 읊으며 소요(산책)했다고 해서
이름하여 소요산이라 불린다.
요석공주의 궁터 앞을 지나며 나는 요석공주가 되어본다.
원효가 공주에게 보낸 연서(戀書)중 "... 그대의... 도끼 자국에... 나의...
기둥을 받치게 해주오..."가 있었다고 하니,
요석공원에 입구 안내판에..도끼 운운이 있었지만...
그 것을 알고 새겨듣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원효가 요석을 사랑할 때 그 문제의 도끼 꿈을 꾸었다 한다.
그 얘기를 전해들은 ?? 가 말하기를 이 나라에 곧
큰 인물이 태어날 증조라고 했다는데,
그래서 과연 '설총'이 태어났나보다.


그리운님을 지척에 두고 들머리 이 곳에다 움막을 짓고 기거하면서 님을 기렸을,
님이 쳐다 볼 하늘, 달, 별, 구름, 바람까지도 가까운 곳에서
느껴보는 것 만으로 잠 못이루는 밤을 삭여 내야만 했던 그 사랑을,
요석 공주의 사랑이 묻어나는 계곡, 앓던 사랑을 식혀주던
그, 바람이 분다. 아주 감미롭게......

원효 폭포까지 이르는 너른 산책로는 늘어 난 물로 아예 작은 시내가 되어 흐르고 있다.
잔잔한 물 여울을 끊임없이 그리며 흘러내리고 있는 특별난 모습....
끊임없이 끊임없이 줄지어 흘러내린다.
여름이라 가벼운 신발을 신은 내 발을 흠씬 적셔 주면서....
내딛는 발자욱마다 양옆으로 갈라지는 작은 물여울들.....
난 때아닌 어린아이마냥....발끝에 닿는 물을 느끼며...
마음 가득.. 세상의 묵은 찌거기의 눅진함도 함께 흘러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폭풍우가 지나간 뒷자리에 계곡은 넘쳐 나도록 많은 물들로
골짜기마다 얼굴을 달리하고 흘러 내렸다. 잔잔하다가... 우람차다가,
요염하기도 해서, 그만 꾐에 빠져 계곡으로 내려간 나는
치마를 걷고는 종아리까지 간지럽히는 물살을 느껴본다......

그(원효)의 체취가 용해된 듯해서
두 손 모아 가득히 물을 담아 ‘요석’의 심정이 되어도 보다가.....
원효마저 그리워해 보다가......
계곡은 오랜만에 갈증을 풀고 만족한 소리로 흘러내린다.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계곡의 생김새나 그 바닥의 각기 다른 돌들로 하여 빛갈 마저도
달리하고 흐른다.
소리도 다르고 흐름도 다르다. 파란 청석이 깔린 곳은 정말 쪽빛으로...
흰 돌이 깔린 곳은 너무도 물빛이 투명해서 햇빛마저 아프도록 부서지고 있었다.

천천히 산책로를 따라 오르며....
나는 계곡의 이야기 소리를 엿듣고 그들의 모습을 훔친다.

물 가에 선 한 나무 등걸이 온통 푸른 이끼로 덮여있다.
아주 자세히 드려다 보면 거기엔 작고도 여린
실 같은 빨간 버섯이 돋아있다.
너무 여려서 가까이 코를 대고 보지않으면 보이지 않을.....
조금 있다가 해가 나고 또 마지막 여름날 태양이 작열하면
버섯은 감쪽같이 모습을 숨길 것이다.
녹색 융단에...꽃술을 박아 놓은 듯한,
보석처럼 영롱한 빠알갛고 아주 쬐그만 .......

또 한껏 물 머금은 칡꽃은 조금만 건드려도
보라색 꽃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다.
벼랑 위에 걸린 물푸레 나무도 부채살처럼 활짝 핀 가지마다
흰 꽃을 탐스럽게 달고 뻗어있다.
단아하게 생긴 청 단풍은 정수리에 벌써 붉은 화관을 쓰고
맑게 세수를 끝내고 서 있었다.

자연은 계절마다 얼굴을 달리한다지만
더 은밀히 지켜보면 시시각각으로 얼굴을 달리한다.
자연이 내려 비추는 조명에 따라....
어느 곳은 연녹색으로 화사하다가 또 어디는 필력 좋은 화가의 강렬한
유화 한 점을 보는 듯하다가 또 한켠의 어둠침침한 숲 사이론
숲속 정령이 깃든 듯 마치 엄숙해서...
산란했던 마음의 옷깃을 여미며 숙연해 지기조차 한다.

콸콸 소리내며 흘러내리는 원효 폭포 앞에 다다르면
소, 한 켠은 정작 시침 뚝 떼고 면경지수로 침묵하고 있다.

등산로로 따라 자재암을 향해 다리를 건느려고 보면 이름하여 俗離橋다.
나름대로 해석은 속세를 이별한다는 뜻이 아니라,
이 다리를 건느면 속세가 잊혀질 정도의 경관이 펼쳐 진다고 보아도
아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무언가 세상의 무거운 짐을 이 순간이나마
벗어놓고 이 다리를 건느고 싶다.

속리교를 건너 폭포를 휘감아 돌 듯 가파른 계단을
힘겹게 오르면 마치 신선이 된 듯,
폭포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아래를 가파르게 내려다 보게 된다.
눈 앞에 그 정경은 정말 자연의 심오한 예술이다. 갑자기 세상이
속되게 느껴진다. 진정 속리교를 건너 왔음인가?
괜스레 한 송이 꽃으로 낙화하고 싶으리만치 절벽의 절경이 묘하게도
가슴에 와 일렁인다.

다시 계단을 거슬러 내려 가며 자재암 초입으로 들어가는
또 하나 자그마한 다리...
이름하여 洗心橋, 아~ 마음마저 닦으란다.
산을 오르느라 조금은 힘들어 버거워 하는 사람들에게
고려 때 나옹선사의 시가 팻말로 한켠에 조용히 비켜서서
맞으며 한 글자 글자 마다 속세에서 지친 心身을 달래어 준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잡고 티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세월은 나를 보고 덧없다 하지 않고

우주는 나를 보고 곳없다 하지 않네.

번뇌도 벗어놓고 욕심도 벗어놓고

강같이 구름같이 말없이 가라하네.



아~ 그렇게 마음마저 씻고 건느란다.
계곡은 점점 깊어지고...
주위의 풍광은 수려하다 못해........점차 신선경계로 접어드는 듯하다.
(이상이 산책로에서 가벼운 등산로까지의 이야기였습니다.)


.... 바람이 휩쓸고 간 뒷자리.
아무도 즐겨 찾아 주지도 않는 그곳으로, 당신도 지금 달려 가 보십시요.
뜻밖에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입니다. 사람의 일도 예외는 아니지요.
※얼마 전에 가 보니 세심교의 단아한 다리 난간이 없어졌다.
별, 보수공사도 아닌 것 같았는데...너무나 아쉬웠다.


경기도 동두천시 북동쪽에 위치한 소요산은 규모는 작으나,
예로부터 경기의 소금강이라 불리울 만큼 산세가 수려하고 수목과 폭포,
봉우리가 그득해 서울 근교의 산행지로 인기를 얻어 왔다.
또한 1981년엔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어 산 입구에 주차장과
식당, 여관, 야영장등의 편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

소요산이란 이름은 매월당 김시습이 자주 소요를 했다고 해 붙여졌으며,
원효가 수도했다는 원효대,
산 정상인 의상대 옆에 있는 공주봉
(원효가 요석공주를 두고 지은 이름),
요석공주가 머물렀다는 별궁터 등 곳곳에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에 얽힌 전설이 담겨 있는 곳이다.

소요산에 오면 꼭 들러봐야 할 곳이 산중턱에 있는 자재암이다.
이 곳은 원효대사가 도를 깨친 곳으로
요석공주와 인연이 있은 후 이곳을 찾아와
수행하다가 지은 절이라고 하는데,
수행도중 관세음보살과 친견하여 자재무애의
수행을 쌓았다하여 자재암이라 했다고 한다.
자재암 주변엔 원효폭포, 옥류폭포, 청량폭포, 선녀탕 등의
폭포와 자연 석굴인 나한전과 금송굴 등 볼거리가 많다.










이 요조.







그 때는..

산발머리 위 헝겁떼기
나빈줄 알았네


허리 조여든
형형색색 고운 빛 무리
꽃 무덤인 줄 알았네


얼굴에 앉은 꼬장물
문신인 줄 알았지


덩실 넘나들던 춤사위
흥이나마 나와 같아
쪼그린 다리 아파와도
손바닥 부벼댔지


아우성대는 돌 팔매 속
바가지로 거부하며

단 하나 너의 편
날 안아줬는데
무서움에 울어버린 여렸던 나..


찢어진 버선 위로
닭똥 같던 눈물 내릴 때
니가 안스러워
밤 꼴딱 새웠었지


배 안의 모성땜에
주린 뱃속으로 삼키던
깨진 바가지의 물


느닷없이 봄 밤에,,
금달래 니가
그냥 보고싶다






(대구를 떠돌던 미친 여자 금달래,,를 그리워하며)



미치광이풀/가지과














어느날의 일기




5월6일 입하.


아침이다.

눈을 떴다.
살그머니,
내곁에 몰래 잠입해 와선..
밤 새 같은 베게를 베고 동침을 한 후,
감기란 놈은 제 먼저 깨어...
쏟아 붓듯 재채기 콧물...눈물로
터진 봇물처럼 나에게 자기 존재를
그악스레 알리려 한다.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의
주체못할 재채기 파편의 소나기 세례와 더불어...

난,
언제나 아이의 수술과 함께 앓았었다.
이번엔 좀 더디 ...아니 반 박자 쯤 느릴 뿐,
약국에서 일반 매약을 사먹고는
항히스타민제 탓인지
보조침대에서 코를 박고 왼종일 병든 병아리처럼 졸았다.

아이, 수술이 잘 되었다해서 내심 날아갈 듯 기분 좋았었는데..
조직검사 결과 균이 좀 검출되어서 3주간 항생제 투여지시가 다시 내려졌다.
여태껏 긴장했던 몸이 무너져 내린다.
나는 맥 빠진 허탈로 팽팽한 신경줄로 헨스를 쳐 둔
나의 바리케이트를 스스로 허물고는
감기에게 던지듯 내 몸을 내어주고 말았던 것이었다.
.........

저녁나절에사 자꾸만 나락으로 빠지는
잠에서 깨어 창 밖을 바라다 보았다.
병원에 들어 올 때만 하여도
녹음은 연녹색으로 꽃가루가 훨훨 날리는 봄이였는데,
언제 저토록 짙은 녹음으로 변해 버렸을까?

"아! 아카시아~~~"

은사시 나무로 둘러쌓인 이 곳!
거의가 다 은사시나무 숲인줄 알았었는데...
짙푸른 녹음 사이로 군데 군데...
마치 검은 머리칼위로 돋아나는 새치처럼 ...
희끗 희끗 드러나는 아카시아꽃~`

아카시아는 그렇게 내 상실된 봄위로
소복을 차려입듯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 여기 있어요~~"

하얀 아카시아 꽃들을 앞다투어 피워대는
나무는 한껏 제 모습을 보란듯 뽐내며
거드럼 가득한 몸으로 여름을 손짓하고 있었다.



-- 남이사
감기에 지친 부은 얼굴로
내다 보든 말든...----





글/이요조
(병실 창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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