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앞 글에서도 이야기 했듯...

12월 20~27일 일주일간은 내게 있어 잠도 오지 않는 편편찮은 시간이었다.


해마다 동지팥죽을 끓이는 내가 그 행사도 패스~

27일 지나서는 마음의 평정을 찾았는지 죽을 끓이려니 팥이 없다. 동부콩일까?

팥도 아닌 낯 선 콩으로 죽을 쑤었다.

불린쌀이 좀 많았는지..죽이 아니라 밥이다.

뻑뻑하다. ㅋ


빛은 흐려도 죽은 유난히 고소하다.

그럼 새알심은?

TIP

봄에 쑥을 넣어서 갈아왔던 쌀가루가 좀 남아있어서 비닐봉지에 넣고 익반죽을 해서 치댔더니 참 편리하다.

그 반죽으로 새알심을 만들었더니 그릇 버릴 염려도 없고 그랬는데...새알심이 녹색이다. ㅎ

올해는 동치미 만들기도 거르고 무짠지로 동치미를 대신해 본다.

뒤늦게라도 동지팥죽을 끓여 먹고나니 마음이 편타.





2/ 새알심도 개떡같이 대충 만들어 놓고 몇 갠가 세어보니  만들다가 귀찮아 넙더데하고 만든 개떡 4개 포함 총35개!


이런! 겨우 내 나이 절반을 만들어 놓고 힘들어 하다니....그 긴-세월 동안 난 과연 어떤 인생을 살아왔을까?


공자님의 논어 위정편에서 사람의 나이가  40이면 불혹이요.

50이면 지천명이라(하늘의 뜻을 앎)

60이 되면 이순(耳順)이라 말씀하셨다.

이는 60세가 되자 귀가 순해졌다(六十而耳順). 귀가 순해졌다는 것은 "남이 어떤 말을 해도 곧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고 실천해야한다"는 뜻일거다.


나이 칠십은
<칠십이종심소유불유급>이라
마음먹은 대로 행해도 이치에 벗어나지 않는다.


나는?

나는 과연 이순(耳順)을 잘 지내고 이제는 내 마음 먹은대로 행해도 이치에 벗어나지 않을 나이에 들어선 건가?

정말 그래도 모든 도리에 어긋나지 않을 나이에 들어선 걸까?


요즘은 아주 작은 일에도 마음이 쓰이는 게

오히려 예전만 못하다.

나이가 들면 마음이 느긋하고 뭔가 안되면 놓아버리면 될 것을...안절부절 못하다.

그러다가 불면증이 오고 천식증세도 오고 아프다.

오호 애재라!

나, 정말 우야믄 좋노?  기도제목이다.





 

동지팥죽 새알심 조금 남겨두었다.

먹다남은 미역국에 넣고는 들깨가루를 넣었다.

그리고 먹을 때 들기름을 치고 먹으니....(들기름ㅋㅋ오버)

저녁 때 아들둘이 잘 먹었는데 특히 막내 종열이가 제일 잘 먹는다. 

.

.

나 늙어가나보다.

요즘 얼마나 요리포스팅에 관심이 없는지 아무런 세팅도 하지않고 실제 먹는 그대로 사진을 찍는다.

요 아래는 지지난해 동지팥죽...누가 그랬다 동치미 그릇 맘에 안든다고.....그랬는데

이마저도 요즘은 잘 되질 않는다.

동치미도 무만 건져내어 쑹덩쑹덩~~ (그 아래 사진)

여름이라고 넣어둔 유기그릇세트도 꺼내지 못하고 지나간다.

.

.

요는 막내가 들깨 넣은 미역국에 옹심이 든 음식을 잘먹어준다는 점이다.

 

▶이 음식이름이 뭐예요?

▶응?

▶미역옹심이국? 옹심이미역국??

▶ㅋㅋㅋㅎㅎㅎㅎㅎㅎㅎ

 

 

쌀가루 또 준비해 빻아둬야겠다.

무떡도 한 번 해먹어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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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동지날이다.

팥죽을 먹는날!!

 

너희들 어렸을 때는 일부러 쌀가루를 빻아다 놓고는

고사리손을 가진 너희들을 불러다 앉혀놓고 새알심을 빚었다.

그래야만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공유할 추억거리가 생기지 않느냐?

 

그런 연습덕분인지

막내 종열이 혼자 새알심 130여개를 금방 비벼내는구나

그것도 예전 엄마에게 배웠던 솜씨 녹쓸지않고 고대로 잘 해내는구나

 

팥은 붉은색이어서 주술적인 의미로는 역신을 쫓아낸다고 믿었다.

동지는 아세라고 해서 곧 작은 설,

해가 다시 살아나니(길어지는) 새해라고 생각했다.

팥죽속에 든 새알을 먹고나면 비로소 한 살 더 먹는다고 했다.

 

동지는

그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때맞춰 팥을 삶아 그 물을 가지고

외양간, 고방, 정지깐, 가옥의 네귀퉁이, 문설주를 돌아가며  솔잎에 묻혀서 뿌렸다.

 

액막음을 하고 돌아오는 새해에는

모두 건강하고 무탈하기를 빌었던 게지 

 

일년중 24절기는 양력이지만

음력으로 초순경에 든 동지는 애동지라 하여서 팥죽을 끓이지 않았다.

 

팥죽을 한 번 끓여보자꾸나!!

 

팥은 국산으로 잘 사야한다. 요즘은 중국산과 크게 다를바 없어 자칫 잘못 사기쉽다.

중국팥은 더디 무르고 꼬슨맛이 덜하다.

 

오늘은 팥죽 12그릇 분량이지만 팥은 곱절로 삶았다.

왜냐면  팥 칼국수도 먹고싶어서..... .

 

아래 사진속의 재료는 팥 1100g(팥죽에는 600g)이다.

그러니까 5그릇 분량이라면 250g이면 적당하겠다.

팥은 톡톡하게 진하면 물론 더 맛있다.

 

팥죽 12인분/팥 600g 물 2리터, 멥쌀가루 5컵, 찹쌀가루 1컵, 불린쌀 2컵, 소금약간,

 

1/압력솥에 팥을 삶는다.  (사진에는 팥이 2배) 

뚜껑 잠그기 전에 부르르 끓으면 애벌물은 버린다.(떫은 맛)

 

 

2/팥물을  따뤄낸다.

 

 

3/ 껍질 채 도깨비방망이로 갈아버린다.

(요즘은 기구가 좋아서  순간적으로 아주 곱게 잘 갈아짐) 

 

절반 조금 못되게 덜어 놓고 (팥칼국수용으로 따로 보관) 

방앗간에서 빻아올 때 매직으로 글을 써 온다. 남은 것은 냉동실에 두고 사용한다.

멥쌀 800g, 찹쌀 800g 에 합해서 9,000원

 

새알심은 전 찹쌀가루로 하게되면 나중에 새알심 형체가 녹아져 없어진다.

(시중에 파는 가루로 된 찹쌀가루는 100%가 아니니 괜찮음)

 

 

4/멥쌀과 5:1 찹살을 섞어야 좋다.

반 컵의 물로 익반죽한 후, 새알심을 만든다.

 

 

 팥죽은 부르르 끓어 넘치므로 저으면서 곁에 서 있어야 한다.

막내가 어렸을적 실력을 발휘....곧잘 한다.

 

 

작은 반죽 두 개를 만들어

 

 

손바닥 위에 올리고 

 

 

한꺼번에 돌리며 비벼준다. 

 

 

같은 속도, 같은 압박이면 같은 새알이 만들어진다.

 

 

<엄마! 어때요. 2개 예쁘지요?> 

<얌마, 새알은 뜨거운데 들어가면 예쁜건 몰라~>

 

 

135개라나...뭐라나..... 

 

팥죽을 끓이려면 나무주걱은 필수

앞에 있는 큰주걱이 친정어머님이 사주신 것! (30여년전)

팥은 끓을 때 튀므로 화상을 조심하려면 주걱자루가 긴 게 좋고...

죽을 저으려면 나무주걱은 필수다.

 

 

  5/팥물과 팥앙금과 물 2리터를 붓고 간간히 저어주며  끓인다.

이때 끓으면서 넘쳐나니 요주의!!

 

 

6/팥물이 끓으면 불린 쌀 2컵을 넣는다.

 이 때 쌀이 너무 많아지면 죽이 빡빡하게 되어짐

팥죽은 훌렁하게 무른 것이 내 입맛에는 좋더라!

 

 

7/쌀을 건져 보아 익었다 싶으면  

 

 

8/팥물이 튀지 않도록 조심하며 새알심을 넣는다. 

 

 

9/익어가면 새알심이 떠오르기 시작한단다. 

 

 

10/소금은 물에다가 녹여서 그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맛을 보면

간보기에 틀림이 없다.  호염(굵은소금)이 좋다. 

 

 

11/간도 맞추었고 죽도 다 끓었다. 

 

 

12/불을 끄고 솥 뚜껑을 잠시 닫고 죽이 부드럽게 퍼지도록 5~10분쯤 뜸을 들인다.

 

 

 13/뜸들이는 시간에

팥죽과 궁합이 맞는 음식! 동치미를 마련해서 함께 낸다.

 

 

 아마도 동치미 맛의 절정이 연말연시 이 때가 아닌가 한다.

 

 

 가족들 먹이려고

아침에 만들 시간이 없어 21일 밤 10시에 만들었다.

모처럼 식구들이 야참을 먹은 날이다.

죽도 너무 맛나고

동치미도 아주 맛있게 익었단다.

 

 

 

혹,  못 끓이셨다면,

팥 사다가 저녁에라도 죽 한 번 끓여 보시는 건 어떨까요?

아이들  앉혀두고 새알심 만들기도 하면서....

 

동짓날 기나긴-밤을....

가족끼리 오순도순~~

 

스크랩 열어두었습니다.

죽 맘껏 드시라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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