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리 위에... 왼쪽/양반배꼽, 오른쪽/쌍놈배꼽
자월도,
이른 점심으로 소라 한 접시와 삶은 감자와 뜨끈한 바지락 한 대접을 배불리 먹고는
개펄로 나갔습니다.
우리 집 그이는 반바지는 죽어도 안 입겠다고 고집하는 사람입니다.
집안에서는 곧잘 입어도 바깥에서는 못 입겠답니다.
뭐, 다리가 약하다나요.
그 다리 나랑 좀 바꾸어 주지~~
나란히 누워서 TV를 볼라치면 어떨 때는 이불로 슬그머니 내 다리를 덮어버립니다.
누가 남정네 다리고 누가 여인네 다린지..정말 민망하게도 구분이 가지 않아서 입니다.
사진에 긴 바지 입고 조개 캐는 옷이 개펄 작업복입니다.
또는 맨발로 다니기에도 엄두를 내질 않아...
승봉도에 갔을 때도 바윗돌 있는 곳은 양말을 신었지만 근처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따갑다고..해서 이 번에는 집에서 신다 버릴 실내 슬리퍼를 신게 했습니다.
슬리퍼를 신고 개펄을 다니니...뻘물이 등어리까지 퉁겨 올랐습니다.
ㅋㅋㅋ~~
혼자보기 아까운 장관인 뒷모습...혼자보며 즐겼습니다.
나중에사 물 수건으로 쓰윽슥.... 닦아 주었지만요.
한켠에서는 아이들을 데리고 온 처녀 선생님이 뭘 묻습니다.
"뭐가 좀 있어요?"
붉은 양파자루를 들고 다니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생태학습을 나왔다는데.. 어쩌면 그리도 미리 답사도 않고 나왔는지..물때도 모르고,
저도 실은 시흥 집에 가서 출발하기 전 날 제 컴텨에 있는 자월도 정보를 다시 정확히 보려고 그냥 나왔는데...
지난주에 대청소하느라..컴텨 자리를 옮겼더니..뭐가 잘 못 되었는지
인터넷 연결이 되질 않아서 막연히 떠나 왔거든요.
창문 곁에 있던 컴텨가 빗물이 스민 탓인지 전원을 넣자 팍팍..하는 스파크 소리를 냈었거든 요.
하루쯤...두었다가 ..드라이로 말리기도...그리고는 잘 되는 것을 확인한 다음 컴텨 자리를 옮겼는데,
ㅡ,.ㅜ
...................
이제야 생각하니..
망태에든 밤게(집에 와서야 인터넷으로 앎)도 보여주고 잡힌 채로도 짝짓기 모습 그대로인 게..
그리고 유일하게 밤게는 앞으로 간다는 것도 보여줄 걸..
후회를 했습니다.
그리고 늘 자주 먹는 바지락이지만 알록달록 무늬가 다 다른 것도, 이 모든 게 아이들에게는
흥미로웠을 텐데,.. 일순 아가씨 선생님의 무지함에 혀가 끌끌 차졌습니다.
인터넷으로 조금만 신경 쓰고 검색을 해봐도...
장골해수욕장엔 다슬기와 밤게가 많고
큰말 해수욕장엔 바지락이 많습니다.
장골해수욕장과 큰말 해수욕장을 가로지르는 작은 섬엔 햇빛에 바랜..하얗고 깨끗한 조가비가 숱하게 널려 있었습니다.
아직은 소년같은 그가 자꾸만 돌맹이를 줏어다 내 코앞에다 디밉니다.
'이쁘지...?"
그 말은 가져 가자는 말로 들립니다.
'버려요"
단호하게 이야기 합니다.
"자세히 봐봐..이쁘잖아..."
"그래요 알았어요 접수할게요"
그래서 셋중에 하나만 접수해도 몇 개인지 모르겠는데.....오다가 슬그머니..또 버리고....(흐~~)
그는 그래도 조개를 캐겠다고 열심히 끙끙거리며 땅을 팝니다.
개펄이라지만 정작에 고운 모래밭입니다.
호미로 조금만 긁어도 바로 드러나는 개펄입니다.
푹-푹 빠지지 않는 개펄이라 너무 좋습니다.
저는 다른 쪽에서 모래에다 그림도 그리느라 정신을 놓친 사이 바람에 날아가는 오렌지색 우산을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나는..막상 보지도 않았던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립니다.
해변 가에서 마지막 장면이 오렌지색 파라솔이 날아서 하늘 높이 바람에 날리게 했다는 이젠 제목도 모를 그 영화를 떠올리며...에필로그, 그 장면 찍기가 그렇게도 어려웠다는데...
전..눈으로 제 우산의 멋진 비상을 목격했거든요.
또 날리면 찍어봐야지 기다렸는데...모자가 날릴 정도로 바람이 불었지만...
두 번 다시 파라솔은 하늘 높이 날리질 않았습니다.
마눌이 한 눈 파는 그 사이에 글쎄
조개를 패는 그이가 역시나 한 눈을 팔고 있군요.
얼른 다가갔더니 한 섬 아낙과 열심히 정담 중에 있습니다.
"헉! 이런 벌써 전화번호를 건네 받았는데... 기억이 좋지 않아 가물가물 애 먹습니다."
'그러게..젊어서 뭐든 하랬다고.. 여인네 전화번호도 하나 못 챙기면서'
안타까운 영감을 대신해서 제가 전화번호를 입력해 둘려 해도 마찬가집니다.
인천 전화국? 아니 옹진군에서 잘못입니까?
전화로 민박해서 먹고살아야 할 주민들에게 제일 허접한, 온갖 부스러기 숫자,
외우기 어려운 숫자로만 난립하게...조합된...
저희 집만 해도 끝 번호가 2244, 아니면 제 핸펀 끝자리 1919(아이구 아이구, 삼일절) 좀 좋습니까?
아들넘은 아예 끝자리가 8888입니다.
8은 중국사람들 환장하는 숫자지요.
팔..발음이 發로 읽어진다나요 해서 가장 멋진 숫자로 8만 들어가면 자동차든 뭐든 비싸다 그러네요.
겨우 쉬운 걸로 하나 건졌습니다.
뭍으로 시집간 딸이 와서는 한여름에 도와준답니다.
011-445-7237
팬션보다는 민박이 나을 것 같습니다.
아주머니 말씀이 그릇도 불도 다 쓰랍니다.
집에 캐논 양파도 감자도 조개도 있답니다. 풋고추도 그저 잡숫고 싶은대로 먹으랍니다.
울 집 양반은 마눌이 준비해간 넓적한 콩밭 매는 호미로 개펄을 일구고 있습니다.
아마도 개펄이 남편 덕에 숨을 쉬고 조개가 살판이 날 것 같습니다.
조개는 줍지도 못하고 그냥 벅-벅 파기만 합니다.
그래도 눈먼 장님 문고리 잡듯. 황소 뒷발로 개구리 잡듯..몇 개는 건져 올립니다.
사리 때가 제일 좋다는군요.
16,17,18일, 사리 때, 조개를 캐기에는 조수간만의 차가 제일 심하니까 아주 재미있다 그러네요.
아주머니가 바지락을 캐다가 무얼 자꾸 던져 줍니다.
양반 조개라나요 실제 이름은 잊었습니다.
또 하나 던져주며..이 건 쌍놈 조개랍니다. 무식쟁이 제가 봐도
가무잡잡한 게 쌍놈 조개가 더 맛나게 생겼습니다.
아주머니도 그렇다고 하네요.
요즘 양반들(서울양반들 지칭)다 도둑놈이랍니다.
자기네들처럼 개펄 파서 노동으로 먹고사는 사람이 쌍놈 아니고 뭐냐고 그럽니다.
우린, 공무원도 삐까번쩍 잘 나가는 서울 사람도 아닌 민초ㄴ 데도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아주머니의 호미 질에 힘이 팍 팍 들어갔습니다.
슬그머니 다른 아주머니에게로 갔습니다.
"저리로 가세요~"
'어이쿠.. 이런'
" 죄송해요 아주머니..제가 방해가 됐군요?"
" 아녜요. 지가 감기가 무지 들어서..."
'아, 이런..그런 거라면 옮아도 좋은데..난 또...'
"깜짝 놀랬잖아요. 그럼 집에서 좀 쉬시잖코~"
"맨날 찬물에 목욕하고 땡볕에 일하고... 그러니 나아야지요"
" 물 데워서 목욕하세요 오뉴월 감기는 걸렸다 하면 사람 욕보게 만들어요~
빨리 낫구세요"
아! 말 한마디에서도 정이 뚝`뚝~ 묻어나는 순박한 섬사람들...
난 승봉도에 갔을 때..민박이면 여름 한달 만 해도 돈이 얼마? 하며 양 손구락으로
계산을 해보며 나도 정리해서 이 곳으로 와? 하는 생각을 했건만,
한참을 놀다가 보니 노출한 어깨도 쓰라리고 집에도 가야겠고...점심때..여러 가지로 배를 채운 뒤라
식욕이 댕기지 않았기에 반신반의하며 냉면을 시켰는데..
열무 냉면이 그렇게 기가 막힐 줄이야...가격도 3000원이랍니다.
언제 열무냉면 먹으러라도 다시 들어 갈랍니다.
그 집은 모두 딸네들이 와서 일을 도우는 것 같은데.. 다들 미녀고 키도 무지들 큽니다.
가만 명함이... 전화번호가..어디에?
에에이~~ 암튼 장골식당임엔 분명한데...장골해수욕장 앞, 장골식당입니다.
개펄에 가시려면 짐이나 신발을 맡기셔도 됩니다.
우리가 그랬으니까요.
선착장까지 사진을 찍으며 걸어나오는데... 그 곳 봉고차가 지나치며 묻습니다.
"타세요~~"
또 차를 가져 온 일반인이 차를 세우고는 "태워드릴까요?"
합니다.
그저 기분이 좋습니다.
이 좋은 길을 왜 차를 타고 가냐구요? 거리도 얼마 되지 않는 기막힌 바닷길을...
집에 와서는 모래 투성이인 다슬기와 바지락을 수십 번도 더 씻고 다음날 오전까지 해감을 뺐습니다.
왜냐고요?
양반조개와 쌍놈조개의 맛을 확실히 구분해 보려고요
지독한 장금아지매의 고집으로 맛을 보긴 보았지요.
생선말고는 조개처럼 생긴 거라면?
젤 좋아하는 전복, 그리고 대합 그리고 홍합정도가 고작인데...아..성게도 좋아해요.
그런데.. 양반조개와 쌍놈 조개 맛은 굉장히 좋았어요.
물론 쌍놈 조개가 확실히 더 맛있었어요.
근데..그 맛을 가리기 위해 무수한 모래가 바스럭 거리는 데도 씹고 있었던
깡통 줌마장금의 ..바보스러움을 아실란가?
이 글줄 하나 남기기 위해서.....
2004년 7월 25일
줏어온 돌과 조개로 그의 방에 두고오며...
불가사리는 버렸습니다.
해변에서 저절로 마른 게 아니라, 실제 산거라..냄새가 났습니다.
옛날 바닷가에서 오래 전 말라 죽은 불가사리와 조개껍질을 갖다 둔 생각만하고 가져왔더니...자꾸만 냄새가.... 에효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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