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오후 느즈막히 짬을 내어
유리벽으로 꽉 막힌...바람의 숨 소리조차도 들리지 않는
12층 병동을 단숨에 내려가서는 병원 로비를 지나 육중한 자동문이 너무도 가볍게 열리는
현관을 빠져 나와 건널목을 건너서는 인동넝쿨 우거진 동산 모롱이를 돌아서....
바람에 낙엽이 이리 저리 뒹굴어 다니는 잔디밭을 가로질러....
병원 담밖으로 난 작은 돌 층층계단을 밟고 바깥으로 통하는 세상으로 걸어 나갑니다.

은행잎이 노랗게 깔린 보도 블럭을 지나고....
비스듬한 산길같은 육교를(강아지풀과 달맞이꽃이 핀) 건너 작은 읍내 중심지 같은
도심지로 스적스적 걸어 들어갑니다.

약국을 지나고 식당을 지나고....포장마차 앞을 지나고..슈퍼앞..빵 가게앞,
한참을 인파 속으로 어우러지다 보면 내 못다한 이야기가 가득 담긴
기도문을 쓴 리포트같은 작은 디스켓을 들고 다시 윈도우로 불러 낼 인터넷 방을 찾아 기웃거리다
발견해둔 나의 밀실같은 피시방 3층 계단을 오릅니다.

잠 자지 않고 두둘겨 댄 내 기도같은 한숨들이 활자로 살아 꿈틀거릴
밀실이 드디어 눈앞에 나타납니다

오늘은 이 곳까지 걷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재어보기로 했습니다.
정확히 12분...12층에서 빠져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12분이면 나는 숨 쉴 수 있는 산소를 얻습니다.

오가는 24분이 유일한 운동입니다.

***********************************************************************************

오늘은 컴을 열자마자.
귀한 메일 한 통을 만났습니다.

미루나무에 그냥 묵묵히 멀리서 지켜만 봐주시던...
"청산에 살으리랏다" 란 닉을 가지신 목사님...
내일 대전에서 올라오시겠다고 메일을 보내주셨습니다.


제 딸 아이를 위해 친히 기도를 해 주시겠다는 눈물겹도록 감사한 말씀이셨습니다.

(아마도 하나님은 님의 입에서, 한나의 서원과
고백처럼 무슨 기도를 이끌어 내시려고 하시는 것은 아닐른지 모르겠습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내일 꼭 오시겠다는 일방적인 통보의 말씀에 전 만류도....
아무런..무엇의 몸짓도 할 수가 없습니다.
받아들일 수밖에요.

감사히 받아드릴 수 밖에요.

움씬을 할 수 없던 아이는 어제 부터 나오는 약에서...비닐 봉지에 빨간 글씨로
마약이라고 씌여진 진통제를 스스로 끊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에서는 전신을 꼼짝 할 수 없는 아이를 위해서..
욕창을 우려한 에어메트리스에...
일주일에 한 번..화요일,
기계로 머리를 샴푸해 줍니다.
아이는 제일 못 견뎌하는 게 일주일을 기다려야하는 머리감기입니다.

우울한 아이에게
오늘은 제가 직접 중간에, 한 번 더 감기는 서비스를 하겠다 했더니....
"감샵니다 감샵니다 어머니~"
하고 아이는 에미를 웃겼습니다.

침대 머리판을 떼내고....의자에 대야를 놓고 .식탁에. 새물을 가득 담은 대야 여러개를
준비해 두고....

머리를 감은 아이는 좀 나른한듯 혼곤히 잠들었습니다.
아이가 잠든 틈을 타..밖으로 나왔습니다.

아마....
낙엽이 후두둑 흩 날리는 가을의 마지막 정취를 아이에게도 곧 나눠줄듯도 합니다.

이 모두가....
다 님들의 사랑의 격려가 보태져서....
못난 에미기 좀이나마 강인해지지 않았나..
그 공을 여러님들께.. 돌려드리고 싶은 밤입니다.

별은 별일 뿐이라지만..
아름다운 나의 별 하나.
나의 딸.
나의 소중한 별, 내 딸 아이의 건각을 지키기위한.. 에미의 눈물...
참으로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게 잘 걷는 젊은이들이 부럽습니다.
낙엽 뒹구는 거리를 연인과 둘이 다정스레 팔짱을 끼고 걷는 젊은이들을 돌아보고
또..돌아보고......자꾸만 보고..


정상인과 같이 잘 걷게 될...
기적의 의술과...
밝은 딸 아이의 얼굴과..
그리고 주님의 은총과....
이 죄많은 에미의 회개와...
희망사항이..
현실이 되도록 도와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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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그리움



산다는게 뭔지
출가한 딸년이
실로 오랜만에 찾아 본
내 엄니 아부지의 산소
엄니 아부지 산소는
사연 많게도 서로 떨어져 계신다.

아부지 돌아가실 때
엄니 묏터까지 나란히 사 두려니
작은 아부지 말씀이
"애먼 죽음 먼저 간단다"
그 말씀에 엄니는
행여 자식들 잘못 될라
"아서라 난 괜찮타"
해 놓으시고는
딱 세 해만 더 우리곁에 머무시다
무엇이 그리 급하신지 황망히
아부지 따라 나서실 것을...

아부지는
부산 사직 시립묘원에 계시는데
이제 더는 받을 수 없단다.
할 수 없어 엄니는 한참을 더 가야하는
양산 백운 공원으로 모셨다.
아부지 계신 그 곳을
먼빛으로 지나쳐 가실 제
차마 뒤돌아 보여서...
떨어지지 않는 걸음, 걸음으로
우예 가셨을꼬?
아마 발등에 눈물...눈물....
꽤나 떨어트리며 지나셨을게다.

불효여식,
간만에 어렵사리
아부지 산소에 가서 찾아 뵙고
동생들 의당 알아서 잘 건사해논 무덤이지만
풀 몇개 뽑고
"아부지 우리 엄니한테 가는데 함께 가입시더"
아부지 불러 모셔 내어 자동차 문을 열어드렸다.

한참을 달려 엄니 무덤앞에 서니 바람이 드쎄다.
"엄마...아부지도...오셨........"
그냥 목구녕만 콱 메인다.

돌아가시기 전 얼마나 아팠으믄
씨언한 야쿠르트가 그렇게나 소원이시던 엄니,
마지막 효도란 게 그저 기계란 기계는 다 붙여놔서
입이며 코며..무슨 무슨 이름의 줄들로 그렇게 메웠는지..
차라리 마지막 숨을 놓으시자.
"그래, 이제 편하지? 엄마 잘 가~~ "
그 말밖에 못한 우리 다섯남매,

아부지 없는
석삼년이 그렇게도 힘들었을까?
하기사 평생을 눈 한번 부릅뜨신 것을 못 본 우리들,
언제나 엄니 아부지의 방에선 새벽마다 들려오던 도란거림,
무슨 이야기가 그토록이나 많으셨을까?
무슨 말씀들이 해도 해도 끝간 데를 몰랐을까?

기껏해야 엄마 묏등에
내 마른 눈물 몇 방울..그리고 야쿠르트 몇방울 찌꺼리고 올 것을,
이 것도 문안이라고.. 뒤돌아보며 돌아보며
"엄마 나 갈께.....잘 있어~"

"아부지 이제 그만 일어 나세요"
했더니 내뜸 올케가
"아니..아버님은...주무시고 오세요"
아 맞다.
내가 왜 그 걸 몰랐을꼬?
오늘 우리엄니 치마 폭에 눈물 꽤나 쏟겠다.
그 그립던 지 아부지 앞세운
오랜만에 보는 둘째 딸년도 만났으니,

내려 오는 길에
또 부모를 모시는 초상군들을 보았다.

언제가는 누구나 떠나 가는 길이지만
마지막 이별은 저리도 슬퍼
창자가 끊어지듯 애절한 것을,

사람은 언제나
마지막 이별을 염두에 두고 산다면,
하루 하루를 징검다리 건너가듯
그리 조심스레 산다면
우리 가슴에 아로 새겨질
삶의 도화지엔
퍽이나,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그 그림은 후세에까지
기억에 영원히 걸려있을 한 폭의 그림이 될 것이다.

그래 참하게 살자!
이제 부터라도 잘못된 그림은 지우련다.

시간이 아직은 남아 있을 때
덧칠이지만
난 다시 그림을 수정해야겠다고
마음 먹으며
서둘러...산을 내려왔다.


"아름답게 그려질...
나의 그림을 반추해 보며...."




글/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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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이요조

2002 8월 26일













"파란 눈썹을 가진 사람"




고유진동수로 떨리는 피아노음에 공명하는 소리굽쇠처럼,
그렇게 진저리치고 깔깔대는 파란눈썹들을 아시나요?

파란눈썹을 가진 사람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면,
눈썹파란사람은 필사의 구조대가 된다는 거 아시나요?

눈썹파란사람하고 얘기하고 얘기하고 또 얘기함으로써,
당신눈썹이 차차 파란색으로 되어가는 걸 아시나요?

당신은 눈썹파란사람을 찾았나요?
당신은 파란눈썹을 가진 사람인가요?





********************************************

작은큰통님
이야기에
얼마나 근접한 꼬리글인지
모르겠지만요


전 알아요
그 기쁨, 즐거움이 함께 함을....

그래서 꼬리 잡았지요.

파란 눈썹끼리 서로 만나면
이야기가 많아 진답니다.

방금 만나고 헤어졌는데도
이야기가 늘 넘쳐나요.

그래서
파란 눈썹끼리는

서로의 집 중간쯤...
엉뎅이 붙일 자리 있는 곳이면
자주 만나지요.

혹...눈썹 색깔이 변하진 않았는지...
거울이 없어서
서로를 쳐다보곤 하지요.

파란 눈썹끼리 만나지려면
서로에게 거울처럼
맑아져야해요.

서로의 속을 환히
꿰뚫어 보듯
서로가 투명해진 다음...
서서히 눈썹이 물 들어가요.

파란 눈썹을 만났던 적이 있어요.

전,
두번의 행운을요.

근데...
묘한 것이 닮을려고 서로가
애쓰는 것을 느꼈어요.

눈썹이 파랗듯...그런 동질감이 어디 또 다른 곳은
없을까 하구요.

첫번째...
파란눈썹은 고기를 먹지 않았어요.
저 역시 의리처럼 한 오년을 고기를 입에 대지도
않고 살았었지요.

그 파란눈썹은 '다시다'가 들은 잔치국수도
못 먹었어요.
멸치외엔...
저 역시 다시다를 혐오했어요.

두 번 째
파란눈썹을 만났지요.
사랑스러웠지요
그런데...암팡궂었어요.
어울리잖게 닮아가는 것을 느꼈어요.

자장면을 먹어도
라면을 먹어도 고추가루를 쳤어요
그리고 청양고추를 맛있다
호- 호- 불며 먹었어요.

매운거라곤
김치도 잘 못 먹던 내가
풋고추라곤 비릿한 첫 물만 먹던 내가
고추는 약간 매워야 한다며...

청양은 아니더라도
고추만 보면 겁도 없이 손이 가서는
아자작---씹고부터 봐요.

매우면...그냥 삼키고
그래도 매우면 물 마시면 되고
그래도 더 매우면...
서서 몇번 팔짝 팔짝 뛰다 오면 그걸로 끝이예요.

파란눈썹을 만나면
이렇게 닮아 간답니다.

물어 봐야겠어요.
첫째...파란눈썹은 연락이 닿질않지만

둘째 파란눈썹에겐...
넌 나에게 무엇을 닮았니? 라고



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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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랬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무수한 '곳' 에서
미루나무 가지처럼 무수한
너와, 너는, 너의, 너를, 만나고 있을 것이다
시간이란 처음부터
흐르지 않는 사소한 연못들과 같았던 것
불멸처럼

저 타오르는 미루나무의
알 수 없는 가지,가지마다에
나는, 우리는,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고 있을, 있었을 - , 것이다

나는 강변의 불빛들이 오랜 기다림처럼 밝혀있는
번창한 만 (灣) 의 부두를 걷고 있다 그리고 조금 후면
모오든 다리를 건너 네가 올 것이다

이 석양이 지고, 어둠이 오면
나는 지금도


- 함성호 (36) '나는 지금도 미루나무 숲에 있다' 중



나는 힘겨워하는 사람에게

그늘이 되기보다는

저 높은 곳에 한 점 혼을 새기리라

나는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쉼터를 주기보다는

드높은 이상을 곧추 세우리라

보듬어 주는 가슴은 없어도

묵묵히 지켜주는 눈은 있다

나그네들이 찾아와

시원한 그늘을 달라고 떼를 쓰지만

아무것도 주지 못한다

더 세찬 바람을 맞고

힘차게 몸을 흔들어 댈 뿐

지친 사람들이 원망하며

내 곁을 떠나간다고 해도

앞서가 달래지 않으리라

세상 어디서든 내 모습 볼 수 있도록

이 벌판에 곧게 서 있으리라



바람으로 지나가는 사랑을 보았네..
언덕의 미루나무 잎이
온 몸으로 흔들릴 때..
사랑이여~
그런 바람이었으면 하네..^^







지난날 국도에 끝간 데 모르게 줄 서 있는
미루나무를 우리는 '영원의 나무' 라고 했다.
미루나무라는 이름보다 포플러라는 이름이 더 익숙했다.

그런 영원의 나무가 지금에 이르러서
새삼 존재를 불러일으키는 나무로 나타났다.
'너와, 너는, 너의, 너를' 이라는 토막나는 도마뱀 같은
존재의 파편들이 제2인칭으로 달려온다.

이어서 '나는, 우리는,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고 있을, 있었을 - , 것' 으로
무척 현학적인 서술이 이어진다.
숨은 그림 같은 연애시로 살아난다.
이 시인에게 세월이 지나가면 이런 황홀한 기호의 해독 (解讀) 이 가라앉으리라.



고은〈시인〉 중앙일보- 시가있는 아침







★ 아주 특별한 고운 님을
미루나무에 걸린 바람으로
정중하게 초대합니다. ★

**대문을 녹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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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나무 사연2..................................




혹시
몰라서...
이렇게 하나 더 꾸려 두고 떠납니다.

미루나무에
태풍이 일었습니다.

태풍이름은 "테그"
제가 불러 일으킨 바람입니다.

무얼 잘 못 건드렸는지...
칼럼이 먹통입니다.

27일만 해도
주체 못할 만큼의 글들이 쏟아져서......
너무 기쁜 나머지...

좀 더 쾌적하게 꾸며 놓고 먼-길 떠나고 싶어서,

여러분들 죄송합니다.
아마 내일이면 복원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몇 백개의 제 그림보다...

여러님들의 글이 더 아쉽고..소중합니다.

내일은 제가 떠나있을 것임에...
오늘 이렇게 마련을 해 봅니다.

한참 창작열에 들뜬 님들의 글에...
송구스럽습니다.
아마 틀림없이 복구 될 것입니다.

별 것 건들지 않았으니까요.

ㅎㅎㅎ
대문간에 곰게 페인트 칠하다가 그만,
용서 하셔요.

미루나무님들~~~
.
.
.
.
.


이요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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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부는 까닭




미루나무 500 x 160






그래요.
바람이 불었어요.
.
미루나무 숲에
바람이 시샘을 하는군요.
.
우린 함께
서로의 잎새를 부비대며...
.
몸을 파르르르 떨며...
바람노래나 불러요.
.
어쩔 수 없잖아요
바람은 곧 잘터인데..
.
햇살은 거짓말처럼 다시 따갑고
우린 모두 햇빛을 향해 웃을터인데..
.
모두 손을 흔들어요.
기쁘게..기쁘게.....
.
눈 부셔 지는거예요
스스로...그렇게...

.
.
.
미루
.
.
.
.






안도현

.
.
.

바람이 부는 까닭


바람이 부는 까닭은
미루나무 한 그루 때문이다

미루나무 이파리 수천, 수만 장이
제 몸을 뒤집었다 엎었다 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흔들고 싶거든
자기 자신을 먼저 흔들 줄 알아야 한다고

.
.
.
.
.
.


세월의 질곡을 넘어 風水에 깎여 조각을 맞추어 놓은
듯, 오묘한 신비를 품은 정돈된 암석이 계류를 타는 듯....초겨울 햇살이
미루나무 꼭대기 걸려 있으니, 눈내린 길목인양, 하얗게 눈부신 오솔길이
맑은 계곡물 따라 불자의 심곡으로 번뇌를 삭히는 나그네 길이아니었을까?....
거울표면같이 맑은 수면위에 드리워진 표백된 미루나무 속살 보이듯,
어지러이 가랑잎 날리는 혼란스런 나그네, 굴절된 상흔을 잊은 내안에
틀에서 벗어난 초연(超然)한 길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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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푸른 인연



 



      인연하나


      작년 어느 가을 날이였다.
      병원에 입원중, 병상에 누은 아이는 심한 자괴감에 빠진 나머지
      대학생활서 부터 줄곧 사귀어 오던 아이가 문병을 오자
      엄마인 나를 잠간 나가 있으라고 했다.
      좀 있다 들어 오니 분위기가 이상하다.

      그 아이는 서먹하니 내게 가보겠노라 인사하고
      나는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으나
      그 다음날 아이는 내게 마치 남의 이야기처럼 말해주었다.

      "엄마..나 이제 승우 오지 말라고 그랬어요"
      ".................."
      --그래 그래 딸아 네가 일일이 말 하지 않아도 다 알 것 같구나~--
      "왜 그랬니?"
      "승우도 이제 졸업인데..취직 공부해야지요"
      "그래 잘 했다"

      아이는 그런 후 마음을 애써 숨기려 했지만
      늘 속내까지 드려다 볼 수 있는 에미의 눈까지는 덧씌울 순 없었다.
      딸아이가 암팡지도록 다부지다는 것은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이 에미가 아이의 눈치를 보는 나날이 늘어갔다.

      그 일이 있은 후 어느날,
      내려서지도 못하는 침대위에서 아이는 온몸에 쥐가 나는
      통증을 일으키고 너무 아파와서 ...아무도 손가락하나
      대지 못하게 하는 처절한 고통은 정말 눈 뜨고는 못 볼 지경이였었다.
      아이는 아픔을 빌미삼아 고함지르며 울었다.

      이 엄마는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음을 알고는
      혹 내게 무슨 큰 죄가 있어서 내게 이토록 잔인한 형벌을 눈앞에
      보여주시는 것 같아 나도 함께....울 도리 밖에
      달리 방도가 없었었다.


      정형욋과에선 지금도 간호사들이 통증을 물어 올 때
      "10점이라면 몇점?" 하고 묻곤한다.
      --아~~ 어찌 통증이 하나 같이 같을 수 있으랴?--
      아이는 그 때의 그 통증에다 늘 기준을 두는 모양이다.
      하기사 마치 생으로 다리가 잘려나간 만큼 극심한 고통으로
      울부짖었으니,

      난, 이 모든 게 다 어미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 와중에도 사귀던 남자 친구와 결별하고 꾹꾹, 내색않고
      잘 참아 내던 아이였는데,
      난, 아이의 그런 마음에 다소라도 동참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가슴이 아릴까? 건강할 때 결별도 아플터인데...
      제일 친구의 위로가 필요할 쯤에...결별을 하다니.....'

      그 당시 나도 메일로만 절친하게 잘 알던 사이버
      이성친구에게로 자꾸만 쏠려가는 마음을 접기로
      아니 순을 영원히 자르기로 혼자 마음 먹었다.
      그냥 혼자... 덤덤하니 냉냉해지면 되는 것이였지만...

      연두빛 아련한..알지못할 새잎으로
      이 나이에 자라오르는 이성친구에게로 향하는
      주책같기도 한 ....차마 부끄러운 나의 뒤늦은 감정을 황망히 추스려 정리하듯
      결별하여 다소나마 아이 심정에 동참하기로....


      오랜기간 절친한 사이인 내 아이도 이렇게 분연히,
      결별을 고하고 병상에 누웠는데...다 늙은 에미가 한갖지게
      이 무슨 해괴한 짓이람!...그래..지워 버리리라
      내 시퍼런 강물에 몽땅 띄워 보내리라.

      나는 바람을 맞으러 달려나갈 강을 하나 만들기 시작했다.
      다음이란 사이버에...
      마음이 울적할 때면.. 달려나가서는 딸아이의 심정도 되어보다가
      그 아픔을 좀이라도 이해 해보려 글을 쓰다가
      아이에게 그 느낌을 늘 이야기 해 주기도 하고
      그렇게 우리 두 모녀는 어두운 터널을 함께 절뚝이며 벗어 날 수 있었다.
      마치 이인삼각 놀이처럼......

      제절로 들어 온 독자중에는 하루종일 내 생각을 했다며
      함께...술 한 잔 나누지 않겠느냐는 젊은 이혼녀의 메일도 받았고
      이유모를 연민속에서...
      어두운 강 언덕에서 부르는 내 슬픔은 푸른강물에 잦아들듯
      그렇게 내 노래는 이어져 갔다.

      아이는 어느 날
      "엄마 이젠 이 사진을 봐도 아무렇지도 않아요"
      하며 지갑에서 승우의 사진을 꺼내 들고 환히 웃었다.
      ---'그래...나도 이제 멜 친구따윈 만들지 않으마~'----
      마주보며 웃는 우린 뭔지모를 이슬이 눈가에 함께 고여왔다.

      딸 아이는 모르는 사실이지만,
      우린 훌륭하게 함께 고통을 치루어냈다.
      가슴을 저으며 흘러가던 그 시퍼런 강물이 생각났다.
      얼마나 잘 흘려 보냈는지 이젠 그 강 이름도 잊어버렸다.
      더듬어 생각해 보자면 아마도 "푸른강"이 이름이었을테고
      주제는, 슬픈 노래는 흘러 시가되고 강물이되어~
      뭐 이랬을 것이다

      가슴으로 함께 아파해주는 좋은 독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거의 강 저편 목적지인 피안에 다다르는 게 보였으므로
      난 그 강에서 벗어 나왔어야 했다.

      누구에게 보여지려고 쓴 글이 아니었는데...
      그저...실연한 사람이겠거니...뜬금없이 속단하며
      연연해 하는 사람들의 보내오는 위로의 멜이 싫었다.
      아마..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메일 기피증만 걸렸나보다.

      구정 전날... 푸른강을 폐쇄하겠노라는 전체메일을 띄웠다.
      왜? 라는 질문을 받고
      나는 그 이유를 구정 전날 자정, 삭제 한 20분 전 쯤
      누가 보든 말든 마지막 글을 쓰겠다고 말했었다.

      이 이야기는...
      그 푸른강에서 따라 걸어 나온 인연하나...
      지금은 미루나무 그늘에 쉬고 있을
      '사진'님이 있으므로 해서...
      기억 저 편 강 언덕으로 난
      아스라한 인연의 발자국 하나 남아 있기에....









      지금은 자時...
      새햅니다.
      음력으로도 틀림없는 새햅니다.

      음식일을 하다 만 젖은 손을.....하고
      글을 써 내려 가려니...
      잘 써지지가 않는군요

      그래도
      오늘 밤 자정 전,
      푸른강을 조용히 폐쇄해야만 한답니다.

      제가 있던 미루나무에서.....
      뭔가 가슴속이 답답해지면 이 강으로 내달았지요.

      아픈 아이가
      몇년 사귀던 아이를 돌려 세우고...
      힘든 투병에 들어갔습니다.
      아이를 바라보기가 두려웠습니다.

      이 어미도
      딸 아이를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친구와 단절을 예고했더랬습니다.
      내가 어찌 딸 아이 같았겠습니까만...
      좀이라도 그 심정 이해해 주고 싶었습니다.
      얼굴 한 번 보지 않은 사람을 잊는 게 무에 그리 대수겠습니까만...

      아이에게 미안했고.....
      좀이라도
      내 아이에게 속죄가 될 것도 같았습니다.

      이제 이 강물에 띄웁니다.
      모든 것을 씻어 버리겠습니다.

      아이도 이젠 잊었습니다.
      저도 이젠 괜찮아졌습니다.

      정말 괜찮습니다.
      푸른 강은 그래도 여전히 흘러가겠지요

      여전히.......

      17분 뒤면 "푸른강"은 조용히 눈을 감을 것입니다.
      모든 사랑을 푸른 강물에 감싸 안은채.......

      둥- 둥.. 흘러 갈 것입니다.

      http://column.daum.net/Column-bin/Bbs.cgi/yojo/dsp/zka/B2-kB2Fn

      이제.....

      곧......





      02/12 저 여기로 왔습니다. 23

      한참 일하고 있는 중에 자정을 조금 넘긴 그 순간에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 왔습니다.

      선생님께선 설마..하시겠지만 어쨌든 전 선생님께서 가슴 갑갑해 하심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인연은 무서운가 봅니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 2시가 훨 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시간 선생님은 문 하나를 닫으시고 한숨 쉬시며 계시고..

      선생님 마지막 자락은 못 뵈었지만 돌아서신 발길 촉촉함을 느낍니다.

      이제 여기로 다시 옵니다.

      그전만큼 안아주십시요./ 사진(독자)




      이젠 그 것도 세월이라고
      지나 놓고나니
      이렇게 담담히 얘기로도 할 수 있네요.

      침묵속에
      강물이 잠잠히 흘러가듯...저 또한
      별 일 아니었던 것처럼 이렇게 할 수 있는 날도 다 오네요.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글/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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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nt color=red>"미루나무에 걸린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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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희망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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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크리스틴'이 되어...."




아이에게는 절대 사치가 아니었다.
불쑥 말 꺼내는
오페라 유령 6월 22일자 오후 3시 VIP 석!
몇 십만원의 호사?

매일
102000원짜리 방에서
한달이면....
순수 의료비만도 몇 백이 될지 모르는 아이에겐
절대 호사가 아님을....

작년 아이는 겨울의 호된 추위가 막 가실무렵 쯤,
뭐가 기분좋은지 싱글벙글하며 들어왔다.
소원하던 CD를 구입했다고 그랬다.

엄마도 들어보시라는데...
내귀에는
원...
" 레디스 & 젠틀먼~~~~ "
그리고 우뢰같은 박수!!

그리고는...
잘 들어 보지 못했던 좀 경이로운,
디테일한 ...고음의 소프라노들...
카운터 테너...

난,
이제 순서를 익히고
허밍으로 따라 할 지경까지 되었다.
그 즈음이 지난해 어버이 날~

아들아이가
효도잔치로 가요가수의 입장권을 선물로 주었다.
내가 웃자.
딸은 겨울에 오페라 유령이 오니 그 때
부모님뫼시겠다고 했다.
어버이날은 그래서
현철을만나고...송대관이가 태진아를 씹어대는
오페레타를? 그렇게 접했다.

8월말 병원에 들어갔을 때
옛날 알던 딘가님이 쾌유의 화환을 보내오고
난 전화를 드렸다.

아드님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팬텀~~~ 팬텀~~~"
하시길래..설마?
그냥 그런가 보다 한 이 바보는
그제사 딘가님 아드님이
오페라 유령의 라울인 줄 알았다.

오페라 유령의 홈 싸이트로 찾아가
웹에서는 그 때만 해도 뜰 수 없는
셀렉션곡들을 베껴다 유통시켰다.

난, 거의 오페라 유령이 아니라 귀신이 되어 있었다.

딸아이는 이상하게도 오페라를 볼 기회를
병상에다 거의 빼앗기게 되었다.

내가 만약에 보고 온다면...
그 소감을 적으리라던 게...
이제 6월말...종극으로 치닫고 있으니...

참...
두어 달 전 쯤,
딘가님이 R석 번호를 고맙게도 전화로 주셨지만
사양하고 말았다.

그랬는데...
잠시 집에 갔다온 사이
딸 아이는 침상에 누워 전화예약을 했던 것이다.

"엄마~~ 그 때 쯤이면 나 오페라 볼 수 있겠지?"

난, 아무 말도 못했다.
나에게는
그 까짖넘의 꺼...
오페란지 유령인지...귀신인지..뭐가 대수람!

벌써..보지 않았어도
외우듯이 꿰고 있는 순서를...

다만
그날..
정세훈이가 할지 류정한이가 할지 (라울)
그 것은 그 당일이나 기껏 그 전날 밖에 알 수 없는 일이므로

딸 아이의
희망사항!
그 것은...

6월 22일 화려한 음악 오페라로 초점이 맞추어졌다.

내 딸 아이도
극중의 크리스틴처럼....유령에게 끌려...
지하가 아닌 병상에 누워있고...
딸 아이는 어느날 부터...
유령에게 연민을 느끼고 자기의 아픔을 끌어 안기 시작한 것이다.

유령에게 입맞춤하듯...
6월 22일의 외출에게 베에제를 보내는

나의 딸...크리스틴...
부디...

네, 生의 無名에서
피치못할 유령을 만남으로 인한 계기가 히로인이 되어...
일약 유명 스타로 다시금 발돋음 하거라

꼭!
그렇게 되거라~
이 엄마의 간절한 소망이다.



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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