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빛***************
생노병사(生老病死)
생노병사란?
병실에 들어와서 다시금 생각해 보는 화두다.
사람의 마음은 하나도 늙지 않는데.....몸은 늙는다.
산에는 나무가 자라고....숲이되고...산림을 이루다가....
어느 날 ....고사목이 되고....
벌목이 되고...산불이 나고.....
죽어 없어진다는 것은 다시 산다는 것이다.
우리 인생도 그럴까?
자손으로 대를 이어 그 속에서 사는 것일까?
변하지 않는 것은 영원할 수가 없다....는 진리,
요즘 쓴다는 이야긴 병실 이야기로 점철되었고, 너무 암울하고 또 무거웠다.
하지만 한달 하고도 10일이 더 되게 병실생활을 하면서 글이라곤 제대로 씌어질 수 없이...
죄다 병원 이야기 뿐임을 어찌하랴~
병실 분위기는 늘 어수선했다.
이 사람이 떠나가면 또 다른 사람....
아니면 차례로 수술을하고...몇 날을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
어느 날 문득 병마로 우울해지는 사람들....
누구 한 사람이 먼저 시작한 그 우울증의 빠른 속도의 감염들...
별로 유쾌할 것 없는 이야기들....
그래서 쓰는 것을 요 며칠 포기 했었다.
내 칼럼으로 딸아이의 소식을 어림짐작하는 아이의 친구가 전화를 해 왔다,
그리고 날 아는 몇 분에게서는 혹시 무슨일이 있냐고 조심스레 물어오셨다.
아마 늘 주기적으로 올라오던 글이 끊기니까....
병원에서?????혹시나...하는 불길한 우려에서일 터이다.
여러분들의 사랑을 ...내 마음의 심란함이란 이유만으로 끊을 수 없어서...
오늘 밤은 이렇게 병실 간이 응접실에 나와 불 밝히고 ....이야기를 풀어놔야겠음을..
90세된 할머니 한 분이 계신다 우리보다 훨씬 더 오래 (입원)되신 분으로
집에서 잘 못 주저 앉으셔서 고관절 부분 뼈가 골절정도가 아니라 거의 분쇄가 되다시피 하셨다는데..
치료중 뭔지 잘못되어 고정해 놓은 뼈가 다 틀어졌단다.
할머닌 3남 5녀를 두셨는데......
아들들에게만 유산 상속을 하셨다 한다.
가장 많이 받은 맏아들은 사업의 실패와 더불어....암으로 먼저 보내고....
아직은 그래도 부유한 며느린...그 재산은 이미 아들이 없앤거나 진배없노라.....
홀로된 처지에 절대 못 모시겠다는 올해 회갑의 연세지만 인테리....아줌마였고
둘째는 내외가 식당을하는 부부인데....잘살지만..차남이고, 맞벌이라 모실 수 없다고 오리발,
세째 아드님도 먼저 보내고 며느님은 개가하여 거의 남남이랜다.
딸5중 하나는 또 벌써 떠나고...(너무 장수하시면 당신 앞에 험한 꼴 보신다는 것이 아마 이 것인가 보다)
딸 넷,,,,
다 잘 살지만....아들에게 유산 다 줘버리고.....
그리고 오빠(둘째)도 있는데....왜 우리들이 모시냐는 것이다.
퇴원하라는 말씀이 나올까봐..늘, 두려워 하던 힐머닌 드디어 그 소식을 접하고 말았다.
늘 표정이 밝았고......현철 태진아...송대관이 노래를 곧 잘 부르셨고....
그들의 과거사 이야기도....우리들에게 들려 줄 정도로....연예계 정보에 아주 밝으셨다.
얼마나 모습도 귀여우신지.....
웃으시면.... 위 오른 쪽으로 겨우 두 개 남은 이가 두 개 쫑긋 먼저 보였으며....
아랫니 댓 개가 전부였다.
가글을 하시라고 권해드리면....오물 오물.....오른쪽으로 오물,,,,왼 쪽으로 오물...
그러다가 꼴까닥 하시고는....."에구 모르고 넘겨 버렸네~~ ㅎㅎㅎ"
하시면서 웃으실 때 보이는 달랑 윗니 두 개......
cf로 찍어도 확실히 뜰 것같은..... 환자복 입은 구순의 귀여운 할머니.....
그런 할머니가.....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의 포즈를 취하기 시작했다.
정작, 가실 곳이 마땅치 않단다.
둘째 아들 내외 집에는 아무도 없다신다.
아들도 없는 첫째 며느린 좀 어려우신가 보았다.
물론 첫째 며느린....자신은 어머니 부축을 못해드릴 만큼 몸도 약할 뿐더러......
모든 형제들이 당번을 정해 오기에....자기네 집은... 불편하게 외따로 있는 것을 내세웠다.
그래서인지 할머니는 병실 생활을 좋아하셨다.
재미도 있고......
자녀들이 차례로 늘 맛있는 것 챙겨다 주시니....마냥 아이처럼 행복해 하셨다.
그러나 막상. 딱이 정해 놓고 가실 곳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어느 한 집을 정해서 가 계신다 하여도 지금처럼... 그렇게 자제분들을 만나 볼 수가 없다고 미리 알고 계셨다.
서로 믿는 마음에..순번을 맡은 당번은 게을러질 터이고.... 맡고 있는 집에선...으례 지천을 당할 것이라고....
할머닌 미리....알고계셨다.
휜히 강 건너 불 바라보듯..예견하고 계셨다.
그냥 아이같은 할머니라 치부해 버리기엔, 참으로 앞질러 생각하시는 놀라운 분이셨다.
그러니...당연, 우울하실 밖에....
그 할머니가 퇴원이 취소되고 다시 재 수술을 해야하신단다.
화장실을 다니시다...환부가 다시 잘 못되신 모양이다.
그 할머니가 오늘 수술을 끝내고 오셨다.
수술 후, 당분간은 연만하신 분이라...
병원생활 두어달은 확보해 놓으셨다.
어디로 가야하나? 하는 숙제도 따라서 두어달 간은 유보 되었다,
그 김할머닌, 수술 후 힘들어 하시다가...
이제사 지금 밤, 10시지나서야.. 깊은 나락의 잠에 막 빠지셨다.
....................................
어젠 밖에 나갔다가 마른가지를 줏어왔다.
한 열흘도 전에 줏어온 낙엽이 너무도 예쁘게 말랐다.
마치 만든 것처럼.... 니스칠 한 것처럼...두꺼운 게, 윤도 나면서.....그렇게,
가짜처럼.....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뻤다.
무슨 나무인지...미루나무 잎사귀처럼 생긴, 약간 마름모의 노란 잎사귀였다.
어제 밤 늦도록 마른 가지에 낙엽 몇 개를 인위적으로 달아 부치고...(오헨리의 마지막 잎새처럼)
제법 굵은 가지엔....연시도 하나 달았다.
억새와 국화꽃과.......
큼지막한 꽃 바구니의 오아시스 두 개는 위의 모든 가을소재를 담아내기에 충분했다.
할머니는 지닌밤에, 오늘 있을 수술을 걱정하시느라 잠을 설치셨다.
한달여를 같이 지내며 정든 나를 불러 세워 ...손을 꼬옥 잡으시며
유언 비슷하게..... 동안 고마웠노라는 말씀을 하셨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시자.... 꽃꽂이 해 둔 것을 보고 좋아라하셨다.
" 할머니...저 연시요.... 할머니 수술 후... 뭘 잡수시게 될 때 따서 드릴 거예요.
저것요 할머니 연시예요 연시에다 김 옥룡 하고 아무도 손 못대게 써 둘 꺼예요."
했더니....연신, 고맙다고 하시며 눈물을 글썽이신다.
잘 마르고 예쁜 낙엽을 보시라며 손에 하나 들려 드렸더니....
예쁘다시며....요리조리 보시며... 입을 맞추신다.
" 낙엽아 너랑 나랑 신세가,,,,똑 같구나~~" 하셔서 우린 손뼉을 쳐 드렸다.
"할머닌 시인이야"
오후 수술을 들어가시는 할머니.....
수술 잘 하고 오시라는 말씀을 전하러 곁에 간 나는" 할머니 아까 그 낙엽 어디 두셨어요?"
" 응 요 아래...." 하시며....반시트 아래를 더듬거리신다.
끼워 두신 것이다.
아마 그 침대 그대로 수술 하실 줄 아시는 모양이시다.
찾아 꺼냈더니.....
" 안 찌그러졌어? 어디 봐바???" 하며 궁금해 하신다.
"아니요" 하면서 건네드렸더니....미리 입고 계시는 수술복을 젖가슴이 보이도록 치겨들고..
거기에다 넣어 달라신다.
그 때... 침대를 끌고 갈 아저씨가 들어 오시자 "에그머니나~~" 하며 옷자락을 내리며 깔깔 웃으셨다.
" 이 것 잘 좀 간수해 주오..나 나오면..그 때 줘~~"
하시며 수술실로 나가셨다.
저녁 때... 우려했던 걱정을 뒤엎고..... 젊은 환자들 보다 회복도 더 빠르게...
얼굴도 잘 붓지 않은 모습으로 ... 건강하게 돌아오셨다.
자꾸만 쏟아지는 잠,...... 몽롱한 잠이 마구 쏟아지는 할머니....
긴---호흡도 해야하고...잠도 당분간은 못 주무시게 해야하고......
난 낙엽을 들고 할머니께 다가갔다.
"할머니....여기 할머니 낙엽~~~ "
눈을 뜨신 할머니....날 더러 씨익 웃으시며 손을 잡으신다. 그리고는 낙엽을 받아
입에다 가져다 대고...입맞춤을 하신다.
" 자 할머니.......이렇게...푸후~!! " 하며 내가 낙엽이 흔들리도록.... 쎈 입김을 불자.
" 할머닌 제법 몇번 따라하시더니....에구 기운이 읍써~ "
"할머니, 할머니 낙엽 내일 또 드릴게요"
고개를 끄덕이며....애기처럼 만족해하는 할머니...
지금은잠의 나락에 빠지신듯 곤히 주무신다.
나이가 무슨 상관이랴~
90이라고 마음마저 90일 수는 없을 터~~
할머니는 그 누구보다...더....
봄빛 같은 마음을 갖고 계신다.
과연 다 낫고나면.....할머니가 가실 곳은 어디일까?
어느 곳일까?
스산한 가을 날 뒹구는 낙엽처럼...
할머니가 가셔야 할 곳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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