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태백은 지금...
병술년 정월, 하고도 17일 아침 9시, 잠실에서 출발~ 충청북도 청풍호를 끼고 옥순대교를 거쳐 오후 2시
넘어서야 단양 숙소(대명콘도)에 겨울 태백을 겨냥한 배낭을 풀었다.
오후에는 도담삼봉을 다녀오고,잠시 베란다에 나가서 봤더니 산이 빙 둘러 포근히 감싸안고 있다
문득 바라다 본, 먼 듯 가까이 보이는 바깥 풍취는 말 그대로 산첩첩 물겹겹 정말 아름다운 내 산천,
내 나라임에 분명하다.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겨울 산 숲에는 군데 군데...자작나무 숲이 하얗게 보인다.
서로가 얼싸안은 듯이 자라나는 자작나무 군락은 가지가 앙상하게 드러나는 겨울에 더 아름답다.
자작나무는 껍질을 불에 태울 때 '자작 자작'소리가 나서 그 이름을 갖게 되었단다.
한겨울 살을 에이는 바람에 한데 엉겨있는 측은한 모습에 천사가 그의 흰 옷을 벗어 입혀 주었다는,
그래서 수피가 흰 자작나무~
자작나무 수피를 뜯어내어 러브레터를 쓰면 그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은 이제 모르는 사람,
없을 터~
북측에는 자작나무가 많아 백두산에서 남하하여 태백으로 이어 생장한다는데, 러시아 문학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자작나무 숲이 정말 태백이 가까울 수록 점차 눈에 띄었다.
설원과 흰 자작나무, 서정시적인 아름다움과 서사시적인 전개의 닥터지바고가 연상되어...
산행중에 현재 내 눈 앞에 펼쳐진 설원과 자작나무가 서정적이면 긴 등허리로 묵묵히 엎디어
있는 태백은 서사시적인 존재라 믿어 생각하며 한 발 한 발을 꾹꾹- 내 딛었다.
남쪽지방에서도 간간이 만나지는 자작나무 군락은 수종이 아름다와 일부러 심은 것이라 한다.
태백의 자작나무 종류는 고지를 따라 올라가면서 물박달나무 박달나무 거제수나무 사스레나무
순으로 자생하고 있다한다.
태백산은 백두대간의 맥이 웅장하게 용트림하듯 솟아오른 산으로 거대한 능선과 둔중한 봉우리로
이루어졌다.
바위가 거의 없고 경사가 완만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어 겨울철이면 흰 눈으로
뒤덮인 주목 군락지와 수피가 희어서 눈빛에 더 빛나는 사스레나무를 쉽게 만나볼 수 있다했다.
그러나 서리꽃으로 뒤범벅이 된 사스레 나무를 찾기란 쉽지가 않았는데...의외로
태백과 영월을 오가는 길목에서도(차 안에서 바라 본) 기찻길 주변 마을에서나 산 아래서도 군데군데
잘 자라서 눈 부시게 흰 사스레 나무를 쉽게 알아보고 만나 볼 수가 있었다.
사스레 나무는 자작처럼 군락을 이루지 않고 외따로 혼자 있는 모습이 더 인상적이고 아름다왔다.
(자작나무는 키가 하늘로 향해 곧게 쭉쭉 뻗었다면 사스레는 우리네 큰 감나무같은 가지형태로,
그 수피는 페인트를 칠한 것처럼 희다)
내일 산행을 위하여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8시 경에 출발하여 태백산 유일사 매표소엔 그럭저럭 9시에 도착하엿다.
바위는 없고 험하진 않다 그러나 오르다가 뒤돌아보니 제법 경사가 있고 가파른 곳이다.
숲에는 나무아래 조릿대가 무성하고 눈이 쌓였지만 길은 그저 빙판이거나 흙길일 뿐,
태백이 암산이 아닌 토산임도 실감케한다.
천제단에서 망경대를 가로지르는 능선에 눈이 없다면 어쩌나 하고 은근히 우려를 했는데,
멀리 보이는 정상에는 눈바람이 이는지..눈보라가 하얗게 일어나고 있었다.
"옳치 됐구나, 힘겹게 오른 수고는 얻겠구나" 했는데,
막상 시야가 좁아서 멋진 사진도 얻을 수 없었다.
눈보라가 날린 것인지, 눈안개인지 안개처럼 가랑비처럼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빙판길 위에 눈이 덮혀선지 아이젠으로 밟을 때마다 나는 소리가 뽀드득 뽁뽁 경쾌하게 들린다.
태백 천제단에서 바라보는 일출과 일몰은 유명하단다. 해서 일출을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헤드렌턴을
끼고 어둠을 가르며 산을 오른단다.
그야말로 어둠 속 빛의 행렬일 것 같다. 다음에는 나도 야간산행을? 욕심이 슬몃 들었다.
날씨는 매섭다가 또 땀이나면 점퍼를 열어젖힐 정도로 덥다가 반복하기를 뒤처지는 일행이 있어
천천히 올라갔더니, 12시 30분경 천제단에 도착하였다.(뒤처지는 후미팀들과 보조를 맞추려고)
천제단에 올랐다. 갑자기 사방이 툭 트이며 펼쳐진 은백의 세계는 말을 잊게 하는, 늘 사진으로만
보아오던 바로 그 능선이다.
마치 정령이 깃든 듯한 상고대의 아름다움은 한 번 보고나면 그리움에 내년 겨울이 오기까지
어쩌지 못할 몸살로 한 해를 견뎌야 한단다.
볼을 때리는 바람의 손매가 꽤나 맵차다.
살을 에는 바람에 피는 서리꽃, 꽃봉오리도 꽃받침도 없다던...그 서리꽃,
반쯤은 고사목이된 나무가 힘들도록 눈에 짓눌린 풍경은 아니지만...서리꽃이 피어있었다.
안개가 자욱히 짙어 멀리 보이지도 않고 멋진 사진도 얻을 수 없었지만 상고대[rime]의 장관이
펼쳐졌다.
한참 상고대가 형성되는 중이라 나도 그렇게 몇 시간만 서 있으면 흰 나무(樹霜)로 변할 것 같다.
머리카락이 노출된 일행의 머리에도 정말 서리꽃이 내렸다.
모진 칼바람에 웃자라지 못한 짝달막한 참꽃나무 철쭉이 옷을 벗은 채 저마다 하얀 은색 옷으로
갈아입고 섰다.
제일 늦게 핀다는 태백의 철쭉, 지금 설화를 달고 봄꽃을 피울 꿈을 꾸며 깊은 겨울 잠에 빠져
있나보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산다는 아름드리 주목,
썩 자람점이 좋지도 않은 나무가 태백산 정상에서 바람막이로 얼마나 오랜 인고의 세월을
견뎌냈으면 가지가 찢기고도 침묵속에 여명을 살고 있다.
구차하지도 않게 여여히~ 신령스런 모습으로 오가는 등산객들을 말없이 맞아준다.
가만있어도 수피가 흰 사스레나무도 설화를 보석처럼 매달고 뽄새를 자랑하고 섰다.
산정상 밑 해발 1,500m에는 단종대왕을 모신 단종비각과 한국명수 100선중 으뜸인 용정이라는
우물이 있다.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창건했다는 망경사 절 입구의 용정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샘물로서 개천절에 올리는 천제(天祭)의 제수(祭水)로 쓰인다. 또한 당골에는 매년 개천절에
제를 올리는 단군성전이 있다.
부정한 사람이 마시면 혼탁해 진다는 말에...워쪄? 하고 농담을 하고는.. 한참을 웃음으로 피로를
풀었다.
명산일수록 높고 고산일수록 기상변화는 심해서 늘 쾌청한 정상을 바라기란 어렵단다.
한라산 백록담이나 백두산 천지연도 맑은 사진만 접해서 그렇지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정상의
완연한 모습은 잘 볼 수가 없다는데...
왜 처음 온 나에게 태백은 그 모습을 안개를 솜이불처럼 둘둘 말아서 가리고 있는가?
보는 사람, 서운하게시리...
우물은 얼어서 폐쇄하고 따로 길어서 내어 논 그릇의 물 맛이 퍽 좋다.
망경사 스님은 산행객들에게 뜨거운 컵라면을 건네기에도 바빴다.
위치가 그래선지...태백 대피소 휴게소 역활을 톡톡히 하고 있나보다.
라면도 있고...그 외 구급용품도 있고 눈비가 심하면 쉬어갈 수 있는 방도 여러 개 되어 보였다.
연말면시에 천제단에서 일몰을 보고 망경사 절에서 추위와 어둠을 잠깐 피하고 새해 일출을 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망경사 스님, 아무리 방이 여러 개라도 예약은 필히 해야 되겄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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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左)태백일출장관 검색이미지 (右)사스레(자작과)나무
태백산 망경사에서 당골로 힘차게 내려오던 계곡 물, 흐르는 소리가 얼었다.
물빛도 꽁꽁얼었다. 얼음은 빛깔도 소리도 모두 안고 잠들었다.
얼음 속에 갇힌 물빛은 청옥 비취빛을 뛰우고 있었다.
이런 빛깔을 아쿠아머린(Aquamarine)이라고도 하지 아마?
물 빛깔이 예전에도 저리 고왔든가?....사람들은 저마다 계곡의 청옥빛 얼음에 감탄했다.
이 계곡물이 해동하고 졸졸 녹아 내릴 적에 다시 찾아 와 이 물에 발을 담근다면 아마도 틀림없이
시린 청옥 물빛이 발끝을 타고 적셔 올라와 마음마저 청청(靑淸)하게 물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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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축제가 열린다는 당골광장에 다다라가는지 음악소리가 태백산을 경쾌하게 타며 올라오고 있었다.
태백산은 옛부터 삼한의 명산, 전국 12대 명산이라 하여 '민족의 영산' 이라 일컫는다는데,
주봉인 높이 1,567m의 장군봉과 높이 1,517m의 문수봉으로 이루어진 산으로 높으되 가파르거나
험하지 않아 등산이 수월하며 남성다운 웅장함과 그 후덕함을 자랑한다.
눈이 있어 사랑이 더욱 빛나고, 축제가 있어 즐거움과 행복이 있는 태백산 눈축제는 매년 1월 중순이면
시작하여 올해로 13회, 2006년 태백의 새해를 활기차게 활짝 열고 있었다.
(눈꽃축제 이야기는 다음 글로)
평소에 즐겨 하지않던 산행 탓에 집에 와서는 엉금엉금 기어 다녀도 그 대가를 지불하기에 응당한
환상의 은빛세계~ 그 기억의 보상만으로도 충분하다.
비록 눈 부시도록 화려한 순백의 설원은 보지 못했지만 능선을 타고 걸쳐 뿌우옇게 번져나던
설무(雪霧)의 절경을 잊을 수 없기에,
내게로 훅훅 끼치며 다가오던 눈안개~ 천년설화의 신비를 그리워하며 내년 겨울을 기다려 볼 수 밖에,
사진"글/이요조
아래는 검색글
천제단은 태백산 정상에 있는 둘레 27m, 폭 8m, 높이 3m의 원형 제단으로 개천절에 천제를 지내는
곳이다. 천제단이 있는 태백산 정상에 오르면 그 황량함(?)에 놀라게 된다. 태백산 정상은 마치 벌판
처럼 넓은 공간으로, 다른 산 정상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매해 겨울에는 눈꽃열차를 이용해 태백산 정상에 올라오는 사람들이 많다.
삼국시대부터 하늘에 제를 지내던 태백산은 크고 밝은 뫼라는 뜻으로 산 정상엔 태고시대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이 있어 왔고 이 땅의 골간을 이루는 백두대간의 중추적인 산으로
우리민족의 영적 에너지가 응축된 곳이다.
백두산에서 일으켜 세운 힘찬 땅의 기운은 금강산 설악산을 거쳐 남쪽으로 달리다 태백시 매봉산에서
거대한 용트림을 하며 국토의 중심부 쪽인 서남으로 방향을 틀어 덕유산 지리산으로 이어진다.
그 용트림을 하게 만든, 남한 제10위 고봉이 태백산이다.
기록에 의하면 신라 때에는 오악 가운데 북악으로 봉하여 제를 모셨으며, 일성 이사금 5년(137년)
10월에 왕이 친히 태백산에 올라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 한다.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치는 동안 지방
수령과 백성들이 천제를 지냈고, 구한말에는 쓰러져 가는 나라를 안타까워 하는 우국지사들이,
일제 때는 독립군들이 천제를 올렸던 성스런 제단이다.
현재도 매년 10월3일 개천절에 태백제를 개최하며 천제를 올린다.
또한 이산에서 발원하는 물이 낙동강과 한강을 이루고 삼척의 오십천을 이루니 백두산 한라산 지리산
등과 같이 국토의 정신적 모태가 되는 산으로 추앙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정상에 서면 서남 방향으로 구룡산, 선달산, 소백산등 백두대간의 연봉들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다가오며 장엄한 일출과 낙조를 보면서 속세에 찌든 마음을 잠시라도 씻어낼 수 있다.
강원도는 천제단 이외에도 기도처로 유명한 문수봉과 1500m가 넘는 곳에서 물이 솟는 용정샘,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 간다는 주목 군락지, 단군 성전 등을 한데 엮여 태백산도립공원으로 지정했다.
[찾아가는 길]
○ 승용차
1) 중앙고속도로 제천IC → 영월 → 31번 국도 → 태백
2) 중앙고속도로 영주IC → 봉화 → 31번 국도 → 태백
○ 열차
1) 청 량 리 역 : 첫차 08:00 / 막차 22:00 / 소요시간 4시간 30분 / 6회 운행
2) 동 대 구 역 : 첫차 05:40 / 막차 15:30 / 소요시간 4시간 45분 / 2회 운행
3) 부산(부전역) : 첫차 09:00 / 1회 운행
○ 버스
1) 동 서 울 : 첫차 06:50 / 막차 22:30 / 소요시간 3시간 30분 / 16회 운행
2) 대구/북부 : 첫차 07:00 / 막차 19:25 / 소요시간 4시간 30분 / 7회 운행
3) 원 주 : 첫차 08:40 / 막차 20:30 / 소요시간 3시간 30분 / 14회 운행
4) 강 릉 : 첫차 07:32 / 막차 19:50 / 소요시간 2시간 30분 / 14회 운행
태백공원 039)524-2740
(우) 235-701 강원도 태백시 시청길 2번(황지동 244-3번지) 태백시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