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 이즈음의 들녘을 거닐어 보자.

마지막 햇살 받으며 초록물결 넘실거리는

보리밭이 좋으리라.

노을 묻혀오는 바람에 보리들은 춤을 춘다.

자진모리 장단과 진양조 장단이 교대로

이어지면 보리들은 여기에 맞추어

넘실거리며 춤을 춘다.

5월의 청보리밭은 세상 가장 푸근한

초록이었다. 처녀들은 밭두렁의 쑥을

캐면서, 까까머리 머슴애들은 버들피리

불면서 보리 익기만 기다리던 희망의

색깔이었다.

해질 무렵의 보리밭은 모두의 유년시절

기억이 묻어있다.

하루 일과를 마감하려는 새들의 분주한

재잘거림이 정겹게 들릴 무렵, 종일 풀을

뜯어 배가 남산만하게 부른 암소 한 마리가

무덤가에서 느림 울음 길게 토해 내면

원인모를 슬픔 덜컥 밀려 온다. 그게 너와

나의 어린날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청보리가 가장 좋은 곳은

포항 호미곶이다.

이곳은 바다 바람이 강해서 쌀농사를 지을 수

없어 보리만 키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매년

이맘때면 청보리 축제를 연다.

그 호미곶 청보리 들녁에 서서 보리의 강렬한

생명력을 느껴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나온 날과 살아갈 날을 한 번 쯤 보듬어 보면서...


* 님들 좋은 하루!!


瑞卿





누웠다.
말없는 그리움으로,

누워있다.
말없는 목마름으로,

누워있었다.
말없는 피끓음으로,

누워 있었습니다.
.
.
.

누워있는 님의 베게머리에 송화가루는 수북하고,
잊혀져버린 님의 그리움에 나는 목이 메입니다.

타인인양,
무심히 스쳐버린 기-인 세월,
당신의 기다림에 화답치 못한 나는
당신의 목마름에 이슬로 피어납니다.

이제는 하나되어 만난 우리,
당신이 흘리시는 절절한 피빛 울음에
내 속살은 기어이 찢어졌습니다.

찢어진 속살사이 흘러내리던 양귀비 꽃물.
양귀비 꽃물로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당신과 나는 이제 남남이 아닙니다.
꽃물로 수놓은 아름다운 세상에서
님 만날 때까지,
당신의 옆자리에 누울 때까지,
님 그리워하며
그렇게 살겠습니다.

빛고을 광주,
5.18 묘역을 다녀와서
스러져 간 젊고, 늙은 많은 넋을 기립니다.


최영옥



그러니까

우렁각시 같은, 밤톨만한 다섯 놈을 떠맡게 된 것은
순전히 내 가벼운 세치 혀의 방정 때문이었다.

그 날 나는 남편을 따라 그의 친구 집을 방문하게 되었었는데
나만 보면 유독 스스로를 <노지심>이라고 자처하는 그 분은
온 집안에 널널하게 벌려놓고 세상의 온갖 것들을 키우기를 좋아했다.

온갖 기묘한 분재며 수집한 난초들과 물고기와 강아지와 .....거기에
나에게 새로운 운명의 짐을 지워준 그 녀석들까지.
실은 녀석들은 그 부인의 몫이었지만
부부가 이상한 습관이 있어서 서로 상대방의 소유를 업신여기고 헐뜯고
마구 아무에게나 주어버리려고 하는,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들을 즐기곤 했는데
하필 그 날 내가 그들의 놀이에 희생제물이 된 것이다.

“사모님, 우리 달팽이 녀석들 좀 구경하시겠습니까?”
“네? 달팽이도 키우십니까?
“그럼요, 여보 마눌, 당신 달팽이들 좀 구경시켜 드려.”

나는 달팽이도 집에서 애완으로 기를 수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신기했다.
어쩌다 배추 단에 묻어 들어오는 민달팽이나 개구리 따위를 절대로 죽이지 않고
베란다의 화분들 속에서 살도록 놓아두던 나로서는
녀석들이 유리단지 안에서 그 미끈하고 허연 목을 드러낸 채로 유유히 포행하며
거드름을 피우는가 하면 접었다 폈다하는 안테나의 모습까지
그렇게 신선하고 사랑스러워 보일 수가 없었던 거다.

“어머, 예쁘네요.”
나는 웬만하면 멋있다고 하고, 좋다고 하고, 예쁘다고 하고, 맛있다고 하는 버릇이 있다.
나쁠 것 없지 않은가?
듣는 이는 기분 좋고, 말하는 이는 매너가 좋은 아낙이란 인상을 줄 수 있어서 좋고........

“정말이세요?”
그 때 저만치서 남편에게 새로 촉을 나눈 자신의 난초화분을 보여주던 그녀의 남편이
어느새 그림자처럼 다가와서는
“여보 마눌, 당장 이거 싸드려. 응? 응? 알았지?”
기가 막혀.
노지심 아저씨께서 예의 그 습관이 발동하기 시작한 거다.

금세 달팽이 세간 낼 한살림이 차려져 대기 상태가 되어졌다.
어쩌랴. 예쁘다고 한 죄로 9마리중 5마리의 달팽이를 분양받게 된 것이다.
그녀도 질세라
“여보, 제주 한란 몇 촉 싸드리세요.
딴 것도 맘에 드시는 거 있나 더 살펴보시구요.“

하하.
얼결에 우린 난초 화분 서너개와 달팽이 단지를 안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마눌의 식구를 내어 쫒으며 득의만면 회심의 미소를 짓던
그 노지심 아저씨의 짓궂은 모습이 아직도 눈에 삼삼하다.








요즈음 매스콤을 통하여 우리는 '조기유학이다','영재교육','사교육의 붐' 등이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고, 모두가 학벌과 일등주의에 동참아닌 동참을 하면서도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서는 모두가 일등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내 자식도 자식의 능력에 관계없이 그 대
열에 반드시 끼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잡혀 있는 우리도 그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사람
으로 태어난 이상 그 누구도 한가지 이상은 남이 가지지 못한 능력이 있음에도 우리는 사회
의 잣대로 자식의 능력을 평가하고 또한, 평가대상이 되길 바랍니다.

우리가 쉽게 하는 말로 '직업에 귀천이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말로 사회에는 직업에
귀천이 없는 것일까?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역시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남에게 좋게 말하고자 하는 것일 뿐, 실제로는 직업에 귀천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자식이 남보다 더 잘 되길 바라지 않는 부모는 이 세상에 없겠지만 진정으로 자식의 능력을
알고, 갖고 있는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주길 바라는 부모도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봅니다.

높은 산이 있으면 낮은 산도 있어야 하고, 깊은 골짜기가 있으면 낮은 골짜기도 있고, 키
큰 나무가 있으면 키가 작은 나무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인간에게도 잘 난 사람이 있
으면 못 난 사람도 있고, 키 큰 사람이 있으면 작은 사람도 있어야 하듯이, 서로가 함께 있
어야 조화를 이루는 것이지요.

우리의 삶은 그렇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법인데도.. 우리는 늘 크고 멋진 것만 추구하
는 것은 아닌지... 왜 우리는 일등만이 환영을 받아야만 하며, 그 이외는 무시되어야 하는
사회에 내 자식을 무작정 내몰아야 하는지!

올곧게 자란 나무는 잘려 재목으로 쓰여지지만, 굽은 나무는 재목으로 쓰여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 자식들도 올곧게 자라길 바라는 것일까요? 올곧게 자란 나무는 제 멋에 자라지만 굽은
나무처럼 그늘을 만들어 주지는 못합니다.

진정으로 자식이 잘되길 바란다면, 가치있는 인간이 되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자신의 능력만 믿고 이기적인 삶을 사는 사람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사람으로, 남보다 앞서
지는 못해도 뒤에서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크게 능력을 발휘하지는 못하지만 주어
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 할줄 아는 사람으로, 비록 굽어져 좋은 재목으로 사용되지는 못하지
만, 선산을 지킬 줄 아는 나무처럼 나름대로의 능력을 내 세우지 않고 남의 그늘이 되어
주는 사람으로 우리 자식을 키울 수는 없을까요?

저 역시 현시류에 동참하려는 아버지라는 사실을 부끄러워 하면서 아이들 문제로 답답한 마음
에 내 자식은 이런 사람이였으면 하는 바램으로 주제넘게 몇자 적어 봅니다.






▒ 山寺의 아침 ▒




山寺는

빛보다 먼저 깨어 있었다




명부전 노승의

낭낭한 불경 소리




용마루 에서 깃을 닦고

태몽을 깬 멧 비둘기 한쌍




마당에 내려와

탑돌이 한다




아침은 어슴프레

늑장 부리고




굴참나무

이파리에 모은 이슬을

바쁘게 거둔다





- 홀로쓰는詩 -















< 사랑하는 제자 승수에게 >

사랑하는 제자 승수야!
네가 정든 모교를 떠나 서울로 대학에 진학한지도
벌써 6년이란 세월이 흘렀구나. 다시 한번 세월의
무상함을 절감해본다.
진달래꽃. 철쭉꽃이 만발하여 호수와 함께
어우러진 모교의 정경은 변함없이 한 폭의
그림처럼 여전히 아름답단다.
각설하고, 승수야! 너와 나의 인연은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1996년 3월 신학기에 내가 맡은
3학년 4반에 배정되어 온 너는 유난히 나를 긴장시켰었지....
너의 신상명세서 (이름은 이승수, 나이 19세, 인문계. 자연계를
통틀어 전교 수석늙으신 홀어머니 슬하의 막내.
40이 넘도록 결혼도 못하고 객지로 전전하는 형이
있음. 13평 임대 아파트에 거주. 어머님은 60이 훨씬
넘었으나 파출부로 생계를 유지. 너의 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물리학자가 되는 것)이것이 너의 전부를
알 수 있게 하는 자료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시사철 자전거로 통학하는 싸이클 맨, 우리 학교에서
싸이클 맨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너였으니까.....눈길을 달려오다 넘어져 피투성이가 된
너를 데리고 병원에갔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구나!
언제나 때가 잔뜩 낀 교복차림. 겨울에도 플라스틱 도시락을
싸와 난로 위에 데워 먹지도 못했던 너!
이런 너의 모습이 안타까워 월급날에 큰 맘 먹고
보온 도시락을 사주었었지.
부끄러운 듯 씩 웃는 너의 모습은 천사의 미소!
바로 그것이었구나.
나는 너를 서울의 K대 물리학과에 꼭 보내리라고
굳게 다짐을 했었다.
가정환경도 좋지 않은 네가 네 꿈을 펼칠 수 있는
것은 그 대학을 가는 길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리 학교는 고교 평준화가 해제되어
중위권 학교.중위권 학교에서 서울의 K대에 진학하는
것은 정말 어려웠었지...
그러나 기적이란 것도 있으니까, 너와 내가 최선을
다한다면 분명히
하늘도 우리를 도우실 거야......
"승수야! 힘내라! 너는 단순한 내 제자가
아니라 내 아들이란다.
아버지를 믿고 열심히 하렴”네가 어려워 할 때마다 널
불러 격려를 잊지 않았구나. 많은 사연과 추억을 남기면서
우리들의 고3은 그렇게흘러갔구나.
대학수학능력시험 결과가 발표되어 200점 만점에
155.7을 얻은 너였었지.

서울의 K대에 가기는 좀 어려운 점수였지만 본고사도
있으니까 여기서 만회를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본고사 준비를 위한 난관은 참으로 험난한 길이였구나.
본고사를 지도해 주실 선생님을 선정하는 게
참으로 어려웠었다.
모두가 꺼릴 수밖에 없는 게 선생님도 공부를
많이 해야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심청이 젖동냥하듯 여러 선생님을
찾아다니며 " 우리 승수 좀
가르쳐 주십시오”하고 애걸복걸하고 선생님을
선정하실 수 있었구나.
넌 수학과 영어를 아주 잘 봐서 좋은
성적으로 합격했었지....
그날의 감격을 어찌 글로 쓸 수 있겠느냐!

각고의 1년이 주마등처럼 나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었다.
이곳 지방신문에서도 큰 관심을 가지고 보도해주었었지.
사랑하는 제자 승수야!
너의 합격을 필두로 우리 3학년 4반은 52명 전원이
대학에 합격하는 경사가 나기도 한걸 기억하겠지?
우리는 하면 된다는 굳은 신념아래 오직
앞만 보고 달려온 것이었다.
우리를 아는 모든 사람에게 우리가 해냈다는
걸 보여주었구나.
이런 경사스런 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난관이 우리를 기다렸었지.
합격만 하면 모든 게 끝난 줄 알았는데.......
등록금 일백오십만원. 파출부 홀어머니의
수입으론 어림도 없는 액수였다.

내가 저금통장을 털어 100만원을 내놓고
동문들이 모금을 해서 50만원을 만들어
우선 등록을 했었구나.
졸업식장에서 내가 너에게 장학금으로
주었던 100만원을 전달하는 날,
너와 나는 사나이의 진한 눈물을 흘렸었지.
교직생활 27년 넘게 하면서 너처럼 있는 정, 없는 정 다
쏟아 붓기는 처음이란다.
사랑하는 나의 제자! 아니 나의 아들, 승수야!
졸업을 한 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업에
전념한다는 너의 소식은
늘 반가웠었다.
이젠 군에 가 으젓하게 군 복무를 하고 있을
너를 생각하면 참으로
대견하고 든든하구나!
사랑하는 나의 제자 승수야!
2002년 5월 15일 스승의 날에는 어떻게 휴가를 내어
우리 3학년4반에서
꼭 만나자! 이 못난 스승도 이젠 많이 늙었구나.
흐르는 세월을 뉘라서 막겠니?
옛날을 회상하면서 텁텁한 막걸리라도
한잔 마시면서 사제지간의 정,
아니 부자지간의 정을 나누지 않을래?
넌 단순한 내 제자가 아니라 내 아들이란다!
못난 스승, 아니 못난 아비는 오늘도
너를 위해 기도한단다.
우리 승수, 잘되게 해달라고...
국토방위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다시 대학원에 진학하여
훌륭한 물리학자로써의 길을 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이다.

- 다시 찾아오는 스승의 날 5월에, 교정에서 -




누가 '결혼'을 놓고 '미친 짓이다'라고... 또는,
그 반대의 개념으로 '결혼하지 않는 것은 미친 짓이다'라고 단정지어
말 할 수가 있겠는가..

이 책은 문장이 무겁지 않아서 그런지 참으로 쉽게 읽혀지는 책이었다
어느 날인가 마음만 먹으면 한 순간에 주욱 잃혀지는 그런 책..
다 읽고나서 뭔가 허전함이 느껴져 나는 작가의 후기를 다시 읽어보았다

.나는 모든 독점적인 것, 권위적인 것, 성스러운 척하는 것이라면 어느 것이든
어느 계층이든, 웃음과 농담의 대상으로 삼아보고 싶다. 나는 그들을 웃기거나
비웃어주고 싶다'

작가 이만교,
그는 대학원에서 문학 박사과정을 밟고있으며 올해 서른 여섯(67년생)인
기혼의 젊은 작가다.

이 책을 통해 그는,
편협한 도덕론에 묶이거나 거짓으로라도 미화시키려는 결혼생활의 환상을 깨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책에는 다양한 결혼생활(결혼관)들이 등장한다.
이런 소재를 통해 작가는 결혼의 불완정성을 말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마지막 책장을 넘겨닫으며 나는 왠지 공허한 마음이다.
세상 어느 누구의 결혼생활이 완벽할 수 있겠는가마는..
결혼이 모든 잘못된 사생활의 청산을 의미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어야한다고는
말할 수 없을지라도..

그래도 결혼은,
조금쯤은 신비롭고 황홀한 감정이 싹틔워 자랄 수 있도록 성스럽고 순수한
것이라고 말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현실적 손익계산서가 너무 분명한 그런 것이 아닌..사랑...적어도
서로에게 마음으로부터의 충성을 맹세하는......

2001년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이라 그런지(?) 오늘날 우리 젊은이들의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사고의 개념과 또 그로인한 변화된 결혼관(동거도 포함)이
너무도 선명하게 잘 그려져 있는 듯하다.

그런데 한가지,
작가 후기 끝부분에...무엇보다 아내에게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어서
기쁘다는 그의 말은 참으로 재밌다. 그가 붙인 소설의 제목과는 너무도
모순적인..그러나..참 따뜻하게 전해져오는 말이었다.

모든 따뜻한 인간관계의 상을 바라볼 때 우리는 곧잘 이렇게 말하지 않는가.
'가족적이다' 라고..

나는 그래서..
결혼은 가족을 만드는 가장 기초적인 작업이고,
그 행위는 '인간의 가장 따뜻한 짓이다' 라고 말하고 싶다.
그 과정에서야 비록, 견딜수 없는 추위를 느끼게하는 순간 수 많이 있을지라도..

결혼은, 미친 짓이다? 후후~


솔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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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잎이외다.

피는 새싹이든...
지는 꽃잎이든...

아무튼 나는 잎이외다.

언젠가는
홍차빛으로 퇴색하여
끝없이 추락하고말....

그러나
난 당연한 일이었노라
말 할 거외다.

내가 꽃잎이었다면
씨방을...
영글게 했고

내가
나뭇잎이였다면
뿌리나 줄기에게
영원의 호흡을 실어다 날랐고

내가
한해살이
풀잎이였다면
새 잎을 돋게 할
기꺼운 몸짓이었음을...


2002년 5월13일에
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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