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초당 자료출처:강진사랑
음악듣기-청솔의 恨
차를 마시며 글/송희석
연전에 동료 교사인 소설가. 수필가등 지인들과 남도 여행을
다녀왔다.
경상도 지역은 수학여행이나 신혼여행때 들러본 곳이
많지만 정작 고향인 전라도 땅은 그렇지 못했다.
멀리만 느껴지던 남도의 산수도 그렇거니와 말로만 듣던
전라도 풍물을 직접 보고 확인한다는 자부심도 대단해
줄곧 가슴이 설레였다.
남도의 본고장 목포의 유달산과 남농기념관을 거쳐
고산 윤선도 선생이 < 어부사시사>를 남긴 보길도
부용동까지 배를 타고 찿아들었다.
연일 계속되는 고된 여정에다 그고장 해산물로 독주를
마신 까닭에 몸은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파도소리에 밤잠을 설친 우리들은 날이 밝자 마자 첫배를
타고 보길도를 빠져나왔다.
완도에서 아침 해장을 하고 곧바로 남해안 국도를 타고
순천이나 여수쪽을 향해 달렷다.
예정에도 없던 이정표가 눈앞에 다가왔다.
강진 2키로미터를 남겨둔 지점에 <다산초당>입구가 나타났다.
다산 정약용 선생.....순천이나 여수가 일정에 있던
목적지도 아니었다.가다가 쉬고 싶으면 쉬고 머물고 싶으면
목로집을 찿는 그야말로 발 닿는 대로의 여행이였기에 일행의
의견만 맞으면 여정이 되었다.
다산 정약용
하늘을 치솟는 대나무와 해송! 우거진 산자락도 에사롭지
않았다. 여기가 18년 유배지라니.....도무지 믿기지 않을
만큼 산세가 순하고 풍광이 다사로웠다.
다산초당은 자라등같은 섬과 섬사이의 바다를 내다보고
앉아 있엇다.귀한 손님들이 찿아주었다며 산지기 노인이
직접 녹차를 달였다.
우리들은 차가 알맞게 다려질 동안 <목민심서>를 집필하고
<시경강의>와 <아언각비>를 구상했다는 외채와 정자를
두루 살폈다.선생이 직접 차를 재배한 차밭도 초가 뒤켠에
있었다.다산초당을 내려와 노인과 작별할 무렵이었다.
설친 잠때문에 머리를 짓누르던 두통이 어느새
가시었다. 계속되는 과음과 여독에 찌들었던 몸이
가벼워진 것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초당에서 거푸 석잔이나 마신
녹차였다. 다산선생이 직접 차를 재배하여 달여 마시던
그 터밭에서 나온 녹차닢에 묻어나던 은근한 바람소리....
여행을 마치자 나는 요선동에 있는 불고문화원을 찿아가
찻잔과 녹차를 샀다.녹차 마시는 내모습을 알고
중국 여행길에 녹차를 선물하는 선배도 있었다.
여동생이 일본산 녹차를 가져오기도 했다.
어떤 선물보다 소중하고 넉넉하게 느꼈다.
그러나 내가 직접 차를 고르고 비싼 대가를 치르는
수고야 말로 가장 차맛이 우러나는 사실도 알았다.
다향과 차맛을 알기까지 10여년!
아직도 다산초당에서 느낀 입안 가득 흐르던 고요를
잊을 수 없다.
다산초당 현판
오늘 새벽에도 차를 달여 마시며 이글을 썼다.
창밖에는 다산초당에서 캐어다 심은 청죽이 강릉
오죽과 함께 나란히 나를 쳐다보고 있다.
차를 마시며 다향과 함께 썼던 내 논문들이
그래도 대학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음을 생각하면
마음은 늘 부자이다.
다향과 함께 하는 독서도 내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영랑 김윤식 시인>
모란꽃밭 너머의 영랑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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