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그렇게도 고대하던 봄이다!
알러지 감기가 낫지않아 겨우내 빌빌대며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했더니 보다못한 동네 주치의같은 의원쌤님 말쌈이
<봄이오면 햇살 좀 많이 받으면 금세 나아질거예요~~>
정말이다. 볕 도타와지자 .....육신이 습해서 그랬는지...내 몸에 곰팡이 같은 걸 바싹 말려서 탁탁 털어내버렸는지 바삭바삭 개운해졌다.
도타운 봄볕에 무말랭이를 말리고...청둥호박을 말리고...나도 말렸다.
엉덩이를 치켜들고 몸을 구부린 채 하나 하나 뒤집다가 내가 우리엄니 그대로 흉내내는 것 같아서 깜짝 놀랬다.
흡사 몇 해 전 보내드린 울 어무이(시) 몸짓이다.
얼른 놀라서 엉덩이를 내리고 쪼그려트려 앉아서 무도 뒤집고 호박도 뒤집고 다시마자반도 김자반도 뒤집는다.
어느결에 나도 나이 들어가는 갑다. 이렇게 할머니가 되어가는 갑다.
지난 해 여름도 다 갈 무렵 강에 나갔다가 큰 돌덩이를 하나 줏어왔다.
내 눈에는 분명 비천무였다. 돌이 30kg은 좋이 될 것 같아 .....남자 둘을 번갈아 힘들게 하며 차에다 싣고 온 돌이다.
비천...서양에서는 날개달린 천사가 있다면 동양에서는 어깨 위에 날개처럼 걸친 천을 바람에 펄펄~~날리며~하늘을 난다.
나뭇군과 선녀에서도 선녀의 날개옷이 그랬다.
그런 날개옷이다.
그렇게 줏어와서는 그냥...마당에 내던져 둔 비천무石, 그 앞에 그냥 갖다 놓은 아마릴리스 꽃봉오리가 고혹적인 붉은 빛으로 솟구치자
비천무가 불현듯 봄바람에 살아나기 시작했다.
아! 이래서 봄인가 보다.
모든 만물이 비천무의 날개옷을 입은 듯, 그렇게 하늘로 향해 날아오르는 몸짓이다.
해마다 집안 뜨락을 서성이며 봄소식을 담아내던 일도 한갑자 살고나자 매사 세상사 모든 것이 시들해 보였는데....
오늘에사 말고 제대로 춘흥에 겨워 발동이 걸렸나 보다.
겨우내 죽은줄로만 알았던 마당안의 진달래도 피어나고 대문 밖으로 뛰쳐나가 목련 개나리를 찍어보았는데...
모두들 하늘로 향하는 비천의 날개옷을 입고 있는 걸 이제사 본 것이다. 봄이다!
훨훨 날아 오르자.
봄의 비천무
봄을 부르는
나긋한 비천무의 진달래 수술!!
남산제비꽃도 앙징맞은 비천의 몸짓이요!
개나리도 수줍은 듯 비천을 꿈꾸며,
자목련도 하늘을 향한 비천의 기도를 드리고...
갓 피어나는 수수꽃다리 새순도
양손을 가지런히 모아 마악 비천무를 추려는 중이다.
백목련은 비천을 시작한 치맛자락으로 흐드러지는 중이다.
화사한 비천의 봄!
화려한 군무,
비천무다.
이요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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