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집에서 처음 맞는 첫 아침입니다.

실로
두 달 열흘만에 집 부근에 떠 오르던 그 아침햇살을 받아봅니다.

식구들을 위해서 찰밥을 지어야겠다고 물에다 쌀을 담가놓고
잠시 컴을 열어보니.....
그녀의 '갓꽃'이란 시가 있습니다.

제가
인테넷을 열고
처음 사랑한 사람입니다.

그녀가 아마 여주? 어디쯤 산다는 것만 기억할 뿐,,,
(죄송합니다 혹 틀렸다면.....
우린 침바른 우표딱지가 붙은 진짜 편지를
두어번씩 주고 받은 적이 있지만 제가 이렇습니다)

그 것이 무에 그리 대수랍니까?
간혹 그녀의 맑은 글귀를 대하면서
난 대리만족을 느낍니다.

싱그러움에 어떨땐 치를 떨기도 하면서...

내가 아련히 무얼 그리워하면 안부를 전해주었고
도란도란,,,,
장 담글 걱정, 김장 걱정을 함께 했습니다.
봄도 함께 기다렸습니다.

비 개인 후
그 곳의 경치를 일러주면
내 상상의 그 곳은
언제나......
캔버스에 그려진 그 곳 그림위로 덧칠이되어 늘 바뀌곤 했습니다.

그녀나 나나
글쟁이는 아닙니다.
그러나 글이 좋고
흙이 좋고
흙을 만져 손이 갈퀴가 되어도 좋다고 싸인을 한 사람들이기에,

전 갓꽃을 모릅니다.
아마
김장을 담으려고 준비한 싱싱한 어느 갓다발 사이로 삐져나온
배추꽃같기도 무우꽃같기도 한 것을
어렴풋이 떠 올릴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 갓꽃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제가
육신의 고통을 앓고있는 뒤안길을 미처 생각해보지도 않은 것처럼...

이 겨울날
김치속에 어우러져
쨍한 맛을 전하는 갓~
그 것이 좋아 갓만을 담아먹기도하는
그 싱그러운 향이 번집니다.
우리들 마음에도.......
그녀때문에,
그녀의 마음을 통해서.....들어 온,





시들지 않던 노란 갓꽃.


겨울이 저만치 앞에서 오고 있는것을 알면서도
갓나물은 꽃대를 올렸지 아마.
향이 있을리 없고 그러니 벌,나비가 찾아 올리도 없을 계절.
싹이 돋아나고 잎과 줄기가 자라나니
씨를 거둘려면 하루빨리 꽃을 피워야 했을게야.
그것도 추운 겨울이 다가오기 전에 말이지.

조금씩 해가 짧아지고
차가운 밤의 얼굴이 아침 흰서리로 늙어 갈무렵,
한뼘도 안되는 줄기 끝으로 작고 여리게 피어난 갓꽃.
얼마나 마음이 다급했을지 짐작이 가던걸.

겨울이 시작되는 땅속에서는
시원한 물기운을 얻을 수 없을 것이고
길게 누운 뒷산 그림자로 하루종일 있어봐야
햇빛 한자락 구경도 못할 터인데
부족함 없이 씩씩하게 피어 있음이 대견하지.

누가 누가 키가 크나
누가 누가 제일 예쁘나
누구 누구한테 벌,나비 먼저 오나
앞다투어 얼굴 내밀지 않으니 시끄럽지 않아서 좋던걸.

그랬는데...
그 모습 그대로 오래도록 시들지 않을듯 싶었는데...
시베리아 만주 벌판 바람 불어오나 싶더니
줄기 잘려,이파리 뜯겨 나가 거칠어진 꽃대 끝으로
노란 꽃잎 한장 달랑거리지.

후후,
들쳐보니 까만 씨앗이 숨어 있던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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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 들꽃 //"기생여귀"마디풀과.



























전화 벨소리,





따르르릉~~
빨리 달려 가 받아 보고 싶은 소리입니다.
언젠가 국내 소설을 읽었습니다.
배경이 한5~10년 전쯤 되었나봅니다.
핸드폰이나 무선 전화가 없었는걸 보니....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와 구성이 비슷한 ,
장성한 딸을 둔 우리 또래의 미망인이였지요.
상대는 아마 옛날의 연인으로 기억되고...
그녀는 전화를 기다립니다.
얼마나 애절히 기다리는지...
샤워도 못하고...
물소리 때문에...
빨래도 맘놓고 못합니다.
일하다가도 수화기를 들어봅니다.
윙~~ 하는 빈 신호음만 무심히 들리고.....
숫제 환청에 시달립니다.
나이들어...
애욕적인 사랑은 아니드래도,
단지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 하나로,
상황이 예전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눈물겨운 사랑을 꾹 꾹 참아내고
있었습니다.
농,깊은 곳에 고이 싸 둔 사랑의 증표들,,,
그렇게 마음 깊은 곳에다 꽁꽁 감추이고
하고 싶은 말 애써 참으며, 앓던
중년의 애절한 사랑....
. ............
오늘
이상하게도 가슴에 와 울리는
저, 전화 벨 소리를 듣고는 그냥 긁적거려 보았습니다.
이 나이에,
전화 벨이 아무리 울려대도
'자식넘 꺼겠지...'
"너, 전화 받어 봐"하던
저 소리, 저 벨 소리가 오늘은
문득 잠든 내안의 여자를 깨웁니다.


아! 나도 벨이 울리면 콩콩콩 발소리를 내며
얼른 달려가 받아 볼
전화라도 올데가 있었으면...
전화 벨 소리 하나에도 가슴이 마구 쿵쾅거려 봤으면....
그런 사랑이 내게도 새 움을 피운다면.....,
아~~

(봄이 오긴 온 모양입니다. 분명
이, 고목도 굼실 거리능거 보믄....ㅉ ㅉ ㅉ ~
내사 마, 이 음악이나 듣고 애써 가슴 삭여 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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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난,

당신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아침마다

잠 자리에서 눈을 뜨면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난,

당신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문득

겨울 바다가 보고 싶어도

좋은 영화가 있어도

당신은

나를 떠 올리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비 갠 뒤

하늘에

무지개가 걸렸어도

기다리던

첫 눈이 펑 펑 내려도

당신은

내게

전화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난,

길을 걷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문득 문득

그리운 당신을...

세수를 하다가도

그리운 당신을...

찬 물에다 얼굴을 대고

흐르는 그리움도 함께 닦습니다.

당신은

닦아 낼 그리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 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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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이제는 폐쇄해 버린 우물입니다.


이젠 그 깊이를 가늠 할 수 조차 없습니다.


옛날의 그 물 맛도 잊혀졌습니다.


흰 구름 흘러가던 하늘을 안았던 기억도...


아낙들의 재깔대는 수다도, 굴러가던 웃음도...


정자 지붕과 함께 바람에 날아가 버리고


그 뼈대만 을씨년스럽습니다.




간혹 다가 온 새의 발자국을 남 몰래 사랑한


우물가 개나리만 화사함 시큰하게 피어났습니다.


이런 날은 어리디 어린 개구장이 하나 어디서 다가와


예전처럼 '퐁당' 돌을 던져 주어도 나, 행복할것 같습니다.


내 귀에 "퐁~당~" 돌 떨어지는 맑디 맑은


물소리의 울림 조차 이젠 아련합니다.


모든 것이 그렇게 잊혀져 갔습니다.




아무리 아무리 돌을 던져 넣어도


그 어둠의 공허는 끝 간데 없습니다.


녹 쓴 양철 뚜껑 아래서 음습한 메아리는


눈이 멀고, 귀까지도 먼, 잠 든 눈물로,


내 모든 걸 포기한 기약없는 그리움의 빈자리로 남아


아껴둔 또 하나의 뚜껑으로 밀폐됩니다.


아~~ 그대 지나치며 물 한모금 마신 후로,



글: 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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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꽃 이야기 1



분꽃


분꽃 하고 입으로 되뇌보니......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가슴 저 아래,


푸르게 살아 숨쉬고 있는,


그 바다와 함께.....


분꽃 !


유난스레 화려하지 않은데


저녁만 되면


기생 윗 저고리 같은
색깔로


은근히 붉게 피어나서


달빛 아래 더 요염해진다.


분통 향내 솔솔- 날리우며......


막내이모 얘기가 참말이였을까?


까만 분톨 씨앗을 갈아 粉으로 썼다는 이야기가?


그래서 粉냄새가 나는걸까?


까망 씨알을 꽁꽁


돌멩이로 짖찧어 보아도 향내는 나지 않았다.


뽀얀 분가루는 생겨나도.....

.......


어렸을 적,



나보다 너 댓살 더 먹은 막내 이모는



분꽃을 귀에 꽂아 귀걸이로 만들어 주었다.



"외할부지...어때? 나 이뿌지?"



" 하모.. 하모..."


아~~


분꽃만 보면



외할아부지 생각이 난다.



분꽃처럼 예쁘던 막내 이모
생각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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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그림/요조
사진/ ☆牧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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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裸木*


아픔이 있는 나무들은,


푸른 달빛에 적신 가지 끝으로

"사랑한다"고 또박또박

하늘에 써 놓고

삭풍 에이는 벗은 몸으로도

서로 빈 가지 부비며

모진 三冬을 난다.



書/畵/李窈窕

노래: 'Flow~' 김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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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66 : 다가서지 못하는 이유



















◎ 이름:이요조

2001/12/8(토) 01:18 (MSIE5.0,Windows98;DigExt) 211.222.168.41 1024x768


다가서지 못하는 이유






다가서지 못하는 이유


당신 곁으로 내가 선뜻 다가서지 못함은

날개죽지를 상한 작은 새의 어쩌지 못할 눈물입니다.


빗방울이 강물이 되어 바다로 가는 것이나,

여름날 무성한 미루나무가 머리를 풀고 하늘로 오르며 자라나는 것이나,

붉은 강낭콩꽃을 매단 여린 줄기를 외로 꼬아 올리며 키를 보태는 것이나,

내게는 모두가 다 부질없는 꿈 입니다.


한 줄기 바람이라면, 깃털처럼 가벼이 날릴 수도 있을텐데....

내가 파도라면, 당신을 흔들어 보채기나 해 볼 터인데....

펑펑 쏟아질 눈이라면, 당신의 체온에 녹아 보기라도 할텐데.....


당신 곁으로 내가 선뜻 다가서지 못함은

영하의 겨울 날씨에 흐르지도 못하고 꽁꽁 언 작은 시냇물의 체념입니다.



12월 8일 겨울 밤에 이요조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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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것 ★


*떡 살*


내가

아끼는 물건중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모를

떡살 하나,


절편을 만들 때

눌러서 문양을 찍어내는 떡살

정교하고 예쁜 것이 많을텐데...

내가 가진 것은 이상하게도 못 생겼다.

떡살 무늬가 정교하지도

정렬되어 있지도 않다.

그런데…얼마나 손 때가 묻었는지

양 손잡이는 나무가 아닌듯 마치 황소 뿔처럼

반드랍게 결이 닳았고...

떡을 찍어낸 후, 물에다 담궜을

그 오래 스민 물빛 바랜 색이

장구한 세월을 묵묵히 나타내고 있다.

나는 그 느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구입을 했었고 애정을 기우린다.

그닥 세련되진 않았지만

편안한 정감이 묻어나는,

한 촌부의

지아비가 사랑하는 지어미를 위하여,

정성 드려 깎고 다듬었을...

사랑의 도구.....떡살

만약 그 물건을 내가 갖게 된다면,

그 옛날 그 지아비의 정성스런 손길이,

그 아내를 향한 순수한 사랑이

내게도 이어질 것 같은 부적같은 소망에...

그 걸 구입 한 후

나는 얼마나 행복해 했는지 모른다.

눈을 감고

그 떡살의 탄생 순간을 상상하노라면,

아~~영락없이 나는 그 자상한 촌부,

그 지아비의 행복한 한 아낙이 된다.



그림/ 글/ 李 窈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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