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그랬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무수한 '곳' 에서
미루나무 가지처럼 무수한
너와, 너는, 너의, 너를, 만나고 있을 것이다
시간이란 처음부터
흐르지 않는 사소한 연못들과 같았던 것
불멸처럼

저 타오르는 미루나무의
알 수 없는 가지,가지마다에
나는, 우리는,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고 있을, 있었을 - , 것이다

나는 강변의 불빛들이 오랜 기다림처럼 밝혀있는
번창한 만 (灣) 의 부두를 걷고 있다 그리고 조금 후면
모오든 다리를 건너 네가 올 것이다

이 석양이 지고, 어둠이 오면
나는 지금도


- 함성호 (36) '나는 지금도 미루나무 숲에 있다' 중



나는 힘겨워하는 사람에게

그늘이 되기보다는

저 높은 곳에 한 점 혼을 새기리라

나는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쉼터를 주기보다는

드높은 이상을 곧추 세우리라

보듬어 주는 가슴은 없어도

묵묵히 지켜주는 눈은 있다

나그네들이 찾아와

시원한 그늘을 달라고 떼를 쓰지만

아무것도 주지 못한다

더 세찬 바람을 맞고

힘차게 몸을 흔들어 댈 뿐

지친 사람들이 원망하며

내 곁을 떠나간다고 해도

앞서가 달래지 않으리라

세상 어디서든 내 모습 볼 수 있도록

이 벌판에 곧게 서 있으리라



바람으로 지나가는 사랑을 보았네..
언덕의 미루나무 잎이
온 몸으로 흔들릴 때..
사랑이여~
그런 바람이었으면 하네..^^







지난날 국도에 끝간 데 모르게 줄 서 있는
미루나무를 우리는 '영원의 나무' 라고 했다.
미루나무라는 이름보다 포플러라는 이름이 더 익숙했다.

그런 영원의 나무가 지금에 이르러서
새삼 존재를 불러일으키는 나무로 나타났다.
'너와, 너는, 너의, 너를' 이라는 토막나는 도마뱀 같은
존재의 파편들이 제2인칭으로 달려온다.

이어서 '나는, 우리는,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고 있을, 있었을 - , 것' 으로
무척 현학적인 서술이 이어진다.
숨은 그림 같은 연애시로 살아난다.
이 시인에게 세월이 지나가면 이런 황홀한 기호의 해독 (解讀) 이 가라앉으리라.



고은〈시인〉 중앙일보- 시가있는 아침







★ 아주 특별한 고운 님을
미루나무에 걸린 바람으로
정중하게 초대합니다. ★

**대문을 녹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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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나무 사연2..................................




혹시
몰라서...
이렇게 하나 더 꾸려 두고 떠납니다.

미루나무에
태풍이 일었습니다.

태풍이름은 "테그"
제가 불러 일으킨 바람입니다.

무얼 잘 못 건드렸는지...
칼럼이 먹통입니다.

27일만 해도
주체 못할 만큼의 글들이 쏟아져서......
너무 기쁜 나머지...

좀 더 쾌적하게 꾸며 놓고 먼-길 떠나고 싶어서,

여러분들 죄송합니다.
아마 내일이면 복원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몇 백개의 제 그림보다...

여러님들의 글이 더 아쉽고..소중합니다.

내일은 제가 떠나있을 것임에...
오늘 이렇게 마련을 해 봅니다.

한참 창작열에 들뜬 님들의 글에...
송구스럽습니다.
아마 틀림없이 복구 될 것입니다.

별 것 건들지 않았으니까요.

ㅎㅎㅎ
대문간에 곰게 페인트 칠하다가 그만,
용서 하셔요.

미루나무님들~~~
.
.
.
.
.


이요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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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부는 까닭




미루나무 500 x 160






그래요.
바람이 불었어요.
.
미루나무 숲에
바람이 시샘을 하는군요.
.
우린 함께
서로의 잎새를 부비대며...
.
몸을 파르르르 떨며...
바람노래나 불러요.
.
어쩔 수 없잖아요
바람은 곧 잘터인데..
.
햇살은 거짓말처럼 다시 따갑고
우린 모두 햇빛을 향해 웃을터인데..
.
모두 손을 흔들어요.
기쁘게..기쁘게.....
.
눈 부셔 지는거예요
스스로...그렇게...

.
.
.
미루
.
.
.
.






안도현

.
.
.

바람이 부는 까닭


바람이 부는 까닭은
미루나무 한 그루 때문이다

미루나무 이파리 수천, 수만 장이
제 몸을 뒤집었다 엎었다 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흔들고 싶거든
자기 자신을 먼저 흔들 줄 알아야 한다고

.
.
.
.
.
.


세월의 질곡을 넘어 風水에 깎여 조각을 맞추어 놓은
듯, 오묘한 신비를 품은 정돈된 암석이 계류를 타는 듯....초겨울 햇살이
미루나무 꼭대기 걸려 있으니, 눈내린 길목인양, 하얗게 눈부신 오솔길이
맑은 계곡물 따라 불자의 심곡으로 번뇌를 삭히는 나그네 길이아니었을까?....
거울표면같이 맑은 수면위에 드리워진 표백된 미루나무 속살 보이듯,
어지러이 가랑잎 날리는 혼란스런 나그네, 굴절된 상흔을 잊은 내안에
틀에서 벗어난 초연(超然)한 길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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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푸른 인연



 



      인연하나


      작년 어느 가을 날이였다.
      병원에 입원중, 병상에 누은 아이는 심한 자괴감에 빠진 나머지
      대학생활서 부터 줄곧 사귀어 오던 아이가 문병을 오자
      엄마인 나를 잠간 나가 있으라고 했다.
      좀 있다 들어 오니 분위기가 이상하다.

      그 아이는 서먹하니 내게 가보겠노라 인사하고
      나는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으나
      그 다음날 아이는 내게 마치 남의 이야기처럼 말해주었다.

      "엄마..나 이제 승우 오지 말라고 그랬어요"
      ".................."
      --그래 그래 딸아 네가 일일이 말 하지 않아도 다 알 것 같구나~--
      "왜 그랬니?"
      "승우도 이제 졸업인데..취직 공부해야지요"
      "그래 잘 했다"

      아이는 그런 후 마음을 애써 숨기려 했지만
      늘 속내까지 드려다 볼 수 있는 에미의 눈까지는 덧씌울 순 없었다.
      딸아이가 암팡지도록 다부지다는 것은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이 에미가 아이의 눈치를 보는 나날이 늘어갔다.

      그 일이 있은 후 어느날,
      내려서지도 못하는 침대위에서 아이는 온몸에 쥐가 나는
      통증을 일으키고 너무 아파와서 ...아무도 손가락하나
      대지 못하게 하는 처절한 고통은 정말 눈 뜨고는 못 볼 지경이였었다.
      아이는 아픔을 빌미삼아 고함지르며 울었다.

      이 엄마는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음을 알고는
      혹 내게 무슨 큰 죄가 있어서 내게 이토록 잔인한 형벌을 눈앞에
      보여주시는 것 같아 나도 함께....울 도리 밖에
      달리 방도가 없었었다.


      정형욋과에선 지금도 간호사들이 통증을 물어 올 때
      "10점이라면 몇점?" 하고 묻곤한다.
      --아~~ 어찌 통증이 하나 같이 같을 수 있으랴?--
      아이는 그 때의 그 통증에다 늘 기준을 두는 모양이다.
      하기사 마치 생으로 다리가 잘려나간 만큼 극심한 고통으로
      울부짖었으니,

      난, 이 모든 게 다 어미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 와중에도 사귀던 남자 친구와 결별하고 꾹꾹, 내색않고
      잘 참아 내던 아이였는데,
      난, 아이의 그런 마음에 다소라도 동참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가슴이 아릴까? 건강할 때 결별도 아플터인데...
      제일 친구의 위로가 필요할 쯤에...결별을 하다니.....'

      그 당시 나도 메일로만 절친하게 잘 알던 사이버
      이성친구에게로 자꾸만 쏠려가는 마음을 접기로
      아니 순을 영원히 자르기로 혼자 마음 먹었다.
      그냥 혼자... 덤덤하니 냉냉해지면 되는 것이였지만...

      연두빛 아련한..알지못할 새잎으로
      이 나이에 자라오르는 이성친구에게로 향하는
      주책같기도 한 ....차마 부끄러운 나의 뒤늦은 감정을 황망히 추스려 정리하듯
      결별하여 다소나마 아이 심정에 동참하기로....


      오랜기간 절친한 사이인 내 아이도 이렇게 분연히,
      결별을 고하고 병상에 누웠는데...다 늙은 에미가 한갖지게
      이 무슨 해괴한 짓이람!...그래..지워 버리리라
      내 시퍼런 강물에 몽땅 띄워 보내리라.

      나는 바람을 맞으러 달려나갈 강을 하나 만들기 시작했다.
      다음이란 사이버에...
      마음이 울적할 때면.. 달려나가서는 딸아이의 심정도 되어보다가
      그 아픔을 좀이라도 이해 해보려 글을 쓰다가
      아이에게 그 느낌을 늘 이야기 해 주기도 하고
      그렇게 우리 두 모녀는 어두운 터널을 함께 절뚝이며 벗어 날 수 있었다.
      마치 이인삼각 놀이처럼......

      제절로 들어 온 독자중에는 하루종일 내 생각을 했다며
      함께...술 한 잔 나누지 않겠느냐는 젊은 이혼녀의 메일도 받았고
      이유모를 연민속에서...
      어두운 강 언덕에서 부르는 내 슬픔은 푸른강물에 잦아들듯
      그렇게 내 노래는 이어져 갔다.

      아이는 어느 날
      "엄마 이젠 이 사진을 봐도 아무렇지도 않아요"
      하며 지갑에서 승우의 사진을 꺼내 들고 환히 웃었다.
      ---'그래...나도 이제 멜 친구따윈 만들지 않으마~'----
      마주보며 웃는 우린 뭔지모를 이슬이 눈가에 함께 고여왔다.

      딸 아이는 모르는 사실이지만,
      우린 훌륭하게 함께 고통을 치루어냈다.
      가슴을 저으며 흘러가던 그 시퍼런 강물이 생각났다.
      얼마나 잘 흘려 보냈는지 이젠 그 강 이름도 잊어버렸다.
      더듬어 생각해 보자면 아마도 "푸른강"이 이름이었을테고
      주제는, 슬픈 노래는 흘러 시가되고 강물이되어~
      뭐 이랬을 것이다

      가슴으로 함께 아파해주는 좋은 독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거의 강 저편 목적지인 피안에 다다르는 게 보였으므로
      난 그 강에서 벗어 나왔어야 했다.

      누구에게 보여지려고 쓴 글이 아니었는데...
      그저...실연한 사람이겠거니...뜬금없이 속단하며
      연연해 하는 사람들의 보내오는 위로의 멜이 싫었다.
      아마..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메일 기피증만 걸렸나보다.

      구정 전날... 푸른강을 폐쇄하겠노라는 전체메일을 띄웠다.
      왜? 라는 질문을 받고
      나는 그 이유를 구정 전날 자정, 삭제 한 20분 전 쯤
      누가 보든 말든 마지막 글을 쓰겠다고 말했었다.

      이 이야기는...
      그 푸른강에서 따라 걸어 나온 인연하나...
      지금은 미루나무 그늘에 쉬고 있을
      '사진'님이 있으므로 해서...
      기억 저 편 강 언덕으로 난
      아스라한 인연의 발자국 하나 남아 있기에....









      지금은 자時...
      새햅니다.
      음력으로도 틀림없는 새햅니다.

      음식일을 하다 만 젖은 손을.....하고
      글을 써 내려 가려니...
      잘 써지지가 않는군요

      그래도
      오늘 밤 자정 전,
      푸른강을 조용히 폐쇄해야만 한답니다.

      제가 있던 미루나무에서.....
      뭔가 가슴속이 답답해지면 이 강으로 내달았지요.

      아픈 아이가
      몇년 사귀던 아이를 돌려 세우고...
      힘든 투병에 들어갔습니다.
      아이를 바라보기가 두려웠습니다.

      이 어미도
      딸 아이를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친구와 단절을 예고했더랬습니다.
      내가 어찌 딸 아이 같았겠습니까만...
      좀이라도 그 심정 이해해 주고 싶었습니다.
      얼굴 한 번 보지 않은 사람을 잊는 게 무에 그리 대수겠습니까만...

      아이에게 미안했고.....
      좀이라도
      내 아이에게 속죄가 될 것도 같았습니다.

      이제 이 강물에 띄웁니다.
      모든 것을 씻어 버리겠습니다.

      아이도 이젠 잊었습니다.
      저도 이젠 괜찮아졌습니다.

      정말 괜찮습니다.
      푸른 강은 그래도 여전히 흘러가겠지요

      여전히.......

      17분 뒤면 "푸른강"은 조용히 눈을 감을 것입니다.
      모든 사랑을 푸른 강물에 감싸 안은채.......

      둥- 둥.. 흘러 갈 것입니다.

      http://column.daum.net/Column-bin/Bbs.cgi/yojo/dsp/zka/B2-kB2Fn

      이제.....

      곧......





      02/12 저 여기로 왔습니다. 23

      한참 일하고 있는 중에 자정을 조금 넘긴 그 순간에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 왔습니다.

      선생님께선 설마..하시겠지만 어쨌든 전 선생님께서 가슴 갑갑해 하심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인연은 무서운가 봅니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 2시가 훨 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시간 선생님은 문 하나를 닫으시고 한숨 쉬시며 계시고..

      선생님 마지막 자락은 못 뵈었지만 돌아서신 발길 촉촉함을 느낍니다.

      이제 여기로 다시 옵니다.

      그전만큼 안아주십시요./ 사진(독자)




      이젠 그 것도 세월이라고
      지나 놓고나니
      이렇게 담담히 얘기로도 할 수 있네요.

      침묵속에
      강물이 잠잠히 흘러가듯...저 또한
      별 일 아니었던 것처럼 이렇게 할 수 있는 날도 다 오네요.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글/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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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희망 하나






width=550 height=450>



"극중 '크리스틴'이 되어...."




아이에게는 절대 사치가 아니었다.
불쑥 말 꺼내는
오페라 유령 6월 22일자 오후 3시 VIP 석!
몇 십만원의 호사?

매일
102000원짜리 방에서
한달이면....
순수 의료비만도 몇 백이 될지 모르는 아이에겐
절대 호사가 아님을....

작년 아이는 겨울의 호된 추위가 막 가실무렵 쯤,
뭐가 기분좋은지 싱글벙글하며 들어왔다.
소원하던 CD를 구입했다고 그랬다.

엄마도 들어보시라는데...
내귀에는
원...
" 레디스 & 젠틀먼~~~~ "
그리고 우뢰같은 박수!!

그리고는...
잘 들어 보지 못했던 좀 경이로운,
디테일한 ...고음의 소프라노들...
카운터 테너...

난,
이제 순서를 익히고
허밍으로 따라 할 지경까지 되었다.
그 즈음이 지난해 어버이 날~

아들아이가
효도잔치로 가요가수의 입장권을 선물로 주었다.
내가 웃자.
딸은 겨울에 오페라 유령이 오니 그 때
부모님뫼시겠다고 했다.
어버이날은 그래서
현철을만나고...송대관이가 태진아를 씹어대는
오페레타를? 그렇게 접했다.

8월말 병원에 들어갔을 때
옛날 알던 딘가님이 쾌유의 화환을 보내오고
난 전화를 드렸다.

아드님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팬텀~~~ 팬텀~~~"
하시길래..설마?
그냥 그런가 보다 한 이 바보는
그제사 딘가님 아드님이
오페라 유령의 라울인 줄 알았다.

오페라 유령의 홈 싸이트로 찾아가
웹에서는 그 때만 해도 뜰 수 없는
셀렉션곡들을 베껴다 유통시켰다.

난, 거의 오페라 유령이 아니라 귀신이 되어 있었다.

딸아이는 이상하게도 오페라를 볼 기회를
병상에다 거의 빼앗기게 되었다.

내가 만약에 보고 온다면...
그 소감을 적으리라던 게...
이제 6월말...종극으로 치닫고 있으니...

참...
두어 달 전 쯤,
딘가님이 R석 번호를 고맙게도 전화로 주셨지만
사양하고 말았다.

그랬는데...
잠시 집에 갔다온 사이
딸 아이는 침상에 누워 전화예약을 했던 것이다.

"엄마~~ 그 때 쯤이면 나 오페라 볼 수 있겠지?"

난, 아무 말도 못했다.
나에게는
그 까짖넘의 꺼...
오페란지 유령인지...귀신인지..뭐가 대수람!

벌써..보지 않았어도
외우듯이 꿰고 있는 순서를...

다만
그날..
정세훈이가 할지 류정한이가 할지 (라울)
그 것은 그 당일이나 기껏 그 전날 밖에 알 수 없는 일이므로

딸 아이의
희망사항!
그 것은...

6월 22일 화려한 음악 오페라로 초점이 맞추어졌다.

내 딸 아이도
극중의 크리스틴처럼....유령에게 끌려...
지하가 아닌 병상에 누워있고...
딸 아이는 어느날 부터...
유령에게 연민을 느끼고 자기의 아픔을 끌어 안기 시작한 것이다.

유령에게 입맞춤하듯...
6월 22일의 외출에게 베에제를 보내는

나의 딸...크리스틴...
부디...

네, 生의 無名에서
피치못할 유령을 만남으로 인한 계기가 히로인이 되어...
일약 유명 스타로 다시금 발돋음 하거라

꼭!
그렇게 되거라~
이 엄마의 간절한 소망이다.



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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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잎이외다.

피는 새싹이든...
지는 꽃잎이든...

아무튼 나는 잎이외다.

언젠가는
홍차빛으로 퇴색하여
끝없이 추락하고말....

그러나
난 당연한 일이었노라
말 할 거외다.

내가 꽃잎이었다면
씨방을...
영글게 했고

내가
나뭇잎이였다면
뿌리나 줄기에게
영원의 호흡을 실어다 날랐고

내가
한해살이
풀잎이였다면
새 잎을 돋게 할
기꺼운 몸짓이었음을...


2002년 5월13일에
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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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다인실로 옮겼다.
2인실에 있을 때 함께 있던 아이도 따라왔다.

이왕 옮길꺼면 함께 있게 해 달라고...

"정아"
예쁜 얼굴이다.

아이는 수술전 멀쩡하게 입원했다.
'왜왔을까?'

세상에!! 키를 늘리러 왔단다.
7cm만 늘리는 게 소원이란다.

147cm의 정아....귀여운 모습이 조화로워 괜찮은데...
수술전날 두려움에 주저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알지 정아야?
언니는 다리는 길지만...아프고
넌..건강하지만...수술해야한다는 것?

얼마나 아픈지...각오 단단히 되었겠지?
그렇담 됐어.
믿어봐...잘 할 수 있으니까...의료진에서
하겠다는 것 아니야? 걱정마"

그러나
요즘 의료진은 다르다.

암도 암이라 바보스레 말하진 않지만...
당연한 다음단계 이야기로 스스럼없이 접어들고 만다.

아마도 의료법 보호 차원에서 스스로 방어하고자 내린 결과리라.
어쩌면...
그 게 더 바람직 할른지도 모르겠으나..
암튼 그랬다.

불안해 하는 정아에게 다가와

"이 수술은 뼈를 늘이려는 단시일의 수술을 요하므로
하루에 1mm를 키우는데...
다리는 각각 두 군데 씩 네 군데를 절단합니다.


그리고 '이자로프'를 끼우고
매일 자기 손으로 하루에 네 번 나사를 돌려 늘여 줍니다.

뼈는 당연히 늘어나고
근육도 늘어납니다.

근육은 중간 중간...끊어주면 되지만
신경이나 아킬레스건,핏줄이 함께 늘어나야 하는데...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중도에 포기 할 일도 생깁니다.

심하면...하반신 마비가 오기도 합니다.
그래도 하시겠습니까?"

아이는 이틀밤을 쫄아서 지내는 것 같았다.

그 아이가 요즘엔...
씩씩하게 혼자 해내고 있다.

하루에 한 번 소독할 때...손이 닿지 않는 부분은 내가 도우고...

그 아이의 엄마?

그러실만도 했다.
어머니 아버지가 유난히 키가 작으신 분이셨다.
더구나
아버진 당뇨 합병증으로 한 쪽 다리를 절단하신 환자셨다.
아직... 완쾌가 더디 되는 바람에 의족도 끼우지 못하고 간혹 오셨다.

그 아버지가 병원에 계시면서
딸아이와 당신의 심리적 고통을 아마도 합쳐서
이 일을 감행하시는 게 아닐까?

나 혼자 생각해 보았다.

어머닌 양쪽...환자와 집안일 때문에 잠간씩만 병원에
들리셨다가 가시지만..
작은 키로 종종걸음만 바쁘게 치다가 가시곤 했다.

정아는 아주 꿋꿋하게 잘 해내고 있었다.

나도 첨에는 "이자로프'기가 무서웠지만...

이젠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다.

그냥...신체 일부에...'피어싱' 한 것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으니...

참...사람의 마음이란...알다가도 모를일이다.

두 아가씨가 서로 핸드폰으로 문자를 날리며

키들되고 있다.

정아는 일년을 없는 세월인냥 포기하고 살아야 한단다.

기억 뒷편으로 묻어두어야 할 시간들...

아릿다운 두 젊음이..
아카시아 향 풍기는 들녘을 어찌 내다르고 싶지 않으랴....

오늘은 정아의 생일...

난 밤새 식혜를 정성껏 달였다.

냉동실에 넣어둔 식혜를 들고 또 달려가야지...

가서는 얼음이 설겅거리는 시원한 식혜라도

아이들에게 먹이고 와야겠다.

서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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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눈*



























*폭풍의 눈*


병원에서
집에만 오면 불안했다.
밤에는 잠이 오질 않았다.

낮엔...
괜스레 컴이라도 잡고 있어야지 아니면 내 마음 둘 데를 몰랐다.

한 이태전에도
내 아이는 양성이지만..
종양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였다.

주로
청년기에 걸리는 골육종들로
앳된 청소년기 아이들이 있는 암 병동이였다.

청소년기는 뼈에
장년기는 근육에
노년기는 내분비계에 암이 성행했다.

요즘은 많이도 낳지 않는 아이들...
에미들은
암 치료차 들른 병원에서
또래의 엄마들 끼리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어디에서
그들의 절망과 어두움을 찾아보랴

그들은 즐거웠다.
간호하면서도
울고 있질 않았다.

웃었다
건강한 여늬 사람들과
똑 같았다.

"엄마! 엄마~"
자꾸만 불러대는 아이
"싫어 나 니 엄마 안할래"
......
"저기요 아줌마!"
엄마와 아이는 그렇게 웃었다.

집에가면 집안에서
동네에서 이웃들이
모두 수군댄다고 그랬다.
"저집 아이 암이래"
"어머 어쩜!!"
마치 엄마와 아이는 무슨 죄인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고 했다.
눈치보기에도 지겹다고 했다.

그러다가 병원에 와서
같은 처지의 같은 이웃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단다.
그렇게 마음편할 수가 없단다.
동병상련이란 말이
그렇게도 마음에 다가설지 몰랐단다.
함께...병원주방에서
아이들 김밥을 말고
함께...횟감을 사다 먹이고
엄마들은 주방에서 모여 앉아
숨겨온 소주들을 한 잔씩 하는 모양이였다.
마치 수확여행나온 엄마와 아이들 같았다.

머리를 박박 민 아이들은
(어차피 보기싫게 빠지므로)
휠체어를 타고
병실 복도에서 즐거운 경주를 했다.


아니면 어찌 견디랴...
그 시련을...
아...
이제사
그 때 그 일이
이해가 가는 ...
새록새록...수긍이 가는 일인줄..

재차 입원한
병원,
내 아이 곁에 가면..
그 불안 했던 마음이 사라진다.

불면의 밤으로
한없이 뒤척이던 잠이
작은 보조 베드에서는 사라진다.
차렷 자세나 겨우 웅크린 새우잠으로
잠 투정할 겨를 이 없다.
눈에 보이면 덜하다.
막상 아무렇지도 않아 좋다.

키를 늘이는 정아..
양쪽 다리 모두
무거운 이자이로프를 끼운 채
나사를 돌려야 하는데..(하루 네 번)
거꾸로 돌렸놨다.
(나사가 하도 많으니까)
주치의 왈
" 아~~ 키 줄이려고 오셨구나~ "
병실안은 일순 모두
너무 웃어...
배를 잡는다.

그래...
막상 폭풍의 눈 속은 이리도
고요한 거구나
아무런 걱정 근심도 없어 보이는 것이로구나...

나도
딸 아이랑 씨잘때기 없는 이야기로
키들거려본다.
주치의 간호사...흉도 봐가며....
마치 피크닉 나온 사람들처럼,

그랬었다.
폭풍의 눈이였다.
눈,
그 가운데는 오히려
잠잠하고 고요했었다.

반 발작만
벗어나도
숨 쉴 겨를없이
감겨오는
회오리임을....


그 한가운데
늪 속의
죽음처럼
무겁고
깊은 고요임을....


글/이요조








그대여
당신은 아십니까?
폭풍우 속에 그토록
나를 감동시키는 그 무엇이 있는가를

폭풍우가 휩쓸고 지날 때
어찌하여, 나는
더욱 강해지고
삶에대한 확신이
더욱 커지는 것입니까?
나는 그것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나는 폭풍우를 사랑합니다.
자연속의
그 어떤 물상 보다도
몇 배나 더 사랑합니다.


1912, 8,14. 칼릴지브란.
















*밤의 눈(어둠을 지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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