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한 바퀴를
      다 돌았는데도


      사랑은
      이제 겨우
      한 걸음


      마음을
      그대에게
      어이 전하리



      이요조







music: 모래시계 혜린의 Th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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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가 하늘인지..
    하늘이 바다인지..

    그 사이에
    한 點으로 부유하는,

    먼-데
    비낀 시선은
    푸른 날 바다를
    껴안은 설움의 해수(咳嗽)로 생긴
    담(痰)을 삭히느라
    쿨럭인다.

    삶이
    곧 질환이 되어버린
    갯벌

    갯강구 같은 아낙의
    갈쿠리 쥔 손은
    등줄기를 골 골이 할켜
    가슴앓이로 키워 낸
    조개를 하벼 내면

    명치끝이 저린
    섬은 돌아누워
    말없이 눈을 감는다.

    감은 눈가로
    잔주름은 해초처럼 엉겨붙고
    어둠은 섬을 삼키려
    큰 입을 벌릴 제

    문득
    툭-
    동백꽃 지는 소리에
    제 스스로 놀라
    몸을 푸르르 떨다가
    외로움, 진저리에
    우---
    울음 운다.

    섬은,




    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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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는 산을 아프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매일 조금씩...더 붉게...
산은 아마 봄을 사랑했나보다.
그 아픔으로 저렇게
붉게 멍드나 보다.

산아래 둔덕에 헤실 헤실....보드랍게 핀 쑥..
아! 올핸 그렇게도 정겹던 쑥도 한번 못 뜯어보고
연분홍빛...진달래꽃 한 잎 따서
입에 물어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나의 봄은 가는구나...







4월이네요!
벌써 올해의 1/4 이 지나갔네요
정말 시간은 나이가 들수록 탄젠트 곡선을 그린다더니...
지금 이렇게 빨리 느껴지니..
앞으로 얼마나 더 빨리 지나갈지 모르겠군요.

4월 한 달도, 고운 님들의 소원대로 행복하시기를.....



진달래 붉게 피는 봄, 사월 첫날 아침에.


이요조














music: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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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팔꽃에 대한 Re를 달며*

    얼치기 화원지기가
    나팔꽃?
    꽃이라는 보니님 얘기에
    지나가다가
    귀가 솔깃 기웃대다가 그냥 갈 수 없어 몇자 적습니다.

    왜냐면
    제가 너무 좋아하는 메꽃이야기 같거든요.
    메꽃도 더 세세히 분류를하자면
    갯메꽃..산메꽃...등으로도 나누어지더라구요.

    보니님 말씀하신 꽃은 장소도 그러려니와
    일종의 우리 토종꽃 메꽃 같습니다.

    나팔꽃도 메꽃과지요.

    모습은 나팔꽃과 흡사한데
    크기는 별반 크질 않고
    연보라 빛으로 말가니 은은하게 피어나지요
    나팔꽃 잎새는 하트형인데 비해
    잎새가 갸름하니 길지요.

    그리고 나팔꽃은 거의가 해뜨기 전에 피었다가
    개중에는 저녁에 오므리는 나팔꽃도 간혹 있지만(특별개량종)
    해가 뜨거운 정오쯤이면.. 대개는 꽃잎을 오므리지요.
    그래서 나팔꽃은 꽃말도 {덧없는 사랑}이랍니다.

    가수 임주리씨가 부른 노래
    립스틱 짙게 바르고 -

    내일이면 잊으리 꼭 잊으리 립스틱 짙게 바르고
    사랑이란 길지가 않더라 영원하지도 않더라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마는
    나팔꽃보다 짧은 사랑아 속절없는 사랑아
    마지막 선물 잊어 주리라 립스틱 짙게 바르고

    별이지고 이밤도 가고 나면 내정녕 당신을 잊어 주리라

    ~~~

    가사에서 논란이 생겼습니다.
    나팔꽃은 저녁에 지는 것이 아니라 낮에 진다구요.
    유행가 가사도 살펴보면..
    틀리는 곳이 왕왕 있어 좋은 지적대상이 되기도 한다는군요


    그러나 메꽃은 하루 온종일...맑은 모습그대로 피어있구요.
    그 뿌리는 위장병에도 좋은 민간 약으로도 쓰인답니다.
    나팔꽃은 씨로 번식하지만...
    메꽃은 뿌리로 번져.. 한 번 자리 잡고 앉으면
    별 이상이 없는 한 여러 해 그 곳에서 번져 나지요



    무릇
    모든 생명체는
    핍박을 받을수록 강해진다더군요.

    대추나무에
    강아지를 매어 놓으면...
    대추나무가 잘 된답니다.

    얼마나 대추나무가
    분산스런 강아지땜시...흔들리겠어요.
    '이러다 내가 저눔 땜새 내 명에 못 죽겠구나...
    이왕지사 자손이나 많이 퍼트려야제...."
    뭐.. 그런 반응이 아니겠는지요?

    그리고
    봄이면
    "대추나무 시집보내기"라고
    긴 돌을 주워와서
    두 가지가 벌어진 틈 사이에다 힘들게 끼워 넣습니다.

    그러면 대추나무가 결실이 좋아진다는군요.

    집에서 기르는 장미도
    꽃이 시들기까지 기다리지 마시고 얼른 잘라내시면 좋답니다.
    장미는 제법 씨방을 굵게 만드는 넘이거든요.
    씨방으로 갈 자양분을 꽃으로 얼른 돌리자는 것이지요.
    요는 쓸데없는 데다 힘쓰지 말라는 것이지요.
    어째보면...
    인간들이 악랄합니다.

    자기의 임무라 생각하고 종족보존을 하려는데
    그래서 예쁜 꽃을 피워 벌 나비를 유혹한 결과가
    무산돼 버리면...

    꽃은 더 열심히 꽃을 피웁니다.
    초겨울까지도 멋진 장미를 즐기실 수가 있습니다.
    동안 장미는 얼마나 슬플까요?

    보니님께서 보셨다는 그 메꽃도
    사력을 다해 꽃을 피웠으니...
    제 임무는 거의 끝난 셈입니다.

    메꽃은 하얀..국수가닥같은 뿌리로도 번져 나니까...
    별 걱정 않으셔도 될 것입니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농작물들도
    쓸데없이 많이 맺히는 수꽃은 일찌감치 따내어 버립니다.
    거세당하는 것이지요.

    어차피 벌 나비 대신... 붓으로 인공수정을 하는데..
    소수의 수꽃 외엔...
    아예... 거세당해 버리는 서러움,

    모든 세상사가
    반드시
    인간에게만 그 어려움이 국한된 것은 아닌가 봅니다.

    보니님~~
    얼치기 화원 반풍수 다녀갑니다.

    즐거운 명절 되세요~




    이요조



메꽃/순수토종꽃






    산메꽃 그리움



    이름 모를 들풀처럼 제 절로 돋아 나서
    저절로 우거졌다 저절로 시들 것을
    잘라도 또 돋아나는 그리움 같은 새 순이야


    이름 모를 들꽃처럼 보아줄 이 없어도
    제절로 피어나서 정성껏 곱다란
    꺾어도 또 피어나는 지천의 들꽃무리


    다가오며 자라나던 뿌리깊은 나무하나
    산메꽃 감돌아 피는 들녘 그림자로
    망초꽃 흔들리는 들녘 아련한 바람으로...



    시조글:이요조


    나팔꽃/메꽃과





임주리/립스틱 짙게 바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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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앞 바다 다도해, 정말 아름답습니다. 방충망도 망각한 나, 바다에 홀려서~`*

10월18일
봄가을로 두 번 있는 남편 동창모임,
언제나 그 모임은 정말 검은머리가 파뿌리로 변한 이 날까지도
소풍전날처럼 언제나 모두에게 가슴 설레게 한다.

궂은비 속에 목적지 여수로 출발하였다.
몇 년마다 가지만 서해안으로 여수를 가기는 처음이라 낯설다.
서산에 있는 한 부부를 만나서 함께 가기로 약속했다.
가는 날은 내내 .. 아쉬운 가을을 쫓아내듯 차창 와이퍼는 빗방울을 쓸어내기에 허겁거렸다.
가을은 그렇게 빗속에 추적 추적거리며 울면서 가고 있었다.

서해안도로 가다가 충북 '해미'에서 만나 서산(현대정유)사는 친구 차로 바꾸어 탔다.

두 부부가 차창을 때리는 가을비에는 아랑곳없이 오랜만에 만난 회포를 풀듯 도란도란 정담을 피웠다.
지도를 연신 어두운 눈으로 바라보며...
과일을 까먹으며.. 음악을 들으며....

갑자기 광주 톨게이트가 나왔다.
엉? 우리 광주 가는 길 아닌데?
길을 잘못 들었나 당황해졌다.
톨게이트 아가씨에게 물어보니... 걱정 말란다 연결이 된다고...
518 묘지도 나오고 서광주 톨게이트로 들어섰다.

여수 시청 앞에다 차를 대고 있으니
두 대로 나누어 탄..친구들이 마중을 나왔다.

이산가족간의 격렬한 포옹이다.
넘의 여편네도 마구 끌어안는다.
숫기 없는 나는 죽으라고 웃으며 도망 다닌다.
한밤의 해프닝이다.

중늙은이들이...
그들에게서 홍시냄새가 물씬 난다.
벌써 거나하다.

서산 사는 친구는 대하를 3박스 가져 왔고
밀양 사는 친구는 겉절이 김치를 맛나게 해 왔다.
울산 사는 친구는 다음날 새벽
부산으로 거쳐서 넘의 마누라(신랑은 여천 엘지화학)를 깨워 데리고 왔다.
배 농장을 하는지라 트렁크에서 배와 배즙 상자가 쏟아진다.
가까운데서 하면 돼지 잡아오기도 마다 않는 친구이다.
친구가 이래서 좋다는 건가보다.

아파트라 바베큐는 못하고 소금냄비를 올려두고 대하를 굽는데.. 거실엔 온통 연기가 자욱하다.
여자들은 집 버린다고 아우성들~
남자들은 "이게 네 집이냐" 고 얼렁뚱땅...억지를 쓰고...언제나 티격태격 전이다.
회보다도 새우구이 먹기에 정신이 없어 입 싸움은 일단락 됐다.

여수(엘지정유)사원 아파트에서 내려다 본..밤바다~~
내가 늘 그리는 꿈같은 바다다.
바다에서 태어난 내가 꿈에도 그리던 그 바다다.
낼 아침에 자세히 봐야지.

이전에는 콘도에서 했으므로 이번 이 집에서는 모임이 한참 만이다.
더구나 경치 좋은 사원 아파트에서는 처음이다.

밤이 되었다.
모두는 꼭 이 모임을 앞두면..친구들을 만나 볼 기쁨에 여러 날 밤 잠을 다 설친단다.
마눌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벌써..코를 골기 시작한다.
난 요즘.. VDT증후군으로 병원 다니느라 좋아하는 커피도 끊고 있었는데
너무 피곤해서 휴게소에서 오랜만에 마신 커피가 불면증을 부른다.



*여천 댁/남편은 엘지 독신자 숙소에 있고 아내는 아이들이랑 부산에 살고..주말 부부다.
모두는 놀리느라 빨리 둘이 가라고 ...밀어내고....*



*이리도 좋나? 누가 주말 부부 아니랄까봐서, 눈 셔서 못 보겠네..내, 라이방은 오데 갔노?
참말로 ..몬 봐주겄넹*


친구는 10쌍...정도 처음엔 훨씬 더 되었는데..
점차 줄어들었다.
그 중에 우리처럼.. 아직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자,
사업들을 벌써 재빠르게 정리한 친구들...
아직도 월급쟁이로 남아 몇 년 정년이 그나마 남은 친구들...
귀농한 친구,
평생을 농장만 가꾸다 인터체인지로 저절로 정리가 될 친구,

그중.. 초혼에 실패하고 재혼을 한 이도 있다.
오래 전 이야기지만...
그녀는 아이를 낳지 못했는데
얼마나 영악한지 건축업을 시작하고 함바 일도 손수 하면서
잠실 엄마손 백화점 옆 빌딩주가 되었었다. 그러나
시누이 빚 보증으로 건물을 팔고 밀양으로 700고지에 한 오 년 전 집을 지어 정착을 했는데...
그곳엘 가려면 분명 승용차를 타고 오르는데도 오른 쪽 까마득한 산 아래를 보노라면
마치 비행기를 타고 이륙하는 느낌이 든다.
다행히도 길은 잘 닦여져 있어서 눈도 많이 오지 않는 지방이라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얼마나 억척인지...이번에는 오래 된 독을 650(100개)만원 어치나 사 들였단다.
해서 불도저, 포크레인으로 산을 깎고 파고 다듬고 장독대도 만들었단다.
본시 모아둔 것도 큰 게 몇십개는 되던데...
된장사업에 뛰어 들겠노라고..
나는 밤새 인터넷을 뒤져 아는 껏 홈페이지를 뒤져 주었다.
그의 집은 펜션 스타일로 꾸며져 있는 상태이다.
중부권만 되면 어느 정도 모임주선도 해 주련만..
인터넷도 들어오지 않는 산간오지 마을이다 보니
된장은 담되.. 판매할 묘수가 없단다.
천상.. 경남지역의 사람들을 가까이 불러모아야 하는데...
내년 봄이면 그 곳에 가서 사진도 찍어오고 홈페이지도 만들어 줘야겠고
내가 과연 얼마만한 도움을 줄 수 있을는지 내심 걱정부터 앞선다.

방에는 여자들이 자고 거실에는 모임 오느라 좋아서 밤잠들을 설친,,,
머리가 희끗한 머스마 어른들이 드디어 코를 박자 맞춰 골기 시작했다.

주방에서 ..둘이서 이야기하던 나는 너무 밝은 전깃불을 끄고 기름 등불을 밝혔다.
식용유를 조금 붓고 티슈를 말아 (소지나 화선지가 좋음) 불을 붙였다.
그녀가 신기해했다. 실은 나도 어디서 배운 것이지만...
등잔불을 밝히니 우리들 목소리가 소근소근해졌다.
그녀 눈이 불빛에 흔들리고,
분위기에 촉촉하게 서서히 젖어 들어갔다.



*급조한 등잔불... 흔들리는 불빛 앞에서 사람의 마음은 묘하게 흔들리면서 문이 열리나보다.*

삶에 억세기만 하던 그녀,
내밀한 마음을 열어놓기 시작했다.
이리 살면서도 늘.. 비구니가 되는 것을 원하여 왔노라 는,
나이 50을 넘기고는 포기했단다.
참.. 불빛이 주는 묘한 감동이다.
마음을 열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녀,
그녀의 눈 속에 등잔불꽃이 잔잔히 흔들렸다.

19일/아침에 일어나서 바라 본 바다는?
환상적인 바다다.
어쩜!!!



*역시나 또, 방충망을 깜빡 잊은 채...*

바다를 낀 해안도로의 가로수가 유도화다
절로 남국의 정취를 연상케 한다.



*유도화..가로수 사진을 못 찍어서 대체 했습니다. 붉은 꽃이 활짝 핀 키 큰 유도화
가로수가 너무 멋졌습니다.*

붉디붉은 남국?의 꽃송이가 바다 바람에 흔들리며 활짝 피어나고 있었다.
잎새는 녹색으로 장방형을 이루며 날렵해 보였다.
동백이 단아한 고운 누님을 닮았다면..유도화는 눈빛이 서늘한 이국적인 한 소녀를
만나보는 느낌이다.



*洗劍亭.........임진왜란 당시 칼을 만든 대장간인데... 칼을 씻는 亭이란 표현에 놀라고 반했다.
왼편으로 대장간 창고 집이 길게 더 있었음*

차.. 세 대에 나눠 타고 지리산 온천에 도착하니
이런..내리는 이들 표정 모두가 한결같이 에고고... 허리 다리야~ 지친 표정이다.
우리가 언제 벌써..이런 나이가 되었을까?
정말.. 그 곱던 얼굴들은 다 어디로 흘러 보냈을까? 서로 상대방 얼굴들을 보며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나보다.
목욕을 하고 먼저 나온 사람끼리 화장기 없는 얼굴로 사진도 찍고
조금..여독이 풀려 살만한지 장난도 치고...



*구례 화엄사 모 카페 정원에 떨어진 홍시를 비렁뱅이 아이처럼 주워 먹었다.
거짓말 하나 않고 정말로 꿀보다 더 달디달았다.*

지리산 온천을 하고 구례화엄사...이충무공 세검정...거북호수를 돌아
오동도나 낙안읍성으로 가려다 구름, 바람이 흩뿌리는 날씨에 그 곳은 포기하고 그만 들어와 버렸다.
그런데 언제나 억울한 일은 여자들이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는 일이다.
남자들은 친구와 술은 떼 놓을 수 없나보다.
나는 목이 아프다고 봐 주었다.
오는 길에 하늘빛이 너무 고와 찰깍 한 컷을 찍었다.
어제와 오늘, 강원도에는 엄청난 비가 쏟아진다는데...



*잠시 맑아진 눈이 부시도록 푸른 가을하늘*

밤이 되자 서산 사는 이가 옛 동료들을 만나러 나간단다.
좀 있다가 노래방이니 오라고 전화가 왔다.
여자들은...아니 할머니?들은 피곤하다며 싫단다.

난 남편과 남자둘.. 나포함 넷이서 그 노래방을 찾아갔었다.
웬걸.. 한 여덟 명이나 된다.
분위기 깨지 말자며 내가 나가자고 등을 떠다밀었다.

나온 김에 한밤중에 바닷가 요트 선착장에 나왔다.
방파제 끝에 오니 외국에서나 보았던.. 개인 호화범선(이름이 왜 생각나질 않을까?)이 있었다.
그냥 시멘트 바닥에 퍼더버리고 앉아 캔 맥주를 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로 한참을 놀다가
밤, 바다 바람이 너무 세어 방파제 건너편으로 내려갔다.
공포증이 조금 있는 우리 남편, 자기는 안 내려간다고 우기다가 할 수 없이 손을 잡아주어 내려왔다.
별로 편하지도 않은 뾰족한 바위 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밤바다를 흠씬 바라보다가
밤낚시 하는 이들 시선을 따라 야광 찌를 흘겨보다가 ..... 남자들.. 이야기를 건성 듣다가,
나는 속으로 아..이 아름다운 밤바다를 그림으로 그려봤으면.. 카메라라도 가져올걸...
그런 후회 속에 있는데
모두들 약간은 피곤해 하다가 밤. 바닷바람에 정신이 상쾌해 오며 잠이 달아나는지
다시 객기를 부린다. 차를 누가 가져오란다.
밤 드라이브를 하자고... 그런데 그걸 누가 가지러 가냐고? 1. 2~3KM는 좋이 될텐데...
"차 ..불러? ..차야! 너 시방 여그 방파제까지 와줄래?"
내가 괜한 헛소리를 해본다.
왜냐면 셋 모두는 맥주를 마셨고 괜히 나에게 해보는 소리였으니까,


20/아침 눈을 뜨자마자 콧물이 줄줄 흘렀다.
밤바다 바람에 무리하더니 그리 됐나보다. 휴지로 연신 코를 풀다가
주인장께서 챙겨주는 색깔, 알갱이가 무수히 들어있는 감기 약을 한 알 건네 받아먹고 나니
거짓말처럼 뚝 그쳤다. 신기하다.

모임 회의를 마치고 방파제로 나갔다.
낚시를 한다는 것이다.
꼬시래기(망둥어)와 도다리 새끼가 주로 잡혔다.

바다 구경 낚시 구경하는 재미 좀 보려고 나온 여자들..
그냥 있는 꼴을 못 보남? 여기까지 와서 또 부려먹는다.
이그...
난 조수 노릇 하느라 손질한 생선 씻어 마른행주에 닦고 철덜든 어린 아이처럼
손목 옷소매 끝자락이 다 젖어 버렸다.
'에구 비린내~~... 그래도 즐겁긴 하다. 어디서 요렇게 놀아본단 말인가? 이 나이에?'



*낚시한 생선을 손질하며...에구 더러버라... 그래도 맛있던걸...어쩌누~`*


지나가던 나그네들이 차를 세우고 손질하는 우리를 쳐다보고는
"맛있겠다~ 거 참 맛있겠다~" 소리를 연신 해 댄다.
군침만 삼키던 나그네들이 돌아간 후, 나는 단체에게 된통 야단만 먹었다.

"종인이 엄마~ 머하노? 손님 받아야제... 소주 있겠다. 회깜 있겠다
와 손님을 그냥 보내노?"해서 모두 박장대소를 했다.

"이구 바닷물에 휑궈 낸 생선?회~~"
흐흐 그래도 회는 쫄깃쫄깃 맛있다.
아무튼 방파제에 나간 사람들은 그런 대로 맛있게 양껏 먹었다.
손질만 해 놓으면 통째로 들고 가는 바람에...
아무튼 고기도 꾸준히 올라와 주었다.
배부르고 나니 집에 있는 사람들 갖다 주자고 아무리 채근을 해도 모두 술 취했다고 못한단다,
의리가 눈곱만큼도 없는 남편들 같으니라고
우리가 한다고 하나 썰물 때가 되어서 고기가 이젠 안 문단다.
"모두들.. 지(자기)배는 찼다 이거제(이 말이지? 집 지키는 사람들 입은 입이 아니고 주둥인감? ㅋㅋ~"

늦은 점심을 먹고 이제는.....헤어질 이별의 시간이다.
다음 봄에 할 모임을 정하고 모두 손을 맞잡으며.. 안으며 아쉬워한다.

울산 사는 이는 따로 배즙 한 박스를 챙겨두었다가 할머니 갖다 드리란다.
모두 뿔뿔이 헤어지며 마치 친정에서 먼길 떠날 때 챙겨 가는 것처럼 먹을 것도 골고루
여수 돌산갓김치도 골고루 나눠 받아서 사랑을 싣고 떠난다.

비가 슬금슬금 뿌렸다.
비만 오지 않는다면 선운사에 들러......가을에 피는 꽃무릇이 아직도 지지 않고 있으려나
들어 가 보기로 하였는데....




좀 서운하지만 포기하고 서산으로 함께 들어갔다.
비도 오고 길도 많이 정체되니, 하도 자고 가라는 권유에
아침에 일어나니...연한 소금물에 (압력솥) 쪄서 먹으라며 땅콩을 한 말이나 준다.

3뱍4일의 가을여행을 끝내고 집에 오니 밀린 집안 일들이 나를 반긴다.

24일/오늘 자고 나니 전화가 따르릉 울린다. 밀양에 있는 그다
"종인이 엄마... 버섯 하려고 참나무 준비해 두고 포자 넣고 요즘 바빠서 여수 갔다와서도
처음 디려다 보니 세상에나 벌써 표고버섯이 돋아 나 있네 3kg 보낼 테니 받으소"
이런..량이 문젠가? 처음 딴 버섯을.. 그 귀한 , 보기에도 아까울 버섯을?
"그래요 내 약이라 생각하고 먹을게여~~"

오후엔 택배가 왔다.
울산 사는 친구에게서 배를 한 상자 보내왔다.
우리 어머님.."아이구. 참 친구가 좋긴 좋구나" 하는 말씀을 연발하신다.

정말 가슴이 뭉클하도록 좋은 친구들이다.




*온천에서 나오는 대로...그런데.. 디카가 이상한가? 얼굴들이 찌그러졌넹 ㅋㅋ~
화장품가방을 챙겨들었건만.. 에그 누가 우리 맨 얼굴을 모르나 그냥 그대로 가지 머.... *




글/이요조










*미루나무 칼럼은 식구들이 여느 칼럼과는 다릅니다.
다니면서 소개 글도 넣지 않았고,
위에 말한 남편 친구분들.. 두어 분이 자주 들어와 본다 하였고/죄송합니다.
우리들 이야기를 허락없이 마구 올려서요

그리고 제 혈육인 형제간들도...

또 제 딸아이 아플 적에 병원에서 만난 환우들...
암환자 쭈루엄마, .....암으로 고생하는 동민이 남편을 암으로 잃은 여양구님....
그리고 작은 키를 늘이려 다리 수술을 하고 힘이 드는 생 고생하는 예쁜 정아,
다들 건강한지요?

그리고 종인이 학교 친구들..몇 명,

그 외 사이버에서 만났지만 오랜지기 인산님
찾아와서 격려해주신 청산에 살으리랏다 목사님..마딘가님,
홈피를 만들어 주신 동글님, 추창호 시인님,
칼럼 첫회원 빼빼님, 칼럼에 와서 혼자 아픔에 울던 마치 내 딸 같은 작은새님,
지금 카페의 오랜 마음의 여러 지기님들.(.일일이 이름 다 안 불러드려도 아시지요 제 마음?).
제 그림의 사표가 되어 주시는 청산화백님,
미국에서 향수병에 빠져 계신 펭귄아빠 시몬님,

어느 님에게 제가 개인적인 안부 멜을 드려야 하나요?
한 분같이 모든 분이 궁금하고 제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미루나무 님들이십니다.

인연은 모두가 소중한 것이지요.
제가 언제 이 사랑의 모든 빚을 갚나요?

찔레님.. 자주 안 오셔서 서운하지만.. 전화도 한 통화 드리지 못하는 저, 용서하세요
제가 본시 그래요. 무심한 사람이에요.
등대 윤광우님.. 은혜아빠~ 오늘은 왠지 모두 불러보고 싶군요.
제가 그래요. 이 곳에 제 여동생도 가끔 보고 갈 거예요.
형부도 언니도... 저 전화하기 싫어하고 안부 묻기에 무척 게으르다는 것 알고 있을 거예요.

그러나 다들 사랑해요.
언제까지나...

깊어 가는 가을에...님들을 일일이 떠올리며,
2002년 10월25일, 미루가 님들을 불러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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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대마리 동네 어느집 모퉁이에서-




    *겨울 나들이*



    겨울이 가슴을 두드린다.
    나머지 가슴의 온기를 다 빼앗기기 전에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으듯
    사람들도 저마다 월동준비를 한다.

    겨울이 먼저 내리는 북쪽으로 달렸다.
    집들이 엎디어 조는듯 평화로운
    경기도 연천을 지나고나면
    강원도 철원 땅이다.

    쌀이 좋다는 곳,
    김일성이 철원평야를 빼앗기지 않으려
    그렇게 치열한 백마고지 전투를
    유혈이 낭자하도록 벌였던 곳,

    그 곳엔 겨울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히터를 튼 차안에서도
    그 냉랭함의 차이가 느껴졌다.
    오싹하다. 온도가 다르다.

    언제부턴지 노동당사엔
    출입금지 바리케이드가 쳐져있다.
    아래층 어둡고 습한 구석재기나 휑한 이층에서
    나는 늘..사진을 찍고 싶어했었는데..

    그 사진 속에 양민들의
    고문으로 일그러진 함성들이
    묻어 나와 들려올텐데
    노동당사를 맴돌고있을....원혼들...

    총알 자국도 선연한...
    뼈대만 남은 을씨년스런 잔해,
    왜 그랬을까? 무엇 때문에?
    누가 모질게 다 뜯어먹고 흉한 뼈만 남겼을까?

    노동당사의 북쪽 하늘과
    남쪽하늘을 대비시켜 보았다.
    느낌일까?
    북쪽 하늘은 적막한 침묵이 흐른다.

    겨울, 흉흉한 계절 앞에서 모진 삭풍에이는
    바람소리가 들려 오는 듯 하다.
    뜨끈한 무 시래기죽이라도
    배를 채울 수 있으면 좋으련만

    찬바람은 사람 봐서
    알아서 비켜 가는걸,
    기름진 사람에겐 미끄러지듯 스쳐가고
    푸석한 사람에겐 뼛속까지 파고들고

    시대의 상흔, 암울한 과거여~
    채 오지도 않은 겨울 문턱에서
    빈 가슴 턱 막힌 심호흡으로
    나는 대답없을 봄을 불러본다.




    이요조./2002년 11월 어느날





-노동당사의 북쪽(左)하늘과 남쪽(右)하늘-

music:그리운 금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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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쯤이면-




      내, 언어는
      유기 당한 채
      단 한 줄의
      쓸 수가 없다,

      냉동실
      자반고등어와 함께..
      꽁꽁 언 삼겹살처럼 얼어붙은
      단어, 단어들

      먹다 남겨진 음식들과
      언 손발을 입김으로 호호거리며
      언제쯤 이 추운 냉동실에서
      불려날까 하마나 기다리다

      '아마도 우린
      영, 잊혀졌나보다.'
      언제쯤..전자레인지에서
      언 몸을 녹일 수가 있을까?

      뻣뻣하니 동태가 되 버린
      시어들이 따끈따끈
      말랑하게 해동되어
      싱그런 미나리의 향내 속에

      오이를 깨문 상큼하고도 아삭한
      소리를 들으며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식탁에 오르기까지...

      덜 익었다거나 시거나 하지 않은
      딱...마침맞은
      입맛에 군침이 돌
      그런 詩語를 넣어둘...

      언제나 꺼내어도 좋을
      신선한 시어를
      온전하게 보존해 줄
      김치냉장고 하나,

      나의 주방은
      넉넉하고도 푸른 푸성귀들로
      양념 파 마늘 다지는 도마소리 요란한
      행복이 언제쯤이면 넘쳐날까

      일상의 궤도에서 이탈한
      초겨울 써늘한
      캄캄한 밤바다에서
      섬광의 플래시로 찍어보는..

      내 속에 얼어붙은
      울림의 언어들은
      눈부신 은빛 등을 퍼덕거리며
      모천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처럼

      -언제, 어느 물살에 쓸려 오려나-




      이요조






      사진은 11월11일 자정무렵/해운대 백사장에서/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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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이요조

2002/2/3(일) 14:40 (MSIE5.0,Windows98;DigExt) 211.198.117.130 1024x768


고도리  










    나에게
    '고도리'란 파일명은
    영원히 입력 되지 않을 ‘X 파일’이다.

    내가 만약에 잡기쪽으로 흘렀다면
    난, 아마 대단한 '꾼'이 되어있을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내 주위엔 사람이 들끓었고…
    난, 항상….. 그런 쪽으로 준비되어있는 사람이었다.
    몇 날 몇 일을 하얗게 새울 수 있는 열정,
    뭔가 빠지면…..
    그 것을 하지 않으면 질식할 것 같은 고집,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천만다행이지 않는가?

    어디서도 이야기 했지만…..
    난, 시골이 좋아 외가를 방학이면 빼 놓지 않고 달려가는 이상한 아이였다
    그 때는 TV 도 없었고… 고즈넉한 시골이 그 냄새마저도 좋았다.
    외할아버지가 계셨는데…..농한기 겨울이면 할아버지는 외손녀가 유일한 친구셨다.
    할아버지는 외손녀에게 민화투를 가르쳐주시고…..
    외손녀는 목적을 둔 게임에 승부를 걸었다.
    내가 이기면(아마 여러 번) 할아버지가 이야기를 해 주셔야 했고
    내가 지면 계속해서 친구를 해 드려야 했다.
    어느 날은 계속 내가 지면 화투 판을 엎어버리고 휘저어 버리기도 했으나
    할아버지의 신비한 옛이야기는 영 포기할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어떤 목적이 있어서 치는 화투 ,
    그 것은 오락이 아니라 나에겐 노동이었고 지겨움이었다.

    어느 해 겨울은 그 좋아하는 시골도 못 가는 일이 벌어졌다.
    왜 그랬는지 난 발에 동상이 왔다.
    어머니는 두부 간수를 구해 오셔서 그 물에 발을 담그게도 하시고
    콩 자루를 만들어 발을 넣으라고도 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둘 다 혈액순환을 도모하는 한 방법이리라
    아픈 다리를 뻗고 앉아 있자니……..
    너무 심심하고 따분했다.
    어머니는 뒤채에 사는 내 또래 ‘상호’라는 아이를 방에서 함께 놀게 하셨다.
    우린 놀 수 있는 마땅한 게 없어서 화투 놀이를 하기로 했다.
    이불 속에 아픈 발을 뻗치고 앉아 낮 동안 내내 함께 놀았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그 날 밤에 일어났다.
    아마 어머니의 지극정성의 민간요법도 통하지 않았나 보다.
    밤새 난 상처가 곪는 고통에 밤을 하얗게 밝혔다.
    그 때 당시에 방바닥은 장판지 대신 비닐장판이 유행하였는데…..
    (그 것을 나이롱 장판이라고 불렀었다)
    무늬가 책받침 만한 네모의 기하학적인 무늬였었다.
    그 비닐 방바닥의 네모가 화투 짝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이불에 나있는 꽃무늬마저
    구월 국화와 유월 모란이 되어 거기 피어 있었다.

    또 하나 그 때는 벽지와 천장지 무늬를 따로 썼었는데…
    벽지는 꽃 무늬였지만 천장지는 역시 또 네모 형태의 무늬였었다.

    나중에는 온 방안이 화투 짝이 되어 빙글빙글 돌아 다녔다.
    나는 그렇게 밤새 고문을 당했다.
    온통 방안이 화투였다.

    그리고는 그 화투장이 무서워졌다.
    그 두번째 이유의 공포에 또 하나 더 보탠 이유가 있었으니….

    그 당시에는 특별한 오락이 없었으므로 …..
    간혹 어른들도 화투를 하셨고…
    우리들도 ‘나이롱뻥’이란 게임을 즐겼다.
    내 언니는 착하고 자상해서 언제나 나를 돌보고 져 주는 착한 언니였는데
    사촌언니는 달랐다.
    부산 사상,
    지금은 다 같은 부산 시내지만 그 때는 ‘포푸라마치’라 부르는 시골이었다.
    길 양옆으로 미루나무가 주-욱 서 있었고 길바닥은 재첩 껍질 투성이였다.

    그 곳에 큰집이 있었는데,
    사촌언니는 경남여고를 다니면서 기차 통학을 어렵게 하고 있었다.
    주말이면 간혹 우리 집에 들리곤 했었는데…
    나이가 같은 바로 위의 언니는 부산여고를……
    둘은 오랫만에 만나면 서로 자기네 학교가 더 좋다고 언쟁을 벌였고…..
    밤에는 놀이삼아 곧장(게임)화투를 쳤는데
    신패 맞기나(진 사람의 팔뚝안쪽을 검지와 중지만으로 때리는 것)
    아니면 진 차례대로 손을 포개 포개 올려놓고… 위에서 승자가 내려치는 것이다.
    아~~ 그 때의 조마조마함이란…..
    그런데, 그 사촌언니는 내 언니와는 달라서 얼마나 눈치도 빠르고 잽싼지 우린 번번이
    팔뚝을 걷어 상납을 해야 했고 인정사정 없이 내려치는 사촌언니의
    표독한 승자의 행패!…
    맞는 상대라고 해보았자 모두가 내 형제들 뿐이었다.
    2촌과 4촌이 어찌 같을 수가 있으랴? 난 언니나 동생이 맞아 얼굴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지는 것에 내심 크게 분개했었고….
    벌겋게 퉁퉁 부어오른 팔뚝들을 하고
    난 사촌 언니를 꼭 이겨 먹으려고 온 밤을 이를 갈아 마시며 지새우다…..
    번번이 지쳐 포기하고 말았었다.
    아마 철저한 패자의 인식만 심어주었나 보다.

    결혼하고 난 후,
    간혹 남편의 손님들이 집들이다 애기 돌이다…방문을 할 때마다
    내어놓는 화투……
    늦은 밤, 대충 걷어두고는…… 다음날 한 장이 빠져 있으면 그 것을 줍지 못하고
    쓰레받기로 쓸어 휴지통으로 버려버린다.
    설령,…오늘 밤에 화투를 사러 또 구멍가게를 나갈 일이 생길지라도…
    아마 그럴 때……그 넘의 예리 공포증도 한 몫을 단단히 도운 것 같다.
    화투 장을 집어 들기가 싫었다.
    물론 화투를 가지런히 모을 때도 나는 얼굴을 찡그리고 가능한 한 빨리
    정리를 해 버린다.

    화투는 성격이다.
    사촌언니는…… 그렇게 그악스럽게 잘 살고 있다.
    내 친언니도 간혹 분위기에 어울려 하는가 본데…
    날더러
    “야야 니는 이 것도 못하믄 양로원 입학도 몬한다 아이가”
    하지만…
    안되는 것을 어쩌랴,

    난 정말 바보 멍청인가 보다
    모두들 한바탕 와그르르 웃고 떠들어대어도
    난 왜 그런지 도통모른다.
    완전한 외계인이다.
    그 게 왜 우스운지.....그 게 무에 그리 신나는지...
    전혀, 전혀, 화투의 언어들이 내겐 무서운 외국어처럼 낯 설다……
    나의 둔한 두뇌는 영원히…..그 쪽으로만 유독 높은 담장을 쌓아버리고 말았던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이
    나에게 득이 되었을까?
    아님 내가 영영 불치의 모난 못난 인간이 되어버렸을까?

    아무튼 잘 모르겠다.

    허나, 어찌 되었던
    외할아버지와의 옛 기억으로 가는
    회상열차의 티켓이 되어줌은 나에게 아주아주 기분 좋은 일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요조





가벼운 마음으로
오늘의 운수 패 띄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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