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그리움
산다는게 뭔지
출가한 딸년이
실로 오랜만에 찾아 본
내 엄니 아부지의 산소
엄니 아부지 산소는
사연 많게도 서로 떨어져 계신다.
아부지 돌아가실 때
엄니 묏터까지 나란히 사 두려니
작은 아부지 말씀이
"애먼 죽음 먼저 간단다"
그 말씀에 엄니는
행여 자식들 잘못 될라
"아서라 난 괜찮타"
해 놓으시고는
딱 세 해만 더 우리곁에 머무시다
무엇이 그리 급하신지 황망히
아부지 따라 나서실 것을...
아부지는
부산 사직 시립묘원에 계시는데
이제 더는 받을 수 없단다.
할 수 없어 엄니는 한참을 더 가야하는
양산 백운 공원으로 모셨다.
아부지 계신 그 곳을
먼빛으로 지나쳐 가실 제
차마 뒤돌아 보여서...
떨어지지 않는 걸음, 걸음으로
우예 가셨을꼬?
아마 발등에 눈물...눈물....
꽤나 떨어트리며 지나셨을게다.
불효여식,
간만에 어렵사리
아부지 산소에 가서 찾아 뵙고
동생들 의당 알아서 잘 건사해논 무덤이지만
풀 몇개 뽑고
"아부지 우리 엄니한테 가는데 함께 가입시더"
아부지 불러 모셔 내어 자동차 문을 열어드렸다.
한참을 달려 엄니 무덤앞에 서니 바람이 드쎄다.
"엄마...아부지도...오셨........"
그냥 목구녕만 콱 메인다.
돌아가시기 전 얼마나 아팠으믄
씨언한 야쿠르트가 그렇게나 소원이시던 엄니,
마지막 효도란 게 그저 기계란 기계는 다 붙여놔서
입이며 코며..무슨 무슨 이름의 줄들로 그렇게 메웠는지..
차라리 마지막 숨을 놓으시자.
"그래, 이제 편하지? 엄마 잘 가~~ "
그 말밖에 못한 우리 다섯남매,
아부지 없는
석삼년이 그렇게도 힘들었을까?
하기사 평생을 눈 한번 부릅뜨신 것을 못 본 우리들,
언제나 엄니 아부지의 방에선 새벽마다 들려오던 도란거림,
무슨 이야기가 그토록이나 많으셨을까?
무슨 말씀들이 해도 해도 끝간 데를 몰랐을까?
기껏해야 엄마 묏등에
내 마른 눈물 몇 방울..그리고 야쿠르트 몇방울 찌꺼리고 올 것을,
이 것도 문안이라고.. 뒤돌아보며 돌아보며
"엄마 나 갈께.....잘 있어~"
"아부지 이제 그만 일어 나세요"
했더니 내뜸 올케가
"아니..아버님은...주무시고 오세요"
아 맞다.
내가 왜 그 걸 몰랐을꼬?
오늘 우리엄니 치마 폭에 눈물 꽤나 쏟겠다.
그 그립던 지 아부지 앞세운
오랜만에 보는 둘째 딸년도 만났으니,
내려 오는 길에
또 부모를 모시는 초상군들을 보았다.
언제가는 누구나 떠나 가는 길이지만
마지막 이별은 저리도 슬퍼
창자가 끊어지듯 애절한 것을,
사람은 언제나
마지막 이별을 염두에 두고 산다면,
하루 하루를 징검다리 건너가듯
그리 조심스레 산다면
우리 가슴에 아로 새겨질
삶의 도화지엔
퍽이나,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그 그림은 후세에까지
기억에 영원히 걸려있을 한 폭의 그림이 될 것이다.
그래 참하게 살자!
이제 부터라도 잘못된 그림은 지우련다.
시간이 아직은 남아 있을 때
덧칠이지만
난 다시 그림을 수정해야겠다고
마음 먹으며
서둘러...산을 내려왔다.
"아름답게 그려질...
나의 그림을 반추해 보며...."
글/이요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