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아...

하늘아...

늘 같은 자리에 있었던 내 하늘아.


내 영혼과 가슴의 깊은 언저리에

파란 물결로 수놓아 놓던 그 하늘아.


풀잎 하나 하나에도 사랑을 느끼게 해준

그 하늘아..


어찌하여..

내 통곡소리, 내 지친 숨소리를

외면하는거니..


넌 영원히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그렇게 맑은 표정으로 바라보지 않았니..


갖가지 표정으로

단 하루도 빠짐없이 내게 행복을 안겨주었던

그 하늘아...


내게 온몸으로 사랑의 열기를 뿜어내어 모든 것을

견디게 한 그...하늘아...

어디로 떠나려는게니..


하늘아

네가..내게 없다면..

내 온몸에 핏덩이를 엉겨안고

숨죽이며 홀로 남아야 하는

그 고통을

너는..너는 외면하지 않겠지..


세상 모든 것들이 내게서..

죽음같은 고통을 주었어도..

하늘이 넌...

내게 오직 희망임을 알고 있니..


떠나지 말아다오..

내 곁에..영원히..푸른모습 잃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있어다오..


내게 다가와 커다랗게 있길 요구하지 않으마..

그저..영원한 평행선처럼만

그대로 있어만 다오..


생명이 있는 지금의 그대로..

그 모습 그대로라도 좋으니

떠나지만 말아다오..

내 하늘아...



글/파스텔












<그림: 황진이 이요조님의 타블렛화>



내가 바라는 삶

-인생-


하나.

엄마로 아내로 힘겹게 살아온 날들이
바삭대며 말라가는 내 삶이 갑자기
너무 허무하여 집니다
온통 나를 위한 삶을 누리고 싶습니다

내 가슴의 출렁임만 집중하며
밖은 바람이 불든 비바람이 치든
엄마가 차려주는 밥먹고
내 좋아하는 일 하고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배깔고 엎드려 하루종일 뒹굴대며
나를 위하여 게으름을 피운다는 거
마음을 비우고
온통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내가 없어도 모두 제자리에
변함없이 살아갈 가족들에게
나 아니면 안된다는
착각을 버리렵니다.

둘.

둘만 남은 공간 밤이면 우린 더 행복합니다
남편은 서재에서 나는 안방에서 잠들며
각자의 영역을 홀깃대지않는 거
얼마나 편하고 뿌듯한지요

한곳을 같이 바라보는
우린 각자이면서 완벽한 하나인것이
그리고 같이 늙어간다는 이 일체감이
너무 뿌듯합니다.

같이 어렵게 헤쳐온 공감대를 가졌다는 거
그리고 우린 똑같이 늙어가고 있고
세상에서 소외되어진다는 외로움도
둘이 같이 느낌으로써 우린 하나입니다.

살아가면서 인연의 고리를 엮은 많은 친구들.
마음을 열 때 까지는 많은 설명이 필요한데.
우린 설명이 필요없는 사이라는 거
세상의 어느 인연이 이보다 더 깊을 수가 있나요?

셋.

나이를 먹어가면서
슬기로운 혜안이 생겨서
느긋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거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요

팔랑대는 여자아이 머리꽁지도 예쁘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남자 아이들도 예쁘고
기어가는 작은 벌레.작은 풀꽃들도 예쁘고
시선 끝마다 모두 예쁨만 달려있네요

편견의 안개가 점점이 걷혀지고
세상이 말갛게 보이는 이 기쁨
후줄그레한 늙음과 맞바꿈해도
하나도 아깝지 않을 이 맑음의 혜안이여.

손톱만큼 작은 일에도 항상 감사하고픔
용서하지 못할 일이 없어진다는 거.
나이 먹어간다는 것은
어쩌면 축복받은 일인지도 모릅니다.




*클림트의 아담과 이브*



<할 수만 있다면 여자를 벗고 싶을 때가 있었다.>



여자란...........
여자란 으로 시작하는 설교를 들을 기회가 유난히 많았던 것 같다.
한 여름에도 늘 새하얀 버선을 신으시던 할머니.
할머니의 밥이 되어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하시던 우리 어머니.

그 두 여인께서 내게 귀에 딱지가 앉도록 세뇌하려했던 것은
온순하고 참을성 많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오직 얌전히 지내다가 좋은 신랑감 만나면 고분고분 순종 잘하는 아내로 살면서
집안의 손을 이어주고 가세를 번창시키는 것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고
알아도 아는 척 말고, 답답하더라도 나서지 말고, 다소곳이 기다릴 줄 알며
남편의 그늘에서 주어지는 환경과 상황에 순응하여 살아야 한다는..... 식의,

그래서였을까?
나는 내 안에 여자다움을 받아들이는데 아무런 거부감도 느끼지 않았었다.
아니, 한 때는 여자답다, 조신하다는 말이 찬사로 들리기도 했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여자가 여자다워진다는 것이
얼마나 갑갑하고 불편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여자면 그냥 여자인 것이지
여자답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

왜 여자는 머리가 길어야 하고
여자는 예뻐야 하고
여자는 나긋나긋 상냥하고 부드러워야 하며
어쩌자고 늘 누군가의 보호를 받아야하고 수동적이어야 하는가?

불행히도 내겐
여자인 어머니의 유전인자만 계승된 것이 아니었다.
직선적이고 거침없고 자존심 강하면서 호방한 우리 아버지의 인자도
내겐 엄청 내장되어 있었고
다정다감하고 다소 괴팍하며 방랑벽 심했던 외조부님의 인자도 섞여 있었다.

결국 여자다워져야 한다는 것은
내게 잠재되어 있는 이런 부분들을 숙정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린 내 눈엔
새침데기 반듯한 할머니 보다, 인종의 미덕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 어머니의 모습보다,
언제나 사통팔달 거침없는 아버지의 남성적인 모습이나
바람처럼 물처럼 얽매임 없이 자유롭고 낭만적인 외조부님의 모습이 훨씬 더 멋져 보였다.

어려서부터 엄마와 노는 것보다는 아버지를 따라 등산을 하거나 낚시를 가는 것이 더 신났고
외할아버지 곁에서 톱질, 대패질, 못 박는 일을 구경하는 것이 참으로 신났다.
외조부님은 대목이셨고
내가 예닐곱 살쯤 되었을 적에 우리 식구들을 위해
작은 유리창들이 잔뜩 달린 새 집을 지어주시기도 했다.

그때 목재에서 풍기던 나무 향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촉촉한 톱밥의 부드러운 감촉과 처음 맡아보던 시멘트 반죽 냄새와 못질하는 소리, 자갈 섞는 소리까지도.
엄마의 착한 딸이기보다는
아버지의 마스코트역할이 훨씬 더 좋았던 나.

사내아이들처럼 여봐란 듯이 서서 오줌을 누고 싶었다.
누가 멀리 가나 내기를 하면서.......
남자처럼 기운이 세다면 감나무에도 더 높이 올라가고
눈 토끼 사냥도 따라갈 수 있을 텐데 하며 부러워했다.
하지만 나는 약골인데다 얌전히 굴어야 하는 여자아이였다.
자연히 그냥 얌전히 구는 쪽이 편했고,
얌전하다고 칭찬 받으니까 그런 잠재된 소망 따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사회인으로 첫 발을 딛고 얼마 되지 않아 내가 해야 하는
얌전한 여자의 역할에 대해 분개하게 되고 말았다.
여자와 동료직원이라는 개념이 모호한 직장.
얼마 되지도 않은 신입직원이 이른 아침 출근한 나에게 다가와
무례하게도 얼굴을 만지려고 했을 때의 당혹감.


새파랗게 날이 서서 항의하는 내 모습을 예민한 히스테리라며 오히려 비웃던 선배 여직원.

지금 같았으면 아마도 녀석의 궁둥이를 실히 두드려 주었을는지도 모르지만
그 시절엔 어림없는 얘기였다.
어찌 직장에서 뿐이랴, 골이 너무도 깊어서였을까?
스스로 그러한 분위기 속에 안주하려는 여성들도 있었다.
어딜 가나 여자는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세상에서
남성에 대해 지녀왔던 호감과 동경이 반감을 넘어 적대감으로 변하던 시절도 있었다.

나는 지금도 남녀 함께 회식자리에 가게 될 경우
당연히 여자는 입만 가지고 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부류의 여자들을 혐오한다.

여성을 지니고 세상에 태어났으니
신이 여성에게 부여한 고유한 삶의 영역을 지킬지언정
여성으로서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자기 성취를 위해서 노력하며 사는 삶,
그 안에서 동등한 자유와 기쁨을 누리고 싶다.

나는 여자인 나를 사랑한다.

그러나
여성, 남성이라는 생물학적 구별을 떠나

그냥 한 사람이고 싶기도 한 거다.

2002, 6, 20. -하닷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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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듯한 무거운 하늘이지만
전날부터 그런 날씨이기에 개의치않고 산엘 올랐다.
태양이 없는 산속은 어두운 저녁처럼 컴컴했고
부엉이 울음소리가 한층 가까이 들리는 아침이었다.
축축한 바람이 몰고온 습기엔 물기가 잔뜻 묻어있어
콧잔등에 비 한 방울을 맞은듯 하다.
혹여 내려가기 전 비라도 쏟아지면 어쩌나...

그때...내 속내을 읽기라도 했나?
하늘에서 일제히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반환점을 코앞에 두고...
해태바위가 목전인데 그대로 돌아설 수 없어 전진하니
아주머니 한 분이 소나무 아래 피해서있다.
해태바위에 올라 평소처럼 운동하고 내려오는데
지나가는 비인줄 알았더니 점점 더 굵은 비가 된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져 소풍 나왔던 토끼모양
능선을 겅중겅중 뛰여 달리는데 비는 점점 더 세게 내린다.

소나무가 늘어선 능선이라서 피할데도 없는데 마침
잎이 넓은 떡갈나무가 한 그루 서있어 그 밑으로 뛰어들어갔다.
잎이 우거져서 그런지 처마밑에 들어 온듯 제법 아늑햇다.
그새 비는 점점 세게 내려 발아래 물길이 만들어지는데
떡갈나무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일정한 음율을 이루어 제법이다.
내가 오던 길로 한 사람이 뛰어 오다가
내가 서있는 나무밑으로 들어서는게 아닌가?
길은 좁은 외길...

오호~~
얼핏보니 내 나이 또래다
이나이에 또래라 해도 되는진 모르지만
암튼 나와 걸맞은 연배의 남자분이시다.
깊은 산 속, 비는 오는데 청춘남녀는 아니지만
두 남녀가 한 그루의 나무 아래 서있는 모양이라니...
휴~~~ 그런데 왜이리 불편하지?
황순원님의 소설 소나기에서는
어린 소녀 소년이지만 이러지 않았는데...
아무튼 그님과 나는 삼십센치도 안되는 거리에 서있긴 했는데
싸운사람들 처럼 서로 팔장을 낀채
나는 동쪽 하늘을 그사람은 서쪽 하늘을 보고 서있었다.

비가 쉬 끄칠것 같지 않죠?
너무도 숨막힐것 같은 불편함에 이렇게 라도 말을 걸어
숨통을 틔여 볼라 해도 입안에서만 맴돌지
내 이성이 절대로 열리지 않는다.
하하~ 그님도 우리집 누구처럼 주변머리라곤 없는듯
골난 사람처럼 뒷짐지고 서있다.
오분도 채 안되는 그 시간이 왜 그리 긴지...
그렇다고 내가 빗속으로 뛰쳐나가면 그사람이 미안해 할것 같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역시 하산 길인듯
두 남녀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우리쪽으로 왔다.

우리가 일행인가 해서 웃으려 하던 그분들도
분위기가 여영 아닌걸 눈치챈듯 말없이 지나간다.
그때 남자분이 때는 그때다 싶었는지 그 일행을 따라 나선다.
아~ 자유롭다~
혼자 남아 우중의 산속을 더 감상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멎지 않을 것 같은 기세에
할수없이 나도 빗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매일 아침 산책하듯 산에 오르니 옷도 등산복은 커녕
간단한 츄리닝 바지에 긴팔 티셔츠, 머리에 선캡하나 쓰고 나왔다.
후드달린 잠바라도 걸치고 나올껄...
후회해봐야 소용없는 일.

비를 맞고 걸어가면 초라해보여서 싫다고 했었는데
산중엔 초라하게 보일 사람도 없으니...좋구나!
나무도, 우거진 숲도 의연하게 비를 맞고 있는데
어릴적 비오는 거리를 걸을때처럼
나도 이참에 맘껏 비나 맞아보자!
비 내리는 산속을 완상하며 걷는 기분도 좋다!
키큰 아카시아가 우거진 숲은 밀림처럼 음침하다.
숲을 드려다보니 산딸기가 제법 익었다.
이 비가 그치면 내일부터 딸기를 따야겠다고 맘먹는다.
늘 몇사람씩 운동을 하던 체력장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아카시아 숲을 지나 개나리 울타리가 늘어선
좁다란 오솔길을 지나는데
하늘이 열려 올려다보니
언제 비를 내렸느냐는듯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조금만 가면 주택가로 내려 서는데
누구 약올리나?
차라리 이때쯤 비나 퍽퍽 퍼붓지...
내 몸은 젖을대로 젖어 물에빠진 생쥐처럼 됐는데
하늘은 용용~~ 죽겠지? 하고있다...

2002 . 6 . 20 ... 풍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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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히딩크선생님

온나라가 축구열기로 까만밤을 하얗게 지새운다
참으로 오랫만에 맛보는 동포애의 뜨거움이
눈물이 나도록 정겨웁다
선수와 히딩크감독 온국민에게 감사한마음이다

나에게도 못난시절이 있었다
어렸을때부터 4학년때까지 남과싸워
이겨본적이 없었고 엄지손가락을 빨고다니면서
얼굴엔 싸움에서 진 흉터자욱과 눈물
그리고 남앞에 당당하지 못한 내성적인성격과
수줍음으로 나의 어머니는 2학년 1학기까지
교실 뒤에서 나의 학교생활 적응을 위해
모든지원을 다 하셔야했고
수업시간에 손을 들어 발표한번 못하고
4학년에 올라왔다

4학년때부터 도시락을 먹게되었는데
마음에도 안드는 반찬을 책상앞에 내놓고
먹을수가 없어 친구들 책보자기를 빌려
책상에 포장을 둘르고 의자밑에 내려와서
혼자 먹었다

우스꽝스런 내모습은 선생님의 지적과
관심의 대상이였고 이어 가정방문을 통해
싫다는 분단장을 기어히 시키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날 "흥부와 놀부" 의 줄거리를
분단장인 내게 설명하라는게 아닌가?
까무러치도록 놀라고 부끄러워서
나갈수가 없었고
회초리로 탁자를 두두리며 하나둘을 세시던 선생님
40번 을 치신대로 40번을 회초리로 손바닥을 맞았다

그뒤로 스터디멤버에 나를 끼워 어울리게 하셨고
점심시간이면 여자들 전원한팀과 선생님과 부반장 나
3사람한팀과의 미니야구게임 선생님 당직날에는
멤버들이 찿아가 숙식을 같이 하면서
밝고 활기찬 싱싱한 물고기같으신 선생님은
나를 서서히 명랑한 학생으로 길들이기 시작하였고
성적도 점점 나아져 우등생를 타기도 했다

전주에서 익산으로 통근하시면서 우리집을 지날때면
(바로 기차길옆에 살았다)
큰소리로 내이름을 부르며 손을 흔들어 주시던 선생님을 잊을수없다
내게 자신감과 당당함을 가르쳐주시고
전근가셨지만 일년후에는
동네에서 제일 힘센 복남이란 친구를 이길수가있었고
아무도 나를 이길수가 없었다

원래의 내성적인면과 그후 외향적인 면이
어울어져 지금의 나됨은 그때 그선생님을 만남이라 생각하며
온국민이 히딩크감독에게 감사를 보내듯
나의 못난이시절 그분은 분명
나의 히딩크선생님였다고
감사하며 자랑하고 싶다
선생님! 보고 싶습니다










<그림 황진이 이요조님의 타블렛화>



*덧칠*


사랑!
화려한 뒤에 오는 아픔,
그리고 그리움!

나는
덧칠을 한다

먼저 검은 색 아크릴릭에
그녀와 마셨던 향기 짙은
혼미의 헤즐럿 커피를 섞고
붓도 커다랗게 휘저어 장판 칠하는 것처럼,
온통 흩뿌려 잊듯이
모든 것 다 지울 수 있음 좋을거라는 기대로.....

따가운 3월 부터 쏟아진 햇살에 나신을 드리운 채
상처가 아물기를 기다려 애태우며.....
속살이 보이지 않도록 말린다

두 번째
이미 지워졌을 거라 미리 단정한 내면,
검고 검은 바탕 위에 赤黃의 정열을 채운다
검다 못해 붉어진,
바닥까지 가버린 아픔이 보이지 않도톡
핏빛으로 가리워진 생애의
절반 넘는 세월을 붉어짐으로 보리라

세 번째
어느 님이 보라시던
석양의 햇살을 당겨 朱黃의 파노라마를 펼친다
이제는 사랑쯤은 안보이겠지
내심 작은 미소를 지으며......

아니다 이번엔
짙은 葛色의 가을驛 같은
가슴앓이 고통을 헤아려
수많은 인생들이 지나친 사연을 실어보자
아직 물기 덜마른 주황 위에
그래도 인생의 굴곡이 있었으니 행복 했노라고
수많은 사연이 내게도 있었으니...
갈색 추억을 칠해보자

이제는
아물었을 상처에 새싹이 돋게 노랑을 칠한다
열마에 가입하고 어느 비온 후에 보았던
일곱색갈 무지개의 맨 가운데 속살을 그려보자
이제 무지개로 승화된
우리 사랑이 아름다워 보이도록.....

그리고 마지막
순백의 흰색으로 마무리.......
늘상 처리하기 가장 어려운 純白
차라리 白 이라는 채색이 없었다면
하얀 겨울까지 기다릴수 있을텐데.......
그녀가 백설공주처럼
하얀옷을 입고 있기를 기다리며
기다리고 또 기다릴텐데.......

아!
하지만
지난 시간 고백 해버린
"사랑"이라는 아픔 때문에.....

수십 번 칠한 연륜의 색깔 위에
마지막 칠한 그 하양 마저도
상처를 덮을 수는 없었는가

눈물뿌려 말리운 거기 그곳엔

다시 환하게 나타나는 "사랑"의 흔적

차라리 눈멀어
아픔 없는 느낌만이 내게 왔으면 좋을걸.......
.
.
.

어느날.... 만들다만 작품 "사랑-11"을 바라보며...

흐르는곡:Minor Blue..David Darling

















내사랑을 찾아야 한다.

그윽한 분위기를 위해
모차르트를 불러내고
차분한 맛을 위해 향도 타고
가슴을 재우기 위해 얼음도 넣고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입술만 적시면서
나를 삼키지만
그가 없으니
그 날 이후
잃어버린 나는
되돌아오지 않는다.

같은 장소
같은 커피지만
왜?
세월은 은행잎만 세고 있을까?

내 사랑을 찾아야 한다.

실종된 내 사랑과
잃어버린 나를 찾으러
돌아가야만 한다.
그 날의 나로,



지동훈




작년 이맘 때 생각이 납니다
그 때 세 송이 Daffodil 꽃을 보고 크게 기뻐 감탄했던 일이...,
벌써 한해가 흘러 또 그 때가 되었군요
오늘도 창문 넝쿨 잎 사이로
밖을 내다보는 것으로 나의 하루는 시작됩니다
일어나 층계를 내려와 제일 먼저 하는 일이란
커튼을 젖히고 창 밖 아래 누운 향나무 밑으로 자리잡은
납작이 크로커스를 보는 것이
내 일과의 첫 시작입니다
그것부터 살피고 난 다음에 나머지 커텐들을 돌아가며 열고
식물들에 물을 주고 금붕어 먹이도 주고
비로소 나의 먹이인 생수 한잔을 주~욱 크게 들이킴으로써
하루는 시작되고
또 한잔의 커피를 보글보글 끓여 손에 들고
향기를 맡으며
컴퓨터를 켜고 T-V를 켜야
이제 제대로 되는 하루가 열리는 것입니다

난 생각이 날 때마다 창가로 가
납작이 노랑, 보라 크로커스를 보는 것이 요즘의 낙입니다
왜 납작이란 별호를 붙이느냐 하며는
키가 7~8cm미만이기 때문입니다
꽃대가 한 2~3cm, 꽃 높이가 한 3~5cm정도이니까...

작년 5월쯤 타지로 이사가는 한 한국인 주택 정원에서
멋대로 잡초 마냥 자란
온갖 이름 모를 꽃들의 구근들을 캐어다
여기 저기 대충 구근크기로 짐작하여 심어 놨더니
올 봄에 이렇게 예쁜 꽃들을 피워주는군요

이 곳 날씨가 하도 변화무쌍하여
한 10여일 전에도 눈이 6인치씩이나 내리고
그 후로도 눈이며 우박이며 진눈깨비,
심한 돌풍에 비바람까지...,
연일 찌뿌둥한 날씨 때문에
꽃은커녕 잡초하나 어디 실하게 없었는데,
어느 비바람 몹시 부는 날
무심코 내다보는 창 밖에서
노랑색 꽃잎같은 것이 땅에 붙어 흔들거리기에
두터운 잠바에 터틀넥 쉐타로 입을 감싸 가리고 나가 보니
아니 그 어름 눈 사이로...,
땅 뿌리로부터 곧바로 꽃송이가 붙어서
노랑 꽃몽우리가 피어나고 있었어요
생명의 지혜...,
정말로 신기했습니다

한송이는 벌써 바람에 나부낄 정도로 피어났고,
다른 한송이는 땅속에 묻힌 채
꽃이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생명의 신비란...,
얼마나 대견하고 신기한지... 한참을 쭈그리고 앉아 보았습니다
그리고 보니까 여기저기 낯 설은 새 싹들이
그 모진 강풍을 이겨내면서
"겨울은 가셔요 이제부턴 우리들의 세상이예요"이라고
고함이라도 지르듯 예쁜 손들을 여기 저기서 내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고운 새 싹들이 이미 반은 토끼 밥으로
물어 뜯겨져 버렸드군요

그 후 건강이 좋지 않아 토끼 먹이가 되는
예쁜 싹들이 있는 것에 신경을 쓰지도 못하다가
며칠 전 나가보니
이미 여러 개의 꽃들이 그 예쁜 침입자의 입에
다 먹혀버려 싹쓸이가 되었드군요

망설일 수가 없었습니다

난 기침을 쿨룩거리며
잠바에, 모자에, 마스크까지 쓰고
쌩쌩 날아 갈 듯 부는 바람 앞에 꽃을 지키려는 투사처럼,
작년에 썼던 그 돌돌 말린 닭장 망들을 펴고 잘라서
납작하게 땅을 덮는 땅거미 그물망을 만들어
그 가엾은 크로커스들 위에 덮었습니다
모자라는 그물망을 최대로 늘려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는 것은 잘라내서 또 덮고 하면서...,

지금 밖은 햇볕이 화안합니다
내다보는 창밖에
키 작은 10~15여개의 예쁜 노랑, 흰색, 보라의 크로커스가
그물망 안에서 바람에 살랑거리며
햇님에게 웃음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느새 피어난 하얀 아기초롱꽃 모양의 Snow drop도
망속에서 수줍게 미소를 보냅니다

어젯저녁 늦은 밤,
자려고 계단을 오르려다
언제나처럼 현관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는데
바로 계단 아래 잔디 밭 가운데에 서 있던
한 마리의 아기 토끼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녀석은 몇 초를 앞발을 들고 정지한 채로 쳐다보다가
이내 꽃밭 앞 길 쪽으로 뛰어 갔습니다
나는 얼른 창가로 가 커튼 사이로
달빛이 환히 비취는 화단에
꽃잎을 접고 단잠을 자고 있는 크로커스들을 살폈습니다
토끼는 건너 잔디밭에서 무엇인가를 연신 오물거리며
따먹고 있었지요
나는 기다렸습니다
그 땅그물망까지 와서 먹지 못하고 애쓰는 그 토끼 모습이
보고 싶어서지요
얼마나 통쾌할까요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녀석은 그 자리에서 돌려 앉아가며
무엇이 그리 맛있는지 후벼파고 오물거리느라 떠날 줄을 몰랐습니다
커텐을 젖힌 팔이 아파 아예 커텐줄로 커텐을 열어젖히고 기다렸으나
녀석은 제자리에서 움직일 줄을 몰라,
내가 졌습니다

아침에 나가 보니
참으로 별 볼일 없는 삐죽이 나온 잔디덩어리 한 개 뿐이였습니다
"미안하다 토끼야."

올해에는 더 많은
여러 그루의 Daffodil 꽃나무에서
여러 송이의 봉우리들이
벌써 살포시 고개들을 떨구고 때를 기다리고 있고
작년에도 풍성했던 Allium들도
올해에는 더 많은 보라빛 꽃들을 보여 줄 것입니다
여러 빛깔의 아이리스들과 순백의 데이지들, Dusty Miller들도
이미 예쁜 싹들을 내 보내고 있습니다

한송이 꽃을 보면서도
정말 숭고하신 하나님의 진리와
생명의 귀함을 느낌은
귀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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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 캐나다에서 <이슬초>님이 2002.3.30 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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