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

 

상사화가 필 때는 장마가 어언 끝이 난다.

잎도 없이 저 혼자 피어오르기엔 너무 외로워서

땅 속에서 울다가 울다가 제 눈물을 받아먹고

키가 자라 오른다.

 

너만 섧더냐?

봄이 오는 기척만 보이면

잎들은 제일 먼저 고개를 내민다.

다른 봄꽃은 다 흐드러지게 피고 지는데

 

상사화 잎은

그만 긴-그리움에 노랗게 들뜨고 만다.

어지러이 낙엽 진 잎사귀는 그만

바닥에 지쳐 드러눕는다.

 

너만 힘드냐?

보는 나도 힘든다.

 

혹여 좋은 꽃이 생기면 아차 잊고 그 빈자리 내어주려

호미질 할까봐

기억하고 또 기억하고

너들 숨바꼭질 빈자리를 지켜주는 나도 힘들고

 

다른 꽃자리에 꽃대들 쑤욱 쑥 올라오면

매일 다른 꽃자리 궁금해서 지켜보는

너를 지켜보는

내 기다림 또한 힘이 든다.

 

 

 

 

 

 

 

상사화

 

긴- 기다림 끝에

추운 봄 날씨를 견뎌내며 자라 오르는

잎1

 

긴-기다림 끝에

억수같이 쏟아지는 장대비를 견디며 자라 오르는

꽃!

 

긴-기다림 끝에

빈 꽃자리를 매일 아침 지켜보며 사랑이 자라 오르는

나!

 

 

 

 

 

기다림의 빈-자리

언제나 올라오려나 하루에도 몇 번씩 눈길이 가는 이 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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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비비추가 몇 년 기르다가 지천이길래 싫증이 났다.

꽃도 싫증이 있네...문주란이 그랬고 나리가 그랬고 비비추가 그렇고...

비비추를 뽑아내서 그냥 죽이기엔 좀 그렇고

물풀, 파피루스를 키우는

물에다 대충 던져뒀더니 꽃대를 올린다.

가슴 한 켠에 이 미안함은 뭐지??

처음 키워보는 족두리꽃(풍엽초)다.

어라~ 꽃술에 오징어 같은 모습이~~

혼자서 키들키들 웃어본다. 아마 이 꼬깔이 벗겨지면 수많은 수술이...활짝 펴지겠지?

 

 

8월 3일 다녀온 예천 용문사 뜰의 상사화

 

 

 

 

 

 

앞엣 글,

오이송송이와 새송이볶음 말고도

나의 손길을 기다리는 게 또 있는지 모르고 깜빡 했어요!

화전을 해먹으려고 찹쌀 익반죽만 해두고 냉장고에서 여러 날~

 

여행에서 돌아오면 반죽은 상할 것 같고 진달래는 다 떨어져 간데없이 사라질 것이고
비비추는 며칠 사이에도 어쎄어 나물로는 못 먹을 것이고~
~

 

비오는 오늘 오전,

바로 조금 전에 큰 우산을 쓰고나가

꽃을 따고...비비추를 캐왔어요.

 

비비추도 피어있는 걸 먼저 찍을 걸...

아무튼 큰 우산을 써도 비 좀 맞은 채 방금 들어왔어요.

 

 

이렇게요~~

그런데 실은 비비추도 먹는다는 걸 알았으니

보랏빛 꽃을 피우던 우리집 비비추, 이젠 내 손에 다 죽었엉!

 

 

ㅎㅎ

살다가....블질하다가

시간적으로 릴레이 글 써 보긴 오늘이 첨 같아요.

곧 따끈 따끈한 화전 구워 올릴께요~

 

 

오늘 점심 메뉴는

진달래 화전과

보리고추장에 무친 비비추나물이 되겠어요!!

 

곧.....1시간 뒤에

다시 올께요~~

 

2011, 4,22

 

점심으로 화전구워서 지부나물(비비추)하고 잘 먹었습니다.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구요!!
딸이 <엄마 요즘 뭐 그렇게 음식 글이 연이어 올라와요?> 그러길래
<이나마 엄마가 건강한 증거니 얼마나 다행이냐?> 하고 응수해주었지요.
몸도 머리도 삐거덕 거리며 불협화음을 낼라차면 요리도 사진도 만사가 다 귀찮아지는 것을...

 

 

올 해 마지막으로 진달래도 한 번 꽂아보고
화전도 부쳐보고..바로 이런 글들이 제겐 음식카렌다가 되는 셈이지요!

 

 

1/진달래(참꽃)을 씻어 수술이 빠지지않게 꽃받침을 떼고 준비해둔다.
2/찹쌀가루를 뜨거운 물로 익반죽 해놓는다.(방앗간에서 갈아 올 경우엔 간을 해준다)
3/동글동글하게 빚어 납작하게 눌러놓고
4/팬에 기름을 약간만 둘러서 꽃이 올라 갈 한 면을 살짝 익혀 뒤집어준다.
5/꽃을 붙이고 이 때 너무 익히면 꽃이 붙지않음
6/기름을 조금 넉넉히 두르고 불을 약하게 하여 찹쌀떡 뒷면을 노릇하게 익힌다.
7/익었다 싶으면 불을 끄고...다시 앞 면을 잠깐 뒤집어 재빨리 도로 바로 뒤집어 준다.
8/꽃빛깔이 바래거나 하면 이중으로 붙여줘도 좋다.
9/다 익은 화전은 조청이나 꿀과 함께 곁들여 낸다.
10/조금 덜 익었으면 전자레인지를 이용해서 30초~1분간 속을 익혀주는 센스~(꽃색깔 변하지 않음)

 

 ▼ 화전을 시작으로 바야흐로 우리집 봄날이~~ (2004년 화전)

비트로 물 들인 '참꽃부꾸미'

 

 

지부나물


요즘 고추장에 맛들렸어요!
거칠한 듯 민초처럼 구수하고 투박한 맛의 보리고추장!!
그 고추장 두 수저면 ....들기름조금, 파마늘조금 깨만있으면 그저 그만!!

 

 

 '지부나물'이라고 불리는 비비추!

▲비비추 꽃 폈을 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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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비비추가 좋다.
 
그래서 몇 년째 이어 비비추를 키워오고 있다.
보랏빛 꽃이 층층이 맺혔다가 수줍은 듯, 등(燈)을 밝히면 수술은 마치 고전무용을 하는 여인의 손에 들려진 흰 비단 천처럼 부드럽게 휘늘어지듯 허공에다 곡선을 긋는다.

아름다운 조선 여인네의 춤사위를 닮아 보인다.

 

춤사위
비비추....비비추....비비추 꽃이 피어날 즈음이면 추적거리며 내리는 비, 비, 비가 잦아진다.
 비비비, 추,추워~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입속으로 가만히 되뇌어 보면 비비추에는 울음 같은 연약한 리듬감이 있다.
이런 우리의 야생화 비비추를 지천에 흐드러진 들꽃이라 무시하듯 눈길도 채 주지 않을 때, 서구사람들은 벌써 이 꽃의 아름다움을 알고는 종자를 몰래 가져다가 개량을 하여 세계 화훼협회에 등록을 해버렸다니 ....우리는 두 눈을 뻔히 뜨고도 외양간의 귀한  송아지를 내어준 꼴이 되어 버렸다한다. 어찌 애석한 일이 아니랴~
 .............

등록만 해두곤 자주 들리지도 못하는 시조카페에서 멜이 왔다.
비비추에 관한 글이다. 추창호시인님께 이 글을 사용해도 좋으냐고 허락을 받고 비비추 꽃일지 에다 아름다운 시를 덧붙여 본다.
詩도 물론 아름답지만 추창호 시인님의 평론 덧글도 무척 아름답다.

 

글/그림/사진: 이요조

아주 오래전에 그려두었던 마우스 그림을 별로지만 붙여보았습니다.  춤사위하니까? 갑자기 생각이 나더군요


 

 

*비비추*에 관한 연상 - 문무학

 

 

만약에 네가 풀이 아니고 새라면
네 가는 울음소리는 분명 비비추 비비추
그렇게 울고 말거다 비비추 비비추


그러나 너는 울 수 없어서 울 수가 없어서
꽃대궁 길게 뽑아 연보랏빛 종을 달고
비비추 그 소리로 한번 떨고 싶은 게다 비비추

 

그래 네가 비비추비비추 그렇게 떨면서
눈물나게 연한 보랏빛 그 종을 흔들면
잊었던 얼굴 하나가 눈 비비며 다가선다


* 백합과 다년생의 산초, 7~8월에 개화하며 산지의 어둡고 습한 암벽, 너도밤나무 등의 고목 줄기에 착생함

 

 이 시는 읊조리며 읽는 재미가 일품이다. 백합과 다년생 산초인 비비추가 새가 되었다가 종이 되었다가 끝내 잊었던 얼굴 하나 떠올리게 되는 연상 작용도 묘한 카타르시스를 던져준다.

지고지순한 사랑에도 사연은 있었을 텐데, 비비추비비추 그렇게 울고 싶어지는 사랑은 대체 어떤 사랑이었을까? 꽃대궁 길게 뽑아 연보랏빛 종을 매단 그리움은 또 어떤 그리움이었을까? 생각하면 지독한 열병을 앓던 사랑 같기도 하고, 어쩌면 비련으로 끝난 슬픈 사랑 같기도 하다. 어느 것이든 온 몸을 바쳐 누군가를 사랑하고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고 행복한 일이 아닐까?

정이 메마른 세상일지라도 삶의 간이역 어디쯤에서 눈물 나게 연한 보랏빛 종소리가 울릴 때면 만사 제켜놓고 가만 귀를 기울여볼 일이다.

추창호 시인

시조를사랑하는사람들 : 시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쉼터이자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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