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의 여백 -----------------
**조금, 그래, 아주 조금만.....**
기쁩니다. 제 아이는 이제 완전해졌습니다.
기도해 주시는 어떤 분은 너무 좋으셔서 "하하하~" 하고 웃으셨습니다. 여태까지 잊고 있었던 앙다물고 있던 가슴의 슬픔이, 강둑 제방처럼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그렇게 반가와서 함께 기뻐해 주시던 웃음소리는 근간에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도 간호하는 제 몫까지 측은해 하실... 친정 부모님이 살아계신다면, 그렇게 기뻐뛰며 반겨 웃으셨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많이는 기뻐하지 않겠습니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기뻐하겠습니다.
아직까지도 아파서, 너무 고통스러워하는 남겨진 환우들을 생각할 때 기쁨도 조금 참으렵니다.
꿈같은 일입니다. 딸아이는 전혀 절지도 않고 반듯하게 잘 걷습니다. 지금은 다리가 힘이 조금 없다는 이유와 안전을 위한 목발을 사용하지만..... 정상으로 급한듯 거짓말같이 돌아 온 아이..... 침상위에서 바닥아래로 내딛기까지 꼬박 두달이 걸렸습니다..
정말이지 제일 가까운 거리를 아무런 이유를 모른 채 아주 멀고도 먼-길을 힘들여 돌아온 저와 제아이였습니다. 마치 주님 걸어 가신 골고다의 언덕을 오르듯 고통속에 돌아 나오며..... 우린 많은 것을 여태껏 보지도 느끼지도 못한 것들을 다시 만나보고 다시금 생각하게 했습니다. 마음의 찌꺼기가 온통 다 쓸려나갈 만큼의 눈물을 홍수처럼 쏟아냈습니다.
'마음으로'
바로 서게되고 반듯하게 걷게됨을, 얼마나 뜨거운 눈물의 새로운 기도로 감사드려야 할 일인지요. 하나님은 우리들에게 어려운 일을 직접 둘러보게 하셔서 질병과 그 암울한 고통 속에서 어두움과 힘드심을 손수 보여주신 것입니다. 그러신 연후에 참 기쁨과 참 밝음도 물론 잊지 않고 챙겨 주셨습니다. 덤으로 참사랑도 알게 하셨습니다. 올곧은 우정과 사랑을 분별하는 눈을 주시고... 어눌한 제 기도도 바로 잡아 주셨습니다.
고통이 진주를 만들어 내는 아주 힘든 인내로 지내놓고 보니 하나님 뜻이 계신 "큰 사랑" 임을 뒤미처 느끼고 이제사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오늘, 병원에서의 마지막 밤, 드디어 내일 퇴원이다. 통증으로 못 걷던 아이가 반듯한 걸음걸이로 되돌아왔다. 사랑하는 나의 신께...그리고 모든 분들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 오늘 밤, 잠은 잘 오려는지....
8월 하순에 들어왔던 병원, 9월초에 아이는 수술을 하고 퇴원했다가 이내 알지못할 통증에 시달려 그, 9월에 재차 들어 온 병원~~
올 가을은 병원에서 그저 그렇게 지나갔다.
설령, 바깥세상에 있다 치더라도 요란한 단풍놀이는 바라지도않지만..... 그런대로 살고 있는 곳에서 조금만 나가면...... 온천 가는 길목, 가까운 산행(名山)의 길목이, 유수한 곳이므로... 나는 늘 즐기던 그 가을을 손목 한 번 제대로 잡아보지 못한 채 그냥 떠나 보낸 것이 이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망연히 늘 서성이던 12층 비상계단 입구쪽에 서서 전화기 하나로 세상을 간혹 연결하곤 했던 그 창을......
그 창에서 내려다 보면 가을내 간간이 산책하던 작은 사잇길이 나목들 사이로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낙엽이 떨어져 쌓인 작은 동산으로 감아돌며 올라가던 정맥줄같은 계단하며....흙길이, 지금은 동짓달을 향하는 추운 길목에서 속살을 드러내놓고 지친듯 누워있다, 누군가 그 드러난 파리한 정맥줄에다 링거를 꽂아 수액을 투여하면 낙엽으로 떨어져 버린 그 자리 자리마다 새 움이 툭-툭- 불거져 나와서는 잎이 되고 연두색 수액이 한바퀴를 돌아나면 먼 남쪽에서 실린 바람이 나뭇 가지마다 수런수런대며 봄을 매달 것이다. 마치 가르마같기도 한 그 길을 녹음으로 덮을양이면,
꽃망울이, 그렇게 봄을, 화사한 빛깔의 꽃을 자아 낼 것이다.
밤이오면, 작은 동산 여기 저기 군데 군데마다 쪼그리고 앉아있는 낮으막한 외등 불빛들은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환하게 언-땅을 안아주듯 비추는 그 풍경이 축제를 위해 불 밝힌 燈처럼 마냥 따스하고 행복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즐거운 연말연시를 창밖을 내다보며 남아있을 아픈 환자들, 그 마음은 어떨까?
이 곳에 와서 알고 서로 인사하고 지내는 아이들... 지금 인터넷하는 바로 내옆엔... 백혈병으로 전신이 엉망인 영진이가 쪽지에 깨알같이 적힌 것을 옮겨다 쓰고있다. 뭐냐고 물어보니.....새로운 맬 주소록을 작성한단다.
그런 것이다. 그 것은 바로 희망인 것이다. 영진이는 지금 10차가 넘는 약물치료를 끝내고 내려와 찌그덩한 눈으로 희망이란 씨알을 제 메일함에다 한알 한알 콕-콕- 정성스레 파종하고 있는 것이다.
골육종이던 동민이도 지금 막 4차 약물치료를 마치고 독한 약물을 씻어내리는 약물을 또 투약중이란다. 밝고 명랑한 아이 동민이...... 이 병원에서 우스개로 동민이 모르면 간첩이란다. 언제나 우리병실을 제 냉장고로 알고 뒤지듯 돌아 다녀도 밉지 않았던 아이.... 내일, 15층에 누워있는 동민이도 한 번 만나보고 가야겠다.
젊은 아이들.... 23살, 25살, 그 아이들 부모의 심정들은? 그에 비하면 난, 실로 아무 것도 아니다.
누가 그 아이들의 봄을 뺏을 수 있을까? 누가 젊은 아이들의 찬란한 봄빛을 훔칠 수 있을까? 누가 멜 함에다가 무수한 주소를 입력시키는 저 아이의 내일을 차단할 것인가?
그래도, 그래도 무척이나 밝은 아이들을.... 아무렇지도 않은듯한 아이들을 보며..... 나를 뒤돌아 보게된다.
나는 과연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나는 왜 그들에게로 마음이 쏠려갈까?
물리치료실에서도 만나게 되는 아이들.... 육신이 아플수록 맑은 물을 찰랑찰랑 담고있는 것처럼 영혼이 투명한 아이들~ 누구보다 마음은 반듯하게 건강하다.
누가 그랬다. 어쩜 우리들(성한 사람들)보다 더 행복할른지 모른다고.....
악의 무리에 휩쓸리지 않게 선별해 두시려고 차라리 고통을 주시는 그 분,
멀쩡한 모습으로 멀쩡한 가면을 쓰고 악한이들이 사람들 무리에 섞여서 살고 있다. 사람들은 그 것을 선별해낼 수 없다. 악한 사람들을 무섭게 그리는 만화가의 주인공처럼 사악하게 그려내실 줄 모르는 그 분은 소수의 천사들을 차라리 표나게 선별해 놓으셨다. 이 세상에 천사의 기근이 올까봐서 미리 어쩌지도 못하게 올무로 묶어두셨다.
죄 없는 천사같은 아이들..... 모두 그 마음은 푸른 하늘로 열려있다.
어젠 재활 스포츠실에서 안면있는 한 청년이(반신불수) 자전거를 타다가 곁에 가까이 서 있는 내게 불쑥 뭘 내미는 게 있었다.
너무나 갑작스런 일이라.... 그 짧은 순간은 내 머리에서 슬로 모션으로 부각되었다. 왜 그랬는지 얼른 손이 나오지 않는 나, 온통 머쓱해져서 얼굴이 구겨진 채 그 손을 마악 걷어들이려는 찰나~ 난 아주 순간적으로 그 사탕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또 망설였다. 그 사탕을 입에 물 것인가? 어떻게 처리를 할 것인가에 대하여....
곁눈질로 보고 있는듯한 그 젊은 청년에게 난 내 딸아이를 가르키며 저 아이에게 주겠노라며 고맙다는 말도 건넸다.
런닝머신을 열심히 하고있던 내 딸아이는 갑작스런 사탕출현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내가 가르키는 쪽을 뒤돌아 보다가 고맙다고 눈 인사를 했다.
그런데.... 내,고민은 오늘 아침 식전부터 계속되었다. 뭘 갖다줘야하나? 사탕 한 알에 대한 보답을.. 귤을 줄까? 쵸코렛을 줄까? 아냐 운동 후 갈증이 나니 쥬스를 줄까?
오늘, 마치고 나오는 그 아이에게 음료수를 한 병 건넸지만.... 내일은 우리가 오지 못할거란 말은 차마 건네지 못하였다.
정말 내가 그들에게 건네 주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난 가진 것도 없다. 빈손으로, 하나뿐인 몸뚱이로만 봉사하려해도 지금 내처지가 더 어려울 지경이다.
내 이 작은 소망이, 나의 희망이,
손바닥만한 구름이.....큰비를 만든다는 그런 기적이(열상 18장) 일어 날 수 있을까?
정말 말씀대로 기도하고.....간구 속에살면, 내 스스로의 구원이라도,,,,,, 무언가 달라지는 역사를 그 분은 내게 주실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