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는 피었다.
수양버들이 연두색 옷으로 단장했다.
시골 집에 갔더니…
진달래가 봉오리를 함초롬히 물고 있었다.
이대로 며칠만 따뜻하면 곧 피리라
철쭉 연두색 싹이 손톱 만큼씩 새 얼굴을 달고 웃는다.
홍 매화도 눈을 틔우고 있었다.
올 때마다 날씨가 쌀쌀해서 미루던 똘똘이 집을 정리했다.
솜 방석을 두개 디밀어 주었더니….
죄다 뜯어 발겼다.
처음엔 양모를 주었다가 다 뜯길래…. 그 게 동물성이라
위협감을 혹 주나 보다 싶어 솜 방석을 주었더니 여전히 죄 다
뜯어 놓았다.
체인 줄에 솜이 이리저리 걸려서 엉망이다.
가위로 일일이 뜯어주었다.
마지막 동치미 단지를 열어 나머진 냉장고에 넣고
우리가 가져올 것과 나눠 먹을 것을 따로 담았다.
나는 워낙 국물 있는 것을 좋아도 하지만
동치미를 한 해도 거른 적이 없다.
입동 전에 아주 반듯하고 예쁜 무우를 골라서 잘 다듬어 씻어
절여두었다가 이틀 후 물만 부우면 되는 일을……
그런데 올 해는 땅밑 독에다 넣고 싶었다.
동치미는 동짓날쯤이 제일 맛있고 歲 안에다 먹어야 되는 것인데..
땅밑에서….
유난히 눈이 많아 거의 밀봉상태로 눈으로 덮여 있었기에
더 맛이 뛰어났다. 꺼 낼 엄두도 못 내고 그대로 방치했었다.
얼마 전 처음 개봉 할 때나 맛이 여전했다.
무우가 너무도 싱싱하게 그대로 보존 되어있다.
언제나 봄이 되어 동치미 무우가 남으면 진간장에 잠기게 두어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지루한 장마철 입 맛 없을 때
얇게 썰어 (맛있는 갈색이 되어있음) 깨소금, 참기름으로 양념을 하면
찬물에 말은 밥도 그저 꿀 맛이 된다.
아님 곱게 썰어내려 식용유에 살짝 볶아만 내어도 맛있다.
그 것도 아니면 채 썰어 말려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불린 다음
기름장에 무쳐 내어도 깔끔한 맛이다.
오늘 저녁에는 국수를 말아 먹으니….
담백한 맛이 시중에 조미료 맛 감도는 냉면보다 훨씬 감칠 맛 났다.
그리고 또 하나,
제육 겨자무침,
돼지고기를 삶아내어 찬물에 헹궈서 기름기를 뺀다.
겨자 가루는 미지근한 물에 게어서 따뜻한 곳에 둔다.
상추, 동치미 무우 썬 것, 배가 있으면 좋고…..
오이도 있음 좋고(약간 절임)
아무 것도 없을 땐, 동치미 무우만 넣어도 아주 좋았다.
돼지고기 썬 것과 부재료 썰어 둔 것에다 준비된 양념을 버무려 낸다.
(양념= 겨자 식초 설탕 소금 간장 약간마늘 파 약간)
시원하게 두었다가 먹으면 둘이 먹다가 둘 다 죽어도 모름,
헤~~~
우리집 똘똘이 이야기를 하다가 먹는 얘기로 흘러가 버렸다.
아무튼 올 해 동치미나 김장 김치 맛은
정말로 끝내주는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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