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體溫)을 나누어 가진다.

2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로
사랑을 가식(假飾)하지 않는다.

3
-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純粹)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傷)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시/박남수


그림/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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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비야 청산가자 "




하양 나비


하얀 꽃에 앉았다


노랑 나비


노란 꽃에 숨었다


나비는


꽃이 되고...


꽃잎은


나비가 되고...



봄 날,


환장 할 봄 날에


요놈에 가슴 앓이도


꽃물이 들어


꽃이 된다


나비가 된다









모질게 불던


삭풍은


이제사 끝나는가


봄이 오는


길목에서


님이나 기다리자


봄내가 시큰한


꽃 잎, 입에 물고


봄 들녁이


곧 저물어 올라


나비야~ 청산 가자


청산가자 나비야~~`





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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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나마 편히 쉬기를~




지난주 금요일 가족들이랑


일산 해수욕장 공터에서 공연중인


국내 최고의 서커스단 "동춘곡예단"과


중국 곡예단의 합동 공연을 관람하러 갔습니다



갖가지의 묘기에 넋이 빠지며


관람을 했는데



아뿔사~


공중 외줄타기 오토바이묘기 도중에


곡예사의 실수로 아래로 낙하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공연은 계속되었지만


모든 관객들은 다음 묘기에 넋을잃고


관람만 하느라고


그 사고 난 곡예사는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방금 접한 소식으로는


그 곡예사가 사망을 했다는군요



정말 무어라 형언할 길이 없습니다.



아직 피지도 못한 젊은 청춘을


채 피워보지도 못하고 마감하다니..


이 세상 모든 시름을 잊고


천국에서나마 편히 쉬기를 빌어 봅니다












2001년 7월 22일 울산에서


글/친구/은혜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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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한 여름 어느 날, 동백 아줌마



style="filter:alpha(opacity=110, finishopacity=0, style=2)">
  

동백 아가씨도
아니고 동백 아줌마란다.
장사익의 노래가 왜 그리 좋아졌는지......
思秋期가 되어 멜랑꼴리해서 그럴까?
이도 저도 아니면?
진정 뽕짝의 마디 마디
절절함이 다가오는 나이런가?

한 여름 오후의 無心....

한 겨울을 눈(雪)속에서
아프게 피는 冬柏도 있는데..
선운사 春柏은 두고라도......
내 맘 속에 夏柏이 피려는지...
명치 끝이 자꾸만 아려온다.
이 무더운 여름날을
나는 눈 속에 묻힌 冬柏~~`
그 빠알간 詩心 하나로 지탱한다.





'내가 어찌 동백을 사랑하지 않으리'


사람들에게서 사랑을 많이 받는 장미,
나폴레옹의 사랑하는 여인 조세핀이나
시인 릴케가 장미가시에 찔려 죽었다 하는……
장미가 금발미인의 화려한 서양여인 모습이라면

홑동백은 단연 한 점의 흐트러짐 없는
단아한 동양의 우리 여인네 모습이다.

동백하면 언제나 연상되는 동백기름 새까만 머리에
윤나게 발라 가운데 가르마 바르게 타고
쪽을 지르고선 외씨 버선을 신은 매무새
다소곳하고 청초한 여인네,
우리의 어머니나 누이의 모습을 생각나게 한다.

윤기 나는 초록의 도톰한 잎새,
사이 사이마다 붉디 붉게 피어나는 홑 동백꽃,
진초록 잎새와 붉은 동백꽃잎,
가운데 귀한 듯 수줍은 듯 노오란 화심,
그 붉은 꽃이 소담히 이고 있는 흰 눈 …….
가히 일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동백은 벌 나비가 없는 눈 속에서 처연히 피어난다.
시련을 견뎌 낸 아름다움이
그 윤기를 더 하는 걸까?
동백꽃은 또한 질 때에도 너무나 깨끗하게 낙화한다.
문득 피었다가 절정에서 문득 떨어진다.
마치 모든 것을 저버리는 것처럼………
또는 눈물처럼 ,


동백은 활짝 피지 않는다
반쯤 벌어서…
활짝 피길 기다리노라면
문득 뚝 떨어지고 만다.
어이없을 지경이다.
아쉽고……안타깝고…애절하고….

누가 그랬던가 미완성이 아름답다고....

한창
무르익는가 싶을 절정에
문득 떨어지고 만다.
어느 아리따운 18세 아가씨의
운구에 얹힌 사진을 대 할 때처럼,

'춘희의' 원 제목이
'동백아가씨'라는데
일본인들의 번역에 의해 '춘희' 가
되어버린 '오페라'
주인공 '미미'의 슬픔과 죽음은
동백의 붉은 정열과 생각이 여지없이
뚝- 떨어지는 동백꽃같다.

몇 해 전 늦가을 무렵 남해안으로 여행을 떠났다.
아마 거제도 부근 이였으리라.
바다를 끼고 산 모롱이를 돌며………
멀리 보이는 산들이 온통 은색으로
크리쓰마스 트리장식을 한 듯 했다.
먼 산이 왜 은빛으로 반짝이는지………
다가 가서 보니 온 산이 동백나무였다.
동백은 해풍에 말가니 얼굴을 닦고
그 잎의 윤기가 햇살을 온 몸으로 받다 못해
바다로 향해 되 비추는 거울처럼
온 숲이 은빛으로 술렁이고 있는 것이었다.

동백은 해풍을 못내 그리워한다.
턱을 치켜 들어 눈을 지그시 감고 크게 심호흡하며
온 몸으로,
바다 내음을 그리워 한다.

동백꽃은
먼 바다를 향해 시선을 꽂은 채
도도한 피빛 붉음으로 피어난다.
머리에 인 눈 따위는 아랑곳 않은 채,

내가 어찌 붉은 동백꽃을 사랑하지 않을수 있으랴!




글/그림/ 이요조



지방에 따라 산다목(山茶木),
포주화(包株花)등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차나무과의
상록교목(常綠喬木)
우리나라의 제주도 울릉도 남해안등의 따뜻한 곳에서
자생하는 나무로
12월 즈음에 붉은 꽃을 피우고
시들지 않은 채 떨어짐.
겨울철, 벌 나비 대신 작은 동박새들이
동백꽃의 꿀을 따 먹으며
이마에 노란 꽃가루를 묻혀 교접을 이루어
이듬해 가을에 열매가 열리는데
이 열매 속 씨의 기름을 짜 낸
동백유(冬栢油)는
옛날 여인들의 머릿기름이나 화장품의 원료로도 쓰였슴.
다른 꽃보다 일찍 피워 채 시들지도 않은 꽃들이
떨어져 내리는 모습은
보는이의 마음을 애처롭게 하여
그림이나 詩의 주인공으로도 자주 등장하는 동백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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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념과 관점의 차이 ***







어느날의 話頭



관점이란
흐르는 江물이다
그 물이 푸르고 깊은지
물살이 쎈지......

관념은
강 바닥 모래펄 속에
깊이 숨겨진,
좀 채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도
아무리 거센 와류 속에서도 그대로 존재한다.

관점은
늘 새롭게
바뀌어도
관념이란
푹 패여진 깊은 곳에 박히 듯 있어서
꿈쩍을 않는다.

나는 식탁을 차릴 때 큰 접시를 즐겨 쓴다.
웬지 넓직한 접시가 안정감도 있고
약간의 테이블셋팅의 효과까지 기대하는..
소량만 담아내서 먹을 것만 필요로 하는 ..
그런 생각을 가졌었다.

어느 날
어느 댁에 애기 돌 잔치에 갔었다.
음식을 만드신 것도 차려내신 것도 할머니 솜씨인 듯 하였다.
어쩌면 작은 그릇에 그렇게 소담스럽게 담으셨는지…..
수북이도 고여 담으셨는지…..

물론 그 많은 음식을 반에 반도 우린 다 먹어내질 못했지만

그런데…
갑자기 왜 기분이 좋아지는 걸까?

늘 식당 문화에 절어 아주소량의 반찬만 대하다가
어느새 우리 식탁까지 그 문화가 전파되어 잊혀진…..

아~~
저 정성의 푸짐함…..
정말 융숭한 대접을 받은 것 같은…….

소복 소복 담은 그 모습
오래 전 잊혀졌던 옛 모습을 다시 보는 듯 하였다.
실로 오랜만에 情이 담긴 밥상을 마주하는 느낌,

우리는 조상을 모실 때(제사 때)
제기를 쓴다.
제기란 아랫 부분 굽이 달려 있어……
서양 접시와는 격이 다르다.
한마디로 받들어 모신다는 효의 예가 그릇에도 나타냈었다.
받들어 모시는 고임을 의미하는 ……
그냥 앉은뱅이 쟁반을 이용하지 않고 받들어 고여놓는 음식들…….

한 동안 그 분 댁의 융숭했던 그 고임의 상을 받고…….
난 관념과 관점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었다.

오늘은 음식 얘기를 꺼냈을까?
비록 접시였지만 음식으로 고임의 느낌을 전해 주었던 그 손길
그 생각에 젖어있던 나는,
오늘도 역시 산을 올랐다.
늘 가는 산길
공원 안에 오두막 집이 하나 있다.
아마 기존의 건물 이였고…… 보수공사가 불가한 점도 있을 것이다.

그 산에 있는 큰 절은 학교까지 설립한 재단이며……
명성 못지않게 재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 사찰이다.

비구니 사찰로서…….
승용차를 타고…..이 오두막 앞을 왕래하는 스님들……

오두막 아주머닌
아침마다 병아리에게 모이를 주고 강아지 밥을 준다.

어마한 절은 여전히 건물을 신축하는 공사로 한창이고…
큰 돌로 축대 쌓기에 분주하다.

오두막 지붕위로 기어오른 호박넝쿨은
꽃을 피우느라 한창이고
아주머닌 아침마다 짐승들 돌보느라 분주하다.

닭 몇 마리에다 병아리, 오리 몇마리……그리고 토끼,
강아지는 이른 아침을 먹느라 정신없이 행복하다

아주머니 집은 뒤로는 내가 흐르고……
어디서 끌어왔는지.
오두막 추녀아래로…….
TV 안테나 선, 전화 선, 전기 선, 가스 선이 키 낮은 집안을
고개 숙인 채 기웃거리며 들어간다.

보였다
내 눈에는 …… 그 전화선과 전기선을 통해 쪼르르르 흘러 들어가는
행복이……

내 관념을 흔들어 놓는
초라하고도 평범한 풍경화 한 점과
멋스럽지 않지만
기교는 빼고 정으로 차려 낸 밥상과
그 두 가지 話頭 앞에 어중간하게
서 있는 나,

반드시…..
홍진(紅塵)에 묻힌 세상사라고…
또는 빈한하다고
다 힘 든 것은 아니었다.
다 힘든 것만은 아니었다.
저 가녀린 선을 타고
세상 소식이 늘 전해오는
내일이란 희망이 있으므로……..

神은 오묘하시다.
우리 삶의 해답을 언제나 가까이 숨겨두셨다.
우리가 미처 못 보고
못 깨달았을 뿐....


어쩌면 이 앞을 지나치는 스님들도 같은 생각을 일순 해 보았으리라,


글/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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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의 반추 - 어머니 / 김덕룡 작 ★ ===================








그제가
내 생일이었다.
51번째 맞는…..

생일에 대한 관념이나 써 봐야겠다
내 인생의 있어 전환점이랄까,
그 것은 내가 북쪽 지방으로 옮겨와서 살면서이다.
풍습이 조금씩 다르고…..생활양식이 달랐다.

생일날 아래지방(경상도 /부산) 에서…….
아무튼 어머니는 팥을 넣고 찰밥과 미역국을 끓여 주셨다.
팥이란 예로부터 붉은..즉 吉한 것을 상징한다.
그리고 액(厄)을 쫓아 내기도 한다고 붉은 수수경단도 애기
돌상에는 꼭 올린다.

그런데 여기 와서 보니 흰 이 밥과 미역국을 차려내고 있었다.

설날 아침에도
아래 녘에서는 떡국을 끓이고 이 곳에선 만두 국을 끓인다.

잔치에도 아래 녘에서는 떡국을 내어놓고 여기서는 국수를 낸다.

호박범벅을 쑬 때도 아래 녘에서는 찹쌀을 쓰고 이 곳에선 밀가루를 쓴다.

이 곳 사람들은 육식을(돼지고기) 즐겨 하고
아래 쪽 사람들은 채식과 생선을 즐겨 한다.

이 곳 사람들은 집에서의 생일차림은 대충 넘기고 바깥에서
외식을 한다거나 케익으로 축하를 한다.

(이 건 내 생각 일지 모른다, 이젠 저 아래 녘 사람들도…
젊은 이들 역시 그렇게 할 것이다)

우리 어머닌
물론 제사하나 없는 지차(둘째)가 되어선지…..
집 식구들의 생일을 알뜰히도 챙기신 분이셨다.

제철에 나는 과일…하며…제철 나물 새며…..
미역국에는 쇠고기 대신
자갈치 시장에 나가셔서 큼직한 광어를 사다 끓이시는 것을 좋아하셨다.
조금 더 정성을 들이실 때면 떡과 식혜(단술)까지도 하셨다.

그리고 우리들이 좋아하던 뎀뿌라(튀김류/그 땐 그렇게 칭했다)는
꼭 빠뜨리지 않으셨다.

그런 연고로…..
나는 의당히…..죽 이어온 생일인지라… 나 스스로 낑낑대며 장을 봐 와선
거룩? 하게 차리곤 하였는데…..
여기 사는 지인들이 그러는 내가 우스워 죽겠단다,
자기생일 자기가 차린다고……

그러거나 말거나…..
올 해도 어김없이…… 그런 준비를 다 끝냈는데…….
아침에 일어나 식탁을 본 식구들이 자못 의아해 한다.
딸은 오늘 나랑 함께 하기위해 하루 휴가를 내었고,
미스터 김, 그 역시 모든 일을 미루었다.
무언가…
내 안에서 올라오는 …….. 사춘기처럼 이유없는 반항인가?
뭔지 모를 모반을………꿈 꾸는지?
모든 게 갑자기 시들해졌다.
시장 잘 봐 오고서는…….
난 난생처음…….. 아무런 준비도 하지않은 생일을 보내고 만 것이다.
물론 낮에 미스터김은 날더러 밖으로 나가자고 채근을 하였지만,,,,,
그런 위로가 먹혀 들 리가 없다.

참, 딸은 나에게 옷 한 벌을 선물로 내어 놓았지만 시큰둥해 하는 내 표정에
마음에 들지 않아 그러는 줄 알고
도로 반품한다네…….

아빠랑 의논하더니 다른 물건으로 대체 할 모양이다.
(하든지 말든지….)

왜 엄마가……?
왜 마눌이…….?

51번째 생일을 엎어버렸는지…. 알지도 못한 채
그제는 그저 그렇게 넘어가 버렸다

50을 넘긴 내 생일의 우울이……
어디서 왔는지.....어디서 시작됐는지,
아무도 모른다.
아니 나 조차도 모른다.
내가 왜 이리 심술을 부리고 있는지…..
내 많은 나이에 갑자기 심술이 난 것일까?
50만 세고 이젠 정말 더 이상 세지 않고 싶어서 그랬을까?
그럴리가 없을텐데.....
언제나 당당하게 외쳐대던
까짖거 물리적인 숫자에 연연 할리가...?
갑자기 엄마가 목메이게 보고싶기도 하고………
아무도 없는 산 정상에 올라가
그 때 철없었던 어린 아이 때 마냥
엉-엉 소리내어 울어라도 보면 뭔가 속이 후련할 것 같다.
친 동기간들과 멀리 떨어져서 사니….. 해 본들….. 갈라먹을 사람도 없는
이 외로움을…..

날씨가 굉장히 무더웠다.
외식도 싫고 외출도 싫고 산에나 올라가서 실컷 울다 왔으면 좋겠기에
혼자서 주섬주섬 등산준비를 하는 나를 식구들은 극구 말린다.
이 더운 날씨에 더위 먹어 죽을 일 있냐며…….
왜 이렇게 식구들이 눈치를 살피게끔
변덕쟁이 初老의 모습을 벌써 내 보이고 있을까?
내가 생각해봐도
더 더욱…… 서글프다.
카페고 칼럼이고….. 글 쓰기는 며칠 동안 거의 전폐였다.
흥미 유발의 동기가 생기지 않는다


우울이 홍수로 범람하는 날은 나도 나를 어쩔 수가 없다.



또 한 살이란 무게를 더 한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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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수와 돌사자





당신의 눈빛이
나를 끌어 안으면
그 열정에 걸 곳 없는
어눌한 나의 시선
온 몸을 부끄럽게도
내어 맡길 수 밖에,


정 끝으로
조심스레 돌비늘 뜯어내고
수 천년 오랜 잠을
화석인듯 깨는 날엔
천년이 두렵잖으리
또다시 돌이 된들,


생명을 빚어내는
무던한 손놀림은
핏줄 돌려 놓은 자리
살이되고 마디되고
시간은 공간을 만나
정 끝에서 멈출 때


머리에서 꼬리까지
앞 뒷발 발톱까지
갈기를 휘날리며
입을 쩍- 벌린 사자
포효를 입에 물고서
알몸으로 일어선다.



글/이 요조.







yojo-lad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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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어져 본 자의 아픔이 있는 눈물들 **









칼럼 "미루나무에 걸린 바람들의 이야기", 그 제하(題下)에 쓴 글


예전에
내가 쓴 글들
일기같은 글을 뒤져 보노라면

"길 가다 주린 영혼 하나 만나면...
먹여주고 입혀주리라"

'길 가다 아픈 영혼 하나 만나면
이마도 짚어주고 손 잡아주리라"

"길 가다 시린 영혼 하나 만나면
내, 뜨거운 가슴으로 데워 주리라"

"함께 울어도 주리라.......
내 손으로 흐르는 눈물도 닦아 주리라"


전 언젠가 부터
늘 이런 생각 하나 품고 살았지요
영혼이 시리고 추운......
그런 사람 만나게 되면
안아주고 보듬어주리라고.....

전 너무 행복한 사람은 싫습니다.
전 너무 눈물을 모르는 사람은 싫습니다.
한 번도 단 한번도 가슴 아파보지 않은 사람 싫습니다.
한번,
단 한번도
눈물같은 비를 맞아보지 않은 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더 나누겠는지요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지요
너무나 가슴이 아파서
잘 못 자란 나무 등걸처럼
영원히 등이 휘어져 버린 사람을요
세상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다가
눈마저 돌아가 버린 사람을요
가슴에 스민 온기는
언제 쯤 불을 지펴 보았는지
아득한 사람을요

아픔의 고통이
타인에게도 감염 시킬만큼
고통이 뚝뚝 묻어나는,
절벽을 마주하는 기분......
서로가 서로에게 공허한 .....
우린 서로 각자에게 상처만 입히고 돌아섰습니다.

그 후로
나는 속죄양이 되었습니다.
다시.....그런 일은 없을거라고......

난, 너무나 굽어버린
그 마음을 바로 펴 줄 수가 없었답니다.

바로 펴자니.....
그가 뚝 부러져.....죽게 될 지경이었답니다.
소녀같은 매너리즘에 빠졌던 나는
너무도 놀라 소스라쳤습니다.

세상은 그렇게 내 생각대로
아무에게나..... 손 내밀 것이 아니었는지.....
내 어리숙한 사고는 그만 깨어지고 말았습니다.

가까이 다가 서 보지도 못한 채.....
서로를 열어 보이지도 못한 채
황망히
등 돌려야 했던
난, 사치스럽게도...
아픈 영혼 운운했던
나 자신을 뒤돌아 보았습니다.
혀끝으로만 ...입에 발린.....
숱한 허영의 언어들을.....

그 아픔에 내가 먼저.....눌리고...
질식할 것 같아서.....
내가 그만 도망쳐 버렸던 그 죄를...
아픔을 하나 더 얹어준 죄를
그는 모를것입니다.

아픔을 펴 주려다
무게를 더 하고 만.....나의 과오,
이젠
섣불리 다가서진 않으렵니다.

나도
그 일로 인해
상처를 입었으니까요

제가
한참을
횡설 수설했군요
휴일 새벽이면 늘 오르는 도봉산,
그 산을 올라야 하는데.....
............
............

산도 그렇더군요
전 비바람 폭풍우 몰아친 후
산을 즐겨 찾습니다
물이 할퀴고
바람이 휘젓고
흙더미가 휩쓸고 간
만신창이가 된 산을....
그럼에도
새롭게
아픈 허리 일어서는
산을 보며 느끼며 배웁니다.

물론 사람의 일도
예외가 아니지요.

그러나
영혼이 아픈 사람을 만나면
아픈 내 영혼이 위로를 받습니다.

동병상련(同病相憐),
그런 게 아니더라도
위로를 나누다 보면 스스로가 놀라운 위로가 됨을 체험하게 됩니다.

사랑이란 나눈다고
줄어드는 게 아니라......
사랑은 퍼 주면 퍼 줄수록
퐁- 퐁- 솟아나는 샘물이 된답니다.

하늘로 향해서
키만 쑥쑥 자라나는 미루나무
그 꼭대기에 앉아 쉬는 바람들.......
그 힘들었던 바람들의 한숨소리와
수런거리는 이야기들,

마구 들판을 뒹굴어 다니는 바람은 분명 아닐 것입니다

이상이 또렷하고
사색적이면서
비 개인 뒤 수채화같은...

바람이라고 다 바람이던가요

청정하기에
외롭고도
가슴아픈....

철저한 고독
그 걸 참아내는......



신작로 끝을 말 없이 지켜만 보는 미루나무가.



글/이요조



(내 가지에 깃을 들이던 작은새 한 마리 잘 울지를 않네요 어디가 아픈 건가요)




* 미루나무에 걸린 바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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