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날이 다가 오니 생각나는 한 아이가 있다.
직장에서 자매결연 맺은 택시기사들이 만든 교인들의 모임이 있다.
그들은 한번씩 봉사모임을 가지는데 그날도 장애학교의 학생들과
바다가를 간다고 했는데 우리 병원에서 직원(간호사)이 따라 가야 한다기에
내가 앰불런스를 타고 그들과 함께 갔다.
출근하여 까운을 갈아 입고 현관 앞 앰불런스에 타고 학교로 갔다.
그곳에 가니 벌써 개인택시 기사들과 그의 가족들, 함께 갈 학생들,
학부형으로 북새통이었다.
교장선생님의 훈시를 듣고 우린 각자 차에 타고 출발을 했다.

물른 학부형들은 따라 가지 못한다.
택시 백여대가 한줄로 줄을 서 가고 맨 앞에는 경찰 오토바이로
호위를 하고 참으로 장관 이었다.
난 맨 뒤에 앰불런스에 올라 타고 ...........
몇시간만에 도착한 바다가 아침부터 날씨가 구질구질 하드니
결국엔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차에서 내려 좋아라 한다.
난 차에서 내려 구급가방을 메고 그 뒤를 따르고.........

그때 저만큼에서 한 아이가 더듬거리며 바닷가 멀리서 앉아
돌을 만져보며 신기해 하고 있었다.
나는 그애에게 다가 갔다.
그 아이는 맹인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이란다.
참 잘 생긴 귀공자 같은 아이였다.
"너 이름이 뭐니?" "네 ***인데요 누구세요?"
"으~~응 난 너희들 따라 온 병원에 간호원누나야"
"네에" 하고 대답을 하는데 마음이 아팠다.
그애 엄마는 멀리서 다가 오지도 못하고 바라 보기만 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그렇게 혼자 할수 있도록 교육을 시키는 거라고 했다.
그래서 다시 그애에게 말을 걸었다.
"**아! 나하고 바닷가 같이 가 볼까?"
"정말요? " 하며 좋아 했다.

나 그애 손을 잡고 바닥 가까이 데리고 가서 바닷물에 손을 당겨
물을 만져 보게 했드니 너무 좋아 하며
"누나! 바다물 짜다고 하든데 나 바다물 먹어 보면 안되요?"
"그래 먹어 볼래 더러울텐데?"
"아니 괜찮아요"
그애의 말에 난 손으로 바다물을 조금 담아서 그애 입에 넣어 주었다.
그때 그애가 갑자기 "에이~~~ 짜기만 하고 맛이 머 있래" 하며
침을 퇴 뱉으며 깔깔 거린다.

난 그애 손을 잡고 바닷가를 그렇게 걸었다.
연인들처럼 또는 아들과 엄마처럼.......
왜 그애가 눈에 띄었는지는 나도 모른다
그냥 그애가 그 많은 아이중에 내 눈에 띄었고 그저 나도 모르게
내 발길이 그애한테 향했을 뿐이다.

아마도 그애와 전생에 인연이 있었나 보다
그애 엄마는 내게 참으로 고마워 했다.
돌아 올때도 각자 택시에 올라 타고 한줄로 질서 정연하게 왔다.
그런데 대구에 다와서 앞에 차가 사고가 나고 말았다.
난 얼른 차에서 내려 달려가니 세상에~~~~~~ 바로 그애가 탄 차가 아닌가
택시기사는 멀쩡한데 그의 부인이 온통 얼굴에 유리 조각으로 박혀서
얼른 큰병원으로 옮기고 다행히 그애는 그리 심하지 않아서 곧 우리 병원
으로 옮겼다.

자가용에서 내린 엄마는 정신 없이 응급실로 뛰어 오드니 아들을 붙들고
대성 통곡을 하며 우는데 우리들 마음이 아팠다.
난 보호자를 진정 시키려고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물을 주며 진정 하라고 하니
울면서 하는 말이 그애가 어릴때 교통사고를 당해 그때 눈이 실명하게
되었다며 우는데 난 그말에 할말이 없었다.
그래서 실명까지 하게 되었는데 또 교통사고를 당했으니 엄마로서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그애는 어른처럼 엄마를 보고 "엄마 울지마 나 아프지 않아 "
하는데 그애의 그 말이 너무 가슴 아파서 나도 울고 말았다.
다행히 몇군데 상처만 나고 이상 없어서 소독만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며 내내 돌아 보며 손을 흔든다.
"누나 안녕"

정도 많고 얼굴도 잘 생긴 그 아이,
더더욱 심성이 곱고 명랑하고 소리내어 잘 웃든,
그 아이가 갑자기 생각 난다.
지금 아마도 중학생이 되었겠지.......
잘 자라고 있겠지.
그땐 어려서 그랬겠지만 이제 사춘기에 들고 하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친구들도 많이 놀려대고 따돌림도 더러 받겠지.

그애를 생각 하니 마음이 아프다.


(글쓴이 : 새침이, 2002.5.4.)







자전거 타고..
빗속을 달렸습니다..

그 상쾌함이란..
누가..알런지..

가슴속에 잔잔하게 일던 파문이 ..
서서히 식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얗고 투명하게 되어가고 있었죠..
동그라미 두개..그위에..내 발을 얹어놓고
힘차게 밟았습니다..

마치..
길다란 기차를 운전하는듯 했습니다..

요리 조리..피해가며..그리고
가느다란 빗줄기를..가슴에 꽃아가며..

비와 나는 얘기를 했습니다..
내..가슴에 숨죽여야 하는 고통도..
작고..보잘것 없는 내..바램도..

모두 네가 가져가다오...

비는 내게 말했습니다..
그래..단하나만 빼놓고..모두 내게 다오..
너의 맑은 사랑..
너의 순수한 영혼..그것만 네게 남겨두고
고통과..절망..그리고 병든 육신의 잔해들..
그런것 모두..모두...내게 다오..

그렇게 비는 내게 말했습니다.

개울로
강가로..
그리고 내가 두려워 하고 있는 ..그 바다로
모두 가져가마...

비는 내게 그렇게 속삭였습니다..
참..
고마운..고마운 비였습니다..

그런비가..예고도 없이 오는것이..
나는 참 불만 스럽습니다..
자주 자주 보고 싶거든요...^^







별이 빛나는 밤
실개천 따라
소복입은 처녀처럼
자지러진 메밀꽃이
허연울음 흘리는
그 길을 별이 되어 걷습니다


풀섶의 개구리
가끔 두려움으로 다가오길래
서툰 어릿광대처럼
낯선 몸짓하지만
익숙한 밤길은
어머님 품처럼 아늑합니다


뒷산 접동새
무엇이 그리 슬퍼 우는지
쉬어가려는
풀잎바람마저
서둘러 어둠속으로 데려갑니다


이 어둠 다하기 전
그대 이름 석자
가만히 불러 봅니다


내 안의 유일한
빛으로
다시 살아나
이 밤을 밝힙니다


사랑의 근원
그대에게서 시작되었고
종착점 또한 그대이기에
마르지 않는 나의 사랑시
사위어가는 마지막 촛불이 됩니다



<종려나무 메뚜기>

월드컵 준결승하는 날이다.
드물게 좋은 날씨다.
하늘은 푸르고
구름은 편안하고
먼 데 경치는 씻은 듯이 또렷하게 보이고
가로수는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린다.

얼마만에 걸어보는 인사동길인가.
어렸을 때는 거의 매일 다니던 길인데...
아마 20년은 족히 됐지?

깨끗하고 멋지게 변했다.
둘레둘레 구경하며 여유롭게 걸어간다.
화랑도 많고 표구점, 필방, 도예점, 공방,
골동품점, 민예품점, 자수점, 개량한복점,
그리고, 여기저기 내걸린 음식점 간판.

점심을 먹어야지.
만두 잘하는 집이 있다던데...

사동면옥을 찾았다.
실내장식을 요란하게 한 집이다.
뭘 이렇게 정신없이 만들어 놓았나...
만두국물맛이 독특하다.
산초, 황기 맛인가?
해초맛은 확실하다.
만두는 그냥 담백하고 부드럽다.
밑반찬으로 나온 호박새우젓조림 맛이 좋다.

안국로터리 쪽으로 스적스적 걷는다.
건물들은 깨끗하고
찻집들은 개성이 있다.
보도와 차도 사이에는
가로수와 꽃과 큼직한 직육면체 석물들이
줄지어 있다.

사람도 많다.
붉은 티셔츠 차림이 여기저기 보이고,
옛날신사 티가 나는 분들도 이따금 보인다.
친구분들과 나들이를 나오셨나?
외국인 관광객도 꽤 있다.
키가 육척에 가까운 사십대 서양여자,
그 여자가 입은 스카프처럼 하늘하늘한 치마,
어쩐지 경박스러워 보이는 일본 청년,
가무잡잡하고 입술이 두터운 편인 동남아 사람.

안국로터리 부근 크라운베이커리 앞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어떤 이가 뭘 만들고 있다.
잎사귀를 길게 찢어서
척척 접고 매듭을 짓고
송곳으로 구멍을 내서
그속으로 꿰어당기고...
그렇게 메뚜기를 만든다.
진짜 같은 메뚜기다.
재료가 무어냐니까 종려나무란다.

삼천원에 한 마리를 사서
무얼 할까 생각한다.
누구에게 줄 생각이다.
옳거니...
세 번째로 칼럼지기가 되시는 님께 드리자.
<열마대상>이니 <오월의 여왕>이니
맨날 엉터리 사이버 상만을 올렸던 데 사죄도 할겸.

다시 종로 쪽으로 걸어간다.
시골 촌놈처럼 두리번 거리면서...
스타벅스커피점도 인사동길을 침범했다.
종로에 거의 다와서 大臀女를 보았다.
상돌벤치에 퍼져앉아서 무얼 먹고 있는데,
꼭끼는 흰바지에 정말 안반만하다.
역시 서양사람들은 좀 멍청해보인다.

촌놈 인사동 구경에 기분이 즐거워진다.
그런데 아차 !
십년 넘게 가보려 했던 <歸天>을 깜빡했잖아 !!!.


.( 주 : <歸天>은 작고하신 천상병 시인의 부인이 운영하는 찻집이다.
<종려메뚜기>는 내 책상속에 고이 모셔놓고 있다.)


작은큰통.2002.6.27.



백두산천지모습/사진제공:두류봉님

③ 백두산 천지(天池)를 향하여

우리는 모두 버스에서 내려 세 갈래 갈림길에서 조별로 지프차를 탔다. 왼쪽에 "天池"라고 쓰인 문을 지나서 천문봉 기상대로 가는 찻길은 가파르고 구불구불했지만 모두 포장되어 있었다. 조금 무서웠지만 기술과 곡예가 섞인 운전으로 한 20분쯤 올라가서 차는 주차장에 멈추고 우리는 내렸다. 거기서 다시 약 100m정도를 걸어올라 가면 천문봉에 닿아 천지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여자는 하루에 12번을 변신하지만, 백두산의 천지는 하루에 72번 이상을 변한다는 말이 있어 금방 갠 날씨에서도 억수같은 소나기를 뿌리고 맑게 갠 예쁜 시야를 드러내다가도 금새 마음이 토라져 구름으로 천지의 상공을 덮어 얼굴을 보여주기를 거부하는 현실이라고 한다. 그래서 많은 관광객이 천지에 올라도 전생에 공덕을 쌓고 착한 마음을 갖지 않으면(?) 천지의 얼굴을 보고 내려오기는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여태까지 맑고 환하던 하늘에서 비가 부슬부슬 뿌리고 금새 큰 구름이 지나가 걱정스런 마음으로 지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어느새 힘찬 바람이 불고 비가 뚝뚝 떨어졌다. 걱정이다. 천지를 볼 수 있으려나?

우리는 드디어 천문봉에 올라섰다. 금새 하늘이 깨끗이 개었다. 서로 동료를 부르고 사진찍기에 열심이다. 아∼아 민족의 영산 - 백두산 천지를 나는 바라보고 있노라. 통일이여 오라! 순상화산의 함몰로 칼데라(Caldera)가 되어 높은 봉우리의 기암괴석들로 둘러싸인 이 천지, 여기에는 강수(降水)와 용설수(溶雪水) 및 솟아오르는 온천수가 괴어 이루어진 신의 조화요 작품이다.

천지는 남북 길이가 약4.9km, 동서가 3.4km, 호수의 둘레가 13.4km이며 해발2250m 높이에 평균수심은 204m이고 최고 수심은 384m나 되는 규모이다. 이 천지에 담긴 물의 용량은 약40억t으로 중국과 우리나라의 국경을 이루며 유일한 출수구인 달문을 통하여 흘러 나온 물이 송화강의 발원지가 되고, 또 백두산속에서 괴여 흘러들인 물이 압록강과 두만강을 만들어 낸다. 이 천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구경꺼리의 장관이지만 천지 위에 움직이는 구름의 변화도 볼만한 대단원의 작품이다.
<亨>

백두산천지모습


사진/웹에서




*우주여행/아동화*



1.
날씨가 너무나도 화창해.

2.
귀는 계속 웅웅거리고 아리하게 묵직하고
나는 지금 이대로의 시간들이 이상하게도 힘들어.

세상은 온통 축구 때문에, 월드컵대회에서 우승이라도
할 것 같은 분위기로 몰아가는데
나는 온 몸이 묵직한거두 다 이 귀 때문일거야.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그게 이상하게도 쉽지가 않아.
지금도 계속.... 아마 이 귀에대한 두려움이나
이상한 나쁜 기분을 혹은 느끼게 되나봐.

3.
컴퓨터를 켜도 음악을 들어도 그냥 책장을 펴도
귓속은 멍멍하고 그 멍멍함은 계속 풀리질 않거든.
그 여파로 얼굴은 부어 오르고 머리를 찌를 듯한 통증 때문에
고개짓은 어색하고 잠자리는 불편해서 잠은 늘 설치고.....

4.
지난 두어차례의 축구 경기는
뒷말이 너무 많아서 찜찜하기는 했어.
그러나 미국의 아레나 감독의 말처럼 일단 이겨놓으니
승자의 논리로 대항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아.
오늘 저녁엔 정말 깔끔한 기분으로 길거리 벤치에 둘러 앉아
맥주나 두세 캔 함께 마셨으면해, 하지만 그건 어렵겠다. 귀가 아파서...

5.
참 이상도하지,
나이가 들수록 어떤 추억들은 퇴색한 흑백사진처럼 남아
아주 특별한 감성의 채색으로 다시 창조되곤 하나봐.

그것은 우리가 잃어온 것, 또는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어떤 것의
아주 특별한 색감을 지니고 있는 듯 해서 더 간절해.

6.
이 망할놈에 귀는 너무 아파 어떨 땐 짜증이 나기도 해.

7.
물론 내 심성이 강철처럼 단단하지 못해서긴 해도
끊임없이 사소한 고통이 긴장한 겨드랑이의 땀처럼
몸뚱이로 비질비질 배어 나오는덴 도리가 없을지도 몰라.

8.
어젠 의사의 진단결과를 들으며 화가 났었어.
그는 나보고 아마 수술을 해야 될지도 모른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래.
치료중의 통증을 이를 악물며 참아내면서도
웃음으로 그 말을 수긍할 수 밖에 없었거든.

9.
난 사람마다 각각으로 사랑하는 방법과 표현이
다양해질 수 있다는 것만은 말해줘야 했을지도 몰라.
그랬으면 서로 사랑이라는 이상한 마술에 쉽게 걸려들지 않았을 것을..
그랬으면 그냥 지금 웃으며 저 축제에 동참하고 있을 텐데.

10.
이번 대 축제를 보며 저렇게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이번 월드컵과 같은 분출구를 끝끝내 찾지 못했다면
사람들은 얼마나 갑갑한 생활을 마지못해 이어갈 수 밖에 없었을까
하는 측은함이 들며 다행스럽단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어떤 긴장과 스트레스의 엄청난 팽배의 반증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했었지.
어쨌든 축제란 즐거워야하고 조금은 광적이어도 무방하리란 생각이 들어,
상대적으론. 다 비어낸 후의 후유증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글쎄......


11.
차라리 이렇게 화창하고 좋은 날엔
시골 버스를 타고 차창으로 한없이 넋을 놓고 싶어.

다른 모든 건 내가 하고 싶은 말도 내가 바라는 일도 아니야.
사무실에 그냥 틀어둔 티비에선 지금도 게-속 오늘의 축구 얘기와
지난 우리나라 축구경기의 재방송이 우렁차게 들려와.

난 좀 조용히 있고 싶어, 그러나 안되겠지?
겉으로라도 함께 웃고 떠들며 또 군중속의 하나로 들어가야겠지?
귀는 계속 웅웅거리며 약기운이 떨어질 때마다
극심한 통증이 몰려오더라도, 이 축제속의 군중이 되어야 할거야.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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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c="http://www.koreahouse.or.kr/dinner/images/dinner_img19.jpg">




낮에, 몇 분의 동료들과 절영 해안산책로 초입에 있는 <예당>이라는
곳에서 김치만두와 해물칼국수를 먹었습니다.

맜있게 먹고나니, 생각나느니 가족들입니다. 나도 천상 여자인가봅니다.
시장에 들러 부추랑, 두부랑, 돼지고기를 양껏 비닐봉투에 넣었습니다.

매양 시장바구니도 없이 시장에 들러는 저를 보고,
"아이구 우리 딸, 오늘도 바구니가 없구먼, 쯔쯔쯔"
30년 째 제 자리를 지키시는 할머님의 말씀입니다.

그러하시거나, 말거나, 멀둥하게 서서 부추랑 두부를 받아듭니다.
종종걸음으로 집으로 옵니다. 김치냉장고를 열어봅니다.

이 냉장고는 사연이 많습니다.
내 친구가 한번도 쓰지 않았다며 제게 불하해준 냉장고입니다.

재작년 김장을 어찌하다보니 260포기나 하게 되었습니다.
주말농장을 첨 하시는 동료가 200포기나 보내오셨지요.
동사무소에사 황금배추 20포기. 또 이웃에서 20포기,
또, 그 전해 김장을 해 보낸 어느 분 댁에서 20포기... 도합 260포기...

소금 한가마니를 들여 배추를 절구었지요.
대공사에. 난공사였었지요,
옥상에 올려놓으니, 온상 전체가 배추 배추 배추 천지였었습니다.

절구었다 깨끗이 씼어서 나누길......여러집.
양념까지 해서 드린 이웃의 홀로사시는 노인댁...
이모님댁에는 당시 이모부님께서 병원에서 오늘 내일 하시기로
양념하여 보내고... 그래도 남아있던 많은 김치들...

작년에는 60포기만 했었지요. 이웃에 한두포기씩 나누고도...
먹을만큼 충분했었습니다.

작년 겨울,
한심함을 보다못해 친구가 김치냉장고를 불하했습니다.
말로는 자신이 쓰지 않아 주는거라 했었지만...
제 한심함에 놀라 새로 산것임을 저는 압니다.

지금은 6월... 재작년의 김치도, 작년의 김치도...
냉장고 두 곳과 김치냉장고 안에 거득합니다.

오늘, 이시간, 김치 냉장고를 열면서
그니 생각에 가슴이 뿌듯합니다.

부지런히 움직여 만두를 빚어야겠습니다.
그래서, 그니에게도 보내고, 여동생 둘에게도 보내고,
평등부부상을 받았던 순이에게도,
얼마 전 시어머니를 여의고 한숨짓는 영순이에게도 보내야겠습니다.

부지런히 움직여야 저녁전에 보낼텐데...
나는 컴앞에서 글을 씁니다.
가납사니는 어쩔 수가 없나봅니다.

하하하하

절영에서
옥이이모.



*수원 월드컵 구장 전경*



월드컵 구장이 지어진다고 진흙 밭을 파헤치기 시작 할 때
나는 반신반의하며 지나쳤습니다.
나와 상관없는 세계.
피 끓는 젊은이들의 놀이터.
교통이 더욱 혼잡해 지겠구나.

언덕배기 땅갗에 붙은 달동네에는
그네들 남루하고 고달픈 삶만큼이나
어설프고 초라한 플래카드가 내어 걸리고
<결사반대> <생존권 보장>
선혈처럼 낭자하던 붉은 구호는
어느 샌가
미처 수혈을 받지 못해 죽어간 행려병자처럼
소리 없이 잦아들어 버렸습니다.

IMF가 대중음식점 메뉴 앞머리에 붙어
등가죽에 붙은 노동자들의 주머니를 쥐어짜는 짓을
하지 않을 수 없던 목마른 땅에서
헐떡이던 불도저도 탈진하여 두 다리를 뻗고 주저앉아 있을 때,

아무 것도 없는 집에서
하필 연명도 힘든 보릿고개에 무슨 잔칠 벌리겠다고 사방팔방 손님을 청해
망신을 자초하는 거냐고 생각하면
소견머리 좁은 아낙의 가슴이 부글부글 끓을 때도 있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필요한 것도 많건만
그럴 때마다 사또님은 월드컵 잔치 끝날 때 까진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니 그리 알라고,
불편한 거 다 알지만 그래도 참으라고 숨통이 막히게 하고............

시큰둥하여
진흙 밭 곁을 지나칠 때면
애써 고개를 돌렸습니다.
맥 빠진 꼴을 보면 한심스럽고
가슴까지 답답해지는 것 만 같아서.....

어느 날 잔치를 하기 전에 일단 와서 살펴보라는 기별을 받고
반 어거지로 떠밀려 그 진흙 밭엘 갔습니다.
시름시름 언제 다시 일어섰는지
우뚝, 건물 하나가 벌판에 을씨년스레 서 있었습니다.
허기는 허나 부다. 안 헐 순 없으니까. 그렇게 궁시렁 거렸습니다.

사실은
조금 놀랐습니다.
경기장의 모습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우람하고 늠름했으니까요.
코흘리개 적에 관심 없이 스쳐 지나쳤던 이웃집 아이가
어느 날 문득 훤훤 장부가 되어 내 눈앞에 나타났을 때와 같은 기분이었지요.

다음 날부터는
그 앞을 지나갈 적마다 내내 목을 빼고 경기장을 살펴보았습니다.
누가 묻는 이도 없는데 중얼중얼.......
“으음, 화단설치 작업 중이군. 저긴 채송화도 어울릴 텐데. 내부 정리는 다 됐나?“ 하면서-

드디어 한, 프 개막전이 열리고
나는 생전 않던 내기를 이사람 저 사람과 벌였습니다.
우리나라가 이긴다고 하면 어림없는 소리 말라고들 비웃었습니다.
“아무튼 지는 사람이 차 사기예요.”
왜 겨우 차 한 잔을 걸었었는지 후회가 됩니다.
나는 매 번 내기에서 승리를 거두었으니까요.

남편도 어느새 슬그머니 나와 내기하는 일을 그만두어 버렸습니다.
어제는 내가 “오늘도 우리가 이길 거예요. 그죠?”
했더니
“맞아, 당신 말이 옳아.” 하면서 제 머릴 쓰다듬습니다.
아주 어린 동생에게 하듯 말이죠.
치이, 몇 살 더 먹지도 않았으면서.........

선수들이 지칠 때면 안타까움에 가슴이 타들어 가고
선수들이 부상을 입으면 누나처럼 가슴이 미어지고
황 선홍 선수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다시 뛰겠다고 들어오는 걸 보며
나도 모르는 사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우리의 응원은 어땠구요?
우리는 언제고 중요한 순간에 하나가 된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증명한 응원의 현장, 현장들.
잠시 툴툴거리며 마음이 맞지 않아 외면한 것 같았던 사람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하나가 된 우리.
어때요? 멋있잖아요? 그 것만 생각하면 힘이 나요.
월드컵을 치루기 위해 알게 모르게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묵묵히 잔치를 치루는 일에 힘을 모으며 견디는 이웃들의 희생도
참으로 고맙게 생각 됩니다.

승리자가 있으면 패배자도 있는 법이니
잔디 위에 털썩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는 외국 선수들 모습에
가슴이 아렸습니다.
하지만 스포츠란 본디 승패에 대해서도 깔끔한 처신으로 품위를 잃지 말아야 하고
한 번 패자가 영원한 패자가 되라는 법도 없음에.........

오히려 순수한 스포츠 정신을 벗어난
또 다른 제 3의 복잡한 계산법이
스포츠 세상에 너무 깊숙이 침투해 있음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워요!” 우리의 젊은이가 외치던 한마디가
가슴에 깊은 파장을 일으킵니다.
오늘의 하나 됨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그 무한한 가능성.
이 불씨가 우리의 가슴 속에 언제나 꺼지지 않는 소망의 빛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남은 기간도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파이팅!
멋진 대한민국
멋진 우승을 향하여 전진!
2002, 6, 23. -하닷사-



이야기속의 수원 경기장
사진제공: 牧野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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