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 1.
축제가 끝났다.
1년 365일, 아침부터 밤까지 공부하라는 소리만 듣던 아이들이라
비록 이틀 동안의 축제였지만 그 준비는 대단했다.
1학년은 합창경연대회를 했고
우리 학년에서는 반별 발표회가 있었다.
1학년들도 참 대단했다.
합창대회인데도 간단한 의상을 저희들이 직접 마름질하여 해 입고는
어른 뺨치게 지휘도 잘 했지만 입,퇴장 하나에까지 온갖 신경을 다 썼다.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문제는 우리반이었다.
원래 내가 아이들을 닦달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그 영향도 없진 않겠지만
별난 개성으로 학교에서 소문난 놈들이 좀 있어
우리반은 늘 자유분방하고 시끄럽다고 정평이 나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살아있다고 좋게 보시는 선생님들도 계셨다.
하여튼, 다른 반들은 모두 댄스를 준비했는데
바로 옆반인 3반과 우리반은 연극을 준비했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내가 봐도 참 잘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옆반에게 근소한 점수 차이로 지고 말았다.
옆반에 진 것도 진 것이었지만 아이들이 화가 난 건
대본짜기에, 의상마련에, 무대배경그리기에, 대사외기 등등
그렇게 여러 가지 준비를 많이 한 연극보다
단순한 댄스에 후한 점수를 준 선생님들 때문이었다.
게다가 우리반이 옆반에게 진 이유는
마지막에 곁들인 댄스가 노출이 심했기 때문이었다는 뒷소문이 있었다.
어쨌든, 첫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이튿날, 체육대회.
4종목을 했는데 불행하게도 3종목은 초반에 다 탈락하고 말았다.
내가 지기만 하면 국물도 없다고 엄포까지 놓았던 줄다리기마저 지고 말았다.
마지막 한 종목은 열 명이 함께 넘는 '긴줄넘기'였다.
1차 시도에 42번을 넘었다.
1등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아이들도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2차 시도에 한 놈이 엉뚱한 곳을 보고 있다가 '시작' 소리를 듣지 못했다.
1번도 넘지 못하고 줄이 걸리고 말았다.
아이들은 미처 준비가 안 되었으니 다시 하게 해달라고 애원했지만
심판을 보신 선생님은 냉정했다.
다른 심판관의 눈도 있고 어디까지나 시합은 시합이라는 거다.
나도 같이 사정을 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사실 나도 많이 서운했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한두 놈이 울면서 교실로 들어가기 시작하더니
잠시 뒤엔 모든 아이들이 그만 다 교실로 들어가고 말았다.
나까지 운동장에 서 있지 말고 들어오라고 마구 잡아당겼다.
가 보니 모두가 울고 있었다.
좋은 말로 아무리 타일러도 소용이 없었다.
할 수 없어 다시 교무실로 내려왔더니
심판을 보신 젊은 최선생님이 아무래도 자기가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교실에 가 보시겠다고 했다.
한 10여 분이 지나도 내려오지 않기에 교실에 올라가 봤더니
최선생님은 계속해서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계셨다.
내가 미안할 정도였다.
그래도 아이들은 쉽게 화가 풀리지 않았고 계속 원망의 말만 쏘아붙였다.
내가 그만하면 됐으니까 내려가시라고 권했다.
선생님은 할 수 없이 그냥 내려가셨다.
그러던 중에
최선생님을 좋아하던 아이 하나가 선생님에게 손전화로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최선생님에게서 바로 답메시지가 왔다.
'난 너희들을 사랑한다. 정말 미안하다.'고...
잠시 뒤, 미리 마음먹고 있기도 했었지만
아이들의 화를 풀기도 할 겸 내가 점심으로 자장면을 쏘겠다고 했다.
쉽게 풀어질 것 같지 않던 아이들이
그 소리에 한두 놈씩 풀어지며 웃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 아이가
"야, 우리 최선생님도 모시고 자장면 같이 먹자."고 제안을 했고
아이들은 '그래, 그러자' 하고 찬성을 했고 교무실로 선생님을 모시러 갔다.
하지만 먼 곳에서 통근을 하시는 최선생님은
토요일이라 이미 가고 안 계셨다.
한 아이가 다시 제안을 했다.
"야, 우리 모두 선생님에게 메시지를 보내자!"
난리가 났다.
전화기가 없는 아이들도 다른 아이의 것을 빌려 메시지를 보냈다.
최선생님에게 몹시 미안했던 나도 그제서야 웃을 수 있었다.
잠시 뒤,
"야, 메시지 왔다!"
"나도 왔어! 우릴 사랑하신대!"
"어, 나도 왔네! 우리반이 좋다고 하시네!"
올해의 축제와 체육대회는
나도, 우리반 아이들도,
또 최선생님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정가네
축제가 끝났다.
1년 365일, 아침부터 밤까지 공부하라는 소리만 듣던 아이들이라
비록 이틀 동안의 축제였지만 그 준비는 대단했다.
1학년은 합창경연대회를 했고
우리 학년에서는 반별 발표회가 있었다.
1학년들도 참 대단했다.
합창대회인데도 간단한 의상을 저희들이 직접 마름질하여 해 입고는
어른 뺨치게 지휘도 잘 했지만 입,퇴장 하나에까지 온갖 신경을 다 썼다.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문제는 우리반이었다.
원래 내가 아이들을 닦달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그 영향도 없진 않겠지만
별난 개성으로 학교에서 소문난 놈들이 좀 있어
우리반은 늘 자유분방하고 시끄럽다고 정평이 나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살아있다고 좋게 보시는 선생님들도 계셨다.
하여튼, 다른 반들은 모두 댄스를 준비했는데
바로 옆반인 3반과 우리반은 연극을 준비했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내가 봐도 참 잘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옆반에게 근소한 점수 차이로 지고 말았다.
옆반에 진 것도 진 것이었지만 아이들이 화가 난 건
대본짜기에, 의상마련에, 무대배경그리기에, 대사외기 등등
그렇게 여러 가지 준비를 많이 한 연극보다
단순한 댄스에 후한 점수를 준 선생님들 때문이었다.
게다가 우리반이 옆반에게 진 이유는
마지막에 곁들인 댄스가 노출이 심했기 때문이었다는 뒷소문이 있었다.
어쨌든, 첫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이튿날, 체육대회.
4종목을 했는데 불행하게도 3종목은 초반에 다 탈락하고 말았다.
내가 지기만 하면 국물도 없다고 엄포까지 놓았던 줄다리기마저 지고 말았다.
마지막 한 종목은 열 명이 함께 넘는 '긴줄넘기'였다.
1차 시도에 42번을 넘었다.
1등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아이들도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2차 시도에 한 놈이 엉뚱한 곳을 보고 있다가 '시작' 소리를 듣지 못했다.
1번도 넘지 못하고 줄이 걸리고 말았다.
아이들은 미처 준비가 안 되었으니 다시 하게 해달라고 애원했지만
심판을 보신 선생님은 냉정했다.
다른 심판관의 눈도 있고 어디까지나 시합은 시합이라는 거다.
나도 같이 사정을 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사실 나도 많이 서운했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한두 놈이 울면서 교실로 들어가기 시작하더니
잠시 뒤엔 모든 아이들이 그만 다 교실로 들어가고 말았다.
나까지 운동장에 서 있지 말고 들어오라고 마구 잡아당겼다.
가 보니 모두가 울고 있었다.
좋은 말로 아무리 타일러도 소용이 없었다.
할 수 없어 다시 교무실로 내려왔더니
심판을 보신 젊은 최선생님이 아무래도 자기가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교실에 가 보시겠다고 했다.
한 10여 분이 지나도 내려오지 않기에 교실에 올라가 봤더니
최선생님은 계속해서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계셨다.
내가 미안할 정도였다.
그래도 아이들은 쉽게 화가 풀리지 않았고 계속 원망의 말만 쏘아붙였다.
내가 그만하면 됐으니까 내려가시라고 권했다.
선생님은 할 수 없이 그냥 내려가셨다.
그러던 중에
최선생님을 좋아하던 아이 하나가 선생님에게 손전화로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최선생님에게서 바로 답메시지가 왔다.
'난 너희들을 사랑한다. 정말 미안하다.'고...
잠시 뒤, 미리 마음먹고 있기도 했었지만
아이들의 화를 풀기도 할 겸 내가 점심으로 자장면을 쏘겠다고 했다.
쉽게 풀어질 것 같지 않던 아이들이
그 소리에 한두 놈씩 풀어지며 웃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 아이가
"야, 우리 최선생님도 모시고 자장면 같이 먹자."고 제안을 했고
아이들은 '그래, 그러자' 하고 찬성을 했고 교무실로 선생님을 모시러 갔다.
하지만 먼 곳에서 통근을 하시는 최선생님은
토요일이라 이미 가고 안 계셨다.
한 아이가 다시 제안을 했다.
"야, 우리 모두 선생님에게 메시지를 보내자!"
난리가 났다.
전화기가 없는 아이들도 다른 아이의 것을 빌려 메시지를 보냈다.
최선생님에게 몹시 미안했던 나도 그제서야 웃을 수 있었다.
잠시 뒤,
"야, 메시지 왔다!"
"나도 왔어! 우릴 사랑하신대!"
"어, 나도 왔네! 우리반이 좋다고 하시네!"
올해의 축제와 체육대회는
나도, 우리반 아이들도,
또 최선생님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정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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