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섬
(익명 방의 싸움을 보고...)
누구나 한 번 쯤은 가 보고 싶은 섬….
그러나…..
그만큼 왕래가 쉽지 않은 섬,
제약을 받는 섬,
일정한 주소도 없이 부유하는 섬,
어쩌다 살아가면서 맞닥뜨리게 되면
함부로 해서는 절대 아니 될 섬,
누구랄 것도 없이 나, 자신에게도
오타가 나도 고칠 수 없음을,
뒤 늦은 후회가 묵살되는 섬,
그만큼 조심스러운 섬이다.
어떤 글은 표나게 누구 것인지 금방 알아도…
언제나 어림 짐작은 금물이다.
인생에 모든 것이 다 그러하듯이…..
언제나 엉뚱할 수가 많다.
나의 추억의 기억에도 익명의 섬이 있다.
따로 분류하고 고립 시켜둔,
아니 그렇게 분류를 해 두고 싶은 섬 ? 아니면, 방 ?
절대로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방이기에…
마치 옛날의 판자 울타리 나무 옹이가 빠진 구멍으로
남 몰래 드려다 보는 짜릿한 맛,
물소리가 나면 누가 마당에 나와 목욕하나? 궁금하던,
남 몰래 무엇을 저지르고도 그런 옹이 구멍 하나쯤
마련해 두고 봐 주기를 바라는 얄궂은 아이러니,
내, 기억 속의 익명방
이유없이 정지된 화면,
스틸로 남아있는 흑백사진
어머니 지갑에서 몰래 훔치던 빨간 지폐의 무서운 기억,
(쵸코릿이 너무 먹고 싶었다)
써도 써도 없어지지 않는 돈,
감출 수없는 거스름 돈이 더 무서웠다.
아버지 멋진 가죽가방을 잘라내던 기억,
(가죽 한 조각으로 무엇을 절실하게 만들고 싶었다)
어머니 빌로드 치마를 가위 집 내던 기억
(너무 신기하도록 보들 거리는 유혹에)
옆집 남자 아이를 흠씬 패 주어 기절 시킨 일,
(바보 같은 게 나만 따라다니니까)
구멍가게에 가서 아무리 주인을 불러도 없자
별, 필요도 없던 아무런 가치도 없는
실핀을 몰래 집어 나오던 기억,
그 후로 그 집앞을 지나치며 어린마음에
스스로 받은 상처가 너무나 컸던 일,
애 써 아프다고 사 준 귀한 인형을 언니와 언니친구가
가지고 놀았다고…..
정말 나도 아깝지만 와락와락 뜯어버린 기억,
등겨를 탈탈 털어내어 모두를 경악하게 했던 기억,
실로 부끄럽고 창피스럽고….

그런 기억들만 모여 있는 방
후회를 아무리 해도 고쳐낼 수 없는 방,
언제든 그 일을 반추하며 자신을 성찰하는 방,
비밀의 방에 오면 우선은 자유스러울 수 있어 좋다.
뭘 해도, 위장을 하고 가면을 쓰고
변장술로 자기를 가릴 수 있어 더욱 매력 있다.
그러나…… 그 게
자유가 아닌 구속임을…….
눈에 보이지 않는 더 가중한 자율
임을……
어느 날 난, Y 談 하나 올리고
나 혼자 낄끼덕 거렸다.
그런데 그 게 거기서 끝나 주지 않았다.
내 마음이 그 좋지않은 흔적을 낳고 그리고
내가 낳은 그 흔적은 이상한 올가미로 나를 결박하고
난 기분 나쁜 끈끈함을 낳고
궁극적으로 죄 비슷한 게 발목을 묶고
혼탁해진 영혼이 결속되어 헤어나질 못한다는 걸 알았다.
하루종일을 그 허접 쓰레기가 내 마음을 점령했다.
아니 잠식 당했다고 보는 게 옳다
우선 억울했다.
까짓 쓰레기 같은 글 하나에…..
남들에게….
순간 낄끼덕 거림을 주자는 목적이
무료해 할(?) 그 들에게 섬광 같은 말초의 기쁨을 주고자
악마의 가장 그럴듯하고도 통상적인 합리화로
고기 맛의 후추처럼 맛의 자극을 전파 시키고자 한다는 게
오히려 보는 쪽은 그저 보고 지나치므로
흘려 버리지만…
제공한 자는 그 것이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에게
지우지 못할 만큼 깊숙하게 각인 된다는 것을 알았다.
내 기억 속 익명의 방을 부끄러워 꽁꽁 닫아 건
만큼 나는 그 기억과는 먼---
상관없는 사람이 되어가려고
어린 마음에도 부단히 노력했었다.
그렇듯
사이버 세계의 익명 방에서도 실패를 거듭한 뒤
(타산지석도 포함)
나도 내게 스스로 독이 되는 일은 삼가 한다.
그러나 또 어쩌랴?
아무리 정확성을 기해도 그 넘의 오타는 찍히고
나는 손 쓸 수도 없는….
이미 나의 한계를 벗어 난
흘러간 물인 것을………
그 내용이 설령 나 혼자의 모노로그가 아닐 때 그 일은
일파만파가 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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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함과 아름다움 ]


오늘은 공항에 나가야 한다.
그이가 오후 6시 비행기로 도착하기 때문이다.
별 준비를 하지 않는데도 부산하다.
신 공항까지 갈려면 일찍 서둘러야 했다.
그 쪽은 초행길이다.
공항 가는 길목, 그 동네 어귀에 오는 봄도 보고 싶어
피곤하지만 그런대로 눈을 부치지 않고 구경을 하기로 했다.
참, 아직은 지리나 진입로를 몰라 리무진을 이용하기로 했다.
시내에선 길이 막혀 옆차선 차랑 나란히 물려 가다 서다 하고 있었다.
옆 차선에 바싹 붙어 있는 차 속 풍경이 수상쩍었다
운전자의 얼굴은 잘 보이질 않지만…
아마 내 나이쯤 된 여자 같다.
핸들에 얹은 손이나…..
진주 목걸이를 한 목덜미….연두색 니트 상의….상체의 바디 라인
등으로 짐작해서도,
조수 석 자리의 남자는 그다지 많아 보이는 나이는 아닌데…….
그녀의 손이 그의 손을 만지는 게 아니라 주물럭거리고 있다.
처음엔 내가 뭘 잘못 보았나 했다.
별 해괴한 일이….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그는 계면쩍어 하며 주위를 살피는 표정이더니 나와 눈이 슬쩍 부딪혔다.
얼른 잡힌 손을 빼 버렸다
차 넘버를 보니 렌트카? 다.

만약에 만약에 말이다.
내가 그런 사람…. 잠시라도 손을 잡지 않으면 안될 사람이
생긴대도…나는 그렇게 그런 자리에선 절대 손을 잡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못할 것이다.
운전을 시작한지… 어언 10년이 넘었다.
어두운 밤에도 앞 차의 실루엣만 보고도 그 들이 어떤 사인지...
아님, 빽 미러로 보아도 뒤차에 탄 남녀사이가 어떤 관곈지 알 수가 있다.
저러고 운전을 어떻게 하나 싶게 마주 보며 낄낄대는 이들……
아님 그저 시무룩 서로 딴청만 부리는 진짜 부부들의 모습
연애하는 심정으로 그런 모습으로 살던 날이 과연 얼마나 되었을까?

그래 그를 맞아 돌아 오는 길에는 나도 살며시 손을 잡아 보리라~~
영종대교 아래로 펼쳐진 갯펄이 인상적이었다.
오늘이 음력 8일 조금이라 간만의 차가 심할 때라 그런지
더욱 볼만 한건지…..처음 보는 나로서는 아무튼 신기했다.
오후라서 뉘엿 뉘엿 넘어가는 해가 눈 부셨다.

막상 공항 본청사 앞에 다다른 갈래 길에 다가 선 자가용들이 모두 멈칫거리며
서 있는 안내에게 일일이 물어 보고 있었다.
아마 도로입구 전광판에 '주차장 만차, 장기주차장으로 이동' 하고
써 진 것을 보았기에 헷갈리나보다.
아직 개항이라 그 너른 벌판에 손님도 얼마 없을터에 주차장 만차라니......
왜 그러는지 버스를 타고 있는 나로서는 알 수가 없지만
차를 두고 오기 참 잘했다고 나 스스로 기특해 했다.

신문이나 TV로 보던 인천공항의 야경은 참으로 멋있었다.
동북아의 허브….어쩌고 한 말 아직은 겨우 새 집으로 이사만 급히했지,
웅장한 껍질만 있었지,내부로는
뭘 꾸미고 다듬고 한 예술적 미학감이 전혀 없다. 급조한 흔적만 역력하다.
실제 실내 안에서 느끼기엔 천정이 낮고 폭도 그리 넓지않아 답답했다.

김포 국제 2청사는 미래를 생각해 볼 때 좁지만은
기품이 배어있었다. 당당함이 스며 있었다.
외관이 어딘지 우리 기와 추녀처럼 완만한 곡선을 이루어
마치 살짝 치켜 올라 간 우리 여인네들의 외씨 버선코 같은 운취도 있었다.
실내도 이층에서 3층이 오픈 되어 우리 한옥의
山野를 마주 향해 탁-트인 대청마루 같은 느낌이 있었다.
떠나는 사람, 보내는 사람, 그 애절한 이별의 아쉬움에
아름다운 여운을 남기는 뭔가가 있었다.

인천 공항의 느낌은 아직 낯 설기만하다.
마치 조립식의 길쭉하기 만한 건물 내부에 서 있는 느낌이다.
아무런 맛도 멋도 없다.
그냥 새로 지은 어느 고속터미널을 길게 확대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일 뿐이다.
그저 회색의 방대한 시멘트 덩어리다, 차라리 실내보다는 바깥에 나오니 그나마 멋스럽다.
실내의 전면은 유리고 바닥은 대리석이고 그냥 그렇다.
우리 눈에는 건물의 전체적인 조형의 외관이 보이지않으므로…….
각 매스컴에는 얼마나 떠들썩 한지… 바닥이 거의 유리 수준이라
치마 입고 다니기엔 좀 그렇다는 둥,
유리로 된 누드 엘리베이터(가칭)가 있어서
아래에서 치마 입은 사람이 보이게 생겼다느니…..
과연 그랬다. 그런데… 그 엘리베이터는 의외로 지저분해 보였다.
국제 공항을 오가는 사람들은 모두 많은 양의 짐이 있는데…
마치 바깥에서 본 풍경은 화물 전용 엘리베이터 같았다.
그 걸 가려 주었다면….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에겐 바깥 경치를 볼 수 있게 하고
바깥 사람들 에겐 좀 가려주었다면 하는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중앙 입구 전광판을 보고 출구를 찾아 나섰다.
출국 출구는 A,B,E,F 로 나뉘었다.A~F 까지는 끝에서 끝이다.
한참을 걸어야 한다.
거대하므로 상대적인 불편이 뒤 따랐다.
바닥은 대리석으로 새 것이니까 윤이 났다.
김포 국제 1~2청사 바닥이 워낙 지저분하다 보니 그런 말이 나왔겠지 하고 좋게 생각했다.

내부 중간마다 설치된 정원은 어느 아파트 모델하우스 수준에도 못미치는
조야한 조경이였다.
아니, 전철역의 어느 정감 있는 곳 보다 못했다.
혹시나 배웅 나왔다가 못 만나게 되려나 하고 서 있기를..
착륙하고 도착해서 1시간이 지났는데도 영 감감 무소식이다.
뒤에서 모 호텔에서 나온 직원이 하는 말
“저 전광판 게이트 표시, 틀리는 게 좀 있어요 ”
그 얘기를 흘려 들으며 설마 ...했다.

금발의 키만 껑충 큰 여자가 이쪽으로 다가온다.
아~ 한 남자가 다가선다.
둘은 말없이 다정하게 따스하게 서로 안는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 참 보기가 좋다. 내 그런 느낌에 나도 흠칫 놀라며
있는데 포옹에서 여자가 뒤로 한 걸음 풀려나자
일순간 남자가 여자를 가볍게 끌어당겨 또 가벼운 입맞춤을 해 버린다.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참 그러고 나더니 세로판지에 싸 온 붉은 장미꽃 한 송이를 건넨다.
정말이지…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그런데 왜? 올 때 보았던 별 좋지도 않았던 그 남녀의 모습이 떠 오르는 것일까?
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그 생각을 애써 털어 버렸다.

누가 그이의 이름을 피킷해서 들고 있다.
언제나 겪던 일이라 간단히 인살 했다.
“같은 사람 기다리는군요”
“아, 그러세요? 그런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군요”
그리고 30분이 더 흐른 후에야 휴대폰 덕으로
우린 엉뚱하게 다른 게이트에서 나와 있는 그를 만날 수 있었다,
특유의 경상도 급한 성질로 나를 나무랐다.
전화도 잘 터지지 않는 것 같다고 짜증을 내었다.
이런…. 거의 두 달여 만에 보면서 웃어도 시원찮을 텐데…..

샘플 받으러 나온 거래처 그분이 전광판 오류라고 얘기 안 했으면
서둘러 핑계대지 않는 나와 한참을 좀 그랬을 것이다.
기분이 영 엉망이다.
아까 한 외국인이 픽업 온 사람을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고 난처해 했다.
아마 그 사람도 게이트가 잘 못 표기되어 그러는 것 같았다.
아무리 군데 군데 임시 안내요원을 두었지만 이런 오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당황스러워 하던 외국인 걱정에 궁금해진다.
많은 피해자들이 나처럼 중얼대다 돌아서는 수 밖에……
우린 또 그렇다 치고 외국인들은 …?
처음 이 땅에 발을 딛은 외국인은?
가이드가 아무리 나와 여러 시간을 열심히 피킷을 들고 있어도
게이트가 다른데….. 각 출구 간격이 까마득한데……
그렇다고 구 청사처럼 각 출구 모니터도 없는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된다면 필요치도 않지만……
돌아 오는 리무진 버스는 김포공항을 들린다.
국내선과 연계를 해야 되고…
사람들 얘기론 멀어서 버스료도 비쌀 뿐더러 승용차론 도로비도
비싸고….또, 김포에 내려 집까지 가려면 어차피 지하철을 많이 이용한다고 했다.
국제 1청사나 2청사는 쥐 죽은 듯이 문을 닫아 걸고 캄캄했다.
적막감에 어쩐지 감회가 씁쓸하다.
내가 상상한 인천 공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다가 보니 영종 대교의 야경이 화려했다.
그런데 다리 연결구간에 차가 지나 갈 때마다 차가 덜커덩거려
외국인의 심정이 되어보니 창피스럽고 민망하다.
연결사이 틈새를 지나칠 때마다 "덜커덩"
거리며 나는 소리가 왜 그렇게 가슴을 찔러대는지...

산을 깍아 도로를 만들고 소나무나 고급수종을 이식하고.....
공항을 위한 거리에다 쏟아 부은 돈도 만만치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영종대교 아취가 연두색으로 칠해져서 이 봄에 솟구쳐 오르는 새싹의 상징물로 보였다
적어도 내눈에는… 꼭대기 깜빡거리는 빠알간 불빛이 연두빛 아취 위에서 꽃송이처럼 예뻤다.
그렇다 인천 공항도 우리것이다. 새 싹이다.
우리가 가꾸고 사랑하지 않으면...애정을 갖지 않으면 누가하랴?
가꾸고 다듬자......시작에 불과한 일이다.
그래서 도약하는 정말 동북아의 허브로 탄생하면 참 좋겠다고 오면서 생각했다.

피곤하다.
애꿎게도 모니터 하나없는 사람들 틈 새 돋음발로 비집고 서서......
한 번 앉을 수도 없이 두 시간,
오며가며 네 시간,
총 6시간을 마중나가는 데다 할애했다.

오면서 나는 그이의 손을 잡지 못한 건 물론이다.
그간 궁금해서 이것저것 묻는 그이 말에도 나는 계속해서
뾰루뚱해져 있었기에…..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그런 정경은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나이임을 낸들 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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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수


정지용님






넓은 벌 동쪽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밭에 밤바람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지고 이삭 줍던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별



알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













뒤 늦은 양해를 구하며: 시몬님,이해 하실거지요?

☆모 카페에다 올린 글입니다☆

제가
실수의
오점을 남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편지를 들고 나와서......

그러나 이상한 사이도 아니기에......
떠나간 자의 슬픔을 좀이라도 위로하고자 했던
情의 나눔이기에.......
감히, 여러분께 펼쳐 보입니다.
아름다울 수 있기에....
IMF로 갑자기 멀쩡한 사람들이 직장에서 떨려나고
우리 나이에 갑자기 설 곳을 잃어버린 사람들.....
본의 아니게 고국을 등져야 했고....
그를 내 몬 것도,
그의 Home-sick 에 잠자리를 뒤척이는 부분도,
바로 우리의 일부 몫인 것을......

우리나이에 겪어야 하는 말 못할..
그냥 가슴이 찡해서....
우리 세대에 함께 앓아야 할 역사적 고통의 일 부분 같아서,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

母情 방에 오시면...
시몬님의 애절하고도 콧날이 찡한 詩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아래 글은
시몬이 보내온 글을 제가 그림과 음악을 넣어서
"시몬~ 그대의 향수를 잠 재울 아스피린"
하고 답신을 하였더니...
어린 아이마냥 좋아하며, 보내 온 글입니다.



Dear Yj!
보내주신 아스피린
효과만점였읍니다

얼굴이 상기되고
가슴이 뜨거워 지면서
눈물이 핑그르르...

from simon


Dear Yj!
님의 멜을 받는 순간
전 붕~ 떴읍니다
벚꽃 만발한
골목에서
너무 어울리는
음악을 들으며
난 어느새
시인이 되었으니...

전 아직
내 Computer를 갖지 못해서
자주 이곳
P/C 방을 찾습니다
그리고
아직
동영상을 띄우거나
아름다운 site를 만들지 못하는
겨우 컴맹을 벗어난 정도거든요

오늘 아침엔
잠을 덜 깬 상태로 repair man을 맞았읍니다
어제 제방의 세면기배수구가
막혔는지
윗층의 배수가 거꾸로 치솟아서
carpet이 엉망이 되었거든요

내일은 My Holyday!
아직 special program은 없지만
증권회사에 다니는
Phillip Shin과 Mr. Park을 만나서
점심이라도 함께 해야겠읍니다
그들은 서울에서
직장동지였거든요
우연히 이곳에서
그야말로 조우했지요
세상에 이넓은 지구상에서...

요즘은 새벽녘까지
뒤척이길 반복합니다
내달에는 여러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우선 일터와 살곳
그리고 status, ESL...

Dear Yj!
이 시간 님은 깊은 잠을 잘 시간
밤 낮이 다른 이곳은 한낮입니다
햇볕이 따겁고 75도(F)까지 올라 간다는군요
이렇게 맑은 날엔 그냥 베낭메고
산으로 달려가야 하는데...

이 시간 Bible의 한구절을 인용합니다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는 것 같이 사람이 그 친구의 얼굴을 빛나게 하느니라"
"As iron sharpens iron,so one man sharpens another"

님으로 해서
내 마음이 위로받고
따사한 봄날을 가슴에 품게 됩니다
고마워요!
무지무지 고마워요!

Adios~ Yj!

from simon


글/
이 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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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병에 대하여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향수병에 달뜬 이에게 더 부추긴 꼴이 된 것 같았다.
봄~~
봄 이야기를 주책 맞게 흐드러지듯 늘어 놓다가
기어이 한 망향가의 아키레스건을 건드려 버렸다.
본의 아니게……
삼월 삼짓날이 지났다고 다시 온 제비가 얼어죽게 생겼다.
처음엔 희끗희끗 뭔가 날리더니…..
난 꽃인 줄 알았다.
다시 생각하니 아직 꽃은 피지 않았는데….
아~~ 산 벗 꽃처럼 날리는 춘설 이었다.

오전만해도 하늘이 황사로 뿌옇게 보였다.
고국의 봄이 그리워 목이 메인다는 절규,
해서 난 줄곧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이렇게 시작하는 글을 띄우고 싶었다. 어제생각.★



★봄★

그 봄이라고
와 본들
하늘은 황사로 뿌우옇습니다.
지난 겨울은 눈으로… 추위로 유난스러워서
이렇게 봄을 기다림도 유난스러운 한 해인 것 같습니다
우리들, 봄을 기다리는 마음, 그 것만이 진정한 봄이랍니다.
바로 그 것이 봄입니다.
어느새 봄이 오는 듯 싶다가 여름 속으로 곧장 직진합니다.
어느 때부터인지….
우린 휙-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봄을 느끼기도 전,
“실종된 봄”을 찾아 나서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그런 봄이라도 찾아보면 다행이지요.
제가 일을 가지고 있을 때는 봄조차 느낄 수 없었답니다.
어느날 문득 봄인가 싶다가도
어느날 문득 또 여름입니다.
그러다가 이내 낙엽이 떨어지고….눈이 펄펄 내렸습니다.
요즘은 팔자에도 없이 되게 한가해져서
이렇듯 나에겐 유독
늘어진 봄 타령으로 봄날이 느릿느릿 어기적 거리며 옵니다.
사방을 둘러봐도 시멘트 블록 안에 갇힌 도시인들은
일주일을 참고 견디기 힘듭니다.
집 분위기를 전원풍으로 비슷하게 꾸며 보아도….
아무리 베란다엔 갖가지 화분에… 비싼 조경을 해도
시시각각 변하는 시골 축사 구석재기에
고이고 썩은 개울가 만큼도 신선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냄새 나는 썩은 물이 섞여 흐르는 시냇가에도 파릇파릇
파란 풀이 돋아 나긴 합니다.
따뜻해서 소름 돋을 봄볕도 마냥 내려 쬡니다.
깨어진 병 조각,
찢어진 폐비닐로 둘러싸여도 흙만 있다면…
무거운 돌 틈 사이로도 얼굴을 내 미는 새 싹들…..
더러움과 새 생명의 대비,
늘, 아니,
아직도 이런 풍경인데… 무에 그리 좋다고 조국 산천을
그리도 보고싶어 하는지요.
하늘은 늘 스모그로 우울하고….
江은 늘 앓으며….. 신음소리로 뒤척이며 흘러 가는데…

내리는 눈도,
내리는 비도,
한 번 맞고 나면, 차가 엉망이 되는 나라…….
세차를 밥 먹듯 해야 하는 나라….
하루 입은 와이셔츠 깃이 새카매지는 나라…..
자고 나면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뛰어 오르는 나라…..
뭐가 그리 볼 게 있고,
미련 둘 게 있어 그리도 향수병에 목이 메이는가요?
러시아워 때의 교통 지옥…..
명절 때마다 겪는 민족 대이동의 교통대란…….
뭐 그리 궁금해서….. 뭐 그리 대단해서…………
그래도 그런 고국이 더 그리워지는 것을……
더욱 연민으로 가득해지는 것을 …….
도무지 어쩔 수 없다 구요?


잊으세요.
다 털고 잊으라 하십시오.
옛날을 모질게 그리워 하는 잠재된 기억들에게,
망각도 때로는 큰 위안이 됨을……

허나,
못남으로 인하여 더 더욱 가슴에 안겨오는
끈적한 그 연민을…..
아무도 어쩌지는 못합니다.

3월 끝날 시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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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사랑♡

  


★소년 ★
















오래된 애장품을 들고 나와
그 연대를 측정하고 어림잡은 가격을 부치고 하는 TV 프로가 있다.
나에게도 전혀 돈이 되지않는 그런 물건들이 조금 있다.

작은 아버지께서…
무슨 말씀 끝에 밭을 가시다가 그런 것이 나오면
그냥 깨 버려 밭둑으로 버린게 부지기수라 하셨다.

그 곳은 경남 김해로 옛날 가야국 터전이다.
절대 그렇게 깨어 버리시면 안 된다고 말씀 드렸더니
그 얘기도 옛날 이야기고 이제는 모르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이젠 숫제 땅에서 나올 것도 없다 하셨다.
그 게 벌써 30년도 훨씬 더 흘러간 이야기다.

질녀가 하도 좋아라 하니까
어느 날,
신문지에 돌돌 말아서 갖다 주신 "고배"(나중에야 이름을 알았음)
제기처럼 다리가 달려서…
역시 무엇을 고임의 뜻으로 받들어 올리는
잔이나 받침으로 쓰임샌 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러다가
'한국미술대전집'을 구입하게 되고 그 책에서 목각,
금속 등 공예집에서 우리 전통의 오래된 미술품의 사진과 설명…..
나는 점점 골동품의 가치에 흥미를 두기 시작했다.
내가 여기서 가치라 함은 돈으로의 가치가 아니라…
가슴에 닿는 예술을 초월한 장인들의
솜씨와 영혼을 느낄 수 있었다면 너무 거창한 과장일까?

굳이 영혼이나,
장인성을 떠난 얘기를 하나 하려고 설명이 장황해졌다.

집을 계약하려고 둘러보니….. 새삼스럽기에 그냥 기록해 본다.
아주 단순한 책꽂이 하나,
넓인 키보드판만 하고 색깔은 붉은 갈색이 난다.
나무를 재단 한 솜씨보다 칠을 한 솜씨가 돋보여 어딘지 모를
재단의 단순미가 오히려 심플해 보이기 까지 한다.

이 곳으로 이사를 와서 옆집 대문밖에 버려졌길래…..
비록 보잘 것 없는 두 칸짜리지만 정성스레 만들어 진 것 같아
어딘가 끌리는 구석이 있어 뒤집어 아래를 보았더니…….
"1967년 3월 아빠가" 하고 써졌다.
나는 "세상에나~~"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필경 옆집 (내 추리로)아저씨가
첫 아들 초등학교 입학식을 기념해서 만들었을 년도였다.
이웃집 아주머닌 그 당시에 지금 내나이로 혼자 아들 둘을 데리고 사셨다.
아저씨는 유명을 달리 하셨는지 몰라도 아무튼 안 계셨다.
마침 만난 아주머닌 책꽂이를 들고 있는 나를 보더니
"그 것 뭐 하게요…..쓸데 없어요"
아예 매몰차게 답변까지 다 내리신다.
"그럼 이것 저 가져도 돼요?"
"그 걸 뭐 하러~~" 하며 딱한 얼굴로 나를 바라 보았다.
아마 그 집 첫 아이를 초등학교에 갓 입학시키고 너무 기쁜 나머지
목재를 구해와서 서투른 톱질을 하고…..
색깔을 내고…. 니스칠을 하고……..
흥에 겨워, 콧노래도 불렀을…….
이 작업을 진행하는 한 父情이 어른거려 보였다.
다 만든 후 완성 날자를 새겨 넣으며,
필경, 당신 아들을 위한 기도를 하였으리라.
당신의 사랑의 맹세를 각인하는 마무리였으리라.

내 것도 아니면서,
지금은 언제나 내곁에 가까이 있다.
항상 내 곁에…제일 가까이 있다.
정리를 잘 못해서 방바닥에 늘 어질러지던 책들을 담고…..
고정된 자리가 아닌….. 방바닥이나, 거실이나. 주방이나,
비스듬히…….. 자연스럽게…..
친밀한 반짓고리처럼.. 가까이 언제나 내곁에 있다.
방금 배달된 채 뜯지도 않은 우편물,
읽다 둔 책, 공책, 사전, 요리책...등,

바닥도 얼마나 사포로 잘 밀었는지…
매끈해서 죽-잡아당겨도
쪼르르 잘도 밀려 온다.
다른 물건들과 조화도 잘 이뤄서 너무 대견스럽다.

그런데 늘 마음 한 구석,
"내 물건이 아니고 임시 보관한 듯 함은 왜 일까?"
그 집 식구들을 만나면 도로 돌려 주고싶다.

아마, 지금쯤은 중학교나 고등학생의 아이를 둔 아버지로,
아버지의 심정이 되어본 지금에사,
그 아버지의 사랑을 확인하고 눈물 흘리며 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당신 아버지가 당신을 위해 만든 이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사랑의 증표를…….."

글/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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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서 그럴까?

원래 좀 그랬을까?
결혼해서 아이를 셋 낳고 키우면서
나는 친정 동생들 이름을 곧잘 부쳐서 불렀다.
딸은 하나 있는 여동생 이름으로…….
큰 아들은 큰 남동생 이름으로……..
막내 아들은 막내 남동생 이름으로……

자라면서 근 25년을 입에 익은 소리라서 그러려니 했다.
우리 아이들이 이젠 거의 다 자라가고……
그 증세가 멎는 듯 싶더니,
참, 그 중간에 그 증상은 다른 데로 이어졌다.
강아지, 새 식구를 맞아 드려도 이전 강아지 이름을 마구 불러대곤 했었다.

이제 내 나이 쉰 고개를 넘으며
어느날부터 인지 몰라도 아이들 이름을 단번에 정확하게
못 부르는 것 이였다.
김, 종인, 종근, 종열,…..
종인이를 부르려면 종열아, 종근아~ , 종인아~ 였고,
종근이를 종열이라, 종열이를 종근이라 부른게 다반사였다.
아이들은 우리엄마는 으레히 그러려니 하고 나름대로 가려 듣지만

아침에 꼭 말썽이다.
몇 시에 꼭 깨워 달라는 놈이나,
내가 알기엔 몇 시까지 늦어도 나가야 할 놈,
………….. 나는 으례히 고함을 지른다.
그 것도 틀린 이름으로……………….

호명 당한 놈은 불필요 한데도 제 이름이라 귀가 놀라 열리고
당사자는 그냥 '음냐 음냐' 꿈나라 행이다.

어머니가 상냥해서 부드럽게 흔들어 깨우면 좋을걸…..
이건 완전히 내무반 내무반장 사열이다.
아이들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

"어머니 제발 하고 우리들 이름 좀 제대로 불러 주세요"
"그래~ 이 엄마 머리에 셋 다 항렬까지 붙여 놓았으니…….."
"야,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냐, 내가 만약 열둘을 낳았다면……
그나마 번호로 점호할 뻔 했다"
아쉬운 대로 궁색한 변명을 해 보지만
나만 그런가?
혹? 치매초기????

아~! 아이들에게 필요한 전화가 있어 핸드폰을 누르면
착신의 필요에 의해서 익숙해진,
내 것이 울고있다.

뺄~레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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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
사람과 사람사이에



사람과 사람사이에 오해가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해는 말로 통해서 온다.
입술로 통해서 와서는 혀가 창 끝보다 예리하게
상대의 아픈 곳을 찌르고 만다.
그게 아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오해로 등을 돌리게 된다면….
날 좋아하는 사람을 오해로 미처 못 알아 본다면…..
전쟁터에서도 전혀 싸울 의욕도 없으면서….
극도로 불안한 나머지 마구 미쳐서 살상을 저지르는,
……………..
분명 저 사람은 나를 해할 이유가 없는 데도
내가 지나치게 방어하는 건 아닌지………………..
서로 어렵게 만나 귀한 사랑을 나누던 사람들이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랑을 하면서도…..사소한 오해로,
등을 돌려야 하는 슬픈 일이 생기는……
……………………
사람의 감정이 氷漁처럼 속이 환히 드려다 보이면 좋겠다.
미워하는 사람은 까맣게…… 아무런 감정이 없는 그저
지나가는 타인이면 하얗게…….
전쟁터에선….공격, 분노, 살상 이런 느낌일 땐 붉은 빛,
상대방에게 호감이 갈 때는 연두 빛,
사랑할 때는 오렌지 빛……
………………
나는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묻어두질 못한다.
누구에게 얘길 해야 속이 풀린다.
그 상대는 지극히 제한되어 있어….
글로서 푼다.
그런데 생각은 숱하지만 말은 굉장히 아끼고 생략한다.
요는 내가 말을 잘 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누구든 한 군데가 넘쳐 나면 한 군데는 모자라기 마련이다.
혼자 속으로 이리저리 빗대어 오만가지 생각을 다하다가
정작 내 뱉는 말은 연결 고리가 없다.
말을 생각처럼 조리 있게 할 줄 모른다는 말이다.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내게 가까운 그녀는
얼마나 말을 맛나게 뽄새 있게 하는지 모른다.
그런데 글은 죽어도 못 쓰겠단다.
말하고 있는 입 귀만 보아도 얼마나 예쁘고 정감이 가는지
같은 여자인 내가 봐도 다 사랑스러울 지경이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겨우 한다는 내말은….
생각 없이 불쑥 내 던진 엉뚱한 말이 돼 버릴 때가 더러 있다


이 번 겨울 지나친 눈 땜에 길이 미끄러워 좀 깨끗한 곳을 찾아 다니던 목욕탕을
포기 하고 집 가까운 목욕탕을 다녔었다.
오래된 건물, 서비스도 엉망이라…꺼려지던 곳 이였다.
더 불편한 것은 허리가 ㄱ 자로 굽어진 할머니가 탈의실 내를
관리하는 점 이였다.
나는 내내 할머니의 신상에 대해 추측하기 시작했다.
저 연세에….. 허리도 저런데…자녀들은…? 그래도 일을 부여하는 주인은?
늘 궁금했었다.
머릴 빗다 말고 걸레질 하러 내 곁에 오신 할머니께
나도 모르게 불쑥 나온 말,
"할머니 올 해 몇이세요?"
할머닌 대걸레 질을 하다 말고 뜨악한 표정으로 날 건네보신다.
'왜, 늙은 내가, 허리까정 굽어서 이런 허드레 일을 하니 걱정시러워?’
하는 표정으로 “왜유?”
어찌나 퉁명스러운지…..나는 말을 건넨 후회와 동시에
나도 모르게 그냥 다시 튀어 나가는 말….
"집에, 어머니가 계셔서요…….”
"어머닌 몇 살이신데…?”
"예, 85세 되셨어요”
"난, 아뉴”
획 토라지시는 듯 하다.
‘나를 어디다 빗대느냐 내가 그렇게 늙어 보이남, 쳇,’ 하시는 눈치다.
이런 내 실수,
내 의도는 부지런히 일 하시는 모습이 좋고…..
비록 허린 굽었지만 그 건강함이 실로 놀랍고….
목욕탕을 드나들며…..
할머니께, 비록 할머니가 파시는 음료수라도 우유하나 사서
건네 드리고 싶은 심정 이였는데,
드나들며 인사라도 정다이 나누고 싶었는데….
처음 건넨 말이…영 핀트가 어긋났다.

아마 할머닌 한 70은 너끈히 되신 것 같다.
오늘도 목욕을 갔다가
"할머니 안녕하세요?” 하려니 할머니가 먼저 고개를 돌리신다.

아무리 연세가 드셔도 나이 많은데다 빗댄 내가 무척 서운 하시나 보다.
괜히 껄끄럽다.
이런 상황 조차도 괜한 나의 오해일까?
멀더라도 다시 다니던 목욕탕으로 옮겨가야 할까 보다.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상호간….
사람과 사람사이 느낌이….감정이………
대화를 하거나, 눈동자를 바라다 볼 때, 빛깔이 드러나는
목걸이라도 개발이 되었음 좋겠다.
적어도 호의가….이렇게 천대 받는 오해가 없도록…
특히나 말 하나 감칠 맛나 게 못하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라도,
점점 아무에게나 말을 부치지 못하는 내 주저만
가중되고.....
하고 싶은 많은 말들은....
속에서 돌다가 회오리로 돌다가 가슴앓이가 되고,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 나오길 주저하는
말, 그 말이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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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아팠었다
식중독으로(?)…….
그런데 그 아픔이 또 다른 부작용을 몰고 왔다.
아마 봄을 함께 앓았나 보다.

자주 들락거리던 카페가 시들해졌고,
나의 잡동사니 글이 시들해졌다.
말로만 봄~봄~ 외쳐대며,
입으로만 입춘대길~~ 어쩌고 가
아~ 나의 그 정체성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회색의 도회 속에서……
회색의 블록 속에서…….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음에….
나는 그저 앵무새의 습관처럼 중얼거렸을 뿐…..

누구의 詩에서처럼
귀한 흙이라도 뚫고 솟아오른
햇살보다 더 눈부신……
노오란 민들레가 보고싶다.

내가 바랐던 봄은,
그 지긋지긋했던 눈(雪)에서 풀려나는 해방 감 이었고….
모질게 추웠던 영하의 기온을 어떻게 든
모면해 보자는
형편없는 핑계였다.

그저 이 겨울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눈 많은 겨울을 불평하고
“하이든의 종달새” “봄의 소나타”
“김화용의 봄 처녀”
같은 음률이나 기억하는 걸로
내게 봄이 오는 줄 알았다.

그런 나에게도….
봄이 드디어 찾아왔다.
연두 빛이 아닌 노란 색으로…..
풋풋한 자연의 바람과
녹아내리는 질척거리는 뻘과….
한줌의 햇살처럼 …….
나의 메일 함에 들어 있었다.

초면 이였다.
그런데 오래 전,
마치 옛날부터 알고 지냈던 동생처럼
다정하고 상냥스러웠다.
봄의 전령사답게…….

나의 시답잖은 글들을 읽고
건네 온 답 글 이었다.
편지를 쓰다 말고
장 닭이 홰를 치며 운다고 쓰여져 있었다.
나는 그녀의 편지보다
그 늠름하고 멋질 장 닭이 실은 더 궁금해서
다시 답신을 보냈다.

그녀는 여주 어디 메쯤
전원주택에 사는 주부였다.
몇 계절을 세상과 동떨어져 살며
이웃집에서 분양 받은 닭 몇 마리를 키운단다.
장 닭 한 마리에 암 닭이 서 너 마리…
처음엔 부부 한 쌍과
좀 앳된 암 닭 두어 마리를 드렸는데
이젠 그 장 닭이 본처는 돌아보지도 않는단다.
그 아줌마 닭은 잘 낫던 알도 낫질 않고,
어쩌다 장 닭 곁에라도 가려 하면
젊은 새댁들이 쫓아 낸단다.
젊은 새댁들은 이미 병아리를 깠고
그 병아리들을 아줌마 닭에게 맡긴 채
지네들 끼리 마실을 다닌단다.
그래서 아줌마 닭이 불쌍하다고……
나도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랬다.

아직 춥다.
옷깃으로 파고드는 바람이 썰렁하다.
누가 그랬던가?
“보리 푸름에 (봄에)중 늙은이(설 늙은 이) 얼어죽는다” 고
마치 그 아줌 닭이 늙지도 젊지도 않은
나의 자화상 같은 생각이 들어
연민이 다 생길 지경이다.
그나마, 봐 줄 병아리 손자들이 없으니……다행일까?

그녀는 또 편지를 보내왔다.
해토(解土)하는 땅이 질척거려
닭을 못 꺼내 준 안쓰러운 이야기….
봄 방학 중에 아이들 데리고
잠시 서울로 올라와
꽃무늬 예쁜 찻잔으로 차 마시는 여유를
한 겨울 덧신에 방한복을 챙겨 입고
기르는 동물(개도 두 마리)밥 주러
나가지 않아도 되는 거드름의 자유를….

질척이는 땅….
흐르는 물 소리에….
엊그젠 벌써 나온 개구리 소리를 들었다고
전해 주었다.
난, 반갑다기 보다 상대적 허무를 느꼈다.
봄을 낯 선 메일 속에서만 그려야 하는 나,
노오란 병아리 떼들….
삐약거리며…뛰뚱대며…..
살아있는 봄, 곰실대는 봄,
샛노랗고, 햇살보다 따스하고 보송거리는
병…아….리….
그 건 생명이다. 시작이다. 약동이다. 환희다.
여리고 예쁜 부리로 물도 먹고 흙도 헤집을….여린 발가락,
의욕이다. 희망이다. 욕구다 도약이며 본능이다.
자연이다…..살아있음에….바야흐로 봄이다.
말 그대로 튕겨져 오르는 ,스프링이다.

정말 봄이 오긴 왔었구나…
봄 소식을 이렇게 접하고 앉은 나 자신이
유모로 자리매김한 늙은 암 닭같이
내 정체성을 어디에선가 상실해 버렸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렇다.
요 근래 몇 해,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야
“어? 봄이네”
문득 꽃이 져 버린 어느날
“어? 벌써, 덥네”
이러고 살아 온 나였던 것 같다.

그래,
무거운 외투를 벗어 던지듯 벗자.
일어나자.
………………………………
이런 핑계로, 저런 핑계로,
나를 가둔 건 자신이 아니든가?
알 낫기를 거부한 암 닭처럼
나 스스로 포기한 부분이 없지않아 있다는 걸
인정하고
이 봄을 두 팔로 열정적으로 뜨겁게
뜨겁게 꽉 껴 안자.
내 인생의 그림에 덧 칠이라도 하면
누가 또 아랴
내 인생의 누런빛이 또 다시 샛노란 빛이 될지…….

3월 2일 잠 오지 않는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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