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山寺의 아침 ▒




山寺는

빛보다 먼저 깨어 있었다




명부전 노승의

낭낭한 불경 소리




용마루 에서 깃을 닦고

태몽을 깬 멧 비둘기 한쌍




마당에 내려와

탑돌이 한다




아침은 어슴프레

늑장 부리고




굴참나무

이파리에 모은 이슬을

바쁘게 거둔다





- 홀로쓰는詩 -















< 사랑하는 제자 승수에게 >

사랑하는 제자 승수야!
네가 정든 모교를 떠나 서울로 대학에 진학한지도
벌써 6년이란 세월이 흘렀구나. 다시 한번 세월의
무상함을 절감해본다.
진달래꽃. 철쭉꽃이 만발하여 호수와 함께
어우러진 모교의 정경은 변함없이 한 폭의
그림처럼 여전히 아름답단다.
각설하고, 승수야! 너와 나의 인연은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1996년 3월 신학기에 내가 맡은
3학년 4반에 배정되어 온 너는 유난히 나를 긴장시켰었지....
너의 신상명세서 (이름은 이승수, 나이 19세, 인문계. 자연계를
통틀어 전교 수석늙으신 홀어머니 슬하의 막내.
40이 넘도록 결혼도 못하고 객지로 전전하는 형이
있음. 13평 임대 아파트에 거주. 어머님은 60이 훨씬
넘었으나 파출부로 생계를 유지. 너의 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물리학자가 되는 것)이것이 너의 전부를
알 수 있게 하는 자료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시사철 자전거로 통학하는 싸이클 맨, 우리 학교에서
싸이클 맨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너였으니까.....눈길을 달려오다 넘어져 피투성이가 된
너를 데리고 병원에갔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구나!
언제나 때가 잔뜩 낀 교복차림. 겨울에도 플라스틱 도시락을
싸와 난로 위에 데워 먹지도 못했던 너!
이런 너의 모습이 안타까워 월급날에 큰 맘 먹고
보온 도시락을 사주었었지.
부끄러운 듯 씩 웃는 너의 모습은 천사의 미소!
바로 그것이었구나.
나는 너를 서울의 K대 물리학과에 꼭 보내리라고
굳게 다짐을 했었다.
가정환경도 좋지 않은 네가 네 꿈을 펼칠 수 있는
것은 그 대학을 가는 길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리 학교는 고교 평준화가 해제되어
중위권 학교.중위권 학교에서 서울의 K대에 진학하는
것은 정말 어려웠었지...
그러나 기적이란 것도 있으니까, 너와 내가 최선을
다한다면 분명히
하늘도 우리를 도우실 거야......
"승수야! 힘내라! 너는 단순한 내 제자가
아니라 내 아들이란다.
아버지를 믿고 열심히 하렴”네가 어려워 할 때마다 널
불러 격려를 잊지 않았구나. 많은 사연과 추억을 남기면서
우리들의 고3은 그렇게흘러갔구나.
대학수학능력시험 결과가 발표되어 200점 만점에
155.7을 얻은 너였었지.

서울의 K대에 가기는 좀 어려운 점수였지만 본고사도
있으니까 여기서 만회를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본고사 준비를 위한 난관은 참으로 험난한 길이였구나.
본고사를 지도해 주실 선생님을 선정하는 게
참으로 어려웠었다.
모두가 꺼릴 수밖에 없는 게 선생님도 공부를
많이 해야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심청이 젖동냥하듯 여러 선생님을
찾아다니며 " 우리 승수 좀
가르쳐 주십시오”하고 애걸복걸하고 선생님을
선정하실 수 있었구나.
넌 수학과 영어를 아주 잘 봐서 좋은
성적으로 합격했었지....
그날의 감격을 어찌 글로 쓸 수 있겠느냐!

각고의 1년이 주마등처럼 나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었다.
이곳 지방신문에서도 큰 관심을 가지고 보도해주었었지.
사랑하는 제자 승수야!
너의 합격을 필두로 우리 3학년 4반은 52명 전원이
대학에 합격하는 경사가 나기도 한걸 기억하겠지?
우리는 하면 된다는 굳은 신념아래 오직
앞만 보고 달려온 것이었다.
우리를 아는 모든 사람에게 우리가 해냈다는
걸 보여주었구나.
이런 경사스런 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난관이 우리를 기다렸었지.
합격만 하면 모든 게 끝난 줄 알았는데.......
등록금 일백오십만원. 파출부 홀어머니의
수입으론 어림도 없는 액수였다.

내가 저금통장을 털어 100만원을 내놓고
동문들이 모금을 해서 50만원을 만들어
우선 등록을 했었구나.
졸업식장에서 내가 너에게 장학금으로
주었던 100만원을 전달하는 날,
너와 나는 사나이의 진한 눈물을 흘렸었지.
교직생활 27년 넘게 하면서 너처럼 있는 정, 없는 정 다
쏟아 붓기는 처음이란다.
사랑하는 나의 제자! 아니 나의 아들, 승수야!
졸업을 한 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업에
전념한다는 너의 소식은
늘 반가웠었다.
이젠 군에 가 으젓하게 군 복무를 하고 있을
너를 생각하면 참으로
대견하고 든든하구나!
사랑하는 나의 제자 승수야!
2002년 5월 15일 스승의 날에는 어떻게 휴가를 내어
우리 3학년4반에서
꼭 만나자! 이 못난 스승도 이젠 많이 늙었구나.
흐르는 세월을 뉘라서 막겠니?
옛날을 회상하면서 텁텁한 막걸리라도
한잔 마시면서 사제지간의 정,
아니 부자지간의 정을 나누지 않을래?
넌 단순한 내 제자가 아니라 내 아들이란다!
못난 스승, 아니 못난 아비는 오늘도
너를 위해 기도한단다.
우리 승수, 잘되게 해달라고...
국토방위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다시 대학원에 진학하여
훌륭한 물리학자로써의 길을 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이다.

- 다시 찾아오는 스승의 날 5월에, 교정에서 -




누가 '결혼'을 놓고 '미친 짓이다'라고... 또는,
그 반대의 개념으로 '결혼하지 않는 것은 미친 짓이다'라고 단정지어
말 할 수가 있겠는가..

이 책은 문장이 무겁지 않아서 그런지 참으로 쉽게 읽혀지는 책이었다
어느 날인가 마음만 먹으면 한 순간에 주욱 잃혀지는 그런 책..
다 읽고나서 뭔가 허전함이 느껴져 나는 작가의 후기를 다시 읽어보았다

.나는 모든 독점적인 것, 권위적인 것, 성스러운 척하는 것이라면 어느 것이든
어느 계층이든, 웃음과 농담의 대상으로 삼아보고 싶다. 나는 그들을 웃기거나
비웃어주고 싶다'

작가 이만교,
그는 대학원에서 문학 박사과정을 밟고있으며 올해 서른 여섯(67년생)인
기혼의 젊은 작가다.

이 책을 통해 그는,
편협한 도덕론에 묶이거나 거짓으로라도 미화시키려는 결혼생활의 환상을 깨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책에는 다양한 결혼생활(결혼관)들이 등장한다.
이런 소재를 통해 작가는 결혼의 불완정성을 말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마지막 책장을 넘겨닫으며 나는 왠지 공허한 마음이다.
세상 어느 누구의 결혼생활이 완벽할 수 있겠는가마는..
결혼이 모든 잘못된 사생활의 청산을 의미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어야한다고는
말할 수 없을지라도..

그래도 결혼은,
조금쯤은 신비롭고 황홀한 감정이 싹틔워 자랄 수 있도록 성스럽고 순수한
것이라고 말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현실적 손익계산서가 너무 분명한 그런 것이 아닌..사랑...적어도
서로에게 마음으로부터의 충성을 맹세하는......

2001년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이라 그런지(?) 오늘날 우리 젊은이들의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사고의 개념과 또 그로인한 변화된 결혼관(동거도 포함)이
너무도 선명하게 잘 그려져 있는 듯하다.

그런데 한가지,
작가 후기 끝부분에...무엇보다 아내에게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어서
기쁘다는 그의 말은 참으로 재밌다. 그가 붙인 소설의 제목과는 너무도
모순적인..그러나..참 따뜻하게 전해져오는 말이었다.

모든 따뜻한 인간관계의 상을 바라볼 때 우리는 곧잘 이렇게 말하지 않는가.
'가족적이다' 라고..

나는 그래서..
결혼은 가족을 만드는 가장 기초적인 작업이고,
그 행위는 '인간의 가장 따뜻한 짓이다' 라고 말하고 싶다.
그 과정에서야 비록, 견딜수 없는 추위를 느끼게하는 순간 수 많이 있을지라도..

결혼은, 미친 짓이다? 후후~


솔향






Untitled Document











나는 잎이외다.

피는 새싹이든...
지는 꽃잎이든...

아무튼 나는 잎이외다.

언젠가는
홍차빛으로 퇴색하여
끝없이 추락하고말....

그러나
난 당연한 일이었노라
말 할 거외다.

내가 꽃잎이었다면
씨방을...
영글게 했고

내가
나뭇잎이였다면
뿌리나 줄기에게
영원의 호흡을 실어다 날랐고

내가
한해살이
풀잎이였다면
새 잎을 돋게 할
기꺼운 몸짓이었음을...


2002년 5월13일에
이요조




다산초당                                 자료출처:강진사랑

음악듣기-청솔의 恨




차를 마시며 글/송희석


연전에 동료 교사인 소설가. 수필가등 지인들과 남도 여행을
다녀왔다.
경상도 지역은 수학여행이나 신혼여행때 들러본 곳이
많지만 정작 고향인 전라도 땅은 그렇지 못했다.
멀리만 느껴지던 남도의 산수도 그렇거니와 말로만 듣던
전라도 풍물을 직접 보고 확인한다는 자부심도 대단해
줄곧 가슴이 설레였다.

남도의 본고장 목포의 유달산과 남농기념관을 거쳐
고산 윤선도 선생이 < 어부사시사>를 남긴 보길도
부용동까지 배를 타고 찿아들었다.
연일 계속되는 고된 여정에다 그고장 해산물로 독주를
마신 까닭에 몸은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파도소리에 밤잠을 설친 우리들은 날이 밝자 마자 첫배를
타고 보길도를 빠져나왔다.
완도에서 아침 해장을 하고 곧바로 남해안 국도를 타고
순천이나 여수쪽을 향해 달렷다.
예정에도 없던 이정표가 눈앞에 다가왔다.
강진 2키로미터를 남겨둔 지점에 <다산초당>입구가 나타났다.
다산 정약용 선생.....순천이나 여수가 일정에 있던
목적지도 아니었다.가다가 쉬고 싶으면 쉬고 머물고 싶으면
목로집을 찿는 그야말로 발 닿는 대로의 여행이였기에 일행의
의견만 맞으면 여정이 되었다.



다산 정약용

하늘을 치솟는 대나무와 해송! 우거진 산자락도 에사롭지
않았다. 여기가 18년 유배지라니.....도무지 믿기지 않을
만큼 산세가 순하고 풍광이 다사로웠다.
다산초당은 자라등같은 섬과 섬사이의 바다를 내다보고
앉아 있엇다.귀한 손님들이 찿아주었다며 산지기 노인이
직접 녹차를 달였다.

우리들은 차가 알맞게 다려질 동안 <목민심서>를 집필하고
<시경강의>와 <아언각비>를 구상했다는 외채와 정자를
두루 살폈다.선생이 직접 차를 재배한 차밭도 초가 뒤켠에
있었다.다산초당을 내려와 노인과 작별할 무렵이었다.
설친 잠때문에 머리를 짓누르던 두통이 어느새
가시었다. 계속되는 과음과 여독에 찌들었던 몸이
가벼워진 것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초당에서 거푸 석잔이나 마신
녹차였다. 다산선생이 직접 차를 재배하여 달여 마시던
그 터밭에서 나온 녹차닢에 묻어나던 은근한 바람소리....
여행을 마치자 나는 요선동에 있는 불고문화원을 찿아가
찻잔과 녹차를 샀다.녹차 마시는 내모습을 알고
중국 여행길에 녹차를 선물하는 선배도 있었다.

여동생이 일본산 녹차를 가져오기도 했다.
어떤 선물보다 소중하고 넉넉하게 느꼈다.
그러나 내가 직접 차를 고르고 비싼 대가를 치르는
수고야 말로 가장 차맛이 우러나는 사실도 알았다.
다향과 차맛을 알기까지 10여년!
아직도 다산초당에서 느낀 입안 가득 흐르던 고요를
잊을 수 없다.





다산초당 현판

오늘 새벽에도 차를 달여 마시며 이글을 썼다.
창밖에는 다산초당에서 캐어다 심은 청죽이 강릉
오죽과 함께 나란히 나를 쳐다보고 있다.
차를 마시며 다향과 함께 썼던 내 논문들이
그래도 대학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음을 생각하면
마음은 늘 부자이다.
다향과 함께 하는 독서도 내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영랑 김윤식 시인>






모란꽃밭 너머의 영랑생가










지금은 不如歸 울음 소리만
반짝이는 春夜이다.

담요 이불 다 뒤집어 쓰고
고함치고 싶은
삼국유사의 이발사를 위하여
나는
한 그루 대나무가 되고 싶다.
하늘로 하늘로 울음을 올리며
서 있는 그미들
가슴은 비어둔채
속 울음 내밀히 숨겨둔채
나는
한그루 대나무가 되고싶다.

이 봄밤
가슴 무너짐을 위하여
내일은 병원에 가
진찰이라도 받을 계획이다.

지금은
不如歸 울음소리만
출렁이는 春夜 이다.


사월 스무닷세날
純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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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아카시아


바람이 잠 들기를 기다려

아카시아가

가만 가만 꽃잎을 열던 밤



고독의 체증에

가슴 답답한 미열의

몽환(夢患)을 앓던 나



님은

그날에사 닫힌 마음을

꽃잎으로 열었던가요



님이 사시는 나의 심실에

다시 환한

사랑의 꽃이 피었습니다



사랑은 相生의 길

사랑은 永生의 길

그리고 사랑은 來生의 길...



꽃이사 곧 지겠지만

山처럼 맑은 산소를 뿜으며

아카시아는 이미

내 가슴속에 뿌리가 굵습니다



글/홀로쓰는詩








아카시아


바람이 잠 들기를 기다려

아카시아가

가만 가만 꽃잎을 열던 밤



고독의 체증에

가슴 답답한 미열의

몽환(夢患)을 앓던 나



님은

그날에사 닫힌 마음을

꽃잎으로 열었던가요



님이 사시는 나의 심실에

다시 환한

사랑의 꽃이 피었습니다



사랑은 相生의 길

사랑은 永生의 길

그리고 사랑은 來生의 길...



꽃이사 곧 지겠지만

山처럼 맑은 산소를 뿜으며

아카시아는 이미

내 가슴속에 뿌리가 굵습니다



글/홀로쓰는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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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자에 앉을때면..


풀꽃사랑


전 나무의자에 앉을때면
생각해봐요.


어느 숲 속의 나무였을까
봄, 여름, 가을, 겨울..
몇 번이나 지냈을까


어느 새가 날아와 앉아
울고 갔을까
어떤 짐승이 와서
보금자리를 틀고 싶어했을까


또...
어떤 삶이 그 그늘 아래서
울음을 참았을까....



우리 삶에스치는 모든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면
그렇게 미워하며 악을 쓰며 살지 않을지도 모르죠.
당신의 삶의 어떤 것이 이런 상념에 빠지게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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