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초순의 강은 고독했다.
인적이라고는 찾아볼래야 찾을 수가 없었다. 햇살이 여지없이 따끈하게 내려쪼이지 �았다면 나 역시나 강물의 고독에 말려들 뻔 하였다.
떠날때는 사진을 찍고 스케치도 하려고 잔뜩 무겁게 준비를 하고 떠나긴 했는데,
햇살이 좋아서 , 돌틈사이로 고개를 내미는 새싹들의 생명력에 놀라워서 그만 퍼대고 앉아 그들과 놀기에 열중해버렸다.
쑥도 캐고, 모래바닥에 납짝 엎디어 사진도 찍고,
바다를 좋아하고 강을 사랑하는 나는 어스름 해가 비끼는 저물녘이 오도록 그렇게 기다렸다.
사진에는 지극한 초보지만 비낀햇살의 감미로움을 잘 알기에....수직으로 내려꽂히는 정오의 햇살은 내게 무의미하다.
석양을 기다리며, 쑥도 캐고 새카맣고 반질한 까만 조약돌도 만지다가...
정말,아무도 아무도 없는 강에서, 사구에서 나는 바람소리를 들었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사위가 너무 조용하니 바람이겠거니 무심했는데, 아니었다 그 소리는 강물이 흐르는 소리였다.
쏴~~ 쏴아~~
강물 흐르는 소리를 육십이 거진 다되어서 들어보다니....
강이 살아서 흐르고 있었다. 4월의 강은 고독하지 않았다. 완연한 봄기운에 차고도 씩씩하게 흐르고 있었다.
자연과의 교감을 위한 통로~
사위가 너무 조용해서 혼자인줄만 알았다.
비끼는 해의 그림자는 감미롭다.
강바닥에 철퍼덕 앉아 마음을 비우면 자연이 내 속에 들어 앉는다.
그냥 바라만 보아도 마음의 빗장이 열린다.
어느 미술전에서 이런 작품을 맞닥뜨릴까?
태초의 화와가 된 기분으로~
그예 나는 선악과를 따먹듯.....
강 건너 인적이 있었다.(줌인)
보라빛 셔츠가 물에 젖어 진보라빛이 되도록....놀이에 열중한 칭구 둘,
그들은 뭘 잡는걸까? 우렁이?
두꺼비같기도 황소개구리 같기도....
(살아서) '괄괄,,' 운다면 이 정적이 다 깨어지리라~(얼마나 다행인가?)
묵묵함
강은 조급하지 않다. 느긋하게 어루만지며 흘러내린다.
그러나 화가나면 무섭기도.....
범람하는 강물에 강변 느티나무들은 온전히 서있질 못하고 죄다 드러 눕다시피 했다.
10~20도 가까이 휘어진 큰 나무 등걸에도 (어린 사내애처럼)올랐다.
내가 끝에 올라서면 맥없이 뿌리를 드러내고 힘없이 드러누을 것만 같았다.
한 참을 꼭대기(?)위에까지 올라가 건덜거려도 보다가 내려서며 한 마디 해주었다.
<너, 힘쎄구나 야~ 나는 누웠길래 섣불리 봤더니...>
나무등걸 한 번 올라탄 값으로 대견하다고 툭툭~ 쳐 주었다.(사진을 찍진 못했지만)
집으로
내가 가져온 건 까망 조약돌과 쑥 외에도....
흐르는 강물에 흔들어 씻어서 강둑에 펴서 잘 말린 뽀송한 내마음도 있었다.
산벚꽃이 핀
작은 그랜드캐넌 같은 계곡, 한탄강
강의 협곡이 좋아 .....그 풍경이 좀은 생경스러운 데가 있는....변화가 있는 풍경이 좋다.
고즈넉하다.
이 느낌을....이 자연의 채광을 과연 내가 그릴 수 있을까?
자디잔 물결무늬 하나하나가....
잔디 하나하나처럼 생명을 담아 흘러내린다.
사구도 만들며 흘러가고,
돌아 돌아 굽이치되 소리없이 흘러간다.
말없이 점잖게, 선비롭다. 江은.....
가만히 귀기우려 들어보면 잘박인다.
파도처럼 드쎄지 않게...조용조용....
마치 산수화를 그리는.....노옹처럼,
햇살과 바람....그 모두와 함께 그림을 그려낸다.
붓끝이 스쳐 지나가듯....세밀하게,
가볍고 부드럽게,
온유하되, 위엄있게~
마음이 차분해지는....
그 무엇!!
그런 그림을 강이....
그리고 있었다.
경기도 연천군 전곡
비끼는 해는 자애롭다.
천천히~ 담뿍, 따사롭게 빛살을 골고루 퍼트린다.
그렇게 하루해가 저물고 있었다.
글:그림/이요조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임진강편 2006-05-22
신음 소리를 흘려보내는 누나를 부둥켜안고 나는 오지 않은 봄을 향해 달려나갔다 엄마야...... 누나야...... (제발) 강변 살자...... 나는, 나는 이런 데가 정말로 좋다. 임진강의 최북단 경기도 연천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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